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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하이먼 스웨이의 전화였다.

이서가 얼른 받았다.

“선생님.”

“에휴, 이서야, 미안해. 사과하려고 전화했어.”

예전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사라지고, 피곤에 찌든 사람 같은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그날 일은 가은이가 잘못했다. 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 말씀 마세요.”

“아니, 이서야, 내가 사과하지 않으면 평생 마음이 불편할 거 같아.”

하이먼 스웨이는 억지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서야, 우리 착한 이서. 그날 많이 속상했지...”

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의 하이먼 스웨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침묵하고 있었다.

한때 친 모녀처럼 살갑던 두 사람, 이서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비록 아쉽긴 하지만, 이서는 하이먼 스웨이를 ‘엄마’라고 부른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지내는 동안 이서는 모성애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다.

“모레 가은이 데리고 돌아갈 거야.”

하이먼 스웨이가 숨을 들이쉬고는 말을 이었다.

“아마 M 국에 먼저 갈 거 같아.

이서야, 혹시 필요한 거 있어? 내가 사다 줄게.”

“아니에요.”

이서도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 원하는 바를 이루셨으니, 그걸로도 저는 이미 너무 행복하고 기쁩니다.”

하이먼 스웨이는 가슴이 찌릿했다.

‘이서... 너무 착해.’

하지만 너무 착한 아이는 늘 손해를 보게 된다.

하이먼 스웨이는 진지하게 고민을 마친 후 입을 열었다.

“이서야, 내일 배역 오디션 있거든. 캐스팅 디렉터가 나랑 가까운 사이야. 그분의 문학 수준도 상당히 높거든. 절대 나보다 못하지 않아.

앞으로 글을 쓰다 문제가 생기면 그분 찾아가.

“네.”

이서는 침대에 천천히 앉아 무릎을 안았다. 왠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두 사람이 자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나한테 물어봐도 되고. 다만 시차 때문에...”

하이먼 스웨이는 급히 설명을 덧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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