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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지환을 맞닥뜨렸을 때 이서는 마치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았다.

“지환 씨, 빨리 할아버지를 구해요. 총에 맞으셨어…….”

하경철이 지환을 보았을 때 이미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고,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환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무릎을 꿇고 하경철을 일으켜 부축해서 성큼성큼 입구로 걸어갔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민호일 옆을 지날 때 민호일을 발로 한 번 냅다 걷어찼다.

민호일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하경철을 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멀어진 지환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뭐야? 윤이서 남편이 진짜 하은철 작은아버지 회사의 직원일 뿐이야? 왜 그가 하필 지금 여기 나타난 거지?”

마침 민호일의 곁을 지나던 이천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누가 사모님 남편더러 직원이라고 말하던가요?”

민호일은 이천 쪽으로 확 고개를 들었다.

그는 전에 이천을 본 적이 있다.

“너…… 너 하지환의 비서 맞잖아? 너는 또 왜 여기 있어?”

이천은 민호일이 정말 불쌍하고 살아갈 희망도 전혀 없는 것을 알았다. 민호일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여기가 하지환 대표의 집인데 자기 집에 일이 생겼으니 본인이 온 거죠. 이제 아시겠어요?”

민호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상황을 들은 모든 사람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없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이천은 그를 흘겨보고 그와 불필요한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입구로 가려던 참에 민호일이 이천의 허벅지를 덥석 잡고 매달렸다.

“다시 한 번 똑똑히 말해봐! 도대체 여기가 누구 집이라고?”

어쨌든 민호일은 윤이서가 하지환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이천은 동정의 눈초리로 민호일을 흘겨보았다.

“잘 들으세요. 하지환 대표님과 윤이서 사모님 집이라고요. 이제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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