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이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 임하나는 나연이 이상언에게 말해 그녀를 정직시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도 상언의 질문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변명이 매우 많았다.어린 나이에도 나연은 위치가 높아서 앞날이 창창해 보였다.하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고, 이전만큼 화를 내지 않았다.“어머니는 어디 계셔?”“우리 엄마는 왜 찾으세요?”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때, 나연의 엄마가 부엌에서 나왔다.“손님 오셨어?”그녀는 민박집에 들어온 사람이 하나와 다른 사람임을 알고 즉시 어두워졌다.“앞으로 우리 딸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또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하나가 말했다.“제가 따님 때문에 정직당했거든요.”하나의 엄마는 즉시 반박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우리 딸이 왜 그런 짓을 했겠어요?”“못 믿으시겠으면 우리 회사 직원한테 물어보세요. 보름 전에 나연이가 우리 회사 인사부장님을 찾아가 제가 남자친구를 뺏었다고 했으니까요.”나연의 엄마는 나연이에게 고개를 돌렸다.“나연아, 이 분 말이 사실이니?”나연은 당황하지 않고 눈물을 짜냈다.“엄마, 다리가 너무 아픈데, 앉아서 얘기하면 안 돼요?”다리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나연 엄마는 하나가 자신의 딸을 밀었던 일이 생각났고, 눈가에 맴도는 의심은 줄어들고 마음이 아파왔다.“그래, 앉아서 얘기하자.”나연 엄마는 나연을 부축하고 앉았다.잠시 후, 나연은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본의 아니게 일어난 일이지만, 모두 제 잘못이에요.”“나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나연 엄마는 혼란스러웠다.하나와 이서는 동시에 나연이 거짓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빛은 마치 ‘어디까지 지어내나 보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제가 다리를 다쳤잖아요? 제가 돌아오자마자 아인이가 어쩌다가 다쳤는지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전 아인이한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나 언니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아인이는 이 말을 믿지 않고
나연의 엄마는 윤이서의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나연이가 또 무슨 잘못했나요?”“네.”이서는 임하나를 밀었다.“저희가 ML국에 있을 때, 하나가 나연이를 밀었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시나요?”물론 나연의 엄마는 기억하고 있었다.이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눈 앞의 네 청년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었다.“사실 당시 하나는 따님을 밀지 않았어요.”이서가 한 마디 뱉었다.나연의 엄마는 즉시 나연을 돌아보며 말했다.“나연아?”나연은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엄마……, 이서 언니가 굳이 하나 언니가 절 밀지 않았다고 하면 그런 거겠죠.”“그런 거겠죠? 그게 무슨 말이야?”나연의 말에 하나는 흥분했다.“난 널 민 적이 없어!”나연은 억울한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미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에요. 하나 언니,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니가 절 안 밀었다고 하면 안 민 걸로 치자고요!”“나는!”하나는 정말 이 작은 소녀의 두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이서는 그녀의 행동을 읽고 급히 말렸다.“하나야, 우리가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우린 증거가 있어!”이 말에 나연은 심장이 뛰었지만, 그 곳에 CCTV가 없다는 사실에 뛰던 심장은 차분해졌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서 언니, 부정하려 해도 사실은 사실이에요.”“그래서 그때 하나가 널 밀었다고?”이서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연은 이서가 자신을 떠보고 있다고 확신했다.“네!”“그래?”이서는 몸을 돌려 하나에게 말했다.“하나야, 영상 좀 보여줘.”하나가 대답했다.“알겠어.”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했고, 곧 화면에는 하나와 나연의 모습이 나타났다.나연의 미소는 점차 희미해졌고, 마침내 그녀가 일부러 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자 나연은 온몸을 떨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조작된 거야! 조작된 거라고!”신뢰를 잃은 나연의 엄마는 실망한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엄마
나연의 엄마도 나연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나연의 뺨을 때렸다.“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말을 할 수 있어!”뺨을 맞은 나연은 놀란 눈으로 뺨을 감싸 쥐었다.“뭐가 파렴치해요? 전 내 걸 되찾고 싶었을 뿐이에요. 언니한테 제 것을 빼앗겼는데, 저는 빼앗을 수 없다는 거예요?”나연은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서 민박집을 뛰쳐나왔다.나연의 엄마는 하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문 밖에 눈을 떼지 못했다.“죄송해요, 하나 씨.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제가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나서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습니다.”하나는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하나는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이 일은 나연이 한 일이고, 그녀는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책임은 온전한 자신의 몫이었다.“얼른 나연이를 찾으러 가보세요.”“감사합니다.”나연의 엄마는 그 말만 남겨둔 채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하나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에휴, 어머니가 무슨 죄야, 우리도 얼른 돌아가자.”돌아가는 길은 고요했다.이서의 머릿속은 온통 나연의 말로 가득 차 있었다.‘내가 갖지 못한 건 하나 언니도 가질 수 없어요!’왜 계속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녀가 끊임없이 이 말을 생각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도착했어요, 이서 씨.”앞좌석에 있던 이상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제야 이서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려 짐을 꺼내려던 찰나에 하지환이 한 발 앞서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냈다.“내가 데려다줄게.”지환은 아무 말없이 캐리어를 밀며 아파트로 향했다.이서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아직 오후 3시라 그런지 아파트 단지는 한산했다.엘리베이터도 둘뿐이었다.그녀는 큰 눈을 질끈 감은 채 계속해서 나연의 말을 생각했다.그녀가 실을 잡으려던 순간, 안내음성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이서는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
‘만약 그 의문의 사람이 내 사랑의 라이벌이라면, 그 사람도 나연이처럼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건 남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이간질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메시지를 보낸건지도 몰라.’‘나랑 지환씨가 싸우고, 자기처럼 지환 씨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한 거 아니야? 그럼 그 사람도 갖지 못한 거잖아. 그렇지만…… 말이 안 맞는게 의문의 사람이 말한 게 거짓말이라면, M국에서 본 건 왜 기혼이라고 적혀 있었던 거야? 지환 씨도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회피했잖아. 둘 다 문제가 있어.’윤이서는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생각하다가 마침내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줄리를 찾을 수 없으면 지환 씨의 아내를 찾으면 되잖아!’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루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이서는 작성한 메시지를 삭제하고 루나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도와줘서 고마워. 내 친구가 확인했는데 네가 알아본 정보가 바로 걔가 찾는 사람이었어. 내 친구가 이 남자의 아내가 누구인지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 일이 잘 해결되면 크게 보답한대.]기프티콘의 위력은 강력했다.3초도 지나지 않아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이서야, 뭘 이런 걸 가지고.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확인해 볼게.]이서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지만, 루나가 있는 곳은 밤이었기에 간단한 말로 이 대화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고마워.]그 말만 남긴 뒤 이서는 휴대폰을 끄려했지만, 루나는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서를 붙잡고 그 친구가 누구이며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은지 물었다.루나는 이서의 친구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가상의 인물이기에 이서는 급히 둘러댔다.[미안해, 내 친구가 다른 사람한테 자기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루나는 아쉬워하며 대화를 끝냈다.……한편, YS그룹 화영지사.이천은 지환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재빨리 달려갔고, 지환의 냉랭한 분위기에 놀라 움츠러들었다.‘아이고, ML국에서 사모님과 화해하고 같이 돌아온
“왜, 못 하겠어?”하지환은 따가운 눈초리로 이천을 바라봤다.이천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아뇨, 아뇨, 아닙니다.”“가 봐.”“네.”갑자기 뭔가 떠오른 지환은 사무실을 떠나려는 이천을 막았다.“이서가 ML국에 있을 때, 의문의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이천은 크게 벌린 채 조용히 지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한참을 기다렸지만, 지환은 이미 시선을 거두고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다른 자료는 없나요?”“없어.”“?!”‘내가 무당인 줄 아는 거야?’이때 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아……, 아닙니다…….”‘양지 바른 곳이라도 알아봐야지……, 답도 없는 대표님 말을 따를 바엔 그냥 양지 바른 곳에서 눈을 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렇게 정보가 없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어.’하지만 대표님과 사모님이 싸운 이유가 자기때문이라는 생각에 그는 이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천이 나가자마자 지환은 이상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술 마실래?]상언은 운전을 하는 듯했다.지환은 넥타이를 헐렁하게 풀었다.“아니, 방금 회사에 도착했어.”[그래?]상언은 뜸을 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지환에게 투덜거렸다.[넌 내가 그런 장인 어른을 만난 게 불행하다고 생각해? 그건 그렇고, 내가 왜 장인 어른의 잘못까지 덮고 가야하는 거야?]지환은 상언의 말을 바로잡았다.“너랑 하나 씨는 이미 헤어졌어.”상언이 대답했다.[넌 꼭 사람 마음에 불을 지펴야겠니?]“너도 내가 이서랑 싸웠을 때 옆에서 살살 건드렸잖아.”[…….]상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래, 내가 잘못했네. 어떻게 하면 하나 씨의 아버지가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없앨 수 있을까? 조언 좀 해줘.]“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넌 혼자 남게 될 걸.”[…….][그래도 어떡해, 내가 하나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첫만남
임하나는 아빠가 어디서 얻어맞고 왔다는 소식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야?]윤이서가 답장했다.하나는 이제야 잠에 들었는지 답장이 오지 않았다.이서는 루나의 채팅창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이서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아무 소식 없어?]곧바로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아직이야, 내가 꼭 찾아주겠다고 네 친구에게 전해줘.]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준비를 하고 서둘러 회사로 갔다.일찍 와서인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이서가 층을 누르고 닫기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만요!”그녀는 열림 버튼을 눌러 그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몇 층 가세요?”“언니, 드디어 만났네. 회사가 싫다고 도망간 줄 알았어!”이서는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그녀가 윤수정이라는 걸 알았다.그 순간 그녀는 후회했다.‘기다리지 않고 당장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야 했어!’수정의 말은 엘리베이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서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회사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왜 도망가?”“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신제품이 나오면 언니네 집안이 망하는 건 한 순간이야. 아, 아니지, 우리 회사가 망할 거야. 그때쯤이면 삼촌이랑 이모들이 가만두지 않을 걸? 언니,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언니는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일찍이 나한테 맡겼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언니가 해야지 뭐.”이서가 대답했다.“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계획대로라면 서나나의 웹드라마 방영 3일 차에 공식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그리고 서나나의 웹드라마는 이틀 뒤에 공개되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수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그 배우의 드라마를 기다리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그 배우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암묵적
윤이서는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성지영과 윤재하와 마주쳤다.두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 짐작할 수 있던 이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볼 일 있으세요?”성지영은 이서를 보자마자 뺨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나 그녀와 윤재하의 목숨이 이서의 손에 달려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 참아야 했다.“이서야,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 우리를 죽이려는 속셈이야?”이서는 문을 열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뭘 했다고요?”“네가 장부를 우기광한테 줬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그건 당신들이 법을 어긴거지, 나랑은 상관없잖아요.”“너!”참지 못한 성지영은 손을 들었고, 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성지영은 손을 든 채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그때 윤재하가 그녀를 끌어당겨 계단을 내려갔다.“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애한테 화를 내?”윤재하는 성지영에게 이렇게 말한 뒤, 다정하게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서야, 예전에 온라인에서 널 비난한 건 엄마 잘못이 맞아,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족이잖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시켜서 네 부모를 해칠 수 있어?”이서가 대답했다.“그래서 부모인 당신들은 날 괴롭혀도 되고, 난 그러면 안 된다는 거예요?”“네가 인간이야?”성지영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넌 나를 엄마로는 보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고마워히지는 못할 망정, 은혜를 원수로 갚아?”이서가 반박했다.“두 분이 인터넷에 거짓된 정보를 퍼뜨릴 때, 제 생각은 하셨어요? 그래도 내 부모라고 말할 수 있어요?”이 말 한마디로 윤재하와 성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이서는 이미 문을 열었고, 그들에게 등을 돌린 채 말했다.“전 이미 우기광 씨에게 증거를 줬고, 경찰이 이미 사건을 접수했어요. 그 증거들은 오래 전부터 접수된 것이니, 나를 찾아와도 아무 소용없어요.”“정말 그렇게 정없이 나올거니?”윤재하는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내리깔았고, 그동안 보였던 다
그들의 대화와 동시에 1층에 도착했다는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들렸다.윤재하는 천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는 다시 닫기 버튼을 눌렸다.성지영이 물었다.“여보, 아직도 그 배은망덕한 것에 의지하고 싶어요?”윤재하는 한숨을 쉬었다.“아니,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우리에게 수정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어.”성지영의 분노는 한순간에 기쁨이 되었다.“그렇죠? 맞아요, 수정이도 위층에 새로 회사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서랑 경쟁하기 위해 일부러 이서랑 동일한 테마를 잡고 디자이너 프로모션이나 유명인들의 지지를 받아 이 업계에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전 수정이가 이서를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때쯤이면 어르신의 마음도 바뀔 거예요. 유능한 손자며느리를 누가 마다하겠어요?”아내의 말을 들은 윤재하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정말이다.사업가들은 모두 힘이 세다.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었다.그 어르신은 쇼핑몰의 거물이었고, 당연히 강력한 여성에게 끌리는 사람이었다.그들의 대화와 함께 둘은 윤수정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윤재하 부부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수정은 생각에 잠겼다.모든 것이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삼촌, 숙모,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운철 오빠에게 말할 게요.”수정은 윤재하와 서지영에게 찻잔을 건네줬다.이서는 그들을 들여보내고 싶었지만, 그런 속마음을 반대해야 했다.“정말 고마워, 수정아.”수정의 말을 들은 성지영은 다정한 그녀의 말에 눈물을 훔쳤다.“수정아, 숙모가 너무 후회하고 있어, 내 딸이 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수정이 대답했다.“숙모, 제가 어렸을 때 많이 챙겨주셨잖아요. 전 다 기억해요.”“아이고, 참 착하구나. 숙모가 네 엄마만큼 아이들 교육에 능숙했다면, 그런 배은망덕한 것으로 키우지 않았을 텐데.”성지영은 그 어디에도 수정 같은 사람이 없을 것처럼 치켜세우고, 이서를 한바탕 깎아내렸다.윤재하 부부는 양전호가 자료를 들고 들어온 후
지환과 이서는 곧 하도훈을 마주했는데, 두 사람을 보는 하도훈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래, 너희가 이겼어!” 겨우 이 말을 내뱉는 하도훈은 이미 온 힘을 다 쓴 듯했다.“원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환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지만, 하도훈은 지환의 말에 흥분하기 시작했다.“허.”“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네가 윤이서와 급히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 은철이가 이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거야!” “모든 비극은 너희들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하도훈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잘못을 깨닫지 않자, 이서는 더 이상 하도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이서의 눈빛을 마주한 지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하도훈을 바라보았다.“형님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하도훈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알려줄 게 있다니, 두 사람한테 아이라도 있다는 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형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지환이 먹구름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하도훈을 응시하자, 불길한 예감을 느낀 하도훈이 곧장 몸을 일으켜 지환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지환은 그저 묵묵하게 하도훈을 응시할 뿐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닙니다.” “뭐, 뭐라고?”하도훈이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자, 지환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니라고요.”하도훈은 급기야 고개를 저으며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하하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하지환,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고?! 하하, 나는 절대 그 말에 속지 않을 거야!”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도훈의 손을 뿌리쳤고, 광기 어린 하도훈을 차갑게 응시했다.“그 여자는 형님을 만나기 전부터 임신 중이었습니다.”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이서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하도훈은 정말 그 여자를 믿었던 걸까요?”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정말이란다. 내가 왜 이런 일로 널 속이겠니?!” “정말 잘 됐어! 스웨이 여사도 이제야 소원을 하나 이룬 셈이니까!”배미희가 말했다.이서는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이 결과에 놀란 하이먼 스웨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서는 붉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렸다.잠시 후, 이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눈물 속에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배미희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서야, 엄마라고 불러보렴.” 이서는 이전에도 하이먼 스웨이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하이먼 스웨이가 친엄마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저 하이먼 스웨이가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엄마’라는 호칭은 아주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이서는 여러 번 시도한 후에야 온몸을 떨며 말했다.“엄, 엄마...”이서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자, 하이먼 스웨이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가... 드디어 널 찾았구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앞으론 엄마가 널 지켜줄게.”“엄마... 엉엉...”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한 이서는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을 다 토해내는 듯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지환을 본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놓아주며 지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어서 오렴.” 지환은 서서히 하이먼 스웨이에게 다가갔고, 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의 손을 이서의 손 위에 올려 두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누구보다 널 잘 아는 사람이야. 하 서방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지.” “하 서방한테 널 맡길 수 있다면... 엄마는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그
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환은 몸에 난 상처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지환과 입을 맞추며 짜릿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하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우리가 올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같네?” 이서는 하마터면 놀라 넘어질 뻔했는데, 눈치 빠른 소희가 이서를 붙잡았다.이서가 다소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자, 하나는 깔깔거리며 가지고 온 건강식품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이내 상언과 지환은 그날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서는 하나와 소희를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 화해한 거야?” 병실을 나서자마자, 하나가 호기심과 가십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나가 기뻐하며 이서의 어깨를 두드렸다.“잘 생각했어. 형부가 신분을 속이긴 했지만, 형부가 널 사랑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마 하은철은 형부의 반도 못 따라올 거야!” “근데 대체 언제까지 형부랑 그 쓰레기를 비교할 생각이야?”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랑 비교해야 한단 말이야. 아니다,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낫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과거를 내려놓고 지환 씨와 다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이 말을 끝으로 한숨을 내쉬던 이서의 표정이 다소 엄숙해졌다.“그러는 너는? 너는 상언 오빠랑 어떻게 됐어?’그동안 이서는 하나와 상언의 일을 잘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우리는...”하나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꽤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소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묻자, 하나가 다소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결정했어, 그 사람을 내 영원한 남자 친구로 만들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평생 이 선생님과 함께 할 생각이야. 물론 이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헤어져야겠지만 말이야.” “아, 이제야 알겠다!” 이서가 말했다.“네 마음속 상언 오빠의 지위가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남편이 될 자격
이서가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람이 크게 일었다. 사람들은 그 위력에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서는 어렴풋이 자기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이서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상 위에 누운 상태였고, 곁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있었다. 이서가 깨어나는 것을 본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이서야, 좀 괜찮니?” “... 네.”이서는 간신히 대답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배미희의 손을 잡았다.“엄마, 지환 씨는요?” “무사해.”배미희가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다른 병실에 있는데, 아직 의식을 찾진 못했단다.” “지환 씨한테 가보고 싶어요.” 이서가 눈물을 머금고 배미희를 바라보자, 배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언에게 이서를 옆 병실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침대에 누운 지환을 본 순간, 이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괜찮을 거예요. 조금만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 거고요.”그 순간, 병실 안에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금 떨어진 창가에 멋지게 걸터앉은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그 여자는 아래로 떨어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당신은...” “그 사람이 누구든 신경 쓰지 마세요.”갑자기 나타난 어둠이 호리병이 이서를 가로막으며 보물을 자랑하듯 말했다.“윤이서 씨,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이서는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 콜록콜록, 두 사람은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윤이서 씨와 하 대표님은 이미 염라대왕을 만났을 겁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것도 당신들이었나요?”“맞아요, 우리가 하도훈이 데려온 사람들을 모두 해치웠고, 하지호와 박예솔까지 해결
지환과 이서는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욱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는데, 다크웹 고수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곳마다 파멸로 이끌었으니 말이다.이서는 바깥 상황을 보면서 많은 걱정에 휩싸였다. “어둠의 호리병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죠? 설마...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죠?”지환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 바닥 사람들은 의리를 아주 중요시하거든.”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이상, 어둠의 호리병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 거야.”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차에 이서를 태웠다. “너는 우선 여길 떠나.”이서는 지환의 말 속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지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길 떠나라니요?” 지환이 말했다.“하지호는 이미 모든 수를 동원했어. 그 자식들이 여기로 올지도 모르니까 너는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해!” 하지만 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가정법원에 가서 새로운 정보를 등록하지도 않았잖아요!” “일이 끝나는 대로 처리하러 가야 한다고요!” 이서는 여전히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는데, 이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잖아요.” 지환이 거친 손가락으로 이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일이 끝나는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게.”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모진 마음을 먹고 이서의 손을 밀어냈고,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쳤다.“우리한테는 아직 아이도 없다고요!”지환이 걸음을 멈추었다.“지환 씨,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약 냄새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앞으로 남은 당신의 운명이 죽음뿐이라면,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거예요.”“하지만 당신이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지환 씨?” 지환은
지환의 모습을 본 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 말은, 가정법원에 가서 다시 혼인 신고하자는 뜻이었어요.”“이전에 등록한 건 다 가짜 정보였잖아요. 내일은 진짜 정보를 등록하자고요.” 지환이 기뻐하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하자.” 이서는 지환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다시 치켜세웠지만, 잠시 후 웃음을 거두었다. “아, 하도훈 쪽을 깜빡했네요. 우리가 가정법원에 가는 틈을 타서 기습하면 어쩌죠?”지환은 이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을 미루고 싶진 않아. 하지만...’“그럼 어둠의 호리병이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자...”바로 그때, 지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안색이 변한 지환은 곧장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에서 총을 발포한 두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중 한 무리는 하도훈의 사람들임이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이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물었다.“아무래도 하도훈이 이곳을 떠나는 어둠의 호리병을 지켜본 모양이야. 이 기회를 틈타 첫 번째 공격을 하려고 한 거지.”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구석으로 향했고, 서랍에 있던 총을 꺼내며 이서에게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내가 저 사람들을 쫓아내 볼게.” 이서가 지환은 손을 잡고 말했다.“하지만... 혼자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널 지켜줄 거야.”지환이 말했다.“이서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내일이 밝으면 우리는 가정법원에 가서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이서는 지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나는 지환 씨를 믿어요. 당신은... 꼭 돌아올 거예요.” 굳게 마음먹은 지환이 떠나자마자 집 밖에선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렸고, 머리를 감싼 이서는 구석에 웅크린 채 지환만을 기다렸다.‘이럴 때는 나 자신을 잘 보호해서 지환 씨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해.’ 이내 아래층의 총소리가 잦아들었고, 이서는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별장 전체가 고요한
“윤이서 씨가 하 대표님과 사이좋게 지낸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이서와 지환은 모두 멍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어둠의 호리병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했다. 특히 이서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작은 어색함이 피어올랐다. “왜 대답이 없어요?”어둠의 호리병이 재촉하며 말했다.“뭐, 대답을 안 해도 상관은 없어요. 나야 그 사람들을 찾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만약 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상대할 작정이라면, 나는 언제든 도망가면 돼요.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이서의 시선이 지환에게 떨어졌다.“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라는 게 사실이에요?” 지환이 이서의 눈을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응.” 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다.“정말 그 사람들을 찾을 방법이 있는 거예요? 우리가 뭐 도울 건 없고요?”“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래요, 그럼...”이서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우리를 위해 두 사람을 찾아주기만 한다면, 그 조건을 승낙할게요.” 옆에 있던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의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이서야, 하 서방이랑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니?” “네.”이서가 짧게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의 제안은 이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준 셈이었고, 이서는 그 구멍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었다. “잘 생각했어! 정말 잘 생각했어!”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안고 말했다.“정말 좋은 일이구나. 이제 DNA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지환도 이서를 꽉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린 배미희는 하이먼 스웨이와 어둠의 호리병에게 말했다.“우린 이만 나가볼까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이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고, 이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적막한 방 안에는 순식간에 두 사람만이 남았고, 이서는 지환을 바라볼 수 없어서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배미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어머, 벌써 잊은 거야?”“애초에 스웨이 여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 그 가짜랑 DNA 검사를 했을 때 이서 네가 그 여자랑 함께 있었잖아!” “그때 우리는 CCVT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단다.” 그 일은 아주 명확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그 가게에 있던 사람 중에 누가 하이먼 스웨이의 딸인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그때 그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을 조사했어. 단 한 사람을 빼고 말이야!” 배미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이서의 몸에 떨어지자, 하이먼 스웨이도 그제야 배미희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하이먼 스웨이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함부로 과욕을 부릴 수는 없었다.“이서야...”이서도 감격에 겨워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설마... 그럴 리가...”배미희가 말했다.“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조사받았는데, 너랑 스웨이 여사만 DNA를 대조하지 않았잖니? 아니다, 이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의사를 불러서 DNA 검사를 하는 건 어떨까, 응?” 배미희의 말에 하이먼 스웨이와 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서도 하이먼 스웨이가 친부모이길 바란 적이 있었고, 하이먼 스웨이도 이서가 딸이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두 사람 모두 반신반의했다.“제 생각에도 검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DNA가 일치한다면 아주 기쁠 일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지환이 입을 열자, 이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지환의 눈빛을 마주했다.이서는 다시금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하이먼 스웨이의 눈동자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저는 괜찮은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하이먼 스웨이가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래, 좋고말고...”잠시 후, 연락
성지영이 곧장 입을 열려고 하자, 윤재하가 성지영을 제지하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저 X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게 해주자고!” “당신은 윤이서가 정말 우리한테 가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걸려들지 않는 것을 보고도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되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는 모양이네요.” 성지영은 자신이 정말 속았다는 것에 분개하며 소리쳤다.“이 사기꾼아!” 하지만 성지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기도 전에 윤재하와 성지영은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윤재하와 성지영이 경찰차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서는 꼭꼭 숨겨두었던 나약함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어쩌면 평생 친부모님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하지만... 나는 절대 오늘의 일을 후회하진 않을 거야.’ 이서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지환과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래,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친부모님을 찾을 순 없지만, 저 친구들이 내 곁에 남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거니까.’“이만 돌아가자.” 이서의 목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이서는 또 한 차례의 격전을 이겨내기 위해 푹 쉬어야만 했지만, 이서가 윤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라는 가십이 온 세상을 들썩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서는 일부로 그 가십을 잠재우려 하지 않았고, 되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도록 방치했다.이내 그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은 윤씨 가문이 하씨 가문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토록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어머, 그럼 윤이서 씨는 아무 잘못도 없이 윤씨 가문의 도구가 된 거예요? 너무 불쌍하네요.] [윤씨 가문 사람들, 정말 파렴치해요! 자기 딸은 자기 딸이지만, 다른 사람은 딸은 다른 사람의 딸인 거잖아요.][윤이서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서 씨의 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