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 의문의 사람이 내 사랑의 라이벌이라면, 그 사람도 나연이처럼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건 남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이간질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메시지를 보낸건지도 몰라.’‘나랑 지환씨가 싸우고, 자기처럼 지환 씨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한 거 아니야? 그럼 그 사람도 갖지 못한 거잖아. 그렇지만…… 말이 안 맞는게 의문의 사람이 말한 게 거짓말이라면, M국에서 본 건 왜 기혼이라고 적혀 있었던 거야? 지환 씨도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회피했잖아. 둘 다 문제가 있어.’윤이서는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생각하다가 마침내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줄리를 찾을 수 없으면 지환 씨의 아내를 찾으면 되잖아!’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루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이서는 작성한 메시지를 삭제하고 루나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도와줘서 고마워. 내 친구가 확인했는데 네가 알아본 정보가 바로 걔가 찾는 사람이었어. 내 친구가 이 남자의 아내가 누구인지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 일이 잘 해결되면 크게 보답한대.]기프티콘의 위력은 강력했다.3초도 지나지 않아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이서야, 뭘 이런 걸 가지고.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확인해 볼게.]이서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지만, 루나가 있는 곳은 밤이었기에 간단한 말로 이 대화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고마워.]그 말만 남긴 뒤 이서는 휴대폰을 끄려했지만, 루나는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서를 붙잡고 그 친구가 누구이며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은지 물었다.루나는 이서의 친구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가상의 인물이기에 이서는 급히 둘러댔다.[미안해, 내 친구가 다른 사람한테 자기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루나는 아쉬워하며 대화를 끝냈다.……한편, YS그룹 화영지사.이천은 지환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재빨리 달려갔고, 지환의 냉랭한 분위기에 놀라 움츠러들었다.‘아이고, ML국에서 사모님과 화해하고 같이 돌아온
“왜, 못 하겠어?”하지환은 따가운 눈초리로 이천을 바라봤다.이천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아뇨, 아뇨, 아닙니다.”“가 봐.”“네.”갑자기 뭔가 떠오른 지환은 사무실을 떠나려는 이천을 막았다.“이서가 ML국에 있을 때, 의문의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이천은 크게 벌린 채 조용히 지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한참을 기다렸지만, 지환은 이미 시선을 거두고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다른 자료는 없나요?”“없어.”“?!”‘내가 무당인 줄 아는 거야?’이때 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아……, 아닙니다…….”‘양지 바른 곳이라도 알아봐야지……, 답도 없는 대표님 말을 따를 바엔 그냥 양지 바른 곳에서 눈을 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렇게 정보가 없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어.’하지만 대표님과 사모님이 싸운 이유가 자기때문이라는 생각에 그는 이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천이 나가자마자 지환은 이상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술 마실래?]상언은 운전을 하는 듯했다.지환은 넥타이를 헐렁하게 풀었다.“아니, 방금 회사에 도착했어.”[그래?]상언은 뜸을 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지환에게 투덜거렸다.[넌 내가 그런 장인 어른을 만난 게 불행하다고 생각해? 그건 그렇고, 내가 왜 장인 어른의 잘못까지 덮고 가야하는 거야?]지환은 상언의 말을 바로잡았다.“너랑 하나 씨는 이미 헤어졌어.”상언이 대답했다.[넌 꼭 사람 마음에 불을 지펴야겠니?]“너도 내가 이서랑 싸웠을 때 옆에서 살살 건드렸잖아.”[…….]상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래, 내가 잘못했네. 어떻게 하면 하나 씨의 아버지가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없앨 수 있을까? 조언 좀 해줘.]“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넌 혼자 남게 될 걸.”[…….][그래도 어떡해, 내가 하나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첫만남
임하나는 아빠가 어디서 얻어맞고 왔다는 소식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야?]윤이서가 답장했다.하나는 이제야 잠에 들었는지 답장이 오지 않았다.이서는 루나의 채팅창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이서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아무 소식 없어?]곧바로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아직이야, 내가 꼭 찾아주겠다고 네 친구에게 전해줘.]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준비를 하고 서둘러 회사로 갔다.일찍 와서인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이서가 층을 누르고 닫기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만요!”그녀는 열림 버튼을 눌러 그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몇 층 가세요?”“언니, 드디어 만났네. 회사가 싫다고 도망간 줄 알았어!”이서는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그녀가 윤수정이라는 걸 알았다.그 순간 그녀는 후회했다.‘기다리지 않고 당장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야 했어!’수정의 말은 엘리베이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서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회사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왜 도망가?”“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신제품이 나오면 언니네 집안이 망하는 건 한 순간이야. 아, 아니지, 우리 회사가 망할 거야. 그때쯤이면 삼촌이랑 이모들이 가만두지 않을 걸? 언니,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언니는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일찍이 나한테 맡겼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언니가 해야지 뭐.”이서가 대답했다.“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계획대로라면 서나나의 웹드라마 방영 3일 차에 공식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그리고 서나나의 웹드라마는 이틀 뒤에 공개되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수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그 배우의 드라마를 기다리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그 배우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암묵적
윤이서는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성지영과 윤재하와 마주쳤다.두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 짐작할 수 있던 이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볼 일 있으세요?”성지영은 이서를 보자마자 뺨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나 그녀와 윤재하의 목숨이 이서의 손에 달려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 참아야 했다.“이서야,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 우리를 죽이려는 속셈이야?”이서는 문을 열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뭘 했다고요?”“네가 장부를 우기광한테 줬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그건 당신들이 법을 어긴거지, 나랑은 상관없잖아요.”“너!”참지 못한 성지영은 손을 들었고, 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성지영은 손을 든 채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그때 윤재하가 그녀를 끌어당겨 계단을 내려갔다.“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애한테 화를 내?”윤재하는 성지영에게 이렇게 말한 뒤, 다정하게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서야, 예전에 온라인에서 널 비난한 건 엄마 잘못이 맞아,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족이잖니. 어떻게 다른 사람을 시켜서 네 부모를 해칠 수 있어?”이서가 대답했다.“그래서 부모인 당신들은 날 괴롭혀도 되고, 난 그러면 안 된다는 거예요?”“네가 인간이야?”성지영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넌 나를 엄마로는 보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고마워히지는 못할 망정, 은혜를 원수로 갚아?”이서가 반박했다.“두 분이 인터넷에 거짓된 정보를 퍼뜨릴 때, 제 생각은 하셨어요? 그래도 내 부모라고 말할 수 있어요?”이 말 한마디로 윤재하와 성지영은 말문이 막혔다.이서는 이미 문을 열었고, 그들에게 등을 돌린 채 말했다.“전 이미 우기광 씨에게 증거를 줬고, 경찰이 이미 사건을 접수했어요. 그 증거들은 오래 전부터 접수된 것이니, 나를 찾아와도 아무 소용없어요.”“정말 그렇게 정없이 나올거니?”윤재하는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내리깔았고, 그동안 보였던 다
그들의 대화와 동시에 1층에 도착했다는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들렸다.윤재하는 천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는 다시 닫기 버튼을 눌렸다.성지영이 물었다.“여보, 아직도 그 배은망덕한 것에 의지하고 싶어요?”윤재하는 한숨을 쉬었다.“아니,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우리에게 수정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어.”성지영의 분노는 한순간에 기쁨이 되었다.“그렇죠? 맞아요, 수정이도 위층에 새로 회사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서랑 경쟁하기 위해 일부러 이서랑 동일한 테마를 잡고 디자이너 프로모션이나 유명인들의 지지를 받아 이 업계에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전 수정이가 이서를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때쯤이면 어르신의 마음도 바뀔 거예요. 유능한 손자며느리를 누가 마다하겠어요?”아내의 말을 들은 윤재하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정말이다.사업가들은 모두 힘이 세다.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었다.그 어르신은 쇼핑몰의 거물이었고, 당연히 강력한 여성에게 끌리는 사람이었다.그들의 대화와 함께 둘은 윤수정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윤재하 부부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수정은 생각에 잠겼다.모든 것이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삼촌, 숙모,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운철 오빠에게 말할 게요.”수정은 윤재하와 서지영에게 찻잔을 건네줬다.이서는 그들을 들여보내고 싶었지만, 그런 속마음을 반대해야 했다.“정말 고마워, 수정아.”수정의 말을 들은 성지영은 다정한 그녀의 말에 눈물을 훔쳤다.“수정아, 숙모가 너무 후회하고 있어, 내 딸이 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수정이 대답했다.“숙모, 제가 어렸을 때 많이 챙겨주셨잖아요. 전 다 기억해요.”“아이고, 참 착하구나. 숙모가 네 엄마만큼 아이들 교육에 능숙했다면, 그런 배은망덕한 것으로 키우지 않았을 텐데.”성지영은 그 어디에도 수정 같은 사람이 없을 것처럼 치켜세우고, 이서를 한바탕 깎아내렸다.윤재하 부부는 양전호가 자료를 들고 들어온 후
심소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윤이서의 사무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놀라 문으로 걸어갔다.“이서 언니,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오셨어요?”마침 모든 일정을 다 짠 이서는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부서의 부장들을 회의실로 모시고 와.”“네.”이서가 회사로 돌아온 것을 본 소희는 자신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었다.‘이번에는 화해를 하셨는가 모르겠네.’‘현태 씨가 이서 언니 남편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이랑 언니가 사이가 틀어졌을까?’소희는 의문을 품은 채 각 부서의 부장을 회의실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이틀 뒤면 브랜드 광고 모델의 새 드라마가 나옵니다.”이서는 차분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다들 준비되셨나요?”“네, 준비됐습니다.”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서가 대답했다.“좋습니다. 다음으로 주의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하나씩 실행해 나갈 예정이니, 문제가 있으면 즉시 저에게 피드백해주시기 바랍니다.”이서는 주의해야 할 사항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한 시간여 만에 회의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이서는 일어서서 사람들을 바라봤다.“다른 의견 있으십니까?”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없습니다.”“일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나갔다.다른 부서의 부장들도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마지막으로 걸어가던 홍보부장은 앞서가던 마케팅부장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여 부장님, 잠시만요.”모든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홍보부장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공장에서 위층 사람들의 일에 집중해 우리의 주문을 중단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알고 계셨습니까? 역시 홍보부장님이라 그런지 소식이 빠르시군요.”“농담할 때가 아닙니다.”홍보 부장이 말했다.“그런데 왜 이 일을 윤 대표님께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걱정되지 않습니까?”“뭐가 걱정이라는 말입니까?”“대표님 말씀 못 들으
윤이서가 공장과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오후 3시였다.그녀는 공장을 나서자마자 재빨리 휴대폰을 켜 확인을 했지만, 여전히 루나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대신 임하나가 남긴 음성 메시지가 있었다.[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빠 진술에 의하면 퇴근길에 갑자기 한 무리가 차에서 내리더니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대.][아빠가 평소에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잘못 걸린 거지. 아 웃겨 죽겠어.][이서야, 오늘 같이 저녁 먹을까? 내가 살게.]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하나에게 답장을 보낸 다음 루나의 채팅창에 들어갔다.이서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아직이야?]곧바로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응, 아직.]루나는 메시지와 함께 고민 중인 이모티콘을 보냈다.[참 이상하네, 혼인 여부는 확인했는데 아내가 누구인지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가 않아.][서류에 안 적혀 있어?][나도 그게 너무 궁금해, 아무 것도 안 적혀 있어.]이전에 루나는 하지환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이서에게 보냈지만, 이서는 아내의 이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머뭇거리다가 텍스트를 쳤다.[그럼 혼인관계증명서가 조작된 걸까?]타이핑 후 그녀는 바로 보내지 않았다.한참을 망설이던 이서는 결국 마음을 먹고 보냈다.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하지만 그건 불가능해.]이 답장에 이서는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그녀는 입술이 떨렸다.‘맞아.’‘어떻게 이걸 조작할 수 있겠어?’‘만약 조작된 것이었으면 지환 씨가 나한테 말했겠지.’‘지환 씨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이 혼인관계증명서가 진짜라는 뜻이 아닐까?’루나는 답장으로 응답했다.[그래도 친구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내 친구가 동사무소에서 일하거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상관없어. 내 친구도 기다릴 거야.]사실 이서는 더 이상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지환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그가 진실을 꾸며낼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에
“윤이서 씨가 나가실 때 둘째 도련님께서 윤이서 씨가 다시 오면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임하나는 입을 떡 벌린 채 모호한 눈으로 이서의 팔을 찔렀다.이서는 하나를 곁눈질로 보고 식당 주인을 따라 룸으로 갔다.안내를 끝낸 식당 주인이 떠나자마자 하나는 입을 열었다.“어쩐지 소씨 그룹 둘째 도련님이 널 대하는 태도가 다르긴 했어.”“그 사람은 여자친구가 있지 않아? 이건 다른 문제인가?”하나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는 이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알았어. 이 얘기는 그만할게. 어쨌든 그 사람은 이미 떠났잖아,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맞아.”차를 한잔 따르자 이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하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이서야, 지금 지환 씨랑은 어때?”이서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잘 모르겠어,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거든…….”“복잡하다니?”하나가 말했다.“얼마나 복잡하길래?”이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하나는 찻잔을 들어올렸다.“됐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래도 이서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네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았으면 좋겠어. 나를 위해 이혼하지 않았던 우리 엄마처럼 되지 마. 사실 엄마는 모르겠지만, 난 우리 엄마 아빠가 헤어졌으면 했거든, 어쩌면 내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은 진작에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았을 거야.”이서는 안타까운 눈으로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의 진상이 밝혀지고 지환 씨가 양다리를 걸친 게 확인되면,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혼할 거야.”단지 이서는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뿐이었다.하나가 말했다.“이서야, 내가 네 인생에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지만, 난 정말 걱정돼……, 우리가 남자 일로 마음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하나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이서는 하나의 옆에 앉아 그녀를 안았다.“알지, 나도 네 마음 다 알아…….”하나는 이서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몸을 들썩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