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세요?”윤이서는 그들이 나쁜 의도로 다가오는 것을 단박에 느꼈고, 손을 등 뒤로 보내 112에 전화를 걸었다.“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이 말을 한 사람은 그 무리의 리더일 것이다. 그는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자신의 손바닥을 두드리며 말했다.“요즘 돈이 딸리지 뭐야. 돈 좀 있어?”이서가 막 입을 열려던 그때, 뒤에 있던 지환이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환은 그 리더와 머리 하나 차이가 났다.그는 고개를 젖혀야 지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그러나 고개를 들어 지환과 눈을 마주한 리더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눈을 마주하고 있는 그의 눈빛은 칼날보다 날카로웠고 몸에서 알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 보기만해도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하지만 넉넉한 보수와 남자가 한 명 뿐이라는 것을 생각한 리더는 용기를 내어 손에 쥔 막대기를 꽉 쥐었다.“왜, 돈 주기 싫어?”지환은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목을 움켜 잡았다.방심한 리더는 눈을 크게 뜨고 손에 든 막대기로 지환을 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른 불량배들은 벌떼처럼 지환을 향해 달려들었다.싸움이 시작된 것을 본 나나는 이서를 뒤로 보내 보호했고, 두 다리로 달려드는 두세 명의 건장한 남자를 처리했다.이서는 깜짝 놀랐다.‘멋있다!’한편 지환은 훨씬 더 깔끔하게 제압했다.그는 화려한 나나와는 다르게 주먹으로 그들을 세게 내리쳤다.지환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한두 명씩 바닥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가을 바람이 낙엽을 쓸어가듯, 2~30명이 두 사람에 의해 말끔히 쓸려갔다.이서의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그 순간, 지환의 뒤에서 한 사람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고, 그의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칼이 들려 있었다.이서가 조심하라고 소리칠 겨를도 없이 그 칼이 지환의 등에 꽂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하지환!”이서는 불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칼끝이 지환의 등에 꽂혔다.그는
우연의 일치로 윤이서의 남편도 하씨였다.“고마워.”이서는 그녀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조심히 가고 얼른 들어가, 사람들이 알아볼라.”“네.”서나나는 마지막으로 하지환을 한번 바라본 후 뒤돌아 나섰다.그는 나나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이서가 못 봤지만 나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그녀는 무술을 익혔기에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환은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을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이는 일반적인 무술을 익힌 자라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분명 그는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 것임에 틀림없던 것이다.‘왜 그랬을까……, 이서 언니가 걱정하길 바랐던 걸까?’이 생각에 나나는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럼 이서 언니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목숨까지 바친 거야? 이렇게까지 하는데 누가 하 선생님을 막을 수 있겠어.’이 생각에 나나의 발걸음은 점차 가벼워졌다.이서는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는 지환을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의사는 그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은 통증 때문에 투여한 진통제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이서는 그때야 비로소 그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말랐어…….’예전에는 볼에 살도 보기 좋게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볼이 움푹 들어가 있어 더욱 안쓰럽게 보였다.이서는 괴로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고, 지환의 손가락이 더욱 가늘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음이 아파 손을 들어 지환의 손을 잡으려던 순간, 아주 미세하게 지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다시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고 깨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서는 다시 대담하게 손을 뻗어 지환의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만졌다.이서의 손끝이 지환의 살갗을 스치자 익숙한 감촉이 그녀의 심장을 뛰게 했다.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하나를 얻으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이서가 지환의 손을 잡은 후 그녀는 엄지와 중지로 지환의 손목을 둘렀
“난 괜찮아, 여긴 어떻게 왔어?”윤이서의 질문에 임하나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그녀는 일식집에서 이상언에게 끌려나간 후 한적한 곳으로 갔다.하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치려 했지만, 오히려 상언은 더욱 매섭게 그녀를 나무로 밀어붙였다.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매서운 눈으로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았다.하나는 몸이 떨렸지만 상언의 눈을 바라볼 용기는 있었다.“왜요, 강제로 키스라도 할 거예요?”“맞아요!”그 후 상언은 정말로 그녀의 입을 맹렬하게 막았다.처음 하나는 발버둥쳤지만 결국 그녀도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구름 위를 밟는 것처럼 멍해졌다. 점점 온몸에 힘이 빠졌기에 상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마치 해님과 달님처럼 위험에 처한 오누이에게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과 같았다.이를 잡으면 살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썩은 동아줄이 못미덥다고 놓아버리면 바로 호랑이에게 잡아 먹혀 죽는 것이었다.혼미한 상태의 그녀가 그 동아줄을 계속 잡고 있을지 놓을지 고민하던 때, 상언은 그녀를 놓아주었다.그의 눈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고, 상언의 손끝이 하나의 입술을 쓸었다.“내가 많이 그리웠나 봐요.”하나는 짜증이 났다.바로 그때 그녀의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이 틈에 상언의 품에서 빠져나와 일식집으로 돌아가 이서를 찾았다.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이서와 지환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강현의 말이었다.하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지환이는 괜찮아요?”상언의 상기된 하나의 뺨을 쓸어내리며 자연스레 이서의 시선을 빼앗았다.“괜찮아요,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뿐이에요.”이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상언을 바라봤다.“상언 씨도 지환 씨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겠죠?”상언은 고개를 숙여 지환의 상처를 바라보며 눈을 굴린 다음,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바라봤다.“바로 깨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해요.”상언은 고개를 들어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부탁이
윤이서는 낄낄거렸다.“왜 웃어?”임하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현 씨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널 비웃는 거야.”하나도 웃으며 대답했다.“이 관계를 잊게 해준 사람이니 어쩔 수 없지,”“잊을 수 없으면 다시 만나 봐.”이서가 대답했다.“모든 사람이 다 네 아버지 같지는 않아. 이 세상에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가 있어.”“예를 들어 봐.”이서는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거 봐.”하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환 씨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지만…….”그러며 하나는 이서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이서야, 네 상처에 소금을 뿌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이서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사실 나도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거든.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야.”“그래서 답은 나왔어?”이서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하나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서야, 봐 봐, 사람의 감정이란 과학자들조차 감히 연구하지 못하는 아주 복잡한 거야. 난 단순하게 사는 게 좋아, 다른 사람을 만나면 감정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일은 사실 별거 아닌 게 되는 거야.”이서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관계적인 면에서 그녀와 하나는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하나가 원하는 것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이서가 원하는 것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었다.삶은 정해진 방식이라는 게 없다. 삶의 방식은 옳고 그름이 없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그래서…….“하나야, 네가 지금처럼 살든, 이 선생님을 다시 받아들여 다른 삶을 도전하든, 난 언제나 네 편이야. 하지만…….”이서는 진지한 얼굴로 하나를 바라봤다.“또 강현 씨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난 너랑 친구 안 할 거야.”하나는 크게 웃었고, 웃음과 동시에 이서를 껴안았
어릴 때부터 모든 면에서 약간 열등했던 이상언은 하지환이 처음으로 패배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금치 못했다.“불러올 게.”상언은 그 말을 남긴 후, 윤이서와 임하나를 부르러 갔다.지환은 상언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눈을 뜨지 않아도 이서에게 자신이 한 일을 다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환은 자신보다 더 안 좋은 처지에 놓여 있는 상언을 위해 이서와 하나의 앞에서 매우 우스꽝스럽게 깨어났다.지환이 깨어난 것을 본 이서는 걱정하던 마음이 비로소 괜찮아졌다.두 사람 사이의 장벽도 다시 무너졌다.이서는 병상 옆에 서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요? 뭐라도 좀 먹을래요?”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서를 빤히 바라봤다.그 눈빛은 맹인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뜨거웠다.이서는 지환이 환자이니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되 뇌이며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반대로 돌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지환이도 일어났으니 우리도 이제 가자.”상언은 지환에게 몰래 감사의 표시를 한 뒤 하나를 끌고 병동을 빠져나왔다.동시에 하나의 몸부림치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그러나 그렇게 강렬하지는 않았다.‘사실 하나도 그렇게 싫진 않은가 봐.’이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병실이 조용해지자, 문득 이서는 다시 지환과 둘만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 빛보다 뜨거운 시야를 이마로 느꼈다.한참이 지나 그녀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몸은 어때요?”“괜찮아.”“그럼…… 간병인을 찾아볼 게요.”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건 싫거든.”“그럼 어떻게 밥을 먹고 일어나고 씻겠어요?”지환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서에게로 향했다.이서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거절했다.“전…… 그럴 시간이 없어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거든요.”지금 회사는 그다지 바쁘지 않았지만 그녀는 지환을 간병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
‘그런데 생각해보면…….’윤이서의 얼굴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안에서 잠든 거야?”이서는 문을 열었고 고개를 들자마자 하지환의 벌어진 옷깃 사이로 보이는 가슴 근육을 보고 볼이 더욱 붉어졌다.“왜 왔어요, 잠시 앉아 있으라고 했잖아요.”“제가 변기에 빠졌다고 생각한 거예요?”이서의 볼이 붉어진 것을 본 지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물었다.“왜 그래? 뜨거운 물이 안 나와?”“아…… 아니요…….”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고, 지환의 살 냄새가 그녀의 코에 닿자 옛날 생각이 떠올라 그녀는 숨을 멎을 뻔했다.“다시 돌아가서 앉아 계세요, 바로 나갈게요.”지환은 다시 이서를 바라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옆으로 돌아갔다.이서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물동이를 가져와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지환은 이미 옷을 벗고 탄탄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다.이서는 그의 눈을 피해 재빨리 그의 상체를 닦아주었다.곧이어 그녀는 쑥스러워 고개를 떨궜다.지환은 머뭇거리는 이서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아직 부끄러워?”이서는 얼굴을 다시 붉혔고, 지환이 도발하는 것을 알고 꿋꿋하게 반박했다.“부끄러운 게 아니라 지환 씨가 당황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침대 옆에 손을 얹었다.이서는 말을 그렇게 했으니 이를 악물고 지환의 바지를 벗겨 닦을 수밖에 없었다.지환은 언제나처럼 침착하고 담담했다.이서는 차마 고개를 숙일 수 없어 이를 악 물고 창밖을 바라봤다.더더욱 창피했다.정말 장님의 하체를 닦는다면 그렇게 창피하지 않았을 것이다.얕은 지식으로 모든 걸 다 안다고 떵떵거리는 것은 그녀만큼 창피한 일도 아니었다.이서는 말문이 막혀 서둘러 물동이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녀의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그 위에 계란후라이를 해도 익을 정도였다.얼굴의 열기를 식힌 후에야 이서는 화장실에서 나왔다.지환은 침대에 앉아 있었고 옷은 여전히 벌어져 있었
이서가 양아치들에게 협박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태우는 걱정되었다.[괜찮은 거예요?]“네, 괜찮아요. 그 사람들은 이미 잡혔어요. 다만 이해가 안되는 점은 이 사람들이 돈을 노리고 일을 벌였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잘 좀 알아봐 주세요. 부탁해요.”구태우는 이해한듯 말했다.[네, 걱정 마세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재차 물었다.[맞다, 요즘 지엽이랑 연락해요?]갑자기 소지엽 얘기를 꺼내자 이서는 잠깐 멍해 있었다.“아니요, 지엽이는 요즘 잘 지내고 있대요?”[요즘 엄청 바쁜가 봐요.]구태우는 웃으며 말했다.[얘기 들어보니 사업에 성공해서 사랑하는 여자를 되찾아오려고 한답니다.]이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황급히 창밖을 바라보았다.“그, 그래요?”[이서 씨.][만약 그 여자가 이서 씨라면 지엽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 건가요?]“저…….”이서는 눈썹을 찡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쉬었다.“저라면 아마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삶을 살라고 말했을 거 같아요.”구태우는 멍하니 이서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곧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녀석이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네요.]“네?” 이서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부탁하신 일은 제가 잘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구태우는 별 다른 얘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이서는 핸드폰을 잠시 들고는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는 것을 느꼈다.사실 ML국에서 지엽이 일부러 지환을 가해자로 몰 때 그녀는 이미 대충 눈치를 챘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줄곧 모르쇠로 일관했다.지엽이 외국에서 돌아온 후엔 단지 그녀를 잊기를 바랄 뿐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마음은 조금 홀가분해졌다.그녀가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녀를 본 지환이 손짓했다.“왜요?” 이서는 경계하듯 제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나 잠 와.”“졸리면 자요, 굳이 나한테 얘기할 필요가…….”“이렇게 옆으로 누워 있으니
이서는 이튿날 깨어나서야 우기광이 여러 통의 전화를 걸어온 걸 알게 되었다.잠이 이렇게 깊숙이 든 자신의 모습에 놀라면서 급히 뺨을 두드려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움직이자, 지환도 움직였다.그는 허벅지로 이서의 몸을 눌렀다.“여보, 좀 더 자…….”“전화 좀 하고 올게요.”“이따가 다시 해.”그는 자신의 얼굴을 이서의 허리에 비볐다.이서는 마을을 가라앉히곤 말했다.“안 돼요, 지금 해야 해요.” 우기광이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한 건 틀림없이 뭔 일이 있는 것이다.지환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이서의 눈 속에 비친 단호함을 보니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이서는 순간 자신이 볼장 다 보고 매몰차게 돌아서는 나쁜 남자가 된 것 같았다.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상한 생각들은 떨쳐버리고 휴대전화를 들고 병실을 나섰다.복도에 나오자 새벽의 찬바람이 뺨을 스쳤다. 일순 잠이 확 깼다.그러고는 우기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는 틈을 타서 몰래 숨을 돌렸다.우기광은 1초도 안 되어 전화를 받았다.[드디어 통화가 되었네요.]우기광의 말투는 초조했다.“무슨 일이에요?”[어제 윤재하가 나를 찾아와 고소를 취하하라고 하더군요.]우기광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하은철 대표를 내세워 우리 회사를 제재하겠다고 합니다. 윤재하에게 그만한 파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윤수정을 언급하더라고요……. 걱정되어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이랑 대책을 상의해보고자 전화했습니다.]미간을 누르며 잠시 고민하던 이서는 중얼거리며 물었다.“하은철 쪽에는 다른 움직임이 있습니까?”[아직은 없습니다.]“그럼 조금 더 지켜보죠.”[하지만 윤수정과 하은철 대표의 관계라면…….]“윤재하가 윤수정에게 도움을 청하려면 윤수정이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을 내놨어야 했을 텐데요. 윤수정이 무슨 자선가가 아니고, 그녀가 아무 대가 없이 윤재하를 돕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윤재하한테 윤수정에게 미끼가 될만한 것이 과연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