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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이상언은 조수석에 앉은 난형난제인 허지환을 쳐다보며 허탈한 기색을 보였다.

오히려 지환은 기분이 좋은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제의 경로를 따라 각각의 집을 찾아 나섰다.

상언과 지환은 통역사라는 명목으로 어제보다 더 필요한 존재였다.

마침내 윤이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특산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그들 덕에 ML국 주민들이 제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도 있었다.

이 접근 방식은 의심할 여지 없이 ML국의 네 명의 주민의 신뢰를 증가시켰으며,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몇몇 사람들은 그날 스키장에 갔다가 그 소녀가 스스로 넘어진 걸 봤다고 말했다.

넘어진 여자아이가 큰 소리를 내기도 했고, 외부인이었기에 그들의 뇌리에 박혔다고 말이다.

필요한 경우 하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녹화해둔 비디오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목격자일 뿐이지만 최소한 하나의 말이 그 사람들과 똑같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다.

상언이 나서서 당시 그의 여자친구가 하나였다고 말했다면 하나가 말한 내용의 신뢰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상언이 직접 그녀를 여자친구라고 밝히지 못한 건 하나가 상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연이 찾아온 후, 그녀는 언젠가 자신도 엄마나 나연과 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려웠다.

남자 때문에 모든 것이 변하는 사람.

그래서 그녀가 상언에게 직접 이별을 고한 것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는 조금 웃겼다.

“왜 웃어요?”

운전을 하던 상언은 백미러를 통해 하나의 미소를 발견했다.

하나는 즉시 표정을 굳히고 옆에서 자고 있던 이서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지환이도 잠들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나는 몸에 가시를 세운 채 상언을 경계했다.

상언은 백미러에 비친 하나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은, 이번 기회에 우리가 잘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어쨌든, 차로 다음 집까지는 한 시간이 걸리니까요.”

“왜 이렇게 많이 걸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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