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업해 주시죠. 수강신청은 완료했습니다.]하지환은 휴대폰 화면을 어둡게 하고 이상언의 메시지에 답을 보내지 않았다.이 방법은 상언에게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그는 다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조명 빛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방에 있던 윤이서는 30회쯤 몸을 뒤척인 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마신다는 핑계로 거실로 나갔다.그녀는 편안한 얼굴로 잠든 지환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는 오랫동안 쉬지 못했는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소파는 분명 불편할 테지만 그의 얼굴엔 어떤 찡그림도 없이 흐뭇한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이서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그녀의 손이 지환의 얼굴에 닿기 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손을 거둔 뒤, 물컵을 들고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다.침대에 앉아도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쿵쾅 뛰었다.이서는 손바닥을 쥐었다.방금 전 상황이 다시 한번 머리속에 떠올랐다.눈을 질끈 감은 이서는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누웠다.늦은 밤,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이서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기에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다.그녀는 어젯밤이 가장 편안하게 잠을 잔 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침실을 나온 그녀는 식탁 위에 익숙한 아침 식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이 착각에 덜컥 겁을 먹은 이서는 씻는 것도 잊어버리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주방에서 나오던 지환은 도망가는 이서의 뒷모습을 보았다.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을 본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이서는 회사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었다.심소희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 이서를 보며 놀란 듯 물었다.“언니, 왜 여기서 씻고 계세요?”“집에 개가 있어.”이서는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네?”소희는 잘못 들었다 생각해 의아해하며 이서를 보았고, 이서는 별 다른 설명없이 손을 닦으며 말했다.“오늘 밤이 서나나의 웹드라마가 개봉되는 날이지?”“네.”소희가 대답했다.“이서 언니
임현태의 반응은 매우 진지했다.“선생님, 그런 농담은 하시면 안 돼요. 제 회사 동료입니다. 아직 어리고 남자친구도 없으신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오해받을 거예요.”선생님은 깜짝 놀라 심소희에게 사과했다.“아이구, 죄송해요, 제가 허튼 소리를 했네요.”사실 이런 오해는 화영에서 많이 받았기에 소희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현태의 진지한 반응에 그녀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그녀는 소중하게 여겨지는 기분이었다.강의실을 나온 후, 소희는 현태의 뒤를 따랐다.“현태 씨, 이서 언니가 오늘 밤에 같이 서나나 씨의 웹드라마를 보자고 하던데 같이 가실래요?”“좋아요.”현태는 고개를 끄덕였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소희는 현태의 듬직하고 쩍 벌어진 등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실…… 그렇게 진지하게 부정할 필요는 없었어요.”“뭐가요?”“선생님께서는 충분히 그렇게 보실 수 있었으니까요.”현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알아요, 하지만 저에게 소희 씨는 동생 같은 존재예요. 전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순진한 감정을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소희는 점점 얼굴이 굳어져 갔다.“아……, 동생……. 그쵸…….”“맞아요, 전 사실 소희 씨처럼 착하고 의젓한 여동생을 갖고 싶었어요. 소희 씨, 앞으로 여동생으로 생각해도 돼요?”“…….”소희는 아무 말도 못했다.‘이 쑥맥아, 어떻게 여자 마음을 이렇게 몰라?’그녀는 억지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죠, 좋아요.”“정말?”현태는 소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가자, 오늘 기분도 좋은데 선물 사줄게.”“…….”오후에 퇴근한 이서가 차에 올라탔을 때 소희의 팔목에 있는 금팔찌를 발견했다,“못보던 금팔찌인데?”이서가 물었다.“현태 씨가 사주셨어요.”소희는 솔직하게 대답했고, 그녀는 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현태에게 시선을 돌렸다.현태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팔찌 예쁘죠?”이서는 소희의 손을 잡고 빤히 바라보았다.“예쁘네요, 비쌀 것 같
하지환을 발견한 윤이서는 즉시 표정을 굳혔다.이전과는 상반되는 그녀의 태도에 쑥맥인 임현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심소희가 처음 하지환을 만났을 때, 현태가 먼저 다가가 물건을 들어주고 나서야 비로소 눈앞에 잇는 사람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서의 남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미친!!’‘너무 잘생겼잖아!’소희는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없어서 어린 소녀들이 연예인을 보며 설레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순간, 그녀는 단박에 이해했다.외모지상주의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었다.“언니, 이서 언니! 언니 남편, 진짜 잘생겼네요!”소희는 이서의 소매를 잡았고, 이서와 지환 사이의 다툼을 잊은 채 말했다.이서는 흥분한 소희의 모습을 보고 죄책감을 덜었다.실제로 지환을 보면 소희가 흥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지환의 외모는 그 누구도 능가할 수 없었다.네 사람은 함께 이서의 집으로 들어갔다.짐을 내려 놓은 현태는 지환이 근사한 저녁 식사를 준비할 예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선생님, 저희…… 돌아갈까요?”지환은 고개를 들어 현태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태는 부엌 문 앞에 서서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속으로만 외칠 뿐이었다.‘가지 말라고 해, 같이 먹자고 해!’지환은 당연히 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없었다.혹은 지환도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오늘 저녁은 그들이 싸운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저녁 식사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렸다.이서가 사람을 데려온 것을 본 지환은 마음이 우울했다.이서가 그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질투도 나고 화도 났다.그녀가 진심으로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다.그들을 다시 돌려보낼 것인지 말 것인지는 아래층에서부터 고민했던 문제였다.결국 지환은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그는 이서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혹여 그것이 지환을 향한 것이 아니더라도.“사모님께서 초대했는데,
심소희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바라봤다.“이서 언니, 지금 농담하는 거죠? 이렇게 잘생기고 하씨 그룹의 중상층인데, 이런 남자가 결혼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모르는 거예요?”“몰랐어.”이서가 대답했다.소희의 설명으로 이서는 하지환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가 지환을 늘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겨왔던 이유는 많은 세가의 도련님들과 여러 세대에 걸쳐 부를 축적해 온 부유한 N세대에 비교했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하면 지환은 확실히 우위가 없었다.“게다가 여자들은 남자 능력만 보는 게 아니라 외모도 봐요. 남편 분 외모로는 아무리 빈털터리라도 돈을 가져다 받칠 걸요?”“?”이서는 의아했다.“이서 언니, 연예계에 관심 없으시죠? 요즘 별로 잘생기지 않은 연예인도 부잣집 사모님이랑 만나서 떵떵거리며 산다고요!”이서가 남편의 소중함을 전혀 깨닫지 못하자, 소희는 계속해서 설명을 덧붙였다.임현태가 돌아온 후, 이서는 지환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남편감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그런 거라면 줄리가 왜 일부러 지환의 결혼 여부를 확인하도록 유도했는지 이해가 됐다.의문의 사람의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도 됐다.그 당시 나연이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은 아마 지환을 가지지 못해 의도적으로 그들의 사이를 망치려는 사람이었을 것이다.하지만…….이서는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지환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소희에게 리모컨을 건넸다.“시작하면 불러.”“네.”소희는 대화가 끝난 후, 부엌을 향해 걸어가는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녀는 계속해서 그녀의 동태를 살피고 싶었지만 현태의 거대한 몸에 가려 볼 수 없었다.그리고 현태의 얼굴은 로또라도 맞은 마냥 기쁨이 가득했다.그로 인해 소희는 현태가 지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더욱 의심하게 됐다.‘아니, 내 첫사랑 상대가 동성애자였다고?’소희는 마음 속으로 다양한 부처님께 기도했다.신녀는 평생에 걸쳐 선한 일을 하고 덕을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왜 기혼으로 적혔는지 설명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윤이서가 고개를 돌리자 장바구니를 들고장바구니를 든 채 입을 뻐금거리며 뭐라 말하는 임현태가 보였다.유리문은 방음 효과가 매우 좋았다.이서는 문을 열었다.“아가씨.”현태가 말했다.“소희가 웹드라마가 시작했다고 전해달랍니다.”이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하지환을 본 뒤 부엌을 나섰다.거실로 돌아온 이서의 머릿속은 지환에게 물어본 질문만 맴돌았고, 웹드라마 내용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심소희가 말했다.“이서 언니, 웹드라마를 보니까 언니가 왜 서나나가 반드시 뜰 거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아요. 방금 서나나가 보인 연기 실력으로는 이서정을 가볍게 이기고도 남아요!”이서는 멍하니 대답했다.“그렇구나.”“이서정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 하씨 그룹의 둘째 삼촌이 이서정을 어떻게 봤으면 서로 사랑에 빠져서 결혼했는지 이해가 안 돼요. 이서 언니, 그 분이랑 친하지 않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둘째 삼촌한테 이서정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세요.”“확실히 보는 눈이 없네…….”사실 이서는 소희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한편 저녁을 준비하던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는 서나나가 더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서 언니, 기회가 되면 서나나를 둘째 삼촌한테 소개해 주면 안 돼요?”“아…….”이서는 드디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둘째 삼촌.’그녀는 방금 소희가 둘째 삼촌을 언급한 걸 들은 것 같았다.소희가 말했다.“이거 봐요, 엄청 에너지가 넘치죠? 둘째 삼촌은 전략적인 사업가이기도 하니까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별로 안 좋아할 거예요.”지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이서와 소희는 동시에 그를 올려다보았다.소희는 그의 몸에서 퍼지는 강한 아우리에 겁을 먹고 침을 삼키며 말을 더듬었다.“왜,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서나나 정도면 예쁘잖아요.”“안 좋아해요.”“그럼 그 분은 뭘 좋
한편, 윤수정과 이서정의 생방송은 성공적이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은철과 둘째 삼촌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서정이 은철의 제수씨라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서정은 그동안 은철과 함께 나타났고, 오랫동안 은철의 여자친구로 알려져 왔다.두 사람은 함께 생방송에 등장해 자연스레 대중을 들끓게 했다.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와……, 정말 꿈 같은 일이야. 이게 바로 조카 며느리랑 고모의 케미인건가?][윤수정이랑 하은철이 결혼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아.][정말 부러워, 너무 알콩달콩하잖아.]“…….”점점 늘어나는 시청자를 보며 수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던 반응이었다.그녀는 하은철이라는 이름만 있으면 꾸준히 사람이 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중은 하씨 집안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뭐가 됐든, 화양의 최고 세가이니 말이다.댓글 속도가 빨라질수록 점점 더 많은 옷이 팔렸다.그리고 서정은 다른 쇼호스트처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그저 사람들은 모델인 서정과 39900원에서 79900원 사이인 신선한 가격에 한두 벌씩 구매했다.3시간 만에 총 판매량이 10만 개를 돌파했다.이는 지금까지의 블랙프라이데이의 판매량을 뛰어넘는 신기록이었다.그것도 아주 수월하게 판매가 되었다.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이렇게 좋은 업적은 저절로 입소문을 탔다.30분도 되지 않아 ‘윤수정 대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오늘 밤의 실적은 그녀가 자랑하기 좋은 증거가 되었다.결국 인터넷은 빠르게 잊혀지기 일수였다.하지만 여러 주요 언론 매체에서 고용된 작가가 보도하자마자 수정은 인터넷에서 가장 닮고 싶은 대표가 되었다.[와, 정말 대박이야. 윤이서한테 회사를 빼앗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룬거잖아.][이건 배워야 해. 글을 읽는 내내 의지가 불타올라. 윤수정이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성공해 마땅한 사람이야!][어쩐지 이서정이 윤이서 회사가 아니라 새로 막 개업한 하윤 회사
다음날 윤이서는 또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서나나의 웹드라마 조회수만 확인했다.“지금까지 현재 누적 조회수는 500만 회도 넘지 못했습니다.”회의실에 있던 홍보부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테이블을 두드렸다.“대표님, 웹드라마는 더 이상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이서는 차분했다.마케팅 부장은 이 틈을 타 물었다.“대표님, 전략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모델의 웹드라마가 사람들의 알고리듬을 타기만을 기다리는 건 너무 모험적입니다.”이서는 펜을 손에 쥔 채 침묵을 지켰다.다른 부서의 부장들도 의견을 제시하려 노력했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팅 부장의 의견과 다를 바 없었다.그들은 모두 전략을 다시 짜고 수정의 인기를 활용해 일부의 제품만이라도 판매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이서는 마침내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모두를 쳐다봤다.“지금 제 여론이 엉망이에요. 그런데 지금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들이 구매할 거라고 생각하세요?”그녀는 한마디로 모두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여러분들은 맡은 일만 열심히 해주시면 됩니다.”이서는 이 말을 남긴 채 회의실을 나섰다.몇 걸음 걷기도 전에 회사에서 청첩장을 나눠주는 윤수정과 윤아영을 마주쳤다.이서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무표정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왔다.심소희는 이서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닫고 화를 내며 불평했다.“왜 아무도 두 사람을 막지 않은 거예요?”이서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수정과 아영이 들어왔다.“언니, 어젯밤에 내 생방송 봤어? 안 봤으면 후회할 텐데.”이서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안 나가?”“왜이리 화가 났어. 그런 태도로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은 거야?”아영은 옆에서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나가라는 말 못 들었어요?”소희가 말했다.“그쪽은 상관 쓸 바 없고요.”수정은 소희를 밀어내고 양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뒤 차갑게 이서를 내려다봤다.“윤이서, 네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볼게. 말해두겠지만, 이 자리는 내
심소희는 윤이서가 정말 안정적인 마음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재촉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았다.그녀는 견고했다.소희가 그녀와 저녁을 먹으며 서나나의 웹드라마가 흥행하지 않아 그녀의 홍보에 지장을 주어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서는 차분하게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말했다.많은 사람들은 이서가 미쳤거나 내심 당황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서와 오래 일해온 소희는 그녀가 정말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평온함은 고인 물웅덩이의 평온함이 아니었다.폭풍 전야와 같았다.안절부절못하던 그녀도 차츰 차분해졌다.이러한 평온함은 3일째 지속되었다.소희는 견디기가 힘들어 3일이 3년과도 같았다.서나나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그녀는 가장 먼저 태블릿을 들고 이서의 사무실로 뛰어갔다.“이서 언니! 진짜 대박 소식이에요. 서나나 웹드라마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요!”이서는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했지만, 이서는 여전히 평온했다.“언니, 놀랍지 않아요?”소희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내가 분명 뜰 거라고 말했잖아.”“맞아요.”소희는 감격에 겨워 말했다.“제 말은, 어떻게 3일 만에 흥행할지 알았냐는 거예요!”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이번 웹드라마가 흥행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그 누구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언니는 날짜까지 확실하게 맞췄는데, 혹시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는 걸까?’소희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이서가 말했다.“왜 이 드라마가 오늘에서야 검색어에 올랐는지 알아?”“음……, 격투씬 때문일까요? 정말 격투씬 때문이에요?”“맞아.”이서는 태블릿을 들어 편집된 영상을 틀었다.“처음 이 장면을 보자마자 반드시 검색어에 오를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 이렇게 화끈한 격투씬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본 적이 없거든, 게다가 이 드라마는 리듬감도 좋고 스토리도 참신해. 처음에는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더라도 눈에 띄기만 하면 흥행할 수 있었어. 이것만 넘기면 자연스레 더 많은 관객을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