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환은 이미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그는 큰 손으로 윤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 모습은 마치 예의 바른 아이에게 상을 주는 것 같았다.그는 두 아이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이서 누나의 말을 이해했어?”지환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는 너무나도 강했다.두 아이는 쭈뼛쭈뼛 고개를 끄덕였다.지환이 말했다.“착하네, 나가서 놀아.”두 아이는 쏜살같이 뛰어나갔다.이서도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두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게다가 그녀는 부끄럽지만 지환의 손길이 그리웠다.‘내가 미쳤지, 미쳤어.’‘여기가 ML국만 아니었어도 지환 씨에게 이혼하자고 말했을 거야.’‘이대로 가면, 계속해서 지환 씨의 영향을 받을 거야, 재혼은 아니야!’‘재혼은 절대 안 돼!’“여보…….”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방금은 정말 멋있었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구나, 네가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확인시켜 줬어.”“만지지 마세요.”이서는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지환이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마다 이서는 더욱 두려워졌다.지환이 말했다.“알겠어, 그래도 앞으로는 이번처럼 아무 말없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약속해줘.”그는 아침을 주기 위해 이서에게 갔을 때 이서가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순간적으로 그는 정신줄을 놓고 이천에게 5분 안에 이서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이서가 ML국으로 갔다는 사실에, 그는 즉시 전용기를 몰아 출발했지만, 출발 전 ML국의 기상악화로 인해 이륙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지환은 이상언이 막지 않았더라면 기장을 죽일 기세였다.이를 회상한 지환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항상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서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적일 수 없었다.이서는 지환의 목숨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다.이서가 말했다.“전 더 이상 지환 씨에게 알릴 의무가 없어요.”“시간을 좀 줘, 내가 다 설명할게.”“도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요? M국에 본처가 있다는 건 분명하잖아요. 지환 씨, 제가 그
동시에 하지환과 이상언은 거침없이 서로를 안아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증거를 확보한 후, 네 사람은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남주인이 아쉬워하며 말했다.“저녁도 못 먹고 가시고……, 아쉽네요. 잠시 후에 제 친구가 올 건데, 여기에서 알아주는 투자자예요. 여러분들을 만나면 엄청 기뻐할 거예요.”남주인은 지환을 쳐다보며 말했다.네 사람은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바로 그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남주인은 문을 열고 술을 들고 서 있는 친구를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려 따뜻하게 맞이했다.“오, 안토니, 어서 와.”‘안토니’ 이 세 글자에 이서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이서가 병원에서 본 남자였고, 줄리가 자신을 속였다고 말한 바로 그 남자였다!지금 그는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고 홀로 왔다.이서는 참지 못하고 토니에게 영어로 물었다.“줄리를 아시나요?”토니는 환하게 웃었다.“네, 당신도 줄리의 친구인가요?”이서는 깜짝 놀랐다.“친구요? 당신과 줄리는 부부잖아요.”“부부요?”토니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아, 저번에 연기한 걸 말하는가보군.”“연기요?”“맞아요, 줄리는 연극배우인데다 경험자인데, 지난번에 ML국에 와서 요즘 떠오르는 영감이 없다며 같이 연기해 달라고 하더군요.”“그럼…… 당신은 두 명의 와이프가 있는 게 아니에요?”토니는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전 아직 결혼도 안 했어요, 제가 나이에 비해 성숙해보인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전 아직 20대거든요.”이서는 어리둥절해졌다.‘연극일 뿐인데, 그날 밤 줄리는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한 거야?’‘너무 연기에 몰입해서 그런 건가?’피어나는 의문을 해결하려면 줄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줄리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토니가 대답했다.“잘 모르겠어요, 줄리가 연극배우라는 것만 알아요.”하나는 줄리를 신경 쓰고 있는 이서에게 참지 못하고 물었다.“줄리가 누구야?”이서의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린 지 벌써 30분 째였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이닝 룸에서 기다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윤이서의 곁을 지키는 하지환을 조용히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안토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너무 감동적이야.”임하나는 이상언에게 토니가 한 말의 뜻을 물었다.뜻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영어로 말했다.“감동? 뭐가 감동적이에요? 남자가 여자를 정말 사랑한다면 자신을 통제할 줄도 알아야죠.”토니는 어리둥절 했다.“하지만 저 신사분은 정말 저 여성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제가 꿈꿔오던 사랑의 모습이죠. 아, 전 그렇게 많은 여자친구를 만났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한 사람도 저런 사람도 저에게 이런 사랑을 느끼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하나의 얼굴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지환이 이서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이 이유 때문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정말이지, 지환 씨가 이해가 안 돼.’‘이서를 이토록 사랑한다면, 왜 재혼을 하고싶다는 거야?’‘좋아, 백번 이해해서 이서를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서랑 함께하고 싶으면 이혼하면 되는 거잖아?’‘본처랑 이혼하는 것도 싫고, 이서도 잃기 싫다니, 세상이 쉽게 흘러갈 것 같나? 두 마리 토끼를 다 가지고 싶은 건 욕심이잖아!’“가자.”이서는 소파에 일어나 앉아 있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지환이 그녀를 부축한 후에야 일어설 수 있었다.집주인을 지나칠 때, 이서의 창백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실례했어요.”남주인과 여주인은 급히 손을 흔들며 네 사람을 현관까지 배웅했다.지환은 이서를 앉힌 후, 운전석에 있는 상언에게 다가가 말했다.“물건을 놓고 왔네, 잠시만 기다려줘.”상언은 지환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토니에게 상황을 묻기 위해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다녀와.”그렇
“이서 씨 친구로서 이서 씨의 편에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환이도 매우 복잡해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당신이 끼어들면 일이 더 복잡해 질 거예요. 그리고…….”이상언은 임하나를 빤히 쳐다봤다.하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었고, 이를 느낀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계, 계속 말하세요…….”“지환이가 이서 씨에게 상처를 줄거라고 생각해요?”상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나는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그의 진지한 시선 아래, 하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두 뺨이 뜨거워지자 그녀는 붉어진 얼굴이 들킬까 상언의 손을 뿌리쳤다.“알겠어요, 알겠어. 그냥 내버려 둘게요, 정말 시어머니도 아니고……. 앞으로 이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라고 불러야 겠네요.”그런 호칭에도 상언은 전혀 짜증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당신만 좋으면 뭐라고 부르든 괜찮아요.”잠시 후 그는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하나 씨만 절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독특한 전율이 하나의 심장을 찔렀다.그녀는 뜨거운 두 뺨을 만지작거리며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애써 무시했다.“이 선생님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 방법은 어항 속에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에겐 쓸모 없어요.”하나는 상언의 손을 뿌리치고 차에서 내렸다.“…….”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그는 하나가 자신의 말을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단지 속마음을 털어놨을 뿐이었다.“아…….”상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백의 말처럼 아내를 알기란 하늘로 올라가는 것만 것 어려웠다.……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에 도착했다.이 객실은 지난번에 예약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이었다.익숙한 침대에 누운 이서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바로 여기에서 낯선 남자에게 소식을 접했다.“자, 물 좀 마셔.”지환은 이서를 일으켜 세워 물을 조금씩 먹여주었고, 그의 눈빛은 조바심의 흔적 없이 항상 부드러웠다.물을 다 먹인 후 지환은
하지환의 눈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그는 떨리는 윤이서의 몸을 토닥이며 아이 달래듯이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했다.“말 할 게, 하지만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그는 양쪽에게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려했다.이서의 마음에 못을 박지 않는.이서는 천천히 쥐고 있던 지환의 옷깃에 힘을 풀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옥구슬처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펑펑 울기 시작했다.그동안에 쌓여왔던 응어리를 푸는 것 같았다.“지현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요? 그동안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알아요? 왜 저를 이렇게 힘들 게 하는 거예요? 해외에 아내가 없다던가, 차라리 있다고 명쾌하게 말하던가, 어떠한 대답을 하든 지금처럼 모호하게 말하는 것 보다 훨씬 나아요!”이서의 어깨가 심하게 들썩이는 모습을 본 지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이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자제력을 사용해야 했다.그는 반드시 완벽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그의 신분을 말하지 않아도 되고 왜 그 자료표에 기혼이라고 적혀 있는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꽉 진 주먹은 매트리스를 향했다.붕대로 싸맨 상처가 찢어졌다.거즈가 빨갛게 물들었다.지환은 이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이서를 꼭 껴안았다.이서의 눈물은 그의 옷을 적시고 그의 심장을 적셨다.이서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었다.남아있던 마지막 힘도 이 눈물과 함께 사라졌다.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고, 부엌에서는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그건 한때 그녀가 듣기 좋아했던 분주한 소리였다.그 냄새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이서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여긴 ML국이다.그녀는 쉬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행복해지고 싶었다.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바람은 식탁에 밥 냄새가 퍼짐과 동시에 실현됐다.이서는 정말 배고팠기에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과 있더라도 그녀의 허기는 이길 수 없었다.그녀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며 모처럼의 평온을 즐겼다.임하나가 증거를 얻었으니, 자연히 귀국하는 날짜도 정해졌다.윤이서와 하나는 따로 표를 사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고, 그녀들과 함께하고 싶은 두 남자는 머리를 싸매야 했다.이번 일로 배운 게 있는 그들은 전략을 바꿨다.이상언이 이서를 설득하고, 하지환이 하나를 설득하는 방식.이는 색다른 방식이었다.지환이 본격적으로 작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하나는 두 손 두 발을 들고 항복했다.한편, 이서 쪽은 상언이 많은 시간과 애를 썼지만 결국 그의 설득에 이서는 마지못해 동의했다.비행기에 탄 하나는 이서에게 귓속말을 했다.“어쩌면 우리는 두 사람 손 안에 있나 봐.”“…….”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중간쯤 갔을 때, 지환은 이서의 옆에 와 앉았다.“여보, 할 말이 있어.”이서는 창밖을 내다보며 물었다.“무슨 말이요?”“다시 돌아와주면 안 돼?”이서가 나간 이후로 별장은 휑했고, 이는 지환을 힘들게 했다.‘예전에는 집에 돌아가는 게 행복했는데…….’이서는 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 상황이 확실하지 않잖아요,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그때 돌아갈지, 아니면 여전히 돌아가지 않을지 결정할게요.”이서의 단호함에 그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엷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널 만나러 가도 될까?”이서가 막 거절하려는 찰나, 지환이 말했다.“너랑 대화하고 싶어서 그래. 너도 그 사람이 어떻게 네 연락처를 알아냈고, 왜 갑자기 너한테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궁금하잖아. 그리고 줄리도…….”그의 말에 이서의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8시 이후로는 찾아오지 마세요.”지환은 밝게 대답했다.이서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눈살을 찌푸렸다.비행기에서 내리자 하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초조하게 말했다.“이서야, 바로 나연이한테 가야 할까? 아니면 인사 부장님께 가야 할까?”“그리고 내가 무슨 옷을 입어야 기깔나게
나연이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 임하나는 나연이 이상언에게 말해 그녀를 정직시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도 상언의 질문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변명이 매우 많았다.어린 나이에도 나연은 위치가 높아서 앞날이 창창해 보였다.하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고, 이전만큼 화를 내지 않았다.“어머니는 어디 계셔?”“우리 엄마는 왜 찾으세요?”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때, 나연의 엄마가 부엌에서 나왔다.“손님 오셨어?”그녀는 민박집에 들어온 사람이 하나와 다른 사람임을 알고 즉시 어두워졌다.“앞으로 우리 딸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또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하나가 말했다.“제가 따님 때문에 정직당했거든요.”하나의 엄마는 즉시 반박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우리 딸이 왜 그런 짓을 했겠어요?”“못 믿으시겠으면 우리 회사 직원한테 물어보세요. 보름 전에 나연이가 우리 회사 인사부장님을 찾아가 제가 남자친구를 뺏었다고 했으니까요.”나연의 엄마는 나연이에게 고개를 돌렸다.“나연아, 이 분 말이 사실이니?”나연은 당황하지 않고 눈물을 짜냈다.“엄마, 다리가 너무 아픈데, 앉아서 얘기하면 안 돼요?”다리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나연 엄마는 하나가 자신의 딸을 밀었던 일이 생각났고, 눈가에 맴도는 의심은 줄어들고 마음이 아파왔다.“그래, 앉아서 얘기하자.”나연 엄마는 나연을 부축하고 앉았다.잠시 후, 나연은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본의 아니게 일어난 일이지만, 모두 제 잘못이에요.”“나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나연 엄마는 혼란스러웠다.하나와 이서는 동시에 나연이 거짓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빛은 마치 ‘어디까지 지어내나 보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제가 다리를 다쳤잖아요? 제가 돌아오자마자 아인이가 어쩌다가 다쳤는지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전 아인이한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나 언니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아인이는 이 말을 믿지 않고
나연의 엄마는 윤이서의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나연이가 또 무슨 잘못했나요?”“네.”이서는 임하나를 밀었다.“저희가 ML국에 있을 때, 하나가 나연이를 밀었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시나요?”물론 나연의 엄마는 기억하고 있었다.이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눈 앞의 네 청년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었다.“사실 당시 하나는 따님을 밀지 않았어요.”이서가 한 마디 뱉었다.나연의 엄마는 즉시 나연을 돌아보며 말했다.“나연아?”나연은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엄마……, 이서 언니가 굳이 하나 언니가 절 밀지 않았다고 하면 그런 거겠죠.”“그런 거겠죠? 그게 무슨 말이야?”나연의 말에 하나는 흥분했다.“난 널 민 적이 없어!”나연은 억울한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미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에요. 하나 언니,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니가 절 안 밀었다고 하면 안 민 걸로 치자고요!”“나는!”하나는 정말 이 작은 소녀의 두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이서는 그녀의 행동을 읽고 급히 말렸다.“하나야, 우리가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우린 증거가 있어!”이 말에 나연은 심장이 뛰었지만, 그 곳에 CCTV가 없다는 사실에 뛰던 심장은 차분해졌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서 언니, 부정하려 해도 사실은 사실이에요.”“그래서 그때 하나가 널 밀었다고?”이서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연은 이서가 자신을 떠보고 있다고 확신했다.“네!”“그래?”이서는 몸을 돌려 하나에게 말했다.“하나야, 영상 좀 보여줘.”하나가 대답했다.“알겠어.”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했고, 곧 화면에는 하나와 나연의 모습이 나타났다.나연의 미소는 점차 희미해졌고, 마침내 그녀가 일부러 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자 나연은 온몸을 떨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조작된 거야! 조작된 거라고!”신뢰를 잃은 나연의 엄마는 실망한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