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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각박한 세상을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사람처럼, 사소한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윤이서를 본 하지환은 용기를 내어 그녀를 데리고 호텔로 갔다.

두 사람은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가까운 거리를 30분 동안 걸었다.

호텔에 들어서자 밀려온 따뜻한 온기는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이기 충분했다.

정신을 차린 이서는 곧바로 지환과 잡고 있던 손을 뺐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하나와 사람들은 호텔에 들어서는 그들을 보고 다가왔다.

하나는 이서를 잡아당긴 채 지환을 노려봤다.

“이서야, 괜찮아?”

“난 괜찮아.”

이서는 고개를 숙여 애꿎은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먼저 올라가자.”

“그래.”

하나는 이서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로비에는 세 명의 남자만 남아 있었다.

소지엽은 이상언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선생님, 제가 이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는 하나에게 상언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의사라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상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지환를 바라본 뒤, 유유히 입구로 걸어갔다.

그는 로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두 사람만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엽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네요.”

지환은 지엽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서에게 상처주고 싶어요?”

지엽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환은 죄책감을 느꼈는지 분노가 수그러들었고, 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어떠한 핑계도 대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지엽은 더욱 화가 났다.

지엽은 늘 지환의 단점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를 확대해서 자기 합리화를 했다.

‘이 남자는 이서랑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현재 지환의 모습으로는 합리화가 되지 않았다.

한때 이서를 짝사랑했던 UFC 챔피언을 생각났다.

이제 지엽은 그가 왜 이서를 포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지 그래요?”

“제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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