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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의사는 이서를 향해 속수무책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심장에 총알을 맞았으니 기적이 일어난 데도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의사의 말을 전해 들은 이서는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하은철과 하도훈도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선생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하은철은 의사의 팔을 잡았다.

“뭐라도 해봐요. 아무리 비싼 의료기구라도 제가 다 공급해 드릴 테니 저희 할아버지 꼭 좀 살려주세요. 돈은 얼마나 들어도 괜찮아요. 우리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의사는 고개를 숙였다가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하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하경철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삽시간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서의 훌쩍이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깼다.

갑자기 하은철의 격노한 목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

“말도 안 돼요. 우리 할아버지 얼마나 건강하셨는데……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 들어가셔서 뭐라도 해보세요!”

의사는 난처했다.

“진정하세요. 어르신 마지막 얼굴 보셔야지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역시 하도훈이었다.

그는 하은철을 붙잡고 말했다.

“어서 들어가자.”

하은철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곧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이서와 수정만 남았다.

수정은 굳게 닫힌 응급실 문을 보며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하경철이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은철과의 결혼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드디어 사라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감이 죽으면 더 이상 내가 하씨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을 사람이 없겠지.’

하씨 집안의 작은 사모님이 되면, 첫 번째 할 일이 바로 노인네의 산소에 가서 결혼 사실을 알려주고, 그 노인네가 죽어서도 편히 못 쉬게 할 예정이다.

“연기 이제 그만하지 그래?”

옆에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서를 본 수정은 대놓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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