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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아버지가 북성시를 떠났을 때 하씨 집안과 깔끔하게 인연을 끊었어야 했어.’

같은 시각, 질투에 불타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윤수정이었다.

‘뻔뻔한 년, 영감쟁이 돌아간 틈을 노려 대놓고 오빠를 꼬시다니. 오빠는 왜 이 여우 손에 놀아나는 거야?’

“오빠, 할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가실 수 있어?”

윤수정은 이서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은철은 그녀의 울분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조용히 해. 옆에서 징징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잖아!”

운수정은 눈물을 훔치는 동작을 멈췄다.

“이서야.”

하은철은 이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목소리는 한껏 부드러웠다.

“일어나, 집에 들어가 좀 쉬어. 너무 자책하지 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 너와 아무 상관없어. 너 잘못 아니라고.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모두 민호일 그놈 짓이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이서는 맥없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나 여기 있을게. 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해드리고 싶어.”

하은철과 파혼까지 한 마당에 자리를 지킬 명분은 없지만, 이서는 이것저것 잴 여유가 없었다. 다만 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최선을 다해 모시기로 마음먹었다.

할아버지가 민호일에게 살해된 건 맞지만, 그래도 그녀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테니.

‘할아버지를 편히 보내 드려야 해…….’

그래야 그나마 자기 마음속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은철은 이서가 이대로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

“먼저 좀 들어가 쉬어. 그래야 장례를 치를 기운이 있지 않겠어?”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라, 이서는 하은철의 말대로 먼저 집에 가 쉬기로 했다.

하은철은 즉시 사람을 보내 이서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이서가 떠나는 것을 확인한 지환은 비상계단 뒤에서 나와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서를 뒤따라갔다.

이서가 자리 뜬 것을 확인한 윤수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코를 훌쩍거리며 하은철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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