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가 그에게 이렇게 차가운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었다.단지 이혼 얘기 한 마디만 꺼냈을 뿐인데…….“오늘 나를 친 거 보니, 나중에는…….”“아니야.”이서는 지환에 대해 100% 신뢰를 하고 있었다. ‘그는 가정 폭력을 행사할 ‘위인’은 못 된다.’“그런 사람 아니야.”소지엽이 갑자기 할 말을 잊었다.침묵이 흘렀다.거대한 침묵이 거미줄처럼 그의 심장을 겹겹이 감쌌다.한참 뒤에야 미소를 지었다.“네 말이 맞아, 그런 사람은 아닌 거 같긴 해.”이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소지엽은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아까는 내가 일부러 그 사람을 자극하는 얘기를 했어. 그래서 날 친 거야. 그 사람 잘못 아니야. 내가 자초한 거야.” 이서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사실이야?”그는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왜 그런 거야?”이서가 화를 냈다.소지엽은 극심한 고통을 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목에 걸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에야 슬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그냥 테스트 한번 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몰랐어.” “그럼 사과해야지, 나에게 말고…….”이서는 이 말만 남기고 호텔 방을 나갔다.텅 빈 입구를 보며 소지엽은 웃었다.다시 상처를 건드렸다.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아마도 마음의 상처가 얼굴의 상처보다 더 깊어서였던 것 같았다.그는 이서와 남편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서가 남편을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냉전 중인데도 한 몸이었다.그는 이미 이 대결에서 패자나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이렇게 승복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이서는 소지엽의 방에서 나온 후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1층 라운지에서 지환과 이상언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바로 프런트에 문의했다. 호텔 직원은 두 사람이 나가는 걸 보았는데,
두 사람 중 한 명은 ML 국에서 만났던 여자, 줄리의 남편이었다.그의 몸은 더 불은 것 같았다. 옆의 여자는 지난번에 만났던 보석을 치렁치렁 두른 그 여자도, 줄리도 아닌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남자는 이서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그는 접수대에 가서 피임약 한 박스를 달라고 하고는 받아서 훌쩍 떠나버렸다.이서 뒤에서 간호사가 낮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비록 ML 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간호사의 동경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혹시 저 사람 아세요?” 간호사는 먼저 놀란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피부색과 머리카락을 보고 ML 국 현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즉시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물론이죠, 우리 병원 원장님이신데요.”“네? 원장님이요?” 이서는 깜짝 놀랐다.한편으로 왜 그의 주변에 예쁜 여자들이 줄지어 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진료소 규모만 봐도 이윤이 엄청 나다는 걸 알 수 있다.“네, 그리고 아직 결혼도 안 했답니다. 다이아 미스터예요. 어느 복받은 아가씨가 사장님과 결혼하려는지 모르겠네요.”간호사가 다시 한번 동경의 눈빛을 발산하며 한숨을 쉬었다.이서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 결혼 안 했다고요?!”“네.”“아내 있지 않나요?”간호사는 웃었다.“나, 여기서 근무한 지 10년 넘었거든요, 와이프가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걸요?”이서가 더 묻고 싶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임하나가 문자를 보내왔다.[이서야, 너 어디야? 아까 지환 씨가 너 찾으러 왔다가 호텔에 없는 걸 보고, 너 찾는다고 다시 나갔는데…….][바로 갈게.]메시지를 보낸 후, 간호사와 작별을 고하고 진료소를 나갔다.이미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ML 국의 거리에 따뜻한 가로등이 하나씩 켜졌다.이서는 호텔 방향으로 달려갔다.걷다 보니 눈앞에 갑자기 영롱한 작은 흰 꽃들이 하늘에서 날렸다.이서는 손을 내밀고 받았다. 눈꽃이었다.그녀는 눈꽃을 ‘후’ 불었다. 눈앞의 입김
각박한 세상을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사람처럼, 사소한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윤이서를 본 하지환은 용기를 내어 그녀를 데리고 호텔로 갔다.두 사람은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가까운 거리를 30분 동안 걸었다.호텔에 들어서자 밀려온 따뜻한 온기는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이기 충분했다.정신을 차린 이서는 곧바로 지환과 잡고 있던 손을 뺐다.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하나와 사람들은 호텔에 들어서는 그들을 보고 다가왔다.하나는 이서를 잡아당긴 채 지환을 노려봤다.“이서야, 괜찮아?”“난 괜찮아.”이서는 고개를 숙여 애꿎은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먼저 올라가자.”“그래.”하나는 이서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로비에는 세 명의 남자만 남아 있었다.소지엽은 이상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선생님, 제가 이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신가요?”그는 하나에게 상언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의사라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상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지환를 바라본 뒤, 유유히 입구로 걸어갔다.그는 로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두 사람만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지엽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당신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네요.”지환은 지엽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알고 있습니다.”“아직도 이서에게 상처주고 싶어요?”지엽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지환은 죄책감을 느꼈는지 분노가 수그러들었고, 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어떠한 핑계도 대지 않았다.그런 그의 모습에 지엽은 더욱 화가 났다.지엽은 늘 지환의 단점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를 확대해서 자기 합리화를 했다.‘이 남자는 이서랑 어울리지 않아.’하지만 현재 지환의 모습으로는 합리화가 되지 않았다.한때 이서를 짝사랑했던 UFC 챔피언을 생각났다.이제 지엽은 그가 왜 이서를 포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뭐라고 변명이라도 하지 그래요?”“제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
소지엽이 떠난 후, 이상언은 하지환을 향해 걸었다.“소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이 이서 씨에게 이렇게 애정이 많을 줄은 몰랐네.”지환은 눈을 치켜 올리며 상언을 바라봤다.순간, 상언은 등골이 서늘해져 황급히 대화 주제를 바꿨다.“이서 씨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손잡고 들어오던데, 화해한 거야?”지환은 상언을 다시 쳐다봤다.그제야 상언은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만약 자신이었어도, 배우자가 재혼했다는 사실을 숨겼다면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지환처럼 오해가 있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그러나 지환은 이서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기에 이서는 당연히 오해할 법했다.“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상언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자 웃으며 지환의 어깨를 잡았다.“네가 이서 씨를 찾으러 나섰을 때, 하나 씨랑 알아봤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이 ML국에서 온 건 하나 씨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어. 근데 두 사람이 ML국어를 몰라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봐, 그래서 내가 내일 우리를 통역사로 써달라고 했어. 어때? 지환아, 난 중요한 순간에 등 돌리지 않아.”지환은 가차없이 그의 속내를 들추어냈다.“하나 씨랑 같이 있고 싶은 거잖아.”“설마 이서 씨를 따라갈 생각이 없는 거야?”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상언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지환은 그를 째려봤다.그제서야 상언은 자신이 또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너도 참.”너무 기쁜 나머지 살짝 맛이 간 모양이다.이서는 다음 날, 두 명의 통역사가 합류할 것을 알고 있었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상언과 지환이 떠올랐다.“미안해, 이서야.”임하나는 이마를 짚으며 상언의 끈질긴 매달림에 이기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그때 상언 씨가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줘서……. 너도 알잖아, 잘생긴 남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거.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어.”“아니면, 이따 만
이상언은 조수석에 앉은 난형난제인 허지환을 쳐다보며 허탈한 기색을 보였다.오히려 지환은 기분이 좋은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두 사람은 어제의 경로를 따라 각각의 집을 찾아 나섰다.상언과 지환은 통역사라는 명목으로 어제보다 더 필요한 존재였다.마침내 윤이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특산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그들 덕에 ML국 주민들이 제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도 있었다.이 접근 방식은 의심할 여지 없이 ML국의 네 명의 주민의 신뢰를 증가시켰으며,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몇몇 사람들은 그날 스키장에 갔다가 그 소녀가 스스로 넘어진 걸 봤다고 말했다.넘어진 여자아이가 큰 소리를 내기도 했고, 외부인이었기에 그들의 뇌리에 박혔다고 말이다.필요한 경우 하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녹화해둔 비디오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목격자일 뿐이지만 최소한 하나의 말이 그 사람들과 똑같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다.상언이 나서서 당시 그의 여자친구가 하나였다고 말했다면 하나가 말한 내용의 신뢰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상언이 직접 그녀를 여자친구라고 밝히지 못한 건 하나가 상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나연이 찾아온 후, 그녀는 언젠가 자신도 엄마나 나연과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려웠다.남자 때문에 모든 것이 변하는 사람.그래서 그녀가 상언에게 직접 이별을 고한 것이었다.다시 생각해보니 하나는 조금 웃겼다.“왜 웃어요?”운전을 하던 상언은 백미러를 통해 하나의 미소를 발견했다.하나는 즉시 표정을 굳히고 옆에서 자고 있던 이서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아무 것도 아니에요.”“지환이도 잠들었어요.”“그게 무슨 말이에요?”하나는 몸에 가시를 세운 채 상언을 경계했다.상언은 백미러에 비친 하나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말은, 이번 기회에 우리가 잘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어쨌든, 차로 다음 집까지는 한 시간이 걸리니까요.”“왜 이렇게 많이 걸리는 거야.”하나는 차창
차 안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이상언은 오랜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지환이의 재혼에는 이유가 있어요.”“이유?”임하나는 웃으며 말했다.“누가 총 들고 협박이라도 한 거예요? 우리 아빠도 그 단어를 참 좋아하셨죠,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울 때마다 엄마한테 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어요. 다른 여자랑 나뒹구는 게 회사를 위해서인지, 성욕에 지배된 건지, 얼토당토않는 말이죠. 다른 여자랑 히히덕거리고 있는 걸 내 두눈으로 확인했는데 왜 이런 말을 못 하겠어요? 내가 못할 말이라도 한 거예요?!”그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이서가 말했다.“우리…….”“아무것도 아니에요, 잠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네요.”상언은 하나를 대신해 말했다.“계속 주무세요, 도착하려면 아직 한 시간은 더 남았어요.”이서는 상언의 말에 안심한 후,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사실 조수석에 있는 지환은 자고 있지 않았다.단지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는 하나와 상언의 대화를 들었다.지환은 못을 뽑아도 나무판에는 못자국이 선명히 남는다는 하나의 말에 동의했다.하지만 그는 못자국이 영원히 남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이서에게 상처주지 않고 남은 못자국을 지울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말이다.한 시간 후, 차는 마지막 집에 도착했다.마지막 집의 주인은 의사였다. 그는 젊었을 때 많은 도시를 여행했기에 이서가 화영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큰 관심을 보였다.하나는 상언에게 귓속말을 했다.“지난번에 여기 왔을 땐 왜 그렇게 퇴짜를 맞은 거예요?”상언은 테이블 위에 눈부시게 놓인 특산품을 바라봤다.“어쩌면 우리가 이서 씨처럼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말투가 지환이처럼 부드럽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고.”하나는 상언이 구사하는 ML국 언어와 지환이 구사하는 ML국 언어의 차이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집주인이 지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상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
남주인도 윤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부인과 다툼이 있었나요?”하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주인은 웃으며 대답했다.“싸우는 건 좋은 거예요. 저도 아내와 싸울 때면 서로를 더 잘 알게되죠.”지환은 처음 듣는 말에 입술을 씰룩거렸다.“싸우는 게 정말 그런 이점이 있다고 해도 전 아내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모든 싸움은 제 아내의 마음에 가시가 되니까요. 그리고 모든 화해는 그 가시를 뽑아내야 함을 가리키죠.”남주인은 한동안 멍하니 있더니 침착하게 말했다.“맞아요, 앞으로 저도 아내와 싸우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이서는 남주인의 서재에서 나간 후, 거실에서 두 아이가 울트라맨을 가지고 다투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처음 이 가족의 자료를 찾아봤을 때, 이 집에는 1남 1녀의 두 자녀가 있다는 걸 확인했기에 울트라맨과 인형을 하나씩 샀지만, 결국 집에 들어와 확인하니 자료는 잘못되어 있었고, 두 아이 모두 남자아이였다.두 소년은 국제 학교에 다녔기에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고, 오히려 ML국 언어를 사용할 때 더듬거렸다.그래서 그들을 싸울 때에도 영어를 사용했다“내놔, 형이면 동생한테 양보해야지!”“네가 동생이니까 형한테 양보해!”“…….”7~8살짜리 두 아이의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다.이서는 주위를 살폈지만 그들을 말리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아마 시끄러운 아이들의 일상에 오랫동안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두 아이의 몸싸움은 거칠어졌고, 큰 아이는 동생의 눈을 긁을 뻔했다.이서는 그들의 행동에 놀라 소리쳤다.“그만해!”그녀는 두 아이를 꾸짖었다.두 아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이서를 바라봤다.아이의 맑은 눈망울이 순식간에 이서를 진정시켰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웅크리고는 상냥하게 말했다.“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렇지?”“근데 내 장난감을 뺏으려고 했단 말이에요!”두 아이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이서가 말했다.“울트라맨의 형제가 몇 명인지 알아?”두 아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
하지환은 이미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그는 큰 손으로 윤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 모습은 마치 예의 바른 아이에게 상을 주는 것 같았다.그는 두 아이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이서 누나의 말을 이해했어?”지환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는 너무나도 강했다.두 아이는 쭈뼛쭈뼛 고개를 끄덕였다.지환이 말했다.“착하네, 나가서 놀아.”두 아이는 쏜살같이 뛰어나갔다.이서도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두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게다가 그녀는 부끄럽지만 지환의 손길이 그리웠다.‘내가 미쳤지, 미쳤어.’‘여기가 ML국만 아니었어도 지환 씨에게 이혼하자고 말했을 거야.’‘이대로 가면, 계속해서 지환 씨의 영향을 받을 거야, 재혼은 아니야!’‘재혼은 절대 안 돼!’“여보…….”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방금은 정말 멋있었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구나, 네가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확인시켜 줬어.”“만지지 마세요.”이서는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지환이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마다 이서는 더욱 두려워졌다.지환이 말했다.“알겠어, 그래도 앞으로는 이번처럼 아무 말없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약속해줘.”그는 아침을 주기 위해 이서에게 갔을 때 이서가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순간적으로 그는 정신줄을 놓고 이천에게 5분 안에 이서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이서가 ML국으로 갔다는 사실에, 그는 즉시 전용기를 몰아 출발했지만, 출발 전 ML국의 기상악화로 인해 이륙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지환은 이상언이 막지 않았더라면 기장을 죽일 기세였다.이를 회상한 지환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항상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서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적일 수 없었다.이서는 지환의 목숨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다.이서가 말했다.“전 더 이상 지환 씨에게 알릴 의무가 없어요.”“시간을 좀 줘, 내가 다 설명할게.”“도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요? M국에 본처가 있다는 건 분명하잖아요. 지환 씨, 제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