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41화

Author: 시해나
지환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너 지금 어디야?”

[북쪽 교외 쪽입니다. 납치범들을 미행 중입니다. 하지만 약을 탄 음식을 먹어서 오래 못 버틸 듯합니다. 빨리 사람 보내주세요.]

임현태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행여라도 놓칠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놈들이 사모님의 소지품도 모두 빼앗아 버렸습니다. 아마도 추적당할까 봐 그런 듯합니다. 일 처리가 깔끔한 것을 보니 훈련받은 프로들입니다.]

지환은 전화를 끊고 뒤돌아 지하실로 갔다.

“당장 임현태 차량 위치 추적해.”

이천은 종종걸음으로 지환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예.”

말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이미 주차장에 도착했다.

지환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이천도 꾸물거리지 않고 얼른 차에 올랐다.

지환이 날뛰며 폭주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침착했다.

이천은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

“회장님.”

지환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말해.”

갑자기 뭘 물어봐야 할지 몰라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사모님이 납치되셨는데 걱정 안 되세요?”

지환은 이천을 흘겨보았다.

이천은 곧 자신이 바보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사모님이 납치당할 줄 알고 계셨어요?”

“내가 무슨 점쟁이인 줄 아나?”

지환의 말투는 차가웠다.

이천의 입꼬리가 경직되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이렇듯 침착할 수 있지?’

이천은 궁금해 미칠 거 같았지만 묻기도 뭐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현재 속도도 빠른 편이었다. 다만 이전에는 미친 듯이 밟았기 때문에 오늘은 그전보다는 정상으로 보였다.

……

이서를 납치한 차량은 야산으로 향했다.

황폐된 곳이라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납치범들은 이서를 산으로 끌고 올라갔다.

거기에는 이서정과 이하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서가 납치된 것을 본 두 사람은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드러났다.

“사모님, 서정 씨!”

조용환은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윤이서 데려왔습니다.”

이하영은 건초 더미 위에 던져진 이서를 흘겨보며 한마디 했다.

“잘했어요.”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2화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 빨리 윤이서 처리합시다. 괜한 일 생기지 않게요.”“아니야.” 이하영은 자신감이 넘쳤다.“내가 그년에게 물어볼 게 좀 있거든.”이서정은 다급해졌다.“사모님, 그러다가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되면…….”“서정 씨 정말 겁이 많구나.” 이하영은 고개를 살짝 쳐들고 하늘가의 찬란한 햇빛을 바라보았다.“들킨다고 해도 아무도 감히 말하지 못할 거야. 하씨 가문과 민씨 가문에게 밉보이는 게 어떤 기분인지 맛보고 싶다면…….”“사모님…….”“이봐!” 이하영은 더 이상 이서정을 상관하지 않았다. “그년 깨워.”“예.”경호원들은 미리 준비한 물을 이서의 얼굴에 뿌렸다.갑자기 차가운 물벼락을 맞은 이서는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떴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고는 곧 안색이 변했다.“이하영?!”이하영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몸을 낮춰 이서의 턱을 쥐고 음험한 눈빛을 보였다.“어 맞아, 나야.”이서는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하하하.” 이하영은 고개를 들어 웃었다. 손에 힘은 더욱 거세졌다.“왜 그러냐고? 네년 때문에 내 딸이 미쳤어! 내 딸을 망쳐 놓고, 너는 잘 먹고 잘살고 있지. 좋은 일은 다 네 차지고, 우리 딸은…… 우리 딸은 저 지경이고, 세상에 이런 법은 없어.”민예지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걸 자신에게 덮어씌울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하영이 이렇게까지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예지가 저렇게 된 건 자업자득이지…….”“닥쳐, 묻는 말에나 제대로 대답해!” 이하영은 갑자기 이서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꼿꼿이 서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우리 예지 왜 저렇게 된 거야? 대체 뭔 짓을 했냐고?”“내가 어떻게 알아요? 나도 나중에야 예지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는데. 이럴 때 보면 세상은 공평한 가봐. 그게 예지 업보일 지도 모르죠. 민예지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3화

    “밀어!”이하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서는 떨린 몸으로 고개를 돌려 반항하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경호원이 이서를 노려보며 손을 뻗어 이서를 밀어내려고 하는 찰나 머리 위에서 갑자기 두두두두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헬리콥터 한 대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곧 주위의 나무와 풀들이 강한 바람에 흔들렸다.이하영 등 일행은 손으로 이마를 막고서야 고개를 들어 헬리콥터를 볼 수 있었다.바람이 너무 세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그들은 어렴풋이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사다리 줄에서 잽싸게 뛰어내린 것을 보았다.헬리콥터가 멀어지고 주위가 다시 평온해지자 사람들은 마침내 온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지환 씨…….”지환을 확인한 이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이서정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그러나 지환을 본 적이 없는 이하영은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바로 자기 남편이 아부하는 상대라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오만방자하게 지환 앞으로 걸어갔다.“자네 누구야?”지환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이서 쪽으로 향했다.이서를 납치한 경호원은 지환의 몸에서 풍기는 강한 카리스마에 놀라 얼빠져 있었다. 지환이 이서를 안았을 때야 손을 들어 지환의 어깨 쪽을 쳤다.“조심…….”이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환은 이미 번개처럼 다리를 들어 상대방의 종아리를 호되게 찼다.경호원이 아파서 숨을 연거푸 들이마셨다.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가 지환을 포위했다.상황을 지켜보던 이서정은 그제야 황급히 이하영의 팔을 잡아당겼다.“사모님, 저 사람…… 저 사람이…….”“그가 누구든…….” 이하영은 냉소하며 말했다.“흑기사를 자처하다니…… 허허, 무슨 영화 찍는 줄 아나? 여긴 현실이라고. 저 두 연놈을 산 아래로 내던져.”말이 끝나기 바쁘게 산기슭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조용환의 안색이 변했다.“사모님, 경찰입니다.”“나도 들었네!” 이하영은 화가 났다.“빨리 밀어버려. 우린 갑시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4화

    경찰의 목소리를 들은 몇 사람은 경찰의 목소리라 이토록 친절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그들은 즉시 손을 들고 한쪽에 쪼그리고 앉았다.“…….”지환은 그들을 흘겨보고는 허리를 굽혀 이서를 안았다.그러고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 아래로 천천히 걸어갔다.이서는 지환의 품에 안겨 볼이 살짝 뜨거웠다.“지환 씨.”“음.”“방금 정말 멋있었어요.”지환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이서를 보았다.“뭐라고?”이서의 얼굴은 이미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아니에요.”지환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 들었는데?!”“들었으면서 왜 물어요?”“다시 듣고 싶어서.”이서는 입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지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이서를 안고 한걸음에 산에서 내려왔다.산 아래에 도착하니 구급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지환은 이서를 안고 구급차에 올랐다.의사는 즉시 이서의 상태를 살폈다.의사에게 시야가 가려져 지환이 눈에 안 보이자, 이서는 당황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었다.“지환 씨…….”“음, 나 여깄어.”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았다.이서는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다.위아래 눈꺼풀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저기요, 아가씨, 뭐라고요?”이서의 입술이 또 움직였다.환자의 얘기를 듣고자, 의사는 몸을 숙여 이서의 입술 옆으로 다가갔다.그는 드디어 똑똑히 들었다.‘당신 정말 멋있어요.’천천히 몸을 일으킨 의사는 이서의 입술에 번진 미소를 보며 의아한 듯 머리가 훤히 벗겨진 정수리를 만졌다.……이때, 이서정과 조용환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온 이하영은 산기슭에 도착할 무렵 눈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의 길을 막아섰다.앞장서 있는 사람은 바로 이천이었다.이천을 보자 이서정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낯이 뜨거웠다.이서정을 본 이천도 눈빛이 차가워지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 잡아.”“예.”사람들이 앞으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5화

    병원.병실 문을 열고 들어간 이천은 눈감고 침상에 누워있는 이서와 하루 밤낮을 꼬박 밤새운 지환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이상언과 눈을 마주쳤다.“쟤 밤새 한숨 안 자고 이렇게 이서 씨 지키고 있었던 거예요?”“네.” 이천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하지만 주치의 얘기 들어보니, 신경안정제 성분의 약을 써서 내일이나 되어야 이서 씨 깨어난다고 들었는데?굳이 이렇게 지키고 있을 필요 있나요?”“누가 아니래요?” 이천이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소용없어요. 사모님 곁을 지키겠다고 고집하면서, 사모님이 깨어났을 때 첫눈에 자기가 보여야 한다고…….”이상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해가 되긴 합니다. 잃어버렸다가 어렵게 되찾았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으니…….”“그런데, 오늘 저녁에 회장님이 민씨 집안 초대에 참여하겠다고 응하셨는데……. 조금 전에도 민호일이 회장님 언제 출발하셨는지 물어보던데…… 어떡하죠? 거절해야 할까요?”이상언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병실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울려 퍼졌다.“파티 몇 시?”이천이 놀란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그는 지환이 그들의 대화를 전혀 안 듣고 있는 줄 알았다.“7시입니다.”“지금 몇 시?”“5시 좀 넘었습니다.”“준비해.”이천은 제자리에 서서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반응했다.“예.”그러나 두 발은 제자리에 묶인 듯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그는 상언을 보며 아직 충격에서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상언은 가볍게 웃으며 이천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가서 준비해요.”말하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해서야 이천은 마침내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았다.“이 선생님, 방금 보셨죠?”상언은 눈썹을 찌푸리며 일부러 물었다.“뭘 말인가요?”“회장님…… 회장님이…….”이천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상언은 웃으며 말했다.“뭐가 달라진 거 같아요?”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처럼 이성적인 모습으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6화

    그제야 불안했던 두 사람의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저희 좀 빨리 이서한테 데려다주세요.”하나가 상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슬며시 하나의 손을 빼냈다.“이 비서님께서 데려다 드릴 겁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상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나는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 느꼈다.“두 분, 제가 모시겠습니다.”하나는 이천의 말에 어렴풋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천의 뒤를 따르면서도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왜인지는 하나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다.하나와 나나가 병실로 들어서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지환의 모습이 보였다. 밤새 이서의 곁을 지키느라 한숨도 못 잔 것이 틀림없었다.하나는 차마 그런 지환에게 원망 섞인 말들을 쏟아낼 수 없었다. “왔구나.” 지환이 고개를 들어 하나와 나나, 그리고 이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이천이 막 설명하려던 찰나, 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서 좀 부탁할게.”“어디 가세요?” 하나가 불쑥 물었다.“결판내러.”‘결판? 민씨 그룹과의 결판?’하나는 그제야 이서를 납치한 이들이 민씨 그룹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지환은 하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하나 역시 지환을 따라 병실을 나서려 하자, 나나가 하나를 붙잡았다. “하나 언니.” 나나는 멀어져 가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버려 두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계시다가는 여기 틀어박혀 죽어버리실지도 몰라요.”“그래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뿐이잖아. 아무리 형부가 하은철의 둘째 삼촌의 직원이라 해도 민씨 그룹에 맞설 수 있을까? 난 정말…….”“하나 언니.” 나나가 하나를 의자에 앉혔다.“형부도 형부 나름의 해결책이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경찰도 그 사람들을 체포했다 하니,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배후가 이하영이라고 자백만 해준다면 이하영이 감옥에 가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민씨 그룹의 기세가 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7화

    문이 열리자, 하은철과 하도훈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뒤를 하경철이 이었다.차가 떠날 때까지도 지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의 시선은 민호일에게서 멀어져 갔다.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민호일 역시 심히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빠르게 걸음을 옮겨 하경철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셨습니까. 어르신.”하경철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늦은 건 아니겠지?”“아닙니다.”민호일은 정중히 하경철을 대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하경철의 뒤를 향해 있었다. 그럼에도 지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민호일은 참지 못하고 하경철에게 물었다. “하 대표님께서는 같이 오지 않으신 건가요?”하경철이 민호일의 말을 듣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 “지환이라…… 날 비웃을까 두렵군. 나 역시 그 아이를 본지 아주 오래되었어. 오늘 자네 덕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아이를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야.”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오늘도 베일에 감춰진 지환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졌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은 비웃음마저 터져 나왔다.“아버지, 지환이 녀석을 탓할 수는 없으세요.” 하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국내 일로도 모자라 외국 일로 아주 바쁠 테니까요. 한 사람의 몸으로 두 사람의 일을 겨우 쳐내는 중인데, 아버지를 만나러 올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확실히.” 하경철이 민호일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지환이 녀석이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노력하려 했고, 또 대담하게 노력했기 때문이지.”“맞습니다.” 심씨 가문의 가주인 심근영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후대가 하 대표님의 절반이라도 따라간다면 걱정이 없겠습니다.” 심근영이 소씨 가문의 가주인 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아드님을 외국에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YS 그룹과 협력하는 프로젝트가 있으신 모양이더군요.”소태성이 심근영을 흘겨보았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우들이 아니던가.‘YS 그룹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8화

    장차 소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지태는 민호일에 의해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 썩 거슬렸다.지태가 반박하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소태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지태는 하려던 말을 꾹 삼켰다.소태성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르신께서 마음에 두고 계신 분이, 어찌 바닥을 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어르신?”소태성은 이 말을 들은 민호일의 기세가 조금이나마 수그러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민호일의 기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르신께서도 사람을 잘 못 보실 때가 있으실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은철이 심히 불쾌해하며,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은철이 불쾌감을 느꼈던 것은 민호일의 오만방자한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이서를 깎아내리려는 민호일의 속내가 훤히 드려다보였기 때문이었다.은철이 민호일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서가 그저 운이 좋았던 거라고요? 정말 이서가 아무런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물론입니다.” 민호일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 “윤 대표가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더라면 이미 윤씨 그룹을 4대 가문의 반열에 돌려놓고도 남았을 겁니다.”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민호일과 은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은철이 냉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민 대표님 말씀은, 이서가 병신 같은 인간이라는 거군요. 저는 병신보다도 못하다는 거고요.”민호일이 당황한 듯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 “그러니까 제 말은…….”“모두가 아시다시피, 하윤컴퍼니는 제가 투자했던 회사입니다. 비록 이서가 윤씨 그룹의 CEO가 된 직후, 투자를 철회했었지만요. 저희가 투자를 철회하자 윤씨 그룹의 대부분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한마디로 그때의 윤씨 그룹에게는 자금도, 사람도 없었단 말입니다. 이서 혼자 묵묵히 버텨냈던 거죠.”“하지만 하윤컴퍼니의 지금 상황은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의 자금 지원, 뛰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549화

    입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민호일은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서야 비로소 맨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민씨 저택의 입구에는 초호화 람보르기니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차종을 보아하니 콘셉트 S인 듯했다.오픈탑 디자인의 차량이었기에 사람들은 차 안에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선글라스를 낀 채 강한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었다.검은색 양복을 입은 그 남자의 옆선은 날렵하다 못해 날카로웠다.그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탓에 사람들은 그의 관능적인 얇은 입술과 높게 솟은 콧날만을 볼 수 있었다.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민호일이 급히 차량으로 걸음을 옮겼다.“하 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글라스 아래의 지환의 눈은 칼보다 더 날카로웠다.선글라스를 사이에 두고 민호일은 오싹함을 느꼈다.“하 대표님?”지환이 턱을 살짝 든 채 거실을 향해 걸어들어갔다.민호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지환의 뒤를 따랐다.거실에서 자리를 지키던 은철이 지환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작은 아빠.”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가주가 분분히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 대표님을 이토록 가까이에서 뵙다니…….’‘아우라가 과연 H 국 최고의 갑부다우신걸?’“하 대표님.”두 가문의 가주 역시 지환의 앞에서는 자신들이 신분이 낮다고 생각하여 멋쩍게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살짝 고개를 끄덕인 지환은 하경철의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선글라스를 벗었다.“작은 아버지.”하경철이 지환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지환아, 정말 오랜만이구나. 나는 네가 이 작은 아버지를 잊은 줄 알았단다.”지환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말을 잇지는 않았다.하경철이 물었다.“어쩜 이리도 말랐니? 그동안 바삐 일하느라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은 모양이구나.아이고, 네 아버지가 너에게 일찍 결혼하라 종용했던 것은 누군가 너를 챙겨주길 바라서였거늘. 보아하니, 새색시가 영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구나.”눈

Latest chapter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8화

    지환과 이서는 곧 하도훈을 마주했는데, 두 사람을 보는 하도훈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래, 너희가 이겼어!” 겨우 이 말을 내뱉는 하도훈은 이미 온 힘을 다 쓴 듯했다.“원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환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지만, 하도훈은 지환의 말에 흥분하기 시작했다.“허.”“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네가 윤이서와 급히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 은철이가 이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거야!” “모든 비극은 너희들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하도훈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잘못을 깨닫지 않자, 이서는 더 이상 하도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이서의 눈빛을 마주한 지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하도훈을 바라보았다.“형님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하도훈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알려줄 게 있다니, 두 사람한테 아이라도 있다는 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형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지환이 먹구름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하도훈을 응시하자, 불길한 예감을 느낀 하도훈이 곧장 몸을 일으켜 지환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지환은 그저 묵묵하게 하도훈을 응시할 뿐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닙니다.” “뭐, 뭐라고?”하도훈이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자, 지환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니라고요.”하도훈은 급기야 고개를 저으며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하하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하지환,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고?! 하하, 나는 절대 그 말에 속지 않을 거야!”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도훈의 손을 뿌리쳤고, 광기 어린 하도훈을 차갑게 응시했다.“그 여자는 형님을 만나기 전부터 임신 중이었습니다.”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이서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하도훈은 정말 그 여자를 믿었던 걸까요?”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7화

    “정말이란다. 내가 왜 이런 일로 널 속이겠니?!” “정말 잘 됐어! 스웨이 여사도 이제야 소원을 하나 이룬 셈이니까!”배미희가 말했다.이서는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이 결과에 놀란 하이먼 스웨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서는 붉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렸다.잠시 후, 이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눈물 속에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배미희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서야, 엄마라고 불러보렴.” 이서는 이전에도 하이먼 스웨이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하이먼 스웨이가 친엄마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저 하이먼 스웨이가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엄마’라는 호칭은 아주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이서는 여러 번 시도한 후에야 온몸을 떨며 말했다.“엄, 엄마...”이서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자, 하이먼 스웨이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가... 드디어 널 찾았구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앞으론 엄마가 널 지켜줄게.”“엄마... 엉엉...”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한 이서는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을 다 토해내는 듯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지환을 본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놓아주며 지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어서 오렴.” 지환은 서서히 하이먼 스웨이에게 다가갔고, 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의 손을 이서의 손 위에 올려 두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누구보다 널 잘 아는 사람이야. 하 서방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지.” “하 서방한테 널 맡길 수 있다면... 엄마는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그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6화

    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환은 몸에 난 상처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지환과 입을 맞추며 짜릿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하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우리가 올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같네?” 이서는 하마터면 놀라 넘어질 뻔했는데, 눈치 빠른 소희가 이서를 붙잡았다.이서가 다소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자, 하나는 깔깔거리며 가지고 온 건강식품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이내 상언과 지환은 그날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서는 하나와 소희를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 화해한 거야?” 병실을 나서자마자, 하나가 호기심과 가십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나가 기뻐하며 이서의 어깨를 두드렸다.“잘 생각했어. 형부가 신분을 속이긴 했지만, 형부가 널 사랑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마 하은철은 형부의 반도 못 따라올 거야!” “근데 대체 언제까지 형부랑 그 쓰레기를 비교할 생각이야?”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랑 비교해야 한단 말이야. 아니다,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낫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과거를 내려놓고 지환 씨와 다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이 말을 끝으로 한숨을 내쉬던 이서의 표정이 다소 엄숙해졌다.“그러는 너는? 너는 상언 오빠랑 어떻게 됐어?’그동안 이서는 하나와 상언의 일을 잘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우리는...”하나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꽤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소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묻자, 하나가 다소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결정했어, 그 사람을 내 영원한 남자 친구로 만들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평생 이 선생님과 함께 할 생각이야. 물론 이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헤어져야겠지만 말이야.” “아, 이제야 알겠다!” 이서가 말했다.“네 마음속 상언 오빠의 지위가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남편이 될 자격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5화

    이서가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람이 크게 일었다. 사람들은 그 위력에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서는 어렴풋이 자기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이서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상 위에 누운 상태였고, 곁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있었다. 이서가 깨어나는 것을 본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이서야, 좀 괜찮니?” “... 네.”이서는 간신히 대답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배미희의 손을 잡았다.“엄마, 지환 씨는요?” “무사해.”배미희가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다른 병실에 있는데, 아직 의식을 찾진 못했단다.” “지환 씨한테 가보고 싶어요.” 이서가 눈물을 머금고 배미희를 바라보자, 배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언에게 이서를 옆 병실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침대에 누운 지환을 본 순간, 이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괜찮을 거예요. 조금만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 거고요.”그 순간, 병실 안에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금 떨어진 창가에 멋지게 걸터앉은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그 여자는 아래로 떨어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당신은...” “그 사람이 누구든 신경 쓰지 마세요.”갑자기 나타난 어둠이 호리병이 이서를 가로막으며 보물을 자랑하듯 말했다.“윤이서 씨,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이서는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 콜록콜록, 두 사람은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윤이서 씨와 하 대표님은 이미 염라대왕을 만났을 겁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것도 당신들이었나요?”“맞아요, 우리가 하도훈이 데려온 사람들을 모두 해치웠고, 하지호와 박예솔까지 해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4화

    지환과 이서는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욱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는데, 다크웹 고수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곳마다 파멸로 이끌었으니 말이다.이서는 바깥 상황을 보면서 많은 걱정에 휩싸였다. “어둠의 호리병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죠? 설마...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죠?”지환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 바닥 사람들은 의리를 아주 중요시하거든.”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이상, 어둠의 호리병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 거야.”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차에 이서를 태웠다. “너는 우선 여길 떠나.”이서는 지환의 말 속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지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길 떠나라니요?” 지환이 말했다.“하지호는 이미 모든 수를 동원했어. 그 자식들이 여기로 올지도 모르니까 너는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해!” 하지만 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가정법원에 가서 새로운 정보를 등록하지도 않았잖아요!” “일이 끝나는 대로 처리하러 가야 한다고요!” 이서는 여전히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는데, 이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잖아요.” 지환이 거친 손가락으로 이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일이 끝나는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게.”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모진 마음을 먹고 이서의 손을 밀어냈고,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쳤다.“우리한테는 아직 아이도 없다고요!”지환이 걸음을 멈추었다.“지환 씨,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약 냄새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앞으로 남은 당신의 운명이 죽음뿐이라면,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거예요.”“하지만 당신이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지환 씨?” 지환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3화

    지환의 모습을 본 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 말은, 가정법원에 가서 다시 혼인 신고하자는 뜻이었어요.”“이전에 등록한 건 다 가짜 정보였잖아요. 내일은 진짜 정보를 등록하자고요.” 지환이 기뻐하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하자.” 이서는 지환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다시 치켜세웠지만, 잠시 후 웃음을 거두었다. “아, 하도훈 쪽을 깜빡했네요. 우리가 가정법원에 가는 틈을 타서 기습하면 어쩌죠?”지환은 이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을 미루고 싶진 않아. 하지만...’“그럼 어둠의 호리병이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자...”바로 그때, 지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안색이 변한 지환은 곧장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에서 총을 발포한 두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중 한 무리는 하도훈의 사람들임이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이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물었다.“아무래도 하도훈이 이곳을 떠나는 어둠의 호리병을 지켜본 모양이야. 이 기회를 틈타 첫 번째 공격을 하려고 한 거지.”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구석으로 향했고, 서랍에 있던 총을 꺼내며 이서에게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내가 저 사람들을 쫓아내 볼게.” 이서가 지환은 손을 잡고 말했다.“하지만... 혼자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널 지켜줄 거야.”지환이 말했다.“이서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내일이 밝으면 우리는 가정법원에 가서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이서는 지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나는 지환 씨를 믿어요. 당신은... 꼭 돌아올 거예요.” 굳게 마음먹은 지환이 떠나자마자 집 밖에선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렸고, 머리를 감싼 이서는 구석에 웅크린 채 지환만을 기다렸다.‘이럴 때는 나 자신을 잘 보호해서 지환 씨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해.’ 이내 아래층의 총소리가 잦아들었고, 이서는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별장 전체가 고요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2화

    “윤이서 씨가 하 대표님과 사이좋게 지낸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이서와 지환은 모두 멍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어둠의 호리병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했다. 특히 이서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작은 어색함이 피어올랐다. “왜 대답이 없어요?”어둠의 호리병이 재촉하며 말했다.“뭐, 대답을 안 해도 상관은 없어요. 나야 그 사람들을 찾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만약 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상대할 작정이라면, 나는 언제든 도망가면 돼요.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이서의 시선이 지환에게 떨어졌다.“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라는 게 사실이에요?” 지환이 이서의 눈을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응.” 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다.“정말 그 사람들을 찾을 방법이 있는 거예요? 우리가 뭐 도울 건 없고요?”“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래요, 그럼...”이서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우리를 위해 두 사람을 찾아주기만 한다면, 그 조건을 승낙할게요.” 옆에 있던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의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이서야, 하 서방이랑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니?” “네.”이서가 짧게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의 제안은 이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준 셈이었고, 이서는 그 구멍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었다. “잘 생각했어! 정말 잘 생각했어!”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안고 말했다.“정말 좋은 일이구나. 이제 DNA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지환도 이서를 꽉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린 배미희는 하이먼 스웨이와 어둠의 호리병에게 말했다.“우린 이만 나가볼까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이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고, 이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적막한 방 안에는 순식간에 두 사람만이 남았고, 이서는 지환을 바라볼 수 없어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1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배미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어머, 벌써 잊은 거야?”“애초에 스웨이 여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 그 가짜랑 DNA 검사를 했을 때 이서 네가 그 여자랑 함께 있었잖아!” “그때 우리는 CCVT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단다.” 그 일은 아주 명확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그 가게에 있던 사람 중에 누가 하이먼 스웨이의 딸인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그때 그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을 조사했어. 단 한 사람을 빼고 말이야!” 배미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이서의 몸에 떨어지자, 하이먼 스웨이도 그제야 배미희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하이먼 스웨이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함부로 과욕을 부릴 수는 없었다.“이서야...”이서도 감격에 겨워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설마... 그럴 리가...”배미희가 말했다.“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조사받았는데, 너랑 스웨이 여사만 DNA를 대조하지 않았잖니? 아니다, 이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의사를 불러서 DNA 검사를 하는 건 어떨까, 응?” 배미희의 말에 하이먼 스웨이와 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서도 하이먼 스웨이가 친부모이길 바란 적이 있었고, 하이먼 스웨이도 이서가 딸이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두 사람 모두 반신반의했다.“제 생각에도 검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DNA가 일치한다면 아주 기쁠 일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지환이 입을 열자, 이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지환의 눈빛을 마주했다.이서는 다시금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하이먼 스웨이의 눈동자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저는 괜찮은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하이먼 스웨이가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래, 좋고말고...”잠시 후, 연락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0화

    성지영이 곧장 입을 열려고 하자, 윤재하가 성지영을 제지하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저 X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게 해주자고!” “당신은 윤이서가 정말 우리한테 가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걸려들지 않는 것을 보고도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되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는 모양이네요.” 성지영은 자신이 정말 속았다는 것에 분개하며 소리쳤다.“이 사기꾼아!” 하지만 성지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기도 전에 윤재하와 성지영은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윤재하와 성지영이 경찰차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서는 꼭꼭 숨겨두었던 나약함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어쩌면 평생 친부모님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하지만... 나는 절대 오늘의 일을 후회하진 않을 거야.’ 이서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지환과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래,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친부모님을 찾을 순 없지만, 저 친구들이 내 곁에 남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거니까.’“이만 돌아가자.” 이서의 목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이서는 또 한 차례의 격전을 이겨내기 위해 푹 쉬어야만 했지만, 이서가 윤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라는 가십이 온 세상을 들썩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서는 일부로 그 가십을 잠재우려 하지 않았고, 되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도록 방치했다.이내 그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은 윤씨 가문이 하씨 가문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토록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어머, 그럼 윤이서 씨는 아무 잘못도 없이 윤씨 가문의 도구가 된 거예요? 너무 불쌍하네요.] [윤씨 가문 사람들, 정말 파렴치해요! 자기 딸은 자기 딸이지만, 다른 사람은 딸은 다른 사람의 딸인 거잖아요.][윤이서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서 씨의 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어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