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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Author: 시해나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군.”

민호일은 총으로 이서의 머리를 힘껏 내리치고는 뼈에 사무치는 딸의 불행에 대해 이서의 살을 씹고 뼈를 갈아 마시는 처절한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의 피맺힌 원한을 다 갚을 수는 없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는 눈빛에 살기가 등등하여 이서를 쏘아보았다.

이서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민호일을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이제 와서 대표님이 저를 죽여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차라리 제가 대표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이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곁눈질로 이미 몰래 경찰에 신고한 서경화를 바라보았다.

서경화의 빠른 대처 덕분에 이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서경화가 뜻밖의 위험에 직면해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니가 나를 위해 뭘 할 수 있는데?!”

민호일의 분노한 목소리에 이서는 다시 민호일을 바라보았다.

“네까짓 게 나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바로 너 때문에, 내 딸이 미쳤고, 아내가 감옥에 들어갔고, 내 회사도 없어졌어!”

“네가 우리 가족을 망쳤어! 너도 똑같이 패가망신을 맛보게 될 거야!”

이서가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에 하경철이 먼저 이서 앞으로 나섰다.

“이봐, 민 대표, 마음을 좀 가라앉히게. 이서의 말도 일리가 있네. 자네가 이렇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질 뿐이야.”

“내 말 듣고 총 내려놔. 자네 회사 일, 하씨 집안에서 나서서 해결할 수 있어. 우리 집안이 이정도 능력이 있다는 것만 믿어주게.”

이서의 이마를 겨눈 총구가 약간 느슨해지자, 이서는 민호일을 설득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돌아서며 말했다.

“맞아요, 민 대표님, 4대가문 중 하나로 어렵게 일군 민씨 가문이 이렇게 없어지는 걸 원치 않으시잖아요?”

하경철과 이서의 설득에 민호일의 분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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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는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은 제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이전 사장님이예요. 그 분이 저를 돕고 있는 이유는 설명하기가 좀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그 사람 때문에 저희 부부가 하마터면 이혼할 뻔 한적이 있어서 미안한지 저희한테 잘해줘요. 마음의 빚이 있나 봐요. 그래서 저를 돕는 거예요.”민호일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지금 네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냐?”이서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어갔다.“제가 민대표님을 속여서 뭐하겠어요? 생각해 보시면, 제가 만약 하은철의 작은아버지와 관계가 깊다면, 처음부터 GM그룹을 위해 여기저기 남에게 부탁하러 다닐 필요가 있었겠어요?”이서의 이 말은 민호일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지만 하경철은 여전히 이서의 말을 다 믿을 수 없었다.하경철은 지환의 사람됨이 좋지 않다는 것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정말 이서와 그녀의 남편의 감정을 깨지도록 만든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가 의도한 짓임에 틀림없다.하경철이 아는 지환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이서와 그의 남편에게 미안해서 만회하기 위한 도움을 줄 리가 없는 사람이었다.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지환이 이서를 돕고 있는지 확실한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특히 지금 같은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더 그랬다.“하하하하하.” 민호일은 갑자기 머리를 쳐들고 크게 웃었다.“나는 네가 하은철의 작은아버지와 관계가 있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오늘은 너 죽고 나 죽는 건데 내가 뭐가 더 무섭겠어?”그는 이서에게 다시 한번 총구를 겨누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이서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어느새 민호일의 뒤쪽으로 몰래 돌아간 서경화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하지만 황급히 시선을 돌려 민호일에게 들키지 않았다.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이서는 민호일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계속 말을 걸었다.“잠깐만요, 민 대표님, 정말 잘 생각한 거 맞죠? 지금 여기서 저를 죽이면 대표님에게도 더 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620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지환을 맞닥뜨렸을 때 이서는 마치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았다.“지환 씨, 빨리 할아버지를 구해요. 총에 맞으셨어…….”하경철이 지환을 보았을 때 이미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고,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지환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무릎을 꿇고 하경철을 일으켜 부축해서 성큼성큼 입구로 걸어갔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민호일 옆을 지날 때 민호일을 발로 한 번 냅다 걷어찼다.민호일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하경철을 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멀어진 지환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뭐야? 윤이서 남편이 진짜 하은철 작은아버지 회사의 직원일 뿐이야? 왜 그가 하필 지금 여기 나타난 거지?”마침 민호일의 곁을 지나던 이천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누가 사모님 남편더러 직원이라고 말하던가요?”민호일은 이천 쪽으로 확 고개를 들었다.그는 전에 이천을 본 적이 있다.“너…… 너 하지환의 비서 맞잖아? 너는 또 왜 여기 있어?”이천은 민호일이 정말 불쌍하고 살아갈 희망도 전혀 없는 것을 알았다. 민호일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여기가 하지환 대표의 집인데 자기 집에 일이 생겼으니 본인이 온 거죠. 이제 아시겠어요?”민호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상황을 들은 모든 사람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없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이천은 그를 흘겨보고 그와 불필요한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입구로 가려던 참에 민호일이 이천의 허벅지를 덥석 잡고 매달렸다.“다시 한 번 똑똑히 말해봐! 도대체 여기가 누구 집이라고?”어쨌든 민호일은 윤이서가 하지환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이천은 동정의 눈초리로 민호일을 흘겨보았다.“잘 들으세요. 하지환 대표님과 윤이서 사모님 집이라고요. 이제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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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응급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이서를 본 지환은 그녀의 얼음장 같은 손에 키스했다.“먹을 거 좀 사 올게, 얌전히 여기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이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지환이 자리를 비우자, 이서는 홀로 사막에 버려진 사람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며 그녀를 무참히 짓밟았다.머릿속에는 하경철이 쓰러지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그녀는 불안한 듯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껴안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만약 할아버지께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내가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거야.’‘이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아껴준 사람은 할아버지가 처음이었어.’이서는 일찍이 하경철을 자신의 친할아버지로 생각했다.바로 이때, 복도에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어떻게 된 거야? 할아버지가 왜 입원하셨어?!”하은철은 할아버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그의 뒤를 따른 사람은 하도훈이었다.하도훈 역시 온 얼굴이 땀투성이였다.이서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눈물로 얼룩진 화장기 없는 얼굴 보는 사람마저 애처롭고 안쓰럽게 느꼈다. 하은철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조급해 말고 천천히 얘기해 봐.”이서는 말문을 열기도 전에,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제대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미안해…….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하은철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얼른 이서를 일으켰다.“이서야, 뭔 일인지 천천히 말해봐.”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이서는 하은철에게 들려 일어났다.병원에 막 도착한 윤수정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열받아 돌아버릴 것 같았다.‘이러고도 네가 오빠를 꼬시지 않았다는 말이야?’‘오빠에게 찰싹 붙어 있으면서 꼬시는 게 아니라고?’수정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찌르며 고통의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622화

    의사는 이서를 향해 속수무책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심장에 총알을 맞았으니 기적이 일어난 데도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의사의 말을 전해 들은 이서는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하은철과 하도훈도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선생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하은철은 의사의 팔을 잡았다.“뭐라도 해봐요. 아무리 비싼 의료기구라도 제가 다 공급해 드릴 테니 저희 할아버지 꼭 좀 살려주세요. 돈은 얼마나 들어도 괜찮아요. 우리 할아버지 살려주세요…….”의사는 고개를 숙였다가 하은철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이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하경철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삽시간에 적막감이 감돌았다.이서의 훌쩍이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깼다.갑자기 하은철의 격노한 목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말도 안 돼요. 우리 할아버지 얼마나 건강하셨는데……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지금! 당장! 들어가셔서 뭐라도 해보세요!”의사는 난처했다.“진정하세요. 어르신 마지막 얼굴 보셔야지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역시 하도훈이었다.그는 하은철을 붙잡고 말했다.“어서 들어가자.”하은철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곧 중환자실로 들어갔다.복도에는 이서와 수정만 남았다.수정은 굳게 닫힌 응급실 문을 보며 입꼬리를 치켜세웠다.하경철이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은철과의 결혼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드디어 사라지게 되었으니 말이다.‘영감이 죽으면 더 이상 내가 하씨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을 사람이 없겠지.’하씨 집안의 작은 사모님이 되면, 첫 번째 할 일이 바로 노인네의 산소에 가서 결혼 사실을 알려주고, 그 노인네가 죽어서도 편히 못 쉬게 할 예정이다.“연기 이제 그만하지 그래?” 옆에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서를 본 수정은 대놓고 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623화

    하은철은 윤수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서에게 말했다.“들어가. 할아버지가 할 말 있으시대.”그 말을 듣고 이서는 간호사의 팔을 뿌리치고 눈물을 닦으며 하은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응급실은 피 냄새가 진동했다.하경철의 가슴에 박힌 총알은 꺼냈다. 총알은 흰색 쟁반 위에서 유난히 눈부셨다.이서는 빠른 걸음으로 하경철 앞에 다가갔다. 입을 열기도 전에 눈물이 이미 떨어졌다.“할아버지…….”하경철은 이서의 부름에 눈동자가 커졌다.그는 손을 들어 이서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팔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워 도무지 들 수 없었다.“이서야…… 할애비가…… 네 할머니의 부름을 들은 것 같아…… 우리 곧 만날 거야…….”“안 돼요, 할아버지, 안 돼요…….”생사 앞에서 그 어떤 말도 힘이 없다는 것을 이서는 그제야 깨달았다.“너무 슬퍼하지 마, 할애비…… 할애비는 살 만큼 살았다…… 네가 은철과 결혼해서 내 소원을 이루었더라면, 난 아마도 지금까지 살지도 못했을 거야…….”“할아버지…….”“이서야, 할애비 곧 떠날 거야. 떠나기…… 전에 이 할애비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있겠냐?”이서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경철의 입가에 드디어 가벼운 미소가 지어졌다.“그래…… 그래…… 할애비가 이뻐한 보람이 있네…….”“할아버지.”“은철아, 이리 와…….”하은철은 입술을 오므리고 다가왔다.그의 몸도 심하게 떨렸지만 꾹 참았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손 줘봐!” 하경철은 힘겹게 손을 들었다.하은철은 급히 손을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할아버지는 또 이서에게 말했다.“이서야…….”이서도 얼른 손을 하경철에게 건네주었다.하경철은 힘겹게 두 사람의 손을 함께 포개놓으려고 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그는 생명의 기운이 점차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는 두 젊은이의 손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었다.“이서야, 내 마지막 부탁이야…… 은철 옆에서 함께 해줘라. 이 녀석을 너에게 맡겨야 내…… 내가 안심하고…… 갈 수 있을 거 같아.”하경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624화

    ‘아버지가 북성시를 떠났을 때 하씨 집안과 깔끔하게 인연을 끊었어야 했어.’같은 시각, 질투에 불타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윤수정이었다.‘뻔뻔한 년, 영감쟁이 돌아간 틈을 노려 대놓고 오빠를 꼬시다니. 오빠는 왜 이 여우 손에 놀아나는 거야?’“오빠, 할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가실 수 있어?” 윤수정은 이서처럼 울기 시작했다.그러나 하은철은 그녀의 울분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전혀 없었다.“조용히 해. 옆에서 징징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잖아!”운수정은 눈물을 훔치는 동작을 멈췄다.“이서야.” 하은철은 이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목소리는 한껏 부드러웠다.“일어나, 집에 들어가 좀 쉬어. 너무 자책하지 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 너와 아무 상관없어. 너 잘못 아니라고.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모두 민호일 그놈 짓이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이서는 맥없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나 여기 있을게. 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해드리고 싶어.”하은철과 파혼까지 한 마당에 자리를 지킬 명분은 없지만, 이서는 이것저것 잴 여유가 없었다. 다만 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최선을 다해 모시기로 마음먹었다.할아버지가 민호일에게 살해된 건 맞지만, 그래도 그녀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테니.‘할아버지를 편히 보내 드려야 해…….’그래야 그나마 자기 마음속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았다.하은철은 이서가 이대로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먼저 좀 들어가 쉬어. 그래야 장례를 치를 기운이 있지 않겠어?”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라, 이서는 하은철의 말대로 먼저 집에 가 쉬기로 했다.하은철은 즉시 사람을 보내 이서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이서가 떠나는 것을 확인한 지환은 비상계단 뒤에서 나와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서를 뒤따라갔다.이서가 자리 뜬 것을 확인한 윤수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러고는 코를 훌쩍거리며 하은철의 곁으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625화

    하은철이 보낸 사람은 이서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이서는 일찌감치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서경화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갔다.기사는 이서를 알뜰살뜰 살피는 서경화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아주머니는 살뜰한데, 남편은 어디 간 거야? 당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참 이상해.”기사가 차를 몰고 나간 뒤 얼마되지 않아 방금 전 그가 주차했던 위치에 다른 차 한 대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주차했다.곧 차문이 열리고, 지환이 차 안에서 나와 집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이서를 껴안았다.따뜻하면서도 익숙한 품에 안긴 이서는 지환의 품 안을 필사적으로 파고들었다.지환은 이서의 등을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아무 말없이 조용히 안아줬다.지금은 조용히 옆에 있어 주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지환 품에 안긴 이서는 드디어 깊은 잠에 들었다.눈물로 얼룩진 품속의 이서를 보니 지환은 마음이 아려왔다.이서에게 하경철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으니 아마 오랜 시간이 걸려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그는 가볍게 이서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도착하자, 동작은 더욱 가볍고 부드러웠다. 비록 그의 동작이 이미 충분히 가볍고 부드러웠지만 이서를 침대에 눕히는 순간 품 안의 사람은 불안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지환은 몸을 숙여 이서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이서는 그제야 찌푸린 미간을 살짝 폈다.지환의 눈동자 속에 깃든 긴장도 서서히 풀렸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태블릿을 들고 민호일의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갑자기 전화가 울렸다.지환은 발신자 번호를 슬쩍 확인하고는 받지 않았다.하은철의 전화였다.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하은철이다.그는 자기 기분을 참지 못하고 그를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와 이서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장애물을 하은철이 만든 셈이다.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그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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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철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복수해야겠어요. 피 값은 피로 받아야죠. 민호일…….]“걱정 마. 이미 사람 붙였어.”[그래요? 잡으면 꼭 저에게 넘겨요.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느끼게 해줄 테니까.]지환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다른 건? 장례식은……?”[고마워요. 장례식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마 이서가 와서 도울 거예요.]지환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서……? 왜 이서가……?”하은철은 지환이 이상하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서가 한다고 했어요.]“명분이 없잖아?”이서가 하경철의 장례식을 거든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장례식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의 신분도 숨길 수 없게 될 텐데…….[그렇긴 하죠. 하지만 할아버지를 편히 모셔야 마음이 편해질 거 같다고…… 할아버지 일에 대해 아무도 이서를 탓하지 않겠지만, 이서는…… 자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요…….]일순 두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사실 이서와는 상관이 없지만,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그리고…….]하은철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저도 이제야 할아버지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말인데……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이서와 결혼할 생각이에요.]지환은 눈을 가늘게 떴다.‘저 자식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이서 이미 결혼한 걸로 알고 있는데?!”그는 하은철의 허황된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알아요.]하은철은 차가운 유리장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여느 때보다 머리가 냉정했다. 사실 그도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미 이서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다만 할아버지가 계속 강요하던 결혼이라 오히려 반감이 생겨 줄곧 부정해 왔다.또 다른 원인은 윤수정 때문이었다. 윤수정이 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따라서 그는 차마 윤수정을 내칠 수 없었다. 그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런 책임감은 그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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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6화

    차가 심씨 가문의 고택에 다다르자, 이서는 가장 먼저 지엽을 발견했다.지엽 역시 차에서 내리는 지환을 보고 얼굴이 굳어 버렸는데, 특히 이서가 자연스레 지환의 팔짱을 낀 순간, 지엽의 눈썹이 몇 번이나 심하게 떨렸다. “두 사람...” 지엽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고택의 대문이 열리며 소희가 나왔다. “오셨네요!” 몇 초 후, 두 사람이 팔짱을 낀 모습을 본 소희는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두 분... 화해하신 거예요?” 이서는 지엽의 반응을 슬쩍 살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됐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지엽이 떠난 뒤에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희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하나 언니는 아직 모르죠? 지금 바로 알려줘야겠어요!” 이서는 다급하게 소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 “잠깐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소희 씨 얘기부터 하자. 지엽아, 얼른 조사한 결과부터 소희 씨한테 보여줘.”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이 함께 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고, 이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희에게 조사 결과를 건넸다. “소희 씨에게 누명을 씌운 건 심태윤이었어요. 소희 씨가 여태 친동생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이요.”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 쪽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그 안에 다 적혀 있으니까 잘 읽어보면 돼요...” 지엽이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서야, 잠깐 나랑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서는 지환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서가 지환의 팔에서 손을 빼내려 하자, 지환은 더욱 강하게 이서의 손을 잡았다. 이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지환을 올려다보며 눈빛으로 놓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 대표님, 제가 이서랑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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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같이 먹고, 같이 잔다고요?”지환은 그 말에 이서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채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지만,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응, 어쩔 수 없잖아. 어둠의 호리병을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겠어요.” 지환의 미소는 더 깊어졌는데, 그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하도훈은 언제 처리할 수 있어요? 설마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죠?” 지환은 깊은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이 다크 웹의 1위와 2위의 위치만 알아낸다면, 하도훈과 정면 승부를 가릴 수 있을 텐데 말이지...”“어둠의 호리병은 그 둘의 위치를 모르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둠의 호리병도 순위에 올라 있는 킬러일 뿐, 그 사람들과 친구는 아니거든.” “단서도 전혀 없어요?” 지환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없어.” 이서는 실망이라기보다는 하도훈이라는 골칫거리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럼, 우린 이제 어디로 가요?” “회사로.” 고개를 끄덕인 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두 사람이 탄 차는 윤씨 그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서는 지엽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 씨에 대한 일은 어느 정도 해결된 거야?”이서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얼른 가서 소희 씨한테 알려줘. 분명히 엄청나게 기뻐할 거야.” 수화기 너머의 지엽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이서야, 난 소희 씨랑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라 조금 어색한데, 네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이서는 곁눈으로 지환을 한 번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았어.” 그 순간, 이서를 태우고 있던 지환은 잠시 핸들을 놓칠 뻔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4화

    “고이서를 바로 내쫓으면 분명 편하긴 하겠죠. 하지만 내 손에 있는 윤씨 그룹의 자산 중 일부는 원래 윤씨 가문의 것이었어요.”“그 인간들의 만행이 제대로 폭로되지 않으면, 과거 윤씨 그룹에 몸담았던 몇몇 내부 인사들은 고이서와 손을 잡고 말 거예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지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고이서를 회사의 대표 자리에 앉힌 거야? 그 여자가 빨리 본색을 드러내도록 하려고?” “네.”짧게 대답한 이서는 무심코 거울 속 자신을 보았고, 활짝 웃고 있는 자기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하지환 씨 앞에 서면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서에게 더 난감한 것은 지환이 자신의 정체를 속였던 일조차 잊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 내려오라고 한 거예요?”아래층으로 내려온 이서는 지환의 차에 올랐다. “하도훈이 이렇게 오랫동안 잠적한 이유가 뭔지 알아?”“자식을 만드느라 바쁜 거겠죠.” “맞아.”“그동안 꽤 많은 여자를 만났고, 그중 한 여자가 진짜로 임신했다더라.” 이서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그럼 이제 하도훈이 다시 우리한테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는 거네요?” 지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지환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그 표정은 또 뭐예요? 설마... 예전에 내가 하도훈한테 여자를 붙여보라고 했던 그 작전을...”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 임신했다는 여자, 하지환 씨가 보낸 사람이에요?” “아니었으면 한 번에 임신했을 리가 없잖아.” 이서는 입을 살짝 벌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럼 그 아이는 하도훈의 아이가 아닌 거예요?” 지환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도훈은 그 사실을 알면 미쳐버릴 거예요.” “미치면 더 좋지 않아?” 지환은 담담하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3화

    모두 반대의 목소리뿐이었지만, 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불만 있으면 사직서 쓰세요.” 이 한마디에, 회사 고위층들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서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오늘부터 고 팀장님이 아닌 고 대표님이 된 거예요.”‘고 대표’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이서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새어 나오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너무나 큰 기쁨에,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니 말이다.“저는 이만 가 볼게요.” 이서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사무실을 떠났고, 고이서는 문이 닫힌 후에도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5분이 지나도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서의 책상으로 다가가 나뭇결을 쓰다듬었다. ‘이제 이 모든 건 다 내 거야...!’ 고이서는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대형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는 순간, 마치 가죽 의자가 아니라 구름 위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자리만 차지하면... 다시 예전처럼 호화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거야. 원하는 대로 화려한 드레스를 사고, 반짝이는 보석도 망설임 없이 살 수 있고... 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되겠지! 아,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내 마음대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고이서의 마음이 격렬히 요동치던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이서는 마치 제 발 저린 도둑처럼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고, 몇 초가 지나서야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김하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 팀장님, 회의 시간이 다 됐습니다.” ‘고 팀장’이라는 호칭에 고이서는 속으로 불쾌감을 느꼈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김하늘’이라는 이름을 새겨 두었다.‘며칠만 지나면 내가 정식으로 대표가 될 텐데, 그때 가장 먼저 잘라버릴 사람은 바로 네가 될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김하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2화

    고이서는 이서가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성지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윤이서는 사실 아주 멍청한 사람이야.”“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하은철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을 두고, 굳이 가난한 남자를 택했겠니?” 고이서는 예전에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윤이서가 정말 그렇게 멍청하다면, 누구도 살리지 못했던 회사를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일으켜 세우고, H 국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만들진 못했을 거야.’‘그것도 혼자만의 힘으로.’‘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윤이서는 정말 멍청한 것 같아.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니까?’‘이 회사의 대표가 된 것도 전부 운 덕분이었던 것 같아.’ “고 팀장님?”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이서는 정신을 차렸다. “네, 대표님.” 이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큰 일이에요. 오늘은 제가 한 말을 잊어버린 정도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계약서 서명 같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고 팀장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잠시 쉬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제가 쉬는 동안 회사 일은 누구한테 맡겨야 할까요?”이서는 갑자기 고이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래요, 고 팀장님! 고 팀장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고이서는 당황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 팀장님이 꼭 저를 도와줘야 해요. 고 팀장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회사에는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고이서는 일부러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감히...”“별거 아니에요. 제가 쉬는 동안 회사 운영만 도맡아주면 돼요. 저는 회복하는 대로 다시 돌아올게요.” 고이서는 겉으로는 고개를 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렇게 큰 회사를 저한테 맡기셨다가 큰 문제라고 생기면 어떡하시려고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고이서는 속으로 이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1화

    하지만 한 회사의 대표는 곧 하늘과도 같았다. “아직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서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한 김하늘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그 사무실에도 CCTV가 있을 거 아니에요. 당장 영상 자료를 가져와 보라고요!” 김하늘은 당황하며 말했다. “대표님,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굳이 대표님께서 무안해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아.’ 이 정도의 생각은 김하늘도 하고 있었으나, 이서는 아주 단호했다.“됐고, 당장 가져오세요.” 김하늘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고이서는 의아해졌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비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그럼 설마...’ ‘그 꽃차가 효과를 나타낸 건가?’이 가능성이 떠오르자 고이서는 속으로 흥분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 “대표님께서 CCTV를 보자고 하신다면 봐야죠. 만약 저희가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대표님께서도 정확하게 설명해 주실 겁니다. 그렇죠, 대표님?”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건 작은 일이 아니니까요.” “만약 김 비서가 잘못 전한 거라면 엄하게 처벌하고, 정말 내가 말해놓고 잊어버린 게 맞다면, 그땐 분명히 사과할게요.” 이쯤 되니 김하늘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다. 김하늘은 결국 CCTV 영상을 가져왔고, 영상 속에는 이서가 몇 번이나 김하늘에게 지시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고 팀장님을 불러주세요.”심지어 몇 분 간격으로 반복해서 지시하는 모습도 있었다. 이서는 그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짜... 내가 한 말이 맞다고...? 그런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지?”“김 비서, 미안해요. 정말 기억이 안 나서 그랬어요.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너무 미안해서 가방을 하나 선물로 주고 싶은데, 오늘 퇴근하기 전에 나한테 와서 받아 가요, 알겠죠?”김하늘은 이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애매하고 거절하기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0화

    “진짜예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이서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지환은 묘한 씁쓸함을 느꼈다. 이서는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을 단순히 의례적인 질문으로 하지 않고, 정말 진심을 담아 묻곤 했다. 지환은 한동안 말없이 이서를 바라보다가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짜야. 생각해 봐. 네가 너희 가족 이야기를 고이서와 나눈 거잖아. 고이서 입장에선 너와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거야.” 이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야.’ 그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병원 앞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는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 “고마워요.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요.” 이서는 진심으로 말했고, 지환은 잠시 이서를 응시하다가 짧게 대답했다.“응.”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요.” 이서는 문을 열고 잠시 망설이다가 차에서 내렸다. ...이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꽃차를 들고 의사를 찾아갔고, 의사는 꽃차를 검사한 뒤 말했다. “지난번과 성분이 똑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양이 더 많네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겠어요.” 의사는 몇 번 더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고개를 들었다.“3일이에요. 이 차를 마시면 3일 후에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이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서, 생각보다 더 조급했구나?’ 이서는 병실로 돌아가 꽃차를 우린 후,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고 팀장님이 주신 꽃차 덕분에 불면증이 해결됐어요. 요즘 정말 잘 자고 있답니다.]문구와 함께 사진을 올리자, 고이서는 핸드폰을 보며 모든 걱정을 덜어냈다. 이제 남은 건 이서가 언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느냐였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고이서는 간절하게 속으로 외쳤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윤씨 그룹의 CEO 자리에 앉고 싶다고.’특히 이서가 회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주목받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이서의 질투심이 극에 달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9화

    고이서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참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듣고 있었어요. 대표님의 부모님께서 그렇게 하신 건, 뭔가 사정이 있으셨던 거 아닐까요?” 이서는 즉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짓을 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어떤 부모가 자기 딸의 신장을 빼앗으려는 남자에게 딸을 내줄 수 있다는 거죠?” 고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서는 혼자서 말을 이었다. “어쩌면 제가 두 사람의 친딸이 아니라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 걸지도 모르죠.” 고이서는 숨이 잠시 멎는 듯했고, 이마에서 흐르던 땀은 이미 목덜미까지 흘러내려 고이서의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 세상에 다양한 부모가 있듯이, 부모의 형태도 여러 가지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서는 이미 땀에 젖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고이서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운 뒤, 사과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해요. 이렇게 더운 날씨에 괜히 말을 길게 했나 봐요. 이만 돌아가 보세요. 더 있다가 더위 먹으면 안 되잖아요?” 고이서는 마치 구원을 받은 듯 서둘러 고개를 숙인 후 떠났고, 이서는 그녀의 젖은 등 뒤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지환은 이서의 눈가에 깃든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웃고 싶으면 그냥 웃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그제야 이서는 참지 않고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이서가 지환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진심 어린 웃음을 짓는 순간이었다. 지환은 이서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이서는 그제야 눈치를 채고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오랜만에 네가 그렇게 웃는 걸 보니까 기록해 두고 싶어서. 혹시라도 불편하면 바로 지울게.” 이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황급히 말했다. “잠시만요!” 사진 속 이서의 얼굴은 오랜만에 활짝 핀 미소로 가득했다. ‘그러게, 이렇게 웃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8화

    “그럼요, 지금 바로 갈게요.” 이서는 전화를 끊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바쁘면 나 혼자 택시 타고 가도 돼요.” 하지만 지환은 이미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난 괜찮아.” 이서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십여 분쯤 지나, 두 사람은 고이서를 마주했다.이서에게 꽃차를 건네주던 고이서는 지환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물론 지환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마주한 지환은 자료 속의 남자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지환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품격이 있었다. 그 품격은 마치 높은 자리에 있는 왕처럼 다가왔고, 고이서는 알 수 없는 질투심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성지영과 윤재하는 분명 여러 번 말했었다. “윤이서 남편은 돈도 없는 놈이야.” 그런데도 고이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야. 하은철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안녕하세요.” 고이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지환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서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윤 대표님, 꽃차가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이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고이서는 이곳에 더 머물렀다가 의심을 살까 싶어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럼, 별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고이서가 돌아서려는 순간, 이서가 그녀를 불렀다. “고 팀장님.” 고이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물었다. “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고 팀장님이라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고이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한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아마 자신이 꺼림칙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었다. 이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고 팀장님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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