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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하은철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복수해야겠어요. 피 값은 피로 받아야죠. 민호일…….]

“걱정 마. 이미 사람 붙였어.”

[그래요? 잡으면 꼭 저에게 넘겨요.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느끼게 해줄 테니까.]

지환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

“다른 건? 장례식은……?”

[고마워요. 장례식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마 이서가 와서 도울 거예요.]

지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서……? 왜 이서가……?”

하은철은 지환이 이상하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서가 한다고 했어요.]

“명분이 없잖아?”

이서가 하경철의 장례식을 거든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장례식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의 신분도 숨길 수 없게 될 텐데…….

[그렇긴 하죠. 하지만 할아버지를 편히 모셔야 마음이 편해질 거 같다고…… 할아버지 일에 대해 아무도 이서를 탓하지 않겠지만, 이서는…… 자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요…….]

일순 두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사실 이서와는 상관이 없지만,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하은철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이제야 할아버지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말인데……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이서와 결혼할 생각이에요.]

지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자식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서 이미 결혼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는 하은철의 허황된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알아요.]

하은철은 차가운 유리장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여느 때보다 머리가 냉정했다. 사실 그도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미 이서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다만 할아버지가 계속 강요하던 결혼이라 오히려 반감이 생겨 줄곧 부정해 왔다.

또 다른 원인은 윤수정 때문이었다. 윤수정이 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따라서 그는 차마 윤수정을 내칠 수 없었다. 그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런 책임감은 그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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