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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차 안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이상언은 오랜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지환이의 재혼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유?”

임하나는 웃으며 말했다.

“누가 총 들고 협박이라도 한 거예요? 우리 아빠도 그 단어를 참 좋아하셨죠,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울 때마다 엄마한테 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어요. 다른 여자랑 나뒹구는 게 회사를 위해서인지, 성욕에 지배된 건지, 얼토당토않는 말이죠. 다른 여자랑 히히덕거리고 있는 걸 내 두눈으로 확인했는데 왜 이런 말을 못 하겠어요? 내가 못할 말이라도 한 거예요?!”

그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이서가 말했다.

“우리…….”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네요.”

상언은 하나를 대신해 말했다.

“계속 주무세요, 도착하려면 아직 한 시간은 더 남았어요.”

이서는 상언의 말에 안심한 후,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

사실 조수석에 있는 지환은 자고 있지 않았다.

단지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하나와 상언의 대화를 들었다.

지환은 못을 뽑아도 나무판에는 못자국이 선명히 남는다는 하나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못자국이 영원히 남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서에게 상처주지 않고 남은 못자국을 지울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말이다.

한 시간 후, 차는 마지막 집에 도착했다.

마지막 집의 주인은 의사였다. 그는 젊었을 때 많은 도시를 여행했기에 이서가 화영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큰 관심을 보였다.

하나는 상언에게 귓속말을 했다.

“지난번에 여기 왔을 땐 왜 그렇게 퇴짜를 맞은 거예요?”

상언은 테이블 위에 눈부시게 놓인 특산품을 바라봤다.

“어쩌면 우리가 이서 씨처럼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말투가 지환이처럼 부드럽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고.”

하나는 상언이 구사하는 ML국 언어와 지환이 구사하는 ML국 언어의 차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지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상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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