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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응급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이서를 본 지환은 그녀의 얼음장 같은 손에 키스했다.

“먹을 거 좀 사 올게, 얌전히 여기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이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환이 자리를 비우자, 이서는 홀로 사막에 버려진 사람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며 그녀를 무참히 짓밟았다.

머릿속에는 하경철이 쓰러지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그녀는 불안한 듯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껴안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만약 할아버지께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내가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거야.’

‘이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아껴준 사람은 할아버지가 처음이었어.’

이서는 일찍이 하경철을 자신의 친할아버지로 생각했다.

바로 이때, 복도에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

“어떻게 된 거야? 할아버지가 왜 입원하셨어?!”

하은철은 할아버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의 뒤를 따른 사람은 하도훈이었다.

하도훈 역시 온 얼굴이 땀투성이였다.

이서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얼룩진 화장기 없는 얼굴 보는 사람마저 애처롭고 안쓰럽게 느꼈다.

하은철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조급해 말고 천천히 얘기해 봐.”

이서는 말문을 열기도 전에,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제대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

하은철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얼른 이서를 일으켰다.

“이서야, 뭔 일인지 천천히 말해봐.”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이서는 하은철에게 들려 일어났다.

병원에 막 도착한 윤수정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열받아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러고도 네가 오빠를 꼬시지 않았다는 말이야?’

‘오빠에게 찰싹 붙어 있으면서 꼬시는 게 아니라고?’

수정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찌르며 고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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