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 씨 친구로서 이서 씨의 편에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환이도 매우 복잡해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당신이 끼어들면 일이 더 복잡해 질 거예요. 그리고…….”이상언은 임하나를 빤히 쳐다봤다.하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었고, 이를 느낀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계, 계속 말하세요…….”“지환이가 이서 씨에게 상처를 줄거라고 생각해요?”상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나는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그의 진지한 시선 아래, 하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두 뺨이 뜨거워지자 그녀는 붉어진 얼굴이 들킬까 상언의 손을 뿌리쳤다.“알겠어요, 알겠어. 그냥 내버려 둘게요, 정말 시어머니도 아니고……. 앞으로 이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야 겠네요.”그런 호칭에도 상언은 전혀 짜증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당신만 좋으면 뭐라고 부르든 괜찮아요.”잠시 후 그는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하나 씨만 절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독특한 전율이 하나의 심장을 찔렀다.그녀는 뜨거운 두 뺨을 만지작거리며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애써 무시했다.“이 선생님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 방법은 어항 속에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에겐 쓸모 없어요.”하나는 상언의 손을 뿌리치고 차에서 내렸다.“…….”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그는 하나가 자신의 말을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단지 속마음을 털어놨을 뿐이었다.“아…….”상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백의 말처럼 아내를 알기란 하늘로 올라가는 것만 것 어려웠다.……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에 도착했다.이 객실은 지난번에 예약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이었다.익숙한 침대에 누운 이서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바로 여기에서 낯선 남자에게 소식을 접했다.“자, 물 좀 마셔.”지환은 이서를 일으켜 세워 물을 조금씩 먹여주었고, 그의 눈빛은 조바심의 흔적 없이 항상 부드러웠다.물을 다 먹인 후 지환은
하지환의 눈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그는 떨리는 윤이서의 몸을 토닥이며 아이 달래듯이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했다.“말 할 게, 하지만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그는 양쪽에게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려했다.이서의 마음에 못을 박지 않는.이서는 천천히 쥐고 있던 지환의 옷깃에 힘을 풀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옥구슬처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펑펑 울기 시작했다.그동안에 쌓여왔던 응어리를 푸는 것 같았다.“지현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요? 그동안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알아요? 왜 저를 이렇게 힘들 게 하는 거예요? 해외에 아내가 없다던가, 차라리 있다고 명쾌하게 말하던가, 어떠한 대답을 하든 지금처럼 모호하게 말하는 것 보다 훨씬 나아요!”이서의 어깨가 심하게 들썩이는 모습을 본 지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이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자제력을 사용해야 했다.그는 반드시 완벽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그의 신분을 말하지 않아도 되고 왜 그 자료표에 기혼이라고 적혀 있는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꽉 진 주먹은 매트리스를 향했다.붕대로 싸맨 상처가 찢어졌다.거즈가 빨갛게 물들었다.지환은 이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이서를 꼭 껴안았다.이서의 눈물은 그의 옷을 적시고 그의 심장을 적셨다.이서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었다.남아있던 마지막 힘도 이 눈물과 함께 사라졌다.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고, 부엌에서는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그건 한때 그녀가 듣기 좋아했던 분주한 소리였다.그 냄새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이서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여긴 ML국이다.그녀는 쉬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행복해지고 싶었다.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바람은 식탁에 밥 냄새가 퍼짐과 동시에 실현됐다.이서는 정말 배고팠기에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과 있더라도 그녀의 허기는 이길 수 없었다.그녀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며 모처럼의 평온을 즐겼다.임하나가 증거를 얻었으니, 자연히 귀국하는 날짜도 정해졌다.윤이서와 하나는 따로 표를 사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고, 그녀들과 함께하고 싶은 두 남자는 머리를 싸매야 했다.이번 일로 배운 게 있는 그들은 전략을 바꿨다.이상언이 이서를 설득하고, 하지환이 하나를 설득하는 방식.이는 색다른 방식이었다.지환이 본격적으로 작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하나는 두 손 두 발을 들고 항복했다.한편, 이서 쪽은 상언이 많은 시간과 애를 썼지만 결국 그의 설득에 이서는 마지못해 동의했다.비행기에 탄 하나는 이서에게 귓속말을 했다.“어쩌면 우리는 두 사람 손 안에 있나 봐.”“…….”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중간쯤 갔을 때, 지환은 이서의 옆에 와 앉았다.“여보, 할 말이 있어.”이서는 창밖을 내다보며 물었다.“무슨 말이요?”“다시 돌아와주면 안 돼?”이서가 나간 이후로 별장은 휑했고, 이는 지환을 힘들게 했다.‘예전에는 집에 돌아가는 게 행복했는데…….’이서는 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 상황이 확실하지 않잖아요,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그때 돌아갈지, 아니면 여전히 돌아가지 않을지 결정할게요.”이서의 단호함에 그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엷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널 만나러 가도 될까?”이서가 막 거절하려는 찰나, 지환이 말했다.“너랑 대화하고 싶어서 그래. 너도 그 사람이 어떻게 네 연락처를 알아냈고, 왜 갑자기 너한테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궁금하잖아. 그리고 줄리도…….”그의 말에 이서의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8시 이후로는 찾아오지 마세요.”지환은 밝게 대답했다.이서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눈살을 찌푸렸다.비행기에서 내리자 하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초조하게 말했다.“이서야, 바로 나연이한테 가야 할까? 아니면 인사 부장님께 가야 할까?”“그리고 내가 무슨 옷을 입어야 기깔나게
나연이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 임하나는 나연이 이상언에게 말해 그녀를 정직시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도 상언의 질문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변명이 매우 많았다.어린 나이에도 나연은 위치가 높아서 앞날이 창창해 보였다.하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고, 이전만큼 화를 내지 않았다.“어머니는 어디 계셔?”“우리 엄마는 왜 찾으세요?”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때, 나연의 엄마가 부엌에서 나왔다.“손님 오셨어?”그녀는 민박집에 들어온 사람이 하나와 다른 사람임을 알고 즉시 어두워졌다.“앞으로 우리 딸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또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하나가 말했다.“제가 따님 때문에 정직당했거든요.”하나의 엄마는 즉시 반박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우리 딸이 왜 그런 짓을 했겠어요?”“못 믿으시겠으면 우리 회사 직원한테 물어보세요. 보름 전에 나연이가 우리 회사 인사부장님을 찾아가 제가 남자친구를 뺏었다고 했으니까요.”나연의 엄마는 나연이에게 고개를 돌렸다.“나연아, 이 분 말이 사실이니?”나연은 당황하지 않고 눈물을 짜냈다.“엄마, 다리가 너무 아픈데, 앉아서 얘기하면 안 돼요?”다리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나연 엄마는 하나가 자신의 딸을 밀었던 일이 생각났고, 눈가에 맴도는 의심은 줄어들고 마음이 아파왔다.“그래, 앉아서 얘기하자.”나연 엄마는 나연을 부축하고 앉았다.잠시 후, 나연은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본의 아니게 일어난 일이지만, 모두 제 잘못이에요.”“나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나연 엄마는 혼란스러웠다.하나와 이서는 동시에 나연이 거짓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빛은 마치 ‘어디까지 지어내나 보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제가 다리를 다쳤잖아요? 제가 돌아오자마자 아인이가 어쩌다가 다쳤는지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전 아인이한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나 언니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아인이는 이 말을 믿지 않고
나연의 엄마는 윤이서의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나연이가 또 무슨 잘못했나요?”“네.”이서는 임하나를 밀었다.“저희가 ML국에 있을 때, 하나가 나연이를 밀었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시나요?”물론 나연의 엄마는 기억하고 있었다.이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눈 앞의 네 청년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었다.“사실 당시 하나는 따님을 밀지 않았어요.”이서가 한 마디 뱉었다.나연의 엄마는 즉시 나연을 돌아보며 말했다.“나연아?”나연은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엄마……, 이서 언니가 굳이 하나 언니가 절 밀지 않았다고 하면 그런 거겠죠.”“그런 거겠죠? 그게 무슨 말이야?”나연의 말에 하나는 흥분했다.“난 널 민 적이 없어!”나연은 억울한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미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에요. 하나 언니,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니가 절 안 밀었다고 하면 안 민 걸로 치자고요!”“나는!”하나는 정말 이 작은 소녀의 두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이서는 그녀의 행동을 읽고 급히 말렸다.“하나야, 우리가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우린 증거가 있어!”이 말에 나연은 심장이 뛰었지만, 그 곳에 CCTV가 없다는 사실에 뛰던 심장은 차분해졌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서 언니, 부정하려 해도 사실은 사실이에요.”“그래서 그때 하나가 널 밀었다고?”이서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연은 이서가 자신을 떠보고 있다고 확신했다.“네!”“그래?”이서는 몸을 돌려 하나에게 말했다.“하나야, 영상 좀 보여줘.”하나가 대답했다.“알겠어.”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했고, 곧 화면에는 하나와 나연의 모습이 나타났다.나연의 미소는 점차 희미해졌고, 마침내 그녀가 일부러 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자 나연은 온몸을 떨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조작된 거야! 조작된 거라고!”신뢰를 잃은 나연의 엄마는 실망한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엄마
나연의 엄마도 나연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나연의 뺨을 때렸다.“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말을 할 수 있어!”뺨을 맞은 나연은 놀란 눈으로 뺨을 감싸 쥐었다.“뭐가 파렴치해요? 전 내 걸 되찾고 싶었을 뿐이에요. 언니한테 제 것을 빼앗겼는데, 저는 빼앗을 수 없다는 거예요?”나연은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서 민박집을 뛰쳐나왔다.나연의 엄마는 하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문 밖에 눈을 떼지 못했다.“죄송해요, 하나 씨.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제가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나서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습니다.”하나는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하나는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이 일은 나연이 한 일이고, 그녀는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책임은 온전한 자신의 몫이었다.“얼른 나연이를 찾으러 가보세요.”“감사합니다.”나연의 엄마는 그 말만 남겨둔 채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하나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에휴, 어머니가 무슨 죄야, 우리도 얼른 돌아가자.”돌아가는 길은 고요했다.이서의 머릿속은 온통 나연의 말로 가득 차 있었다.‘내가 갖지 못한 건 하나 언니도 가질 수 없어요!’왜 계속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녀가 끊임없이 이 말을 생각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도착했어요, 이서 씨.”앞좌석에 있던 이상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제야 이서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려 짐을 꺼내려던 찰나에 하지환이 한 발 앞서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냈다.“내가 데려다줄게.”지환은 아무 말없이 캐리어를 밀며 아파트로 향했다.이서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아직 오후 3시라 그런지 아파트 단지는 한산했다.엘리베이터도 둘뿐이었다.그녀는 큰 눈을 질끈 감은 채 계속해서 나연의 말을 생각했다.그녀가 실을 잡으려던 순간, 안내음성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이서는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
‘만약 그 의문의 사람이 내 사랑의 라이벌이라면, 그 사람도 나연이처럼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건 남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이간질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메시지를 보낸건지도 몰라.’‘나랑 지환씨가 싸우고, 자기처럼 지환 씨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한 거 아니야? 그럼 그 사람도 갖지 못한 거잖아. 그렇지만…… 말이 안 맞는게 의문의 사람이 말한 게 거짓말이라면, M국에서 본 건 왜 기혼이라고 적혀 있었던 거야? 지환 씨도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회피했잖아. 둘 다 문제가 있어.’윤이서는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생각하다가 마침내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줄리를 찾을 수 없으면 지환 씨의 아내를 찾으면 되잖아!’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루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이서는 작성한 메시지를 삭제하고 루나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도와줘서 고마워. 내 친구가 확인했는데 네가 알아본 정보가 바로 걔가 찾는 사람이었어. 내 친구가 이 남자의 아내가 누구인지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 일이 잘 해결되면 크게 보답한대.]기프티콘의 위력은 강력했다.3초도 지나지 않아 루나에게서 답장이 왔다.[이서야, 뭘 이런 걸 가지고.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확인해 볼게.]이서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지만, 루나가 있는 곳은 밤이었기에 간단한 말로 이 대화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고마워.]그 말만 남긴 뒤 이서는 휴대폰을 끄려했지만, 루나는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서를 붙잡고 그 친구가 누구이며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은지 물었다.루나는 이서의 친구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가상의 인물이기에 이서는 급히 둘러댔다.[미안해, 내 친구가 다른 사람한테 자기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루나는 아쉬워하며 대화를 끝냈다.……한편, YS그룹 화영지사.이천은 지환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재빨리 달려갔고, 지환의 냉랭한 분위기에 놀라 움츠러들었다.‘아이고, ML국에서 사모님과 화해하고 같이 돌아온
“왜, 못 하겠어?”하지환은 따가운 눈초리로 이천을 바라봤다.이천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아뇨, 아뇨, 아닙니다.”“가 봐.”“네.”갑자기 뭔가 떠오른 지환은 사무실을 떠나려는 이천을 막았다.“이서가 ML국에 있을 때, 의문의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이천은 크게 벌린 채 조용히 지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한참을 기다렸지만, 지환은 이미 시선을 거두고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다른 자료는 없나요?”“없어.”“?!”‘내가 무당인 줄 아는 거야?’이때 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아……, 아닙니다…….”‘양지 바른 곳이라도 알아봐야지……, 답도 없는 대표님 말을 따를 바엔 그냥 양지 바른 곳에서 눈을 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렇게 정보가 없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어.’하지만 대표님과 사모님이 싸운 이유가 자기때문이라는 생각에 그는 이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천이 나가자마자 지환은 이상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술 마실래?]상언은 운전을 하는 듯했다.지환은 넥타이를 헐렁하게 풀었다.“아니, 방금 회사에 도착했어.”[그래?]상언은 뜸을 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지환에게 투덜거렸다.[넌 내가 그런 장인 어른을 만난 게 불행하다고 생각해? 그건 그렇고, 내가 왜 장인 어른의 잘못까지 덮고 가야하는 거야?]지환은 상언의 말을 바로잡았다.“너랑 하나 씨는 이미 헤어졌어.”상언이 대답했다.[넌 꼭 사람 마음에 불을 지펴야겠니?]“너도 내가 이서랑 싸웠을 때 옆에서 살살 건드렸잖아.”[…….]상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래, 내가 잘못했네. 어떻게 하면 하나 씨의 아버지가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없앨 수 있을까? 조언 좀 해줘.]“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넌 혼자 남게 될 걸.”[…….][그래도 어떡해, 내가 하나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첫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