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은 충분히 조씨 그룹에서 활개를 칠 수 있었다.지환은 비즈니스 방면에서 아주 명석했다.“여보.”지환이 미소를 지은 채 이서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거리낌 없이 물었다. “정말 회사를 바꿀 생각은 없는 거야?”이서가 말했다.“생각은 해봤는데…… 문제는 일시적으로 기대에 부합하는 회사를 찾는 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거야.”“나, 좋은 목표가 하나 있어.”지환을 바라보는 이서의 마음속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솟아올랐다.“설마, 외국에 있는 그 회사를 말하는 건 아니지?”이전에 이서가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환 씨가 사직을 한다면, 가장 좋은 건 지환 씨가 돌아가서 그 회사를 경영하는 거야.’‘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지환 씨와 장거리 부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데…….’일 년에 겨우 몇 번만 지환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지환은 이서의 눈가에 번진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회사는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거야. 내가 상속받는 것을 동의한다고 해도, 우리 아버지께서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게다가 아주 작은 회사잖아. 나를 원한다 해도, 내가 가지 않을 거야.” 지환의 마지막 말은 이서의 마음을 완전히 놓이게 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건…….”“MH 그룹.”“콜록…… 콜록…….”이서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려 죽을 뻔했다.“뭐, 뭐라고?”이서의 목표 중 하나는 윤씨 그룹을 정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서는 절대 말을 꺼낼 수 없었다.지환이 자상하게 이서를 대신하여 물 한 병을 비틀어 열었다.이서가 진정하자 지환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MH그룹은 지금 YS 그룹의 압박으로 인해 그 누구와도 협력할 수 없어. 지금이 바로 우리가 틈을 타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야.”“MH그룹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이서가 물었다.이서가 지체 없이 차를 갓길에 세웠고,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MH그룹에 관한 뉴스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처음
두 사람은 곧 짐을 잔뜩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다행히도 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휴대폰까지 지환에게 맡겼다. “나는 요리랑 고기를 준비할게. 자기는 들어가서 좀 더 자.”“알았어.”고개를 살짝 끄덕인 지환이 침실로 걸어들어갔다. 이서는 지환이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했을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환이 방에 들어가자, 이서는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방 안의 지환은 잠을 청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기억을 더듬던 지환은 결국 하이먼 스웨이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화가 났다. 하지만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이서가 걸어온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며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하이먼 스웨이 여사에게 걸려온 번호는 너무도 생소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성질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누구예요?!”[접니다.]지환의 목소리는 대단히 낮았기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매튜?!”지환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크게 놀랐다, 지환이 해외 시장을 넓히기 위해 출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지환과 거의 연락하지 않던 하이먼 스웨이 여사였다.[저예요.]베란다 창가를 향해 걸어가던 지환은 머리가 윙윙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전화를 주다니, 텔레파시가 통한 셈이네요.”지환은 막 입을 떼려고 했으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예민함으로 말을 바꿨다.[무슨 일로 저를 찾으려 하셨어요?]“내가 부탁했던 거, 기억하죠?”사실, 지환은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자신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 진작에 잊어버렸다. 비즈니스로 인해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왕래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아랫사람에게 맡기곤 했기 때문이었다.[따님 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셨던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요.”하이먼 스웨이가 일어섰다.“사립탐정의 말로는, 내 딸아이가 H국 사람에게 입양되었다고 하더군요. 예전의 4
‘이서가 그럴 리가 없어.’‘그럼, 이서는 아닐 거야. 이서는 지금 임자가 있는 몸이잖아…….’ 지환은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중얼거리며 사실을 배제하는 것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연속 세 번을 중얼거리던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결국 가장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답안을 내놓았다.“이서, 윤 이서라고요?!”[네.]지환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수화기 든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눈을 부릅떴다.“뭐라고요? 이서가 매튜의 아내라고요?!”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겨우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자 지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네, 이서가 제 아내입니다.]“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너무도 궁금하여 당장이라도 날아가 똑똑히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환이 등나무 의자에 걸터앉았다.[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요. 그건 천천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작가님께 전화를 드린 이유는 저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슨 부탁이죠?”[이서는 제 신분을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작가님께서 저희 집에 오셔서도 비밀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침대 머리맡에 머리를 가볍게 기댔다. ”매튜, 나를 너무 난처하게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이미 매튜의 신분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가장 못하는 게 거짓말이랍니다.”지환이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작가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따님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으실 거예요.] “…….”‘역시 장사꾼다워.’‘사람의 심리를 이리도 정확히 포착하다니.’ “그래요, 최선을 다하죠.”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농담을 던졌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결코 지환은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비록 입이 거친 사람일지라도,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지환에게 있어서 외부인이자 적이었다. 그리고,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자기 사람은 최선을 다하여 보호하는 사람이었다.단지,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M국 최고의 갑부인 지환이 어떻게 이서와 함께 할 수 있었는지가 너무도 궁금할 뿐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남편분 헤어스타일이 웃겨서 그만.”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웃느라 당기는 배 위에 손을 얹었으나, 이미 이서와 결혼을 한 지환과 눈을 마주칠 수는 없었다. 분명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지환이 하이먼 스웨이 여사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는 다섯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지환의 위협적인 냉기를 느낀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가볍게 웃으며 눈을 깜박거리자, 그제야 지환이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손을 놓아주었다.“들어오세요.”지환의 온몸은 여전히 강렬하고 무서운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지환에게서 걸려왔던 전화가 부탁이 아닌 경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아하니, 지환은 이서를 매우 아끼는 듯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소리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천진난만한 천생연분의 모습이었다.세 사람이 거실에 들어서자, 이서가 하이먼 스웨이 여사에게 물었다.“작가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점심에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지환만을 쫓던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시선이 부엌으로 들어선 후에야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아, 잠이 안 와서 혹시 내가 도와줄만한 게 있을까 하고 빨리 왔지. 호텔에 있으면 무료하기만 하거든.”“작가님,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그냥 여기가 작가님 댁이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계셔주세요.”“어떻게 그러겠니, 우리는 친척도, 친구도 아닌걸.”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서야, 너한테 있어서 나는 뭐라고 생각하니?” 이서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작가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잘해주시잖아요. 전혀 과장 없이, 저희 부모님보다도 더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성지영 부부는 이서가 하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서에게 최선을 다하여 잘 해줬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이서가 자신의 딸이 된다면 자연스레 지환 역시 자신의 사위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렇게 된다면 지환이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장모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었다.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었다.그러나, 하이먼 스웨이는 반드시 이서를 수양딸로 삼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겠지.’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미소를 지으며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은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지환이 이서를 바라보았다.“여보, 작가님 말씀에 동의해?” 지환의 말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놀라 인상을 찌푸렸다. ‘매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을 줄 알다니.’ 이서는 붉은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한참 동안이나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보내는 기대의 눈빛을 받던 이서가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좋아요.”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웃기 시작했다.“바로 그거야, 이서야. 나의 예쁜 딸!”“어머니.”이서가 소리를 냈다. “어머니라니, 얼마나 어색해. 엄마라고 불러야지. 그렇지 않니, 지환아?” 지환은 주판을 탁탁 두드리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보며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 역시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생각을 꺾을 수 없었다. “엄마.”“그래!”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기쁜 마음으로 용돈을 꺼내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널 위해 준비한 거란다. 오늘, 내 소원을 이룬 셈이야.”“정말 겹경사가 따로 없구나.”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은 알 수 있었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말하는 겹경사라는 것이 이서가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딸이 되었다는 것과 이서와 결혼을 한 지환이 자연스레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사위가 되었다는 것을 가리킨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이서는 알 수 없었기에 궁금해하며 물었다.“엄마, 다른 한 가지 경사는 뭐예요?”“당연히.”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일부러 소리를 길게 끌며 얼굴 근
지환의 도움으로 푸짐한 점심 한 끼가 완성되어 식탁 위에 올랐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식탁에 가득 찬 음식에 약간 놀란 듯했다.“너희가 직접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못 믿었겠는걸?” ‘이 푸짐한 요리에 지환의 공도 있다니.’ ‘쯧쯧쯧, 지환이 가정적인 좋은 남자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모두 집밥이에요. 드셔보세요.”이서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바라보았다. 요리 한 입 맛본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너무 맛있다. 내가 먹어본 음식 중에 제일이야. 심지어는 우리 어머니가 하신 요리 같기도 하구나.”“우리 어머니는 요리를 아주 맛있게 하시지.”“애석하게도 내가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괜찮아요,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앞으로 매일 만들어 드릴게요.” “그래, 그래, 그래. 최고의 딸이구나.”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이 갑자기 텔레비전의 보도로 향했다. 이서와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서정이 죽었다고?”이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도 이서정을 싫어하긴 했지만, 왜 이렇게 갑자기 죽은 거지?’ 텔레비전 속 여성 사회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떨어진 모양이구나.”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벌을 내린 셈이죠.”지환은 시종일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단지, 이서에게 반찬을 집어줄 때만 아낌없이 발휘되는 눈 밑의 부드러움만이 지환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치.” 이서가 코웃음을 쳤다.“여보.”지환이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별장으로 이사 갈까?”이서가 고개를 들고 지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여기는 너무 좁아서 불편해?”“아니, 여보랑 같이 있는 곳이 나에게는 가장 편한 곳이지.”지환이 이서의 손을 꽉 잡았다. “그냥 안타까워서 그래. 여긴 회사랑 너무 멀잖아. 별장으로 이사 간다면 30분은 더 자고 일어나서 출근해도 될 텐데 말이야.”이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지환의 말이 맞았다.“그래, 그럼 우리 언제 이사 갈까? 내가 휴가 낼게.”“아니야.”지환이 기뻐하며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당신이 고개만 끄덕이면 내일 바로 사람들 불러서 이사할 거야.”“그렇게 빨리?”“당연하지, 당신이 매일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걸 보면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이서가 지환을 목을 껴안았다.“지환 씨, 어떡해. 너무 멋있어!”지환이 침을 삼켰다. “여보…….”“응?”지환이 이서의 머리를 젖혔다.“나 하고 싶어…….”이서가 깔깔거리며 웃었다.“아직 대낮이잖아.”“낮에도 밤일을 할 수는 있는 거잖아.”“안돼…….”이서가 지환의 옆으로 안겼다.머지않아, 이서의 몸부림 소리는 흐느끼는 신음 소리로 바뀌었다.같은 시각, 북성 시골의 별장에 있던 민호일 역시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서정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뉴스에서는 이서정이 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추락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었다.그러나, 민호일은 일찍이 집사로부터 이하영의 계획을 전해 들은 바 있었다. 때문에, 이하영이 이서를 산에서 밀어버린 이후, 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조작하려 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던 터였다. 이서정의 죽음은 이하영은 계획과 완전히 일치했다. 민호일은 이서정의 죽음 역시 조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정의 죽음이 조작된 것이라면 이서가 꾸민 것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이렇게 생각하니, 민호일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바로 이때,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화
지환의 행동은 대단히 빨랐다.하루도 채 되지 않아 별장으로의 이사를 모두 끝마쳤으니 말이다. 퇴근 후, 별장에 도착한 이서는 가지런히 정리된 거실과 주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사람을 몇 명이나 불렀길래 벌써 다 치운 거야?”껄껄 웃던 지환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이모님!”이서는 어안이 벙벙한 듯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한 여자를 한참이나 바라만 보았다. 앞치마를 두른 채 청소를 하는 듯한 그 여자는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누구셔?” 이서가 궁금해하며 물었다.“서경화 이모님이셔. 앞으로 우리 집의 의식주를 책임져 주실 거야. 당신은 고생할 필요 없어.”이서가 지환을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한 달에 얼마나 드려야 해?”이서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 지환의 돈을 아까워하고 있었다. “한 달에 200만 원, 비싸지 않아. 나도 그 정도는 드릴 수 있어.”지환이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마누라만 힘들지 않으면 돼.” 이서의 볼이 약간 붉어지는 듯했다.“당신, 입에 꿀이라도 바른 거야?”“먹어볼래?”지환은 일부러 얇은 입술을 이서의 앞에 들이댔다. 이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그만해!”이서는 곁눈질로 웃고 있는 서경화를 보고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이모님. 윤 이서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서라고 불러주세요.”서경화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제가 감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사모님라고 부를게요.”사실, 서경화는 지환이 월 200만 원으로 모셔온 가사도우미가 아니었다.서경화는 지환이 특별히 외국에서 모셔온 전문 가정 관리사였다. 서경화는 매일 빨래와 밥을 하는 것 외에도 실내와 실외의 장식을 잘 꾸며 고용자가 시시각각 따뜻하고 화목한 환경에서 생활하여 심신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때문에, 서경화의 월 임금은 200만 원이 될 수 없었다. 적어도 월 600만 원은 필요로 할 것이었다.지환은 서경화가 이 모든 사실을 이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