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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하은철은 윤수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서에게 말했다.

“들어가. 할아버지가 할 말 있으시대.”

그 말을 듣고 이서는 간호사의 팔을 뿌리치고 눈물을 닦으며 하은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실은 피 냄새가 진동했다.

하경철의 가슴에 박힌 총알은 꺼냈다. 총알은 흰색 쟁반 위에서 유난히 눈부셨다.

이서는 빠른 걸음으로 하경철 앞에 다가갔다. 입을 열기도 전에 눈물이 이미 떨어졌다.

“할아버지…….”

하경철은 이서의 부름에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손을 들어 이서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팔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워 도무지 들 수 없었다.

“이서야…… 할애비가…… 네 할머니의 부름을 들은 것 같아…… 우리 곧 만날 거야…….”

“안 돼요, 할아버지, 안 돼요…….”

생사 앞에서 그 어떤 말도 힘이 없다는 것을 이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너무 슬퍼하지 마, 할애비…… 할애비는 살 만큼 살았다…… 네가 은철과 결혼해서 내 소원을 이루었더라면, 난 아마도 지금까지 살지도 못했을 거야…….”

“할아버지…….”

“이서야, 할애비 곧 떠날 거야. 떠나기…… 전에 이 할애비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있겠냐?”

이서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경철의 입가에 드디어 가벼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래…… 할애비가 이뻐한 보람이 있네…….”

“할아버지.”

“은철아, 이리 와…….”

하은철은 입술을 오므리고 다가왔다.

그의 몸도 심하게 떨렸지만 꾹 참았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손 줘봐!”

하경철은 힘겹게 손을 들었다.

하은철은 급히 손을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할아버지는 또 이서에게 말했다.

“이서야…….”

이서도 얼른 손을 하경철에게 건네주었다.

하경철은 힘겹게 두 사람의 손을 함께 포개놓으려고 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그는 생명의 기운이 점차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는 두 젊은이의 손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서야, 내 마지막 부탁이야…… 은철 옆에서 함께 해줘라. 이 녀석을 너에게 맡겨야 내…… 내가 안심하고…… 갈 수 있을 거 같아.”

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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