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나는 아빠가 어디서 얻어맞고 왔다는 소식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야?]윤이서가 답장했다.하나는 이제야 잠에 들었는지 답장이 오지 않았다.이서는 루나의 채팅창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이서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아무 소식 없어?]곧바로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아직이야, 내가 꼭 찾아주겠다고 네 친구에게 전해줘.]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준비를 하고 서둘러 회사로 갔다.일찍 와서인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이서가 층을 누르고 닫기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만요!”그녀는 열림 버튼을 눌러 그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몇 층 가세요?”“언니, 드디어 만났네. 회사가 싫다고 도망간 줄 알았어!”이서는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그녀가 윤수정이라는 걸 알았다.그 순간 그녀는 후회했다.‘기다리지 않고 당장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야 했어!’수정의 말은 엘리베이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서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회사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왜 도망가?”“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신제품이 나오면 언니네 집안이 망하는 건 한 순간이야. 아, 아니지, 우리 회사가 망할 거야. 그때쯤이면 삼촌이랑 이모들이 가만두지 않을 걸? 언니,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언니는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일찍이 나한테 맡겼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언니가 해야지 뭐.”이서가 대답했다.“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계획대로라면 서나나의 웹드라마 방영 3일 차에 공식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그리고 서나나의 웹드라마는 이틀 뒤에 공개되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수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그 배우의 드라마를 기다리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그 배우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암묵적
윤이서는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성지영과 윤재하와 마주쳤다.두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 짐작할 수 있던 이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볼 일 있으세요?”성지영은 이서를 보자마자 뺨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나 그녀와 윤재하의 목숨이 이서의 손에 달려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 참아야 했다.“이서야,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 우리를 죽이려는 속셈이야?”이서는 문을 열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뭘 했다고요?”“네가 장부를 우기광한테 줬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그건 당신들이 법을 어긴거지, 나랑은 상관없잖아요.”“너!”참지 못한 성지영은 손을 들었고, 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성지영은 손을 든 채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그때 윤재하가 그녀를 끌어당겨 계단을 내려갔다.“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애한테 화를 내?”윤재하는 성지영에게 이렇게 말한 뒤, 다정하게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서야, 예전에 온라인에서 널 비난한 건 엄마 잘못이 맞아,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족이잖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시켜서 네 부모를 해칠 수 있어?”이서가 대답했다.“그래서 부모인 당신들은 날 괴롭혀도 되고, 난 그러면 안 된다는 거예요?”“네가 인간이야?”성지영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넌 나를 엄마로는 보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고마워히지는 못할 망정, 은혜를 원수로 갚아?”이서가 반박했다.“두 분이 인터넷에 거짓된 정보를 퍼뜨릴 때, 제 생각은 하셨어요? 그래도 내 부모라고 말할 수 있어요?”이 말 한마디로 윤재하와 성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이서는 이미 문을 열었고, 그들에게 등을 돌린 채 말했다.“전 이미 우기광 씨에게 증거를 줬고, 경찰이 이미 사건을 접수했어요. 그 증거들은 오래 전부터 접수된 것이니, 나를 찾아와도 아무 소용없어요.”“정말 그렇게 정없이 나올거니?”윤재하는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내리깔았고, 그동안 보였던 다
그들의 대화와 동시에 1층에 도착했다는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들렸다.윤재하는 천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는 다시 닫기 버튼을 눌렸다.성지영이 물었다.“여보, 아직도 그 배은망덕한 것에 의지하고 싶어요?”윤재하는 한숨을 쉬었다.“아니,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우리에게 수정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어.”성지영의 분노는 한순간에 기쁨이 되었다.“그렇죠? 맞아요, 수정이도 위층에 새로 회사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서랑 경쟁하기 위해 일부러 이서랑 동일한 테마를 잡고 디자이너 프로모션이나 유명인들의 지지를 받아 이 업계에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전 수정이가 이서를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때쯤이면 어르신의 마음도 바뀔 거예요. 유능한 손자며느리를 누가 마다하겠어요?”아내의 말을 들은 윤재하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정말이다.사업가들은 모두 힘이 세다.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었다.그 어르신은 쇼핑몰의 거물이었고, 당연히 강력한 여성에게 끌리는 사람이었다.그들의 대화와 함께 둘은 윤수정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윤재하 부부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수정은 생각에 잠겼다.모든 것이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삼촌, 숙모,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운철 오빠에게 말할 게요.”수정은 윤재하와 서지영에게 찻잔을 건네줬다.이서는 그들을 들여보내고 싶었지만, 그런 속마음을 반대해야 했다.“정말 고마워, 수정아.”수정의 말을 들은 성지영은 다정한 그녀의 말에 눈물을 훔쳤다.“수정아, 숙모가 너무 후회하고 있어, 내 딸이 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수정이 대답했다.“숙모, 제가 어렸을 때 많이 챙겨주셨잖아요. 전 다 기억해요.”“아이고, 참 착하구나. 숙모가 네 엄마만큼 아이들 교육에 능숙했다면, 그런 배은망덕한 것으로 키우지 않았을 텐데.”성지영은 그 어디에도 수정 같은 사람이 없을 것처럼 치켜세우고, 이서를 한바탕 깎아내렸다.윤재하 부부는 양전호가 자료를 들고 들어온 후
심소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윤이서의 사무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놀라 문으로 걸어갔다.“이서 언니,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오셨어요?”마침 모든 일정을 다 짠 이서는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부서의 부장들을 회의실로 모시고 와.”“네.”이서가 회사로 돌아온 것을 본 소희는 자신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었다.‘이번에는 화해를 하셨는가 모르겠네.’‘현태 씨가 이서 언니 남편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이랑 언니가 사이가 틀어졌을까?’소희는 의문을 품은 채 각 부서의 부장을 회의실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이틀 뒤면 브랜드 광고 모델의 새 드라마가 나옵니다.”이서는 차분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다들 준비되셨나요?”“네, 준비됐습니다.”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서가 대답했다.“좋습니다. 다음으로 주의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하나씩 실행해 나갈 예정이니, 문제가 있으면 즉시 저에게 피드백해주시기 바랍니다.”이서는 주의해야 할 사항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한 시간여 만에 회의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이서는 일어서서 사람들을 바라봤다.“다른 의견 있으십니까?”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없습니다.”“일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나갔다.다른 부서의 부장들도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마지막으로 걸어가던 홍보부장은 앞서가던 마케팅부장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여 부장님, 잠시만요.”모든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홍보부장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공장에서 위층 사람들의 일에 집중해 우리의 주문을 중단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알고 계셨습니까? 역시 홍보부장님이라 그런지 소식이 빠르시군요.”“농담할 때가 아닙니다.”홍보 부장이 말했다.“그런데 왜 이 일을 윤 대표님께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걱정되지 않습니까?”“뭐가 걱정이라는 말입니까?”“대표님 말씀 못 들으
윤이서가 공장과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오후 3시였다.그녀는 공장을 나서자마자 재빨리 휴대폰을 켜 확인을 했지만, 여전히 루나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대신 임하나가 남긴 음성 메시지가 있었다.[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빠 진술에 의하면 퇴근길에 갑자기 한 무리가 차에서 내리더니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대.][아빠가 평소에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잘못 걸린 거지. 아 웃겨 죽겠어.][이서야, 오늘 같이 저녁 먹을까? 내가 살게.]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하나에게 답장을 보낸 다음 루나의 채팅창에 들어갔다.이서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아직이야?]곧바로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응, 아직.]루나는 메시지와 함께 고민 중인 이모티콘을 보냈다.[참 이상하네, 혼인 여부는 확인했는데 아내가 누구인지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가 않아.][서류에 안 적혀 있어?][나도 그게 너무 궁금해, 아무 것도 안 적혀 있어.]이전에 루나는 하지환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이서에게 보냈지만, 이서는 아내의 이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머뭇거리다가 텍스트를 쳤다.[그럼 혼인관계증명서가 조작된 걸까?]타이핑 후 그녀는 바로 보내지 않았다.한참을 망설이던 이서는 결국 마음을 먹고 보냈다.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하지만 그건 불가능해.]이 답장에 이서는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그녀는 입술이 떨렸다.‘맞아.’‘어떻게 이걸 조작할 수 있겠어?’‘만약 조작된 것이었으면 지환 씨가 나한테 말했겠지.’‘지환 씨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이 혼인관계증명서가 진짜라는 뜻이 아닐까?’루나는 답장으로 응답했다.[그래도 친구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내 친구가 동사무소에서 일하거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상관없어. 내 친구도 기다릴 거야.]사실 이서는 더 이상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지환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그가 진실을 꾸며낼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에
“윤이서 씨가 나가실 때 둘째 도련님께서 윤이서 씨가 다시 오면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임하나는 입을 떡 벌린 채 모호한 눈으로 이서의 팔을 찔렀다.이서는 하나를 곁눈질로 보고 식당 주인을 따라 룸으로 갔다.안내를 끝낸 식당 주인이 떠나자마자 하나는 입을 열었다.“어쩐지 소씨 그룹 둘째 도련님이 널 대하는 태도가 다르긴 했어.”“그 사람은 여자친구가 있지 않아? 이건 다른 문제인가?”하나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는 이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알았어. 이 얘기는 그만할게. 어쨌든 그 사람은 이미 떠났잖아,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맞아.”차를 한잔 따르자 이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하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이서야, 지금 지환 씨랑은 어때?”이서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잘 모르겠어,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거든…….”“복잡하다니?”하나가 말했다.“얼마나 복잡하길래?”이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하나는 찻잔을 들어올렸다.“됐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래도 이서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네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았으면 좋겠어. 나를 위해 이혼하지 않았던 우리 엄마처럼 되지 마. 사실 엄마는 모르겠지만, 난 우리 엄마 아빠가 헤어졌으면 했거든, 어쩌면 내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은 진작에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았을 거야.”이서는 안타까운 눈으로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의 진상이 밝혀지고 지환 씨가 양다리를 걸친 게 확인되면,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혼할 거야.”단지 이서는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뿐이었다.하나가 말했다.“이서야, 내가 네 인생에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지만, 난 정말 걱정돼……, 우리가 남자 일로 마음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하나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이서는 하나의 옆에 앉아 그녀를 안았다.“알지, 나도 네 마음 다 알아…….”하나는 이서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몸을 들썩였
윤이서는 하지환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임하나랑만 소통했다.하나도 같은 전략을 사용하려 했지만, 아빠를 때린 사람이 이상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정말 상언 씨가 한 일이에요?!”상언은 하나의 표정이 화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이서는 고개를 들어 상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왜 그랬어요?”하나는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상언이 대답했다.“사회의 물을 흐리는 사람들은 처리해야죠.”하나는 콧방귀를 뀌었다.잠시 후, 그녀는 식사를 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럼……, 그때 영상도 있어요?”상언은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만을 기다린 어부처럼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죠, 집에 있는데, 보러 갈래요?”하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상언 씨 집으로 가야만 볼 수 있는 거예요?”“뭐, 결국 범죄의 증거니까요. 혹여나 불이익이 생길 수 있잖아요.”하나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좋아요, 지금 갈까요?”“지금도 좋아요.”상언은 기뻐하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일어섰다.“가요.”이서는 두 사람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지 않았기에,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하나가 외투를 집어들고 미안한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서야, 미안한데, 난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아. 둘이 있어도…… 괜찮지?”이서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친구의 행복을 위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하나는 그녀의 미소에 안심하고 식당을 나섰다.두 사람이 떠난 후, 룸에는 지환과 이서만이 남아있었다.하나가 있을 때 이서는 그녀와 이야기를 하며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었지만, 하나가 떠나고 나서 그녀의 모든 신경은 지환을 가리켰다.그녀는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었다.그러나 지환의 긴 다리는 그녀가 지나가야 할 길을 가로 막고 있어서 그녀가 떠나면 잡힐 게 뻔했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미트볼만 괴롭혔다.“그건 미트볼이지 내가 아니야.”지환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룸
“여보……, 제 품이 많이 그리웠나 봐…….”윤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지환을 바라봤을 때, 그는 두 손을 뒷머리에 얹고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이서는 책상을 짚고 일어나서 지환을 내려다봤다.“제 체면 좀 생각해 줘요.”“알겠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야, 됐지?”“나쁜 사람!”이서는 욕을 남긴 채 조심스럽게 지환의 다리를 건너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룸을 떠났다.지환은 바로 일어나서 그녀를 따라갔다.그는 복근에 남은 이서의 온기를 매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식당을 빠져나온 이서는 화끈해진 열기를 식힐 수 있었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그녀가 문을 닫으려던 순간, 그녀보다 더 빠른 손이 차 문을 잡았다.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봤다.그 순간, 지환은 쉽게 차에 올라탔다.“지금 뭐하는 거예요?”이서가 물었다.“너 데려다 줄려고.”“현태 씨가 데려다 줄 거예요.”“내가 직접 데려다 줘야 마음이 놓여.”“…….”이서는 짜증나는 마음에 지환과 아예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창밖의 풍경만 바라봤다.서우 그룹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로 이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지만, 지환은 매번 그런 그녀를 실패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왜 지환이 낯짝이 두껍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침묵 속에 이동하던 차는 이서의 아파트에 도착했다.이서는 아무리 빨리 걸어도 계속 따라오는 지환을 바라보며 속도를 늦췄다.일층에 도착한 그녀는 멈춰 서서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집 앞에 도착했으니 됐죠?”“아니.”지환이 웃으며 말했다.“직접 집에 들어가는 건 보고 가야지.”“…….”이서는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웃음을 지었다.“지환 씨가 정 그러시겠다면, 따라오세요.”“좋지.”지환은 이서보다 먼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렸다.“아내랑 같이 집에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몰라.”‘지환 씨는 지금 내 옆에 없는 거야. 없는 사람 취급하자. 지금 나 혼자야.’엘리베이터는 눈 깜짝할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