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환은 핸드폰에 구멍을 뚫으려는 듯 깊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맞은편에 서 있던 이천은 자신의 몸이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천은 숨을 죽이고 미친 듯이 존재감을 낮추었다.갑자기 펑- 하고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이천은 깜짝 놀라 지환을 쳐다보았는데 갑자기 숨까지 빼앗겼다.눈앞의 지환은 마치 격노한 짐승같이 시뻘건 눈은 몹시 무서워 보였고 눈 속에는 공포의 빛이 반짝였다.이천은 침을 꿀꺽 삼키고, 또 악착같이 팔을 꼬집고 나서야 마침내 억지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재 이 줄리는…… 오크 극장의 배우이고, 곧 H 국에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그래서? 그게 다 무슨 쓸모가 있어?!”지환은 이천을 향해 소리쳤다. 이천은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지환을 처음 보았다.“적어도 줄리를…… 찾았으니 그 신비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지환은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어두운 눈빛으로 이천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화의 이런 모습은 더욱 무서웠다. 이천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어 했다.잠시 후 고요한 사무실에서 지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꺼져!”사면을 받은 이천은 서둘러 사무실을 떠났다.문이 닫히는 순간 지환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환은 허겁지겁 일어서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이 순간 지환의 하늘은 무너졌다.이서는 분명 자신에게 실망이 극에 달해서 이혼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지환이 바닥에 주저앉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지환은 들었지만 또 듣지 못한 것처럼 온 사람이 마치 혼비백산한 것 같았다.주먹 한 대가 날아오고 나서야 솟구치는 뜨거운 피가 비로소 지환은 찾아온 사람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이상언이었다.상언은 무쇠가 강철로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지환의 옷깃을 쥐었다.“하지환, 네가 지금 도대체 어떤 꼴인지 봐봐.”상언은 지환을 전신거울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지환
하지환은 맞아서 몸이 휘청거렸지만 곧 소파에 기대어 자리를 잡았다.지환은 이상언을 보고 있었다.상언의 말은 안개를 가르는 햇살처럼 귀가 번쩍 뜨였다.그렇다, 지환도 고통스러운데, 이서는 어찌 또 고통스럽지 않겠는가?지금 지환이 해야 할 것은 여기서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서가 이혼하려는 이유를 빨리 찾는 것이다.지환은 숨을 여러 번 깊게 들이마시고 내선 전화를 걸었다.“들어와.”30초 후, 이천은 전전긍긍하며 들어섰고, 지환의 부어오른 얼굴과 코밑의 피를 보고 겁에 질려 상언을 바라보았다.“이서가 왜 나랑 이혼하려는지 당장 알아봐.”지환의 목소리는 낮고 무서웠고 손목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두 시간 줄게. 두 시간 안에 너의 보고를 반드시 들어야겠어.”“네?”“네가 어떤 방법을 쓰든 난 상관 없으니까 무릎을 꿇고 이서한테 빌어서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와.”이천은 상언을 바라보았다.상언은 지환이 냉정해진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빛도 더 이상 긴장하지 않고, 예전의 우아하고 유순함으로 돌아갔다.“날 봐서 뭐해, 어서 가지 않고.”“알…… 알겠습니다.”이천은 난감해하며 말했다.사무실을 나서자 이천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만 싶어졌다.대표님은 자신에게 두 시간밖에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모님이 대표님과 이혼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아낼 수 있겠는가.하지만 오늘의 상황을 봤을 때 만약 자신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아마 앞으로의 생활은 모두 지옥 모드가 될 것이다.요즘 줄곧 전전긍긍하게 지낸 것을 생각을 하니 이천은 부들부들 떨었다.이천이 망설이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사이 뒤에서 상언의 목소리가 들렸다.“날 좀 기다려.”이천은 고개를 돌려 상언을 보고 우는 것보다 더 못생긴 표정을 지었다.“이 선생님.”상언은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웃으며 이천을 보았다.“그러지 마. 마치 장례를 치르려는 것 같아.”말이 떨어지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상언이 들어갔다. 이천은 자료를 안고 상언을 따라 들어갔다
하지환은 윤이서가 결코 무고한 이를 난처하게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부러 이천을 오게 한 것일 것이다.어차피 지환이 누구를 오게 하든 그들이 이혼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신념을 확고히 하고서야 이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들어오라 해.”“네.”서나나는 심소희가 나간 후 이서에게 물었다.“이서 언니, 제가 자리를 피할까요?”이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옆의 접대실에 가서 나를 기다려. 아직 내가 인계해야 할 일이 좀 있어. 너 급해?”“안 급해요.”나나는 웃으며 말했다.“이 배역을 위해 이미 모든 일을 미뤘어요.”“여은아가 잔소리 많이 했겠지?”나나는 혀를 내밀었고 은아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라는 사실을 이서에게 말하지 않았다.나나가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을 경쟁하겠다고 했을 때 은아는 이미 불만을 품었다. 그 후에 나나가 심지어 모든 일을 미뤘다는 것을 알고 더욱 화가 나서 며칠 동안 욕했다.나나는 은아가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나가 불가능한 역할을 위해 이렇게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나나는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나나도 이 배역이 십중팔구로 이서정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 한 번 싸우지 않으면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할 것이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은아 언니의 잔소리에 익숙해졌어요.”말이 끝나자 나나는 문을 열었다.“저 먼저 가 있을게요.”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나나가 문을 닫자 이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몸 안에서 다시 시작된 전율을 억눌렀다.한참 후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서는 물컵을 꼭 쥐고 말했다.“들어와.”소희는 문을 열고 말했다.“이서 언니, 이 선생님께서 오셨어요.”이서는 차갑게 이천을 바라보며 말했다.“먼저 나가 있어.”“네.”소희는 문을 열고 떠났다.이서의 맞은편에 선 이천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사모님…….”“이 비서님, 아니, YS 그룹 대표이사
심소희는 어리둥절해하며 들어왔다.“이 선생님.”이천은 허둥지둥 윤이서를 쳐다보았지만, 도저히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라서 얼버무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사모님, 틀림없이 뭔가 오해가 있을 것입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말이 끝나자 이천은 급히 떠났고 가능한 한 빨리 이 일을 하지환에게 알리려 했다.처음에 이천은 하 어르신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환이 결혼한 자료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자료 목록에는 지환의 아내가 누구인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분명 지금 사모님이 알게 된 그 신비한 사람과 관계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이천이 떠나자 이서의 등줄기를 받치고 있던 줄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이서는 의자에 주저앉았고 얼굴은 썰물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소희는 이서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걱정하며 말했다.“이서 언니…….”그러자 이서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나나 보고 들어오라 해.”“이서 언니.”“난 괜찮아, 내일이 바다의 딸 여주인공 캐스팅하는 날이야.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 그러니 빨리 나나를 들어오라 해.”이 말은 소희에게 한 말이자 이서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이서는 지금 모든 정력을 나나에게 쏟아부어 반드시 나나를 도와 여주인공이라는 배역을 차지해야 했다.이서는 하씨 가문, 특히 지환에게 모든 사람이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임의로 그들이 놀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소희는 어쩔 수 없이 나나를 불렀다.……YS 그룹 화영 지사.이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도 두드리는 것을 잊고 대표실 문을 직접 열었다.“대표님, 큰일 났어요.”이천은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는 이미 대표님 은철 도련님의 둘째 삼촌이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지환의 얼굴빛은 순간 물처럼 어두워졌고, 손잡이를 잡은 손등에는 핏줄이 벼락같이 뛰었다.“뭐라고?!”“제가 방금 사모님을 찾아갔는데 사모님께서 저에게 대표님께서 외국에 계신 아내는 이서정이고 이서정은 은철 도련님의 아내라고
수요일에 카운티 정부에서 만나자는 그 문자를 생각하니 하지환은 더욱 짜증이 났다.다행히 이천 쪽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서, 이서정의 통신 장비가 확실히 윤이서와 지환이 ML 국에 있을 때 현지에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는 것을 곧 알아냈다.그리고 시간대도 잘 맞아떨어졌다. 즉, 십중팔구 서정이었다.이 증거를 받고 이천은 즉시 지환을 찾아갔다.“대표님, 보세요.”지환은 증거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서정한테 전화해.”이천은 상황을 보고 바삐 말했다.“대표님, 먼저 진정하세요. 만약 대표님께서 이서정 아가씨께 전화를 하신다면 어르신 쪽에서 알게 될 것이고 곧 실마리를 따라 대표님과 사모님의 관계를 알아낼 것입니다.”“그때가 되면 어르신께서는 분명 사모님께 알리실 것이고…… 대표님의 신분은 틀림없이 드러날 것입니다.”이천은 지환이 서정에게 전화를 걸어 무엇을 하려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서정이 계약을 어기고 고의로 그들의 관계를 사모님께 알려준 것은 물론 가증스럽다. 하지만 경솔하게 행동하면 아마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지환은 검지로 미친 듯이 뛰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지환은 이서를 필사적으로 생각해야만 천천히 냉정해질 수 있었다.냉정해진 후, 혼돈의 뇌가 마침내 많이 명확해졌다. 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이서가 조만간 어떤 공공장소에 나타날지 알아봐.”이 일은 너무 간단해서 이천은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장을 받았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내일 나나 아가씨와 함께 연극 캐스팅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모두 회사에 계십니다. 다른 초청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으십니다.”지환은 잠시 망설이고 말했다.“알았어, 나가봐.”이천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네.”이천이 나간 후 지환은 의자에서 일어나 서성거리며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아래층의 차들이 빽빽이 다니는 것을 내려다보며 처음으로 재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지환은 산꼭대기에 서 있는 것보다 이서의 곁에 서고 싶었다.그래서!지환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이
윤이서는 이튿날 아침 일찍 서나나와 함께 캐스팅 현장으로 향했다. 캐스팅 장소는 국제연극센터였다.나나의 매니저인 여은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나는 꽤 난감해하며 말했다.“이서 언니, 은아 언니에게 전화할게요.”“좋아.”이서는 은아가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 대충 짐작했다. 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나를 멀리 바라보았다.이서와 거리가 좀 떨어진 후에야 나나는 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아 언니, 왜 아직 안 오셨어요? 캐스팅이 곧 시작될 거예요.”“내가 가든 안 가든 모두 똑같잖아. 어차피 마지막에 이 배역은 이서정의 것인데.”잠시 멈추자 은아는 계속 말했다.“나나야, 날 믿어. 지금 당장 돌아와. 그 드라마 아직 할 수 있어.”“은아 언니…….”“자.”은아는 나나의 말을 끊었다.“내가 몇 년 동안 너를 데리고 있었으니, 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 너는 벽에 부딪히지 않고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을 난 알아. 그러니 나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 조금만 말할게.”“만약 이번에 네가 실패한다면, 앞으로 너의 모든 일은 반드시 나의 말을 들어야 해.”나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은아 언니…….”“봐봐, 너 자신조차도 분명히 이 배역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나는 네가 왜 이 일로 소란을 피우려 하는건지 정말 모르겠어.”“아니에요, 은아 언니…….”“아무 말도 하지 마.”은아는 나나의 말을 끊었다.“이미 결정했어. 배역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배정할 거야.”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아는 한숨을 쉬고 전화를 끊었다.이서는 나나가 적막하게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이서는 말없이 시선을 돌리자 들어오는 이서정과 우연히 부딪쳤다.그 메스꺼움이 또 밀려왔다. 이서는 주먹을 꽉 쥐고서야 토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서정도 이서를 보았다. 이서가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채 서 있는 것을 보고, 무명의 불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그 사람들이 잡힌 후에야 서정은
“윤 대표님, 나나야.”윤이서는 이서정의 웃는 얼굴을 보고 가슴에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이서의 시선은 서정 뒤에서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에게 떨어졌다. 그러자 눈 속의 분노는 웃음으로 변했다.“서정 아가씨.”서정은 오늘 이서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다. 그러나 어디가 다른지 또 말할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이 반드시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정은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서정은 빙그레 웃으며 이서를 바라보고 목소리를 낮추어 이서의 귓가에 말했다.“당신들은 참으로 용감하군요. 이 배역이 이미 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감히 오다니요.”그들은 매우 가까이 다가서서 마치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친밀한 것 같았다.이서의 얼굴에도 웃음이 계속 번지고 있었다.“당신이 자신 것이라고 하면 당신 것인가요?”서정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세웠다.“어머, 설마 연예계에서 실력이 후원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천진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여기까지 말하자 서정은 살짝 뒤로 물러서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그러자 이서도 웃었다.“저는 연예계에 대해 잘 모르고 이 업계에서 무엇을 신봉하고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오늘 온 이유는 하씨 가문에게 비록 그들이 H 국 제일의 대가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서정은 표정이 멍해지고 이서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뒤에서 찰칵 소리가 사방에서 나자 서정은 정신병자라고 낮은 소리로 말하고 매니저를 데리고 분장실로 걸어갔다.서정이 떠나자 나나는 이서에게 말했다.“이서 언니, 우리도 들어가요.”“응.”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나와 함께 분장실로 들어갔다.분장실에는 서정을 제외하고 모두 작은 배우들이었다. 이 배역이 서정의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두 들러리로 온 것이었다.그 작은 배우들의 등급이 서정만 못하기에 분장실에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윤이서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 미녀는 이미 멀어졌다.이서는 참지 못하고 스태프에게 물었다.“방금 그분은 누구시죠?”“캐스팅 심사위원 중 한 명인데 죄송하지만 제가 안면 인식 장애가 있어서 외국인은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아서 어떤 심사위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스태프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말없이 두 사람은 관중석에 도착했고, 이서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매니저 자리로 향했다.매니저 자리에는 몇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아마 그 몇 명의 작은 배우들의 매니저일 것이다.그들은 이서를 보고 낯을 가려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서도 그들과 인사할 의욕이 없어서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심소희가 보낸 문자 외에 아무도 이서를 찾지 않았다.이혼에 대해서 이서는 임하나에게 알리지 않았다.하나의 감정도 지금 침체된 시기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부모님의 관계 때문에 감정에 특히 민감해서 약간의 바람이 불어도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었다.이서는 하나가 자신이 지환에게 속았기에 색안경을 끼고 이상언을 보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방관자의 각도에서 이서는 사실 하나가 상언과 함께 있기를 특별히 희망했다. 아무래도 상언은 아주 믿음직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누가 또 알겠는가?지환이 분명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하지만 마지막은…….이서는 손끝을 이마에 대고 고개를 저었다.‘자신이 왜 또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거지?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바로 이때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이서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보자 눈빛이 매섭게 흔들렸다.옆에 앉은 사람은 뜻밖에도 자신이 1초 전에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고 긴 다리를 마구 잡아당겨 이서의 다리를 눌렀다.이서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그 사람이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이서는 줄곧 그 사람과 정면으로 만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 사람이 바로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