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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하경철이 지환의 말에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

“지환아, 뻔히 알면서 묻는 게냐? 은철이는 느릅나무 덩어리야. 내가 족히 10년이 가까운 시간을 들여서 마침내 은철이가 이서를 좋아할 수도 있게 만들었는데, 네가 끼어든다면 은철이 그 녀석은 물러나고 말 거야!”

‘은철이가 어떻게 지환이를 이길 수 있겠는가.’

지환이 웃으며 말했다.

“사랑이 아닌 다른 일이었더라면 제가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경철은 이 말이 너무도 귀에 익어 거슬리는 듯했다.

“꼭 은철이와 싸워야겠다는 게냐?”

하경철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네.”

지환이 당당하게 하경철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경철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주 집사!”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 집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예, 어르신!”

“돌아가자꾸나!”

“예.”

주 집사는 금세 두 사람이 이야기가 틀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바삐 하경철을 부축하여 자리를 떠났다.

하경철이 떠난 후, 천천히 의자에 앉는 지환의 눈빛은 너무도 냉업했다.

옆방에 있던 상언이 걸어 들어와 지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르신께서 네가 이서 씨의 남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겠지?”

지환이 권태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숨길 수밖에 없겠어. 계속 우리를 의심하면서 조사하실 거야.”

“에이, 그러게 내가 처음부터 이서 씨에게 네 정체를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건만, 왜 지금까지 이러고 있어.”

지환은 바보처럼 구는 상언을 바라보았다.

상언이 멋쩍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맞다, 이서정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지환은 문 앞을 힐끗 쳐다보았다.

“당연히 그대로 되갚아줘야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서정의 끝은 그날 이서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꾸며져 며칠 후에나 발견될 것이었다.

“언제 갈 거야?”

볼거리가 없었던 상언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나려 했다.

지환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잠시만.”

“처리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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