지환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말씀하세요.”마이클 첸은 그제야 물었다.“이서 씨, 전에도 최면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아니요.” 이서의 기억으로는 최면 치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이상한데요. 최면에 대해 이렇게 심하게 저항하는 걸 보면 이전에 최면치료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이 이미 봉인되어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심한 저항이 나타날 리 없습니다. 최면이라는 것이 첫 최면 이후 큰 상처를 입으면 무릎 반사처럼 두드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격렬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이서 씨의 이런 상황은 틀림없이 최면을 경험했고, 그 때문에 상처도 받았을 것입니다.”마이클 첸의 말을 듣고 이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참 동안 자세히 기억을 더듬었다“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정말 없었어요...”여기까지 말하다가 이서는 갑자기 무언가가 기억났다.“그런데 5, 6살 이전의 일에 대해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어요.”“아마 그 때쯤 최면을 한 게 아닐까요?”마이클 첸이 이렇게 말하자 이서는 또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윤이서의 어머니인 성지영은 일찍이 그녀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그리고 성지영은 이 일을 입에 올리는 것에 대해 매우 꺼리는 것 같았다.“저는 잘 모르겠어요.”“이서 씨, 이전에 이미 최면 치료를 받았다면 우리는 이 방법이 아닌 다음 치료 방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셔야 합니다.”다음 치료법은 전기 충격을 가하는 전기충격치료이다.지환이 피하고 싶었던 치료방법이었다.지환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미소 지으며 지환의 몸 안에서 참지 못하는 화를 달랬다.지환이 잠잠해지자 이서는 다시 마이클 첸에게 말했다.“네, 제가 알아볼게요. 그래도 안 되면 다음 방법을 시도해야죠.”“여보!” 지환은 이서의 손을 꼭 잡았다.이서는 빙그레 웃으며 진료실 베드에서 일어섰다.“저희 먼저 돌아갈게요, 첸 선생님.”“네.”마이클 진목은 세 명의 사람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대여섯 살 이전의 일에 대해 나는 전혀 기억이 없어요. 하은철은 우리가 납치된 적도 있다는데 저는 전혀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그때 어머니가 나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을 가능성이 높아요. 나에게 최면을 걸어 5, 6살 때 일어난 일을 잊게 만든 거죠.”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런데 어머니는 왜 그랬을까요? 설마 내가 그 참혹한 납치를 잊게 하기 위해서였을까요?”‘만약 그렇다면 함께 납치되었던 윤수정과 하은철에게는 왜 과거의 기억을 잊게 하지 않았을까?’생각할수록 이서의 머리가 아파졌다.이서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지환은 가슴 아파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여보, 생각하지 마. 최면 치료만으로도 나는 이미 엄청 양보한 거야. 전기 치료요법은 말도 안돼. 만약 더 이상 치료가 안 된다면, 나는 당신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 외국으로 나갈 거야. 이 환경을 떠나면 아마 나을지도 모르잖아.”이서의 뺨은 지환의 가슴에 붙어있었다. 그의 강력한 심장박동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서의 심장이 저려졌다.‘아니야. 괜찮아지지 못할 거야. 설령 하늘 끝까지 도망친다 해도 난 낫지 않을 거야.’‘오직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난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 살 수 있을 거야.’‘만약 내가 줄곧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면, 지환 씨도 역시 불가피하게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고...’이서는 자신 때문에 지환이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았지만...“좋아, 만약 치료받고 나서 내가 걸어 나오지 못한다면, 외국으로 나가요. 아마도 외국에 가면 나의 상황이 좋아질지도 몰라요.”이서가 지환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서가 아무렇지 않은 척할수록 지환의 심장은 더욱 쥐어뜯기는 느낌이었다.“우리 돌아가자.” 그는 이서의 손을 꼭 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래요.”이서는 깜찍하게 지환을 따라 차에 올랐다.가는 길 내내 이서와 지환 둘 다 말이 없었다.집에 도착한 이서는 화장실에 들어갈 틈을 타 자신이 고용했던 사설탐정 구택우에게 전화
하은철이 보낸 메시지가 인터넷에 엄청난 속도로 퍼지자 윤수정도 자연히 많은 사람들의 추측성 댓글을 보게 되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수정이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바로 대화방에 글을 올렸다.[은철 오빠의 가장 아름다운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민씨 그룹을 인수하고 나면 반드시 잘 경영할게요. 은철 오빠와 여러분의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이 메시지 덕분에 순식간에 윤수정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은 윤수정이 민씨 그룹을 인수에 대해 더 뜨겁게 응원하게 되었다.[그것 봐, 틀림없이 윤수정 씨가 민씨 그룹을 인수할 거라고 했잖아. 윤수정 씨는 하은철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윤수정 씨가 말고 누가 민씨 그룹을 따낼 수 있겠어? 정말 윤이서가 따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그러게,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윤이서는 민씨 그룹을 가질 수 없잖아, 윤이서한테 뭐가 있어? 지금 갖고 있는 윤씨 그룹은 이전에 하씨 집안이 지지해준 것뿐이잖아. 그래서 적어도 H국에서는 하씨 그룹은 왕이야! 말을 한마디 하면 누가 이길 수 있겠어? 하씨 그룹은 살리고 싶으면 윤이서는 살 수 있고, 하씨 그룹이 살리고 싶지 않으면 살 수 없어.][윤수정도 이렇게 말했대. 민씨 그룹은 틀림없이 자기가 따낼 거라고. 아이고, 정말 부러워 죽겠다. 하은철 같은 갑부 남자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하하하하, 윤이서는 아직 어딘가에 숨어서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나도 그래, 웃겨 죽겠다. 뜻밖에도 주제넘게 윤수정과 경쟁하다니. 만약 하경철 어르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이 두 사람의 경쟁 결과는 아직 알 수 없겠지만 아쉽게도 하경철 어르신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윤이서는 전혀 승산이 없으니까.][하경철 어르신이 돌아가신 일에 대해 말하자면, 소문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경철 어르신의 죽음에 윤이서가 관련되어 있대.]이 평론은 즉각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자세히 말해봐, 나는 데이터 용량 충분하니까.][하경철 어르신의 죽음과
이서는 손을 휘저으며 입밖으로 힘겹게 몇 글자를 뱉어냈다.“하지 마...때리지...”“그렇지만 이서 언니...”이서는 천천히 일어나 기운 없이 말했다.“나 괜찮아, 가서 물 한 잔만 갖다 줘.”소희는 여전히 안심되지 않았지만 일어나 이서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물을 마신 이서는 비로소 안색이 좀 회복되었다.소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서 언니, 병원에 데려다 줄게.”이서는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아니야, 괜찮아. 오늘 일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지환 씨.”소희는 마음이 아파서 짠한 표정으로 이서 옆에 앉았다.“이서 언니...”“나는 정말 괜찮아...”이서는 눈을 뜨고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신은 다만 갑자기 그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을 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장면이 바로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할아버지는... 확실히 나를 대신해서 목숨을 잃으셨어요.’‘그러나 난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싶지 않고, 단지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야.’“이서 언니...”어쩔 줄 몰려 하는 이서를 보고 소희는 그녀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그제야 정신이 든 이서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소희야,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아!”소희는 자신이 들어온 이유가 기억났다.“은행 측은 공식적으로 오늘 발표가 났는데 이번 금요일에 민씨 그룹 인수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게 된대요.”“이번 주 금요일?” 이서는 소희가 건네준 태블릿을 들여다보았다.“다음 달이라고 하지 않았어?”“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은행 측에서는 이번 기회로 민씨 그룹을 빨리 재편할 생각인가 봐요.”이서도 역시 소희와 생각이 비슷했다. 은행이 재빨리 손을 쓸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 누가 보더라도 민씨 그룹은 이미 오랫동안 오너가 손을 놓은 채 정체 상태였다. 은행도 물론 민씨 그룹을 재빨리 다른 주인에게 넘길 수 있기를 희망
“하 대표님, 저... 뒤에서 윤이서 씨를 도와주고 있는 분이 대표님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저희 잘못입니다. 제가 당장 가서 직접 윤이서 씨께 사과드리겠습니다. 꼭 기회를 주십시오.”지환은 구두 발치를 꾹 밟으며 차갑게 말했다. “김 행장, 이 은행의 최대 지배주주가 누군지 알기나 아나?”김진석은 이를 악물고 몸서리를 쳤으며 대답했다. “하씨 그룹입니다!”“허!”지환의 얼굴에 웃음기가 퍼졌지만 그의 눈빛 속 냉기는 김진석을 얼려버릴 것처럼 차가웠다. “이 은행의 총책임자이면서도 3일 전에 이 은행이 내 소유가 되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내가 뭘 보고 당신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나?”김진석의 얼굴은 더욱 보기 딱해졌다.‘은행... 주인이 바뀌다니... 내가 행장으로서 이렇게 큰일이 일어난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게다가 하 대표님에게 밉보이기까지 하다니!’김진석은 이제 접싯물에 코 박고 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하 대표님, 이번 일은... 저는 정말...”“그만해!” 지환은 이미 김진석의 말을 계속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가서 이번 달 급여 정산받아. 그리고 오늘 일을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지...”김진석은 눈치가 빨라서,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지환에게 더 밉보였다가는 그 결과는 더욱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바로 눈치 있게 대답했다.“네.”은행을 나서자 김진석은 여전히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윤이서의 배후에 뜻밖에도 하지환이 있다니,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바로 이때 김진석의 전화가 울렸고, 발신자는 바로 윤수정이었다.윤수정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고 생각하자 김진석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윤수정 역시 자신이 미움을 사면 안되는 존재였다.이 여자의 배후에는 하은철이 있기 때문이었다.‘아이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겠네.’김진석은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휴대전화를 들었다.“여보세요, 윤수정 씨.”수정은 기분이 매우 좋은 목소리로 물
“쳇, 이게 뭐야. 우리 수정 씨에게 가장 대단한 것은 바로 윤씨 가문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거잖아? 수많은 사람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 수정 씨가 혼자 해냈어!”“맞아, 맞아!”어떤 사람은 즉시 아첨을 떨었다.“너희들은 그 윤이서가 윤씨 그룹을 강제로 빼앗아 갔지만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는 걸 알지? 반면에 우리 수정 씨는 회사도 없이 그대로 다시 4대 가문의 반열에 다시 올랐어.”이 사람들은 윤수정이 어떻게 민씨 그룹을 얻었는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윤수정은 민씨 그룹을 따낸 후 변신하여 4대 가문의 한가족이 되었다.이 신분은 아부는커녕 감히 미움을 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하나 제안합니다!”어떤 사람이 술잔을 들고 외쳤다“우리 함께 윤수정 가주에게 한 잔 올리자!”수정은 소리치는 4대 가주들 사이에서 만취상태로 잔을 들고 모든 사람들과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여러분, 오늘 밤 술은 다 제가 다 쏩니다. 내일 제가 민씨 그룹을 따내고 나면 각자 한 분당 하나씩 가방을 드릴게요.”수정의 이 말은 장내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최고조로 끌어올렸다.수정 쪽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이서 쪽은 매우 조용했다.지환이 이서 곁으로 가는 동안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걸었다.“뭐 보고 있어?”이서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지환을 보았다.“당연히 내가 쓴 대본을 보고 있지.”이서는 민씨 그룹 인수자 발표를 기다리는 대부분 시간을 창작에 할애했다.고통이 정말 사람에게 얼마나 영감을 주는지 모른다.치료가 시작되자 그녀의 영감은 더욱 샘솟았다.마치 매일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다 못하고 있는 것 같다.추상화는 이서가 비로소 문학에 눈을 뜬 것이라고 말했다.“뭐라고 썼는데?”지환은 이서가 최근에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는 매번 신비로웠다. 지환도 이서가 도대체 무엇을 쓰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이서는 지환을 보자 손으로 얼른 작품을 몸 밑으
이서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화면을 아래로 당기자 자신의 이름이 화면 가득 크게 세 글자가 나타나고 주변에 크고 붉은 꽃이 나풀나풀 맴돌았다.“나야! 은행이 날 선택했어!” 이서가 지환을 보며 깜짝 놀랐다.이번 건은 따낼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말로 자신이 민씨 그룹을 인수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의 마음은 마치 로켓을 탄 것처럼 하늘 높이 나는 것 같았다.지환은 이서를 껴안고 손을 들어 입술에 키스했다.“고작 민씨 그룹을 얻었을 뿐인데 그렇게 기뻐?”이서는 지환의 가슴을 밀었다.“이봐요, 하지환 씨, 너무 교만한 거 아니에요? 고작 민씨 그룹? 민씨 그룹을 가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엔터 업계 쪽만 보더라도 무슨 짓을 하건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걸요?”지환이 웃으며 대답했다.“너만 좋다면 나도 YS그룹을 떼어서 너 줄 수 있어.”이서는 지환을 흘겨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알았어. 그만 장난치지 말고 날 놀리지 마요!”“장난친 거 아니야. 난 진심이야!”지환은 이서의 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았다.“여보,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뭐든 당신에게 줄 수 있어.”“다 당신 거야? 웃기셔.” 이서가 지환의 품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해보니 축하 메세지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그녀가 채팅방을 열자 임하나는 이미 광적으로 흥분한 상태로 톡을 올리고 있었다.[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이게 사실이라니! 우리 자기가 정말 민씨 그룹을 따내다니, 누가 나 좀 꼬집어 봐, 빨리 말해줘, 나 꿈꾸는 거 아니지?]서나나와 심소희도 흥분한 상태였다.특히 서희는 직접 음성을 보내 단톡방에서 이서를 ‘규탄’했다.[이서 언니, 민씨 그룹을 따낼 거라는 거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이렇게 중요한 소식은 우리에게 미리 말했어야지!][그래, 맞아.]하나도 흥분을 가라앉힌 후 글을 올렸다.[너 솔직히 말해봐. 이 상황에서 너를 지지해준 사람이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하씨 그룹을 물리친 거야?][하
이서가 씩 웃었다.이서는 하나와 여러 해 동안 친구로 지냈기 때문에 하나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금방 눈치챘다.[그날 하은철의 작은 아빠에게 내가 직접 물었어.]이서가 난간을 등지고 지환을 바라보는데 지환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양미간이 잔뜩 몰려 있었다. 휘영청 밝은 불빛 아래 지환의 옆얼굴은 예전의 날카로운 이미지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온화해졌다.[나한테 사업 쪽 재능이 보여서 나를 지지한다고 했어.][자기야, 넌 아직도 너무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장사 머리 있는 사람인데, 왜 하필 네가 눈에 띄었겠느냐고. 좀 조심하는 편이 낫지 않아? 특히 지금 같은 때 너를 지지하는 것은 민씨 그룹의 일원이라고 보이게 할 수 있어. 때가 되어 민씨 그룹에 들어가면 너 조심해야 해.]이서는 잠시 중얼거렸다.[안심해, 하나야. 나도 내 주제와 분수를 아니까.][너한테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걱정 안 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르겠니? 그냥 나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나 유부녀인데, 설령 나한테 어떤 마음이 있어도 내가 싫다고 하면, 강요할 수 없잖아.][헤헤.]하나도 웃으며 이서의 말에 대답했다.[그건 꼭 그렇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당연히 조심해야지. 남자는 아무 이유 없이 여자에게 잘해주지 않아. 틀림없이 속셈이 있지.]이서는 하나의 말에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했다.[알았어.][그래, 그럼 오늘 여기까지, 먼저 나갈게.]이서는 하나 쪽에서 와르르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대충 하나가 무엇을 하려고 할지 짐작이 가서 가볍게 웃으면 답장을 보냈다.[그래, 잘 자.]채팅방에 나왔고 이서는 눈을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은 여전히 게임에 집중하면서 다급하다는 듯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이서는 지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보...”이서의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지환의 몸을 순식간에 저릿하게 만들었다.모든 자잘한 생각들이 남김없이 하늘 끝까지 날아가 버렸다. 그는 손을 뻗어 이서의 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