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는 손을 휘저으며 입밖으로 힘겹게 몇 글자를 뱉어냈다.“하지 마...때리지...”“그렇지만 이서 언니...”이서는 천천히 일어나 기운 없이 말했다.“나 괜찮아, 가서 물 한 잔만 갖다 줘.”소희는 여전히 안심되지 않았지만 일어나 이서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물을 마신 이서는 비로소 안색이 좀 회복되었다.소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서 언니, 병원에 데려다 줄게.”이서는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아니야, 괜찮아. 오늘 일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지환 씨.”소희는 마음이 아파서 짠한 표정으로 이서 옆에 앉았다.“이서 언니...”“나는 정말 괜찮아...”이서는 눈을 뜨고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신은 다만 갑자기 그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을 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장면이 바로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할아버지는... 확실히 나를 대신해서 목숨을 잃으셨어요.’‘그러나 난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싶지 않고, 단지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야.’“이서 언니...”어쩔 줄 몰려 하는 이서를 보고 소희는 그녀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그제야 정신이 든 이서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소희야,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아!”소희는 자신이 들어온 이유가 기억났다.“은행 측은 공식적으로 오늘 발표가 났는데 이번 금요일에 민씨 그룹 인수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게 된대요.”“이번 주 금요일?” 이서는 소희가 건네준 태블릿을 들여다보았다.“다음 달이라고 하지 않았어?”“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은행 측에서는 이번 기회로 민씨 그룹을 빨리 재편할 생각인가 봐요.”이서도 역시 소희와 생각이 비슷했다. 은행이 재빨리 손을 쓸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 누가 보더라도 민씨 그룹은 이미 오랫동안 오너가 손을 놓은 채 정체 상태였다. 은행도 물론 민씨 그룹을 재빨리 다른 주인에게 넘길 수 있기를 희망
“하 대표님, 저... 뒤에서 윤이서 씨를 도와주고 있는 분이 대표님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저희 잘못입니다. 제가 당장 가서 직접 윤이서 씨께 사과드리겠습니다. 꼭 기회를 주십시오.”지환은 구두 발치를 꾹 밟으며 차갑게 말했다. “김 행장, 이 은행의 최대 지배주주가 누군지 알기나 아나?”김진석은 이를 악물고 몸서리를 쳤으며 대답했다. “하씨 그룹입니다!”“허!”지환의 얼굴에 웃음기가 퍼졌지만 그의 눈빛 속 냉기는 김진석을 얼려버릴 것처럼 차가웠다. “이 은행의 총책임자이면서도 3일 전에 이 은행이 내 소유가 되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내가 뭘 보고 당신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나?”김진석의 얼굴은 더욱 보기 딱해졌다.‘은행... 주인이 바뀌다니... 내가 행장으로서 이렇게 큰일이 일어난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게다가 하 대표님에게 밉보이기까지 하다니!’김진석은 이제 접싯물에 코 박고 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하 대표님, 이번 일은... 저는 정말...”“그만해!” 지환은 이미 김진석의 말을 계속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가서 이번 달 급여 정산받아. 그리고 오늘 일을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지...”김진석은 눈치가 빨라서,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지환에게 더 밉보였다가는 그 결과는 더욱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바로 눈치 있게 대답했다.“네.”은행을 나서자 김진석은 여전히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윤이서의 배후에 뜻밖에도 하지환이 있다니,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바로 이때 김진석의 전화가 울렸고, 발신자는 바로 윤수정이었다.윤수정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고 생각하자 김진석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윤수정 역시 자신이 미움을 사면 안되는 존재였다.이 여자의 배후에는 하은철이 있기 때문이었다.‘아이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겠네.’김진석은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휴대전화를 들었다.“여보세요, 윤수정 씨.”수정은 기분이 매우 좋은 목소리로 물
“쳇, 이게 뭐야. 우리 수정 씨에게 가장 대단한 것은 바로 윤씨 가문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거잖아? 수많은 사람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 수정 씨가 혼자 해냈어!”“맞아, 맞아!”어떤 사람은 즉시 아첨을 떨었다.“너희들은 그 윤이서가 윤씨 그룹을 강제로 빼앗아 갔지만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는 걸 알지? 반면에 우리 수정 씨는 회사도 없이 그대로 다시 4대 가문의 반열에 다시 올랐어.”이 사람들은 윤수정이 어떻게 민씨 그룹을 얻었는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윤수정은 민씨 그룹을 따낸 후 변신하여 4대 가문의 한가족이 되었다.이 신분은 아부는커녕 감히 미움을 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하나 제안합니다!”어떤 사람이 술잔을 들고 외쳤다“우리 함께 윤수정 가주에게 한 잔 올리자!”수정은 소리치는 4대 가주들 사이에서 만취상태로 잔을 들고 모든 사람들과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여러분, 오늘 밤 술은 다 제가 다 쏩니다. 내일 제가 민씨 그룹을 따내고 나면 각자 한 분당 하나씩 가방을 드릴게요.”수정의 이 말은 장내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최고조로 끌어올렸다.수정 쪽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이서 쪽은 매우 조용했다.지환이 이서 곁으로 가는 동안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걸었다.“뭐 보고 있어?”이서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지환을 보았다.“당연히 내가 쓴 대본을 보고 있지.”이서는 민씨 그룹 인수자 발표를 기다리는 대부분 시간을 창작에 할애했다.고통이 정말 사람에게 얼마나 영감을 주는지 모른다.치료가 시작되자 그녀의 영감은 더욱 샘솟았다.마치 매일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다 못하고 있는 것 같다.추상화는 이서가 비로소 문학에 눈을 뜬 것이라고 말했다.“뭐라고 썼는데?”지환은 이서가 최근에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는 매번 신비로웠다. 지환도 이서가 도대체 무엇을 쓰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이서는 지환을 보자 손으로 얼른 작품을 몸 밑으
이서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화면을 아래로 당기자 자신의 이름이 화면 가득 크게 세 글자가 나타나고 주변에 크고 붉은 꽃이 나풀나풀 맴돌았다.“나야! 은행이 날 선택했어!” 이서가 지환을 보며 깜짝 놀랐다.이번 건은 따낼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말로 자신이 민씨 그룹을 인수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의 마음은 마치 로켓을 탄 것처럼 하늘 높이 나는 것 같았다.지환은 이서를 껴안고 손을 들어 입술에 키스했다.“고작 민씨 그룹을 얻었을 뿐인데 그렇게 기뻐?”이서는 지환의 가슴을 밀었다.“이봐요, 하지환 씨, 너무 교만한 거 아니에요? 고작 민씨 그룹? 민씨 그룹을 가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엔터 업계 쪽만 보더라도 무슨 짓을 하건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걸요?”지환이 웃으며 대답했다.“너만 좋다면 나도 YS그룹을 떼어서 너 줄 수 있어.”이서는 지환을 흘겨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알았어. 그만 장난치지 말고 날 놀리지 마요!”“장난친 거 아니야. 난 진심이야!”지환은 이서의 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았다.“여보,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뭐든 당신에게 줄 수 있어.”“다 당신 거야? 웃기셔.” 이서가 지환의 품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해보니 축하 메세지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그녀가 채팅방을 열자 임하나는 이미 광적으로 흥분한 상태로 톡을 올리고 있었다.[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이게 사실이라니! 우리 자기가 정말 민씨 그룹을 따내다니, 누가 나 좀 꼬집어 봐, 빨리 말해줘, 나 꿈꾸는 거 아니지?]서나나와 심소희도 흥분한 상태였다.특히 서희는 직접 음성을 보내 단톡방에서 이서를 ‘규탄’했다.[이서 언니, 민씨 그룹을 따낼 거라는 거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이렇게 중요한 소식은 우리에게 미리 말했어야지!][그래, 맞아.]하나도 흥분을 가라앉힌 후 글을 올렸다.[너 솔직히 말해봐. 이 상황에서 너를 지지해준 사람이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하씨 그룹을 물리친 거야?][하
이서가 씩 웃었다.이서는 하나와 여러 해 동안 친구로 지냈기 때문에 하나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금방 눈치챘다.[그날 하은철의 작은 아빠에게 내가 직접 물었어.]이서가 난간을 등지고 지환을 바라보는데 지환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양미간이 잔뜩 몰려 있었다. 휘영청 밝은 불빛 아래 지환의 옆얼굴은 예전의 날카로운 이미지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온화해졌다.[나한테 사업 쪽 재능이 보여서 나를 지지한다고 했어.][자기야, 넌 아직도 너무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장사 머리 있는 사람인데, 왜 하필 네가 눈에 띄었겠느냐고. 좀 조심하는 편이 낫지 않아? 특히 지금 같은 때 너를 지지하는 것은 민씨 그룹의 일원이라고 보이게 할 수 있어. 때가 되어 민씨 그룹에 들어가면 너 조심해야 해.]이서는 잠시 중얼거렸다.[안심해, 하나야. 나도 내 주제와 분수를 아니까.][너한테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걱정 안 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르겠니? 그냥 나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나 유부녀인데, 설령 나한테 어떤 마음이 있어도 내가 싫다고 하면, 강요할 수 없잖아.][헤헤.]하나도 웃으며 이서의 말에 대답했다.[그건 꼭 그렇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당연히 조심해야지. 남자는 아무 이유 없이 여자에게 잘해주지 않아. 틀림없이 속셈이 있지.]이서는 하나의 말에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했다.[알았어.][그래, 그럼 오늘 여기까지, 먼저 나갈게.]이서는 하나 쪽에서 와르르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대충 하나가 무엇을 하려고 할지 짐작이 가서 가볍게 웃으면 답장을 보냈다.[그래, 잘 자.]채팅방에 나왔고 이서는 눈을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은 여전히 게임에 집중하면서 다급하다는 듯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이서는 지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보...”이서의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지환의 몸을 순식간에 저릿하게 만들었다.모든 자잘한 생각들이 남김없이 하늘 끝까지 날아가 버렸다. 그는 손을 뻗어 이서의 허리
하지만 김진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수정은 마음이 급해지자 다시 은행을 떠올렸다. 지금 이 시간이면 은행에 틀림없이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재빨리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아주 빨리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김진석 행장 어디 있어요? 김 행장 당장 바꿔요!”‘이렇게 큰 실수를 저지르다니, 김진석은 정말 살기 싫은가 봐!’전화를 받은 은행 관계자는 수정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고 되물었다.[김진석 행장이요? 무슨 김진석 행장? 여기 김진석 행장이라는 사람 없어요.]“뭐?” 수정은 큰 소리로 외쳤다.“지금 이 일이 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야. 가서 똑똑히 전해. 내 전화 계속 안 받으면 그 자리도 지키지 못할 거니까!”은행 직원은 어이가 없어 하며 대답했다.[고객님, 저희 지점에는 김 씨 성의 행장님이 안 계세요. 아, 이전 행장님은 김 씨 맞는데 이미 해직 처리되었습니다. 만약 무슨 문제가 있으시면 직접 연락해 보시면 될 것 같네요.]말을 마친 직원은 전화를 끊었다.수정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뭔가 떠올라서 다시 휴대전화를 들고 하은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수정은 주변을 하나도 의식하지 않고 울며불며 하은철에게 하소연했다.“은철 오빠, 나 대신 이 일에 힘써줘야죠. 민씨 그룹 나한테 주기로 했잖아요. 왜 지금 또 이서한테 넘어간 거예요? 이서는 할아버지까지 죽였는데, 아무런 처벌도 안받고 민씨 그룹까지 얻었잖아요! 이게 공평해요? 말도 안돼!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은철 오빠, 나를 봐서라도 꼭 공정하게 해 주세요!”지금 이 순간 수정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은철이 수정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은철은 넋이 나간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머릿속은 온통 은행이 발표한 민씨 그룹 인수자 선정 결과로 가득했다.며칠 전에 베일에 쌓인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서서 은행을 없어 하며.은철은 당시 은행 매입자가 누구일지 강하게 의심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을 밝
[은철 오빠, 나한테 이러면 안 돼...나한테 이러면 안 돼...나한테 감정이 하나도 없어도, 내가 오빠의 생명의 은인이잖아, 나 아니었으면 오빠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겠어? 오빠 정말... 진짜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지!]은철은 무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렇긴 하다.윤수정은 은철을 위험에서 구했다.하지만 요 몇 년 동안 은철도 여러 경로로 수정에게 은혜를 갚았다.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수정이 돈을 원하든 사람을 원하든 다 상관없지만, 은철은 앞으로 더 이상 수정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가 원하는 것은... 이서와 함께하는 것이었다.이 순간에야 은철은 비로소 자신이 이서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정말로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앉아서 이서를 잃을 수는 없었다.‘반드시 작은 아빠의 손에서 이서를 되찾을 거야.’이때 연속적으로 여러차례 충격을 받은 수정은 완전히 바닥에 쓰러졌다.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민씨 그룹 인수 건이 이미 확실히 결정되었고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즉시 하나둘씩 잇달아 떠났다.이렇게 큰 파티룸에 수정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수정은 갑자기 헤벌쭉 웃기 시작했다“허허... 허허, 윤이서, 너는 이렇게 하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잊지 마, 너는 윤씨 가문의 딸이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너는 아니야!”큰 파티룸에는 윤수정의 절망적인 절규가 울려 퍼졌다.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무수한 외로움만이 그녀를 겹겹이 감싸고 있었다....은행에서 민씨 그룹이 이서에게 인수될 것이라는 발표 후 인수 당사자인 이서가 참석해야 하는 간단한 행사가 있을 예정이었다.이서가 지환에게 물었다.“지환 씨, 나랑 같이 갈래?”민씨 그룹의 새로운 주인을 소개하는 날은 아주 시끌벅적할 것이었다.그날은 수많은 매체가 와서 상황을 중계할 것이다.이서는 그날 지환을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모든 사람들에게 지환이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이서의 애교에 지환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다행히 머릿속 마지막 한 가닥 남은 이성의 끈이 그를 제때에 붙잡았다.“여보, 나 정말 같이 못 가. 그 날... 그 날 중요한 선약이 있었어.”“무슨 중요한 일? 나보다 더 중요해?” 이서는 뾰로통하게 붉은 입술을 내밀며 몸을 돌렸다.그녀는 이번 인수인계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하연을 소개할 수 있기를 정말로 바랐다.하필 지환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지 않았다.이서는 이 상황이 정말 화가 나고 아쉬웠다.지환은은 이서의 허리를 껴안고 목덜미를 살짝 스치며, 낮고 울리는 목소리가 꽤 육감적이었다.“당신이 물론 첫 번째야. 하지만 당신의 인수인계식이 더 완벽했으면 좋겠어. 내가 안 나타났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하게 될걸?”“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라니.”지환의 말에 이서가 불쾌하게 대꾸했다.지환은 이서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이서는 상황을 보고 망설이다가 말했다.“미안, 내가 너무 진지했네. 별다른 뜻은 없었어. 이렇게 중요한 날에 당신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지환 씨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 지환 씨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어.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말하는 그런 것 말고!”지환은 고개를 숙이고 이서를 쳐다보았다.“사람들이 뭐라고 하는데?”이서는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그 말들은 너무 듣기 거북했다.이서는 결코 지환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말해봐.” 지환은 이서를 안고 다리 위에 앉혔다.“어디 들어나 봅시다.”“싫어.” 이서는 지환의 품에 머리를 묻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지환은 낮고 가볍게 웃으면서 거친 손가락으로 운서의 허리를 매만졌다. 사람을 끄는 목소리는 마치 첼로 연주음처럼 들렸다.“왜?”“좋은 말도 아닌데, 음...”지환의 차가운 입술이 갑자기 이서의 입술을 덮자 이서는 깜짝 놀랐다. 반항하려고 했지만 두 손이 지환에 의해 뒤로 잡혔다.그러자 모든 저항은 신음소리로 변했다.결국 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