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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지환은 비몽사몽인 이서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와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 입혀서 침대에 눕히고서야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그윽한 푸른색 빛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지환은 구태우가 손에 넣은 임현태의 자료를 쳐다보았다. 잠시 뒤, 그는 손을 들어 키보드를 눌렀다.

같은 시각, 도시의 다른 한쪽.

구태우는 건반을 두드리며 그의 뒤에서 자작자음하는 소지엽을 흘겨보았다.

“야, 술 사준다며? 난 왜 네가 먹으려고 산 것 같지?”

소지엽은 아무 말없이 계속 묵묵히 술만 마셨다.

구태우는 마우스를 놓고, 컴퓨터가 스스로 검색하도록 세팅해 두었다.

그러고는 소지엽 옆으로 가서 앉았다.

“왜? 그 여자가 널 마음에 안 들어하디?”

소씨 집안이 소지엽에게 맞선을 주선한 걸 구태우도 잘 알고 있었다.

소지엽은 답답한 듯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나, 이서 만났어.”

구태우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두 번 찼다.

소지엽은 또 한 모금 들이켰다.

“남편과 함께 식당에 왔더라고. 매번 남편 언급할 때마다 자랑스럽고 행복한 모습을 지어서 정말 대체 어떤 남자길래 이서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았는지 궁금했어.”

구태우는 소지엽이 괴로워하는 걸 처음 보았다. 그는 소지엽의 얘기에 한참이나 멍해있다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거두었다.

“친구야, 우리 안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왜 네 입에서 지금까지 그녀 얘기를 한 번도 못 들었지?”

“얘기할 게 뭐 있어?”

소지엽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하은철의 약혼녀였고, 그녀가 하은철과 파혼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또 이미 결혼했는데. 우리 둘은 인연이 없나 봐.”

아마도 술을 마셔서 그런 건지, 긴 다리를 마음대로 벌리고 앉아 있는 그 모습은 평소의 밝고 긍정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오히려 여려 보였다.

구태우는 묵묵히 그와 함께 한 잔을 들이켰다.

“다른 사람과 시작해볼 수도 있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맞선을 보러 간건데……, 거기서 심가은이 친구얘기, 새로 산 가방 얘기, 그리고 유학 시절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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