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은 조수석에 앉은 난형난제인 허지환을 쳐다보며 허탈한 기색을 보였다.오히려 지환은 기분이 좋은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두 사람은 어제의 경로를 따라 각각의 집을 찾아 나섰다.상언과 지환은 통역사라는 명목으로 어제보다 더 필요한 존재였다.마침내 윤이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특산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그들 덕에 ML국 주민들이 제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도 있었다.이 접근 방식은 의심할 여지 없이 ML국의 네 명의 주민의 신뢰를 증가시켰으며,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몇몇 사람들은 그날 스키장에 갔다가 그 소녀가 스스로 넘어진 걸 봤다고 말했다.넘어진 여자아이가 큰 소리를 내기도 했고, 외부인이었기에 그들의 뇌리에 박혔다고 말이다.필요한 경우 하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녹화해둔 비디오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목격자일 뿐이지만 최소한 하나의 말이 그 사람들과 똑같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다.상언이 나서서 당시 그의 여자친구가 하나였다고 말했다면 하나가 말한 내용의 신뢰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상언이 직접 그녀를 여자친구라고 밝히지 못한 건 하나가 상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나연이 찾아온 후, 그녀는 언젠가 자신도 엄마나 나연과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려웠다.남자 때문에 모든 것이 변하는 사람.그래서 그녀가 상언에게 직접 이별을 고한 것이었다.다시 생각해보니 하나는 조금 웃겼다.“왜 웃어요?”운전을 하던 상언은 백미러를 통해 하나의 미소를 발견했다.하나는 즉시 표정을 굳히고 옆에서 자고 있던 이서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아무 것도 아니에요.”“지환이도 잠들었어요.”“그게 무슨 말이에요?”하나는 몸에 가시를 세운 채 상언을 경계했다.상언은 백미러에 비친 하나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말은, 이번 기회에 우리가 잘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어쨌든, 차로 다음 집까지는 한 시간이 걸리니까요.”“왜 이렇게 많이 걸리는 거야.”하나는 차창
차 안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이상언은 오랜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지환이의 재혼에는 이유가 있어요.”“이유?”임하나는 웃으며 말했다.“누가 총 들고 협박이라도 한 거예요? 우리 아빠도 그 단어를 참 좋아하셨죠,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울 때마다 엄마한테 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어요. 다른 여자랑 나뒹구는 게 회사를 위해서인지, 성욕에 지배된 건지, 얼토당토않는 말이죠. 다른 여자랑 히히덕거리고 있는 걸 내 두눈으로 확인했는데 왜 이런 말을 못 하겠어요? 내가 못할 말이라도 한 거예요?!”그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이서가 말했다.“우리…….”“아무것도 아니에요, 잠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네요.”상언은 하나를 대신해 말했다.“계속 주무세요, 도착하려면 아직 한 시간은 더 남았어요.”이서는 상언의 말에 안심한 후,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사실 조수석에 있는 지환은 자고 있지 않았다.단지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는 하나와 상언의 대화를 들었다.지환은 못을 뽑아도 나무판에는 못자국이 선명히 남는다는 하나의 말에 동의했다.하지만 그는 못자국이 영원히 남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이서에게 상처주지 않고 남은 못자국을 지울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말이다.한 시간 후, 차는 마지막 집에 도착했다.마지막 집의 주인은 의사였다. 그는 젊었을 때 많은 도시를 여행했기에 이서가 화영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큰 관심을 보였다.하나는 상언에게 귓속말을 했다.“지난번에 여기 왔을 땐 왜 그렇게 퇴짜를 맞은 거예요?”상언은 테이블 위에 눈부시게 놓인 특산품을 바라봤다.“어쩌면 우리가 이서 씨처럼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말투가 지환이처럼 부드럽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고.”하나는 상언이 구사하는 ML국 언어와 지환이 구사하는 ML국 언어의 차이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집주인이 지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상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
남주인도 윤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부인과 다툼이 있었나요?”하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주인은 웃으며 대답했다.“싸우는 건 좋은 거예요. 저도 아내와 싸울 때면 서로를 더 잘 알게되죠.”지환은 처음 듣는 말에 입술을 씰룩거렸다.“싸우는 게 정말 그런 이점이 있다고 해도 전 아내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모든 싸움은 제 아내의 마음에 가시가 되니까요. 그리고 모든 화해는 그 가시를 뽑아내야 함을 가리키죠.”남주인은 한동안 멍하니 있더니 침착하게 말했다.“맞아요, 앞으로 저도 아내와 싸우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이서는 남주인의 서재에서 나간 후, 거실에서 두 아이가 울트라맨을 가지고 다투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처음 이 가족의 자료를 찾아봤을 때, 이 집에는 1남 1녀의 두 자녀가 있다는 걸 확인했기에 울트라맨과 인형을 하나씩 샀지만, 결국 집에 들어와 확인하니 자료는 잘못되어 있었고, 두 아이 모두 남자아이였다.두 소년은 국제 학교에 다녔기에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고, 오히려 ML국 언어를 사용할 때 더듬거렸다.그래서 그들을 싸울 때에도 영어를 사용했다“내놔, 형이면 동생한테 양보해야지!”“네가 동생이니까 형한테 양보해!”“…….”7~8살짜리 두 아이의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다.이서는 주위를 살폈지만 그들을 말리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아마 시끄러운 아이들의 일상에 오랫동안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두 아이의 몸싸움은 거칠어졌고, 큰 아이는 동생의 눈을 긁을 뻔했다.이서는 그들의 행동에 놀라 소리쳤다.“그만해!”그녀는 두 아이를 꾸짖었다.두 아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이서를 바라봤다.아이의 맑은 눈망울이 순식간에 이서를 진정시켰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웅크리고는 상냥하게 말했다.“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렇지?”“근데 내 장난감을 뺏으려고 했단 말이에요!”두 아이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이서가 말했다.“울트라맨의 형제가 몇 명인지 알아?”두 아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
하지환은 이미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그는 큰 손으로 윤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 모습은 마치 예의 바른 아이에게 상을 주는 것 같았다.그는 두 아이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이서 누나의 말을 이해했어?”지환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는 너무나도 강했다.두 아이는 쭈뼛쭈뼛 고개를 끄덕였다.지환이 말했다.“착하네, 나가서 놀아.”두 아이는 쏜살같이 뛰어나갔다.이서도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두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게다가 그녀는 부끄럽지만 지환의 손길이 그리웠다.‘내가 미쳤지, 미쳤어.’‘여기가 ML국만 아니었어도 지환 씨에게 이혼하자고 말했을 거야.’‘이대로 가면, 계속해서 지환 씨의 영향을 받을 거야, 재혼은 아니야!’‘재혼은 절대 안 돼!’“여보…….”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방금은 정말 멋있었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구나, 네가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확인시켜 줬어.”“만지지 마세요.”이서는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지환이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마다 이서는 더욱 두려워졌다.지환이 말했다.“알겠어, 그래도 앞으로는 이번처럼 아무 말없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약속해줘.”그는 아침을 주기 위해 이서에게 갔을 때 이서가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순간적으로 그는 정신줄을 놓고 이천에게 5분 안에 이서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이서가 ML국으로 갔다는 사실에, 그는 즉시 전용기를 몰아 출발했지만, 출발 전 ML국의 기상악화로 인해 이륙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지환은 이상언이 막지 않았더라면 기장을 죽일 기세였다.이를 회상한 지환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항상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서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적일 수 없었다.이서는 지환의 목숨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다.이서가 말했다.“전 더 이상 지환 씨에게 알릴 의무가 없어요.”“시간을 좀 줘, 내가 다 설명할게.”“도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요? M국에 본처가 있다는 건 분명하잖아요. 지환 씨, 제가 그
동시에 하지환과 이상언은 거침없이 서로를 안아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증거를 확보한 후, 네 사람은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남주인이 아쉬워하며 말했다.“저녁도 못 먹고 가시고……, 아쉽네요. 잠시 후에 제 친구가 올 건데, 여기에서 알아주는 투자자예요. 여러분들을 만나면 엄청 기뻐할 거예요.”남주인은 지환을 쳐다보며 말했다.네 사람은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바로 그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남주인은 문을 열고 술을 들고 서 있는 친구를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려 따뜻하게 맞이했다.“오, 안토니, 어서 와.”‘안토니’ 이 세 글자에 이서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이서가 병원에서 본 남자였고, 줄리가 자신을 속였다고 말한 바로 그 남자였다!지금 그는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고 홀로 왔다.이서는 참지 못하고 토니에게 영어로 물었다.“줄리를 아시나요?”토니는 환하게 웃었다.“네, 당신도 줄리의 친구인가요?”이서는 깜짝 놀랐다.“친구요? 당신과 줄리는 부부잖아요.”“부부요?”토니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아, 저번에 연기한 걸 말하는가보군.”“연기요?”“맞아요, 줄리는 연극배우인데다 경험자인데, 지난번에 ML국에 와서 요즘 떠오르는 영감이 없다며 같이 연기해 달라고 하더군요.”“그럼…… 당신은 두 명의 와이프가 있는 게 아니에요?”토니는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전 아직 결혼도 안 했어요, 제가 나이에 비해 성숙해보인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전 아직 20대거든요.”이서는 어리둥절해졌다.‘연극일 뿐인데, 그날 밤 줄리는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한 거야?’‘너무 연기에 몰입해서 그런 건가?’피어나는 의문을 해결하려면 줄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줄리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토니가 대답했다.“잘 모르겠어요, 줄리가 연극배우라는 것만 알아요.”하나는 줄리를 신경 쓰고 있는 이서에게 참지 못하고 물었다.“줄리가 누구야?”이서의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린 지 벌써 30분 째였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이닝 룸에서 기다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윤이서의 곁을 지키는 하지환을 조용히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안토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너무 감동적이야.”임하나는 이상언에게 토니가 한 말의 뜻을 물었다.뜻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영어로 말했다.“감동? 뭐가 감동적이에요? 남자가 여자를 정말 사랑한다면 자신을 통제할 줄도 알아야죠.”토니는 어리둥절 했다.“하지만 저 신사분은 정말 저 여성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제가 꿈꿔오던 사랑의 모습이죠. 아, 전 그렇게 많은 여자친구를 만났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한 사람도 저런 사람도 저에게 이런 사랑을 느끼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하나의 얼굴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지환이 이서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이 이유 때문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정말이지, 지환 씨가 이해가 안 돼.’‘이서를 이토록 사랑한다면, 왜 재혼을 하고싶다는 거야?’‘좋아, 백번 이해해서 이서를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서랑 함께하고 싶으면 이혼하면 되는 거잖아?’‘본처랑 이혼하는 것도 싫고, 이서도 잃기 싫다니, 세상이 쉽게 흘러갈 것 같나? 두 마리 토끼를 다 가지고 싶은 건 욕심이잖아!’“가자.”이서는 소파에 일어나 앉아 있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지환이 그녀를 부축한 후에야 일어설 수 있었다.집주인을 지나칠 때, 이서의 창백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실례했어요.”남주인과 여주인은 급히 손을 흔들며 네 사람을 현관까지 배웅했다.지환은 이서를 앉힌 후, 운전석에 있는 상언에게 다가가 말했다.“물건을 놓고 왔네, 잠시만 기다려줘.”상언은 지환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토니에게 상황을 묻기 위해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다녀와.”그렇
“이서 씨 친구로서 이서 씨의 편에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환이도 매우 복잡해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당신이 끼어들면 일이 더 복잡해 질 거예요. 그리고…….”이상언은 임하나를 빤히 쳐다봤다.하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었고, 이를 느낀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계, 계속 말하세요…….”“지환이가 이서 씨에게 상처를 줄거라고 생각해요?”상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나는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그의 진지한 시선 아래, 하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두 뺨이 뜨거워지자 그녀는 붉어진 얼굴이 들킬까 상언의 손을 뿌리쳤다.“알겠어요, 알겠어. 그냥 내버려 둘게요, 정말 시어머니도 아니고……. 앞으로 이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야 겠네요.”그런 호칭에도 상언은 전혀 짜증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당신만 좋으면 뭐라고 부르든 괜찮아요.”잠시 후 그는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하나 씨만 절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독특한 전율이 하나의 심장을 찔렀다.그녀는 뜨거운 두 뺨을 만지작거리며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애써 무시했다.“이 선생님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 방법은 어항 속에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에겐 쓸모 없어요.”하나는 상언의 손을 뿌리치고 차에서 내렸다.“…….”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그는 하나가 자신의 말을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단지 속마음을 털어놨을 뿐이었다.“아…….”상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백의 말처럼 아내를 알기란 하늘로 올라가는 것만 것 어려웠다.……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에 도착했다.이 객실은 지난번에 예약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이었다.익숙한 침대에 누운 이서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바로 여기에서 낯선 남자에게 소식을 접했다.“자, 물 좀 마셔.”지환은 이서를 일으켜 세워 물을 조금씩 먹여주었고, 그의 눈빛은 조바심의 흔적 없이 항상 부드러웠다.물을 다 먹인 후 지환은
하지환의 눈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그는 떨리는 윤이서의 몸을 토닥이며 아이 달래듯이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했다.“말 할 게, 하지만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그는 양쪽에게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려했다.이서의 마음에 못을 박지 않는.이서는 천천히 쥐고 있던 지환의 옷깃에 힘을 풀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옥구슬처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펑펑 울기 시작했다.그동안에 쌓여왔던 응어리를 푸는 것 같았다.“지현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요? 그동안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알아요? 왜 저를 이렇게 힘들 게 하는 거예요? 해외에 아내가 없다던가, 차라리 있다고 명쾌하게 말하던가, 어떠한 대답을 하든 지금처럼 모호하게 말하는 것 보다 훨씬 나아요!”이서의 어깨가 심하게 들썩이는 모습을 본 지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이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자제력을 사용해야 했다.그는 반드시 완벽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그의 신분을 말하지 않아도 되고 왜 그 자료표에 기혼이라고 적혀 있는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꽉 진 주먹은 매트리스를 향했다.붕대로 싸맨 상처가 찢어졌다.거즈가 빨갛게 물들었다.지환은 이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이서를 꼭 껴안았다.이서의 눈물은 그의 옷을 적시고 그의 심장을 적셨다.이서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었다.남아있던 마지막 힘도 이 눈물과 함께 사라졌다.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고, 부엌에서는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그건 한때 그녀가 듣기 좋아했던 분주한 소리였다.그 냄새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이서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여긴 ML국이다.그녀는 쉬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행복해지고 싶었다.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바람은 식탁에 밥 냄새가 퍼짐과 동시에 실현됐다.이서는 정말 배고팠기에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과 있더라도 그녀의 허기는 이길 수 없었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