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하은철은 윤수정을 두둔하고 나섰다.“수정이 싫다는 걸 내가 겨우 설득한 거라고.”윤수정에게 감쪽같이 속은 것도 모르고 편들고 있는 답답이 하은철을 보며, 이서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왜 웃어?” 하은철은 골이 상투 끝까지 났다.“네가 이리 쉽게 속는 게 웃겨서.”“뭐라고?” 하은철은 반감으로 눈살을 찌푸렸다.“넌 매일 윤수정의 곁에 붙어있으면서도, 꾀병인지도 몰랐니?”‘꾀병’이라는 두 글자가 나오자, 윤수정은 몸이 휘청거렸다.그러나 그녀는 곧 책상을 받치고 똑바로 섰다.“언니, 어떻게 이렇게 나를 모함할 수 있어?”하은철도 화가 나서 이서한테 노발대발했다.“윤이서, 너 대체 밑바닥이 어디야?!”이서는 하은철에게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녀는 문어귀를 보며 이상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이서가 더 이상 별말 없자, 윤수정은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더욱 당당하게 나섰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언니,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언니가 아무렇게나 뱉은 말에 내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는데……, 최소한…… 나한테…… 사과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윤수정의 눈물을 본 하은철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이서를 보았다.“윤이서, 너 당장 수정에게 사과해.”이서는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 눈에는 ‘네가 뭔데’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 있었다.하은철은 화가 나서 이서의 고개를 눌러서라도 윤수정에게 사과시키고자 했다.하은철의 손이 자신에게 닿으려는 것을 본 이서는 혐오스럽다는 듯 옆으로 피했다.“건드리기만 해 봐.”하은철에 대한 혐오감은 이서의 온 얼굴에 다 쓰여 있었다.주위 사람들은 다들 놀라서 멍하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하은철이 이서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이서가 하은철을 기겁하도록 싫어하는 것 같은데?’바로 이때 자료 한 묶음을 안고 이상언이 들어왔다.그는 이서를 향해 인사했다.“늦지 않았죠?”“딱 마침 오셨
의사 세 명은 일제히 이상언을 쳐다보았다.이들 셋,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상처는 모두 옷으로 가린 부분에 숨겨져 있었다. 특히 이상언은 의사다 보니 급소를 피하되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이상언한테서 모진 고생을 다 한 세 사람은, 앞다투어 진실을 털어놓았다.“윤수정 님은 건강상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저 또한 그녀의 협박에 못 이겨 가짜 병력과 검사지를 작성했습니다. 하 대표님,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협박당했을 뿐입니다…….”하은철은 세 의사의 변명을 전혀 듣지 않았다.그는 누구한테 세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띵했다.텅 빈 머릿속에는 한 마디만 맴돌고 있다.‘윤수정은 건강상 전혀 이상이 없다…….’‘병이 없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멍하니 윤수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사람들 말이 사실이야? 왜? 왜? 나한테 왜 그런 거야?”윤수정은 하은철이 진실을 알게 되는 그 날을 상상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그래서 수감 중일 때 외부에서 구치소 내 상황을 전혀 확인할 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자기 병이 완치되었다고 사기 행각을 버린 것이었다.모든 사람을 감쪽같이 속인 줄 알았는데…….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이서를 쳐다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각한 통증에 그녀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눈물을 흘렸다.“오빠, 내 얘기 좀 들어봐…….”말하면서 그녀는 하은철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하은철은 무자비하게 뿌리쳤다.“그래서…… 어쨌던 날 정말 속인 거네. 그런 거네?”하은철은 고개를 숙이고 윤수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윤수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를 끝없는 심연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서 계속되는 그녀의 거짓말은 그녀에 대한 실망감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었다.윤수정은 하은철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었다.“그건…….”하은철의 입근육이 경련했다. 그는 꽉 쥔 주먹을
조용환도 조용히 자리를 떴다. 들어올 때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십년은 늙은 것 같았다.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이서가 신임 CEO로 선출되길 바라는 사람은 우기광 뿐이었다.그는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축하합니다, 이서 씨!”이서는 미간을 펴고 눈썹을 치켜 뜨며 말했다.“저도 축하드립니다.”우기광은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장부가 생각나 웃으며 말했다.“윤재하 사장의 횡령 건을 해결하겠다는 말씀이군요?”고개를 젓는 이서의 눈빛에 강한 자신감이 내비쳤다.“그 뿐만 아닙니다. 앞으로 윤씨 그룹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늘 현명한 선택하신 걸 축하드립니다.”우기광은 살짝 멍해졌다.상인으로서, 오랫동안 재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봐왔지만 이서처럼 자신만만한 사람은 처음 보는 듯했다.“이서 씨, 아니……, 대표님,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우기광은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물었다.“실례될 지 모르겠지만,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그이 진지한 눈빛에서 이서는 그가 그녀를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이 아닌 진심에서 나온 질문인 게 느껴졌다.이서는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편이요.”우기광과 우기동은 모두 멍해졌다.이서는 가방을 챙기면서 말했다.“자, 두 분도 바쁘신데, 시간 뺏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지금 이 좋은 소식을 얼른 지환에게 알리고 싶었다.얼굴 보고!직접!이서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우기동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우기광에게 물었다.“형, 윤이서가 골치덩어리 윤씨 그룹을 윤씨라는 난장판을 잘 수습할 수 있을까?”“전에는 못 미더웠는데, 오늘 보니…… 아마 가능할 거 같기도…….”“하지만 방금 그 얘기 들었지? 아니 자신감의 원천이 남편이래? 이성적이고 성숙한 회사 대표라면 이런 감성적인 말을 하지 않을 텐데.”우기광과 우기동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너도 오늘 상황 다 지켜봤잖아. 정말 아무 능력이 없었다면 조진명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겠어?”우기동
지하 주차장.차에 타서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야 이서는 비로소 자신이 심하게 떨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버튼을 여러 번 눌러서야 마침내 지환과의 전화에 성공했다.전화는 벨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바로 받았다.[여보.]이서는 본래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환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눈물이 났다.“지환 씨, 우리가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다고요!”우리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지환도 가슴이 쿵쾅 뛰었다.[자기야, 우리 자기 정말 장하다!]그의 눈가에 웃음이 가득했다.옆에 서 있던 이천이 몰래 지환을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어찌 조 단위 프로젝트를 따냈을 때도 더 좋아하시지.’“혹시 점심 때 시간 있어요?” 이서는 코를 들이마셨다.“우리 같이 밖에서 축하해요. 하나랑 그리고……상언 씨도 같이 불러서……, 이번에 정말 상언 씨 아니라면 힘들었을 거예요. 제대로 감사해야죠.”[그래.]“그럼 내가 하나에게 전화할 게요.” 이서는 백미러로 눈시울을 붉힌 자신을 쳐다보며 신기했다.밖에서 그녀는 완전 무장한 여전사였다.그러나 지환 앞에서 그녀는 무장해제한 아이처럼 유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응.] 지환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데리러 갈까?]“아니요, 제가 임현태 씨한테 하나 픽업해 오라고 할게요.”임현태를 언급하자, 지환의 표정이 멈칫했다.하지만 곧 입술을 올리며 웃었다.[그래.]지환과 통화를 마친 이서는 곧 임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아까 지환과 통화할 때의 흥분된 마음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전화기 너머의 임하나가 오히려 그녀보다 더 흥분했다.[아아아아, 이서야, 너무 대견하다, 내가 월차 내고 그 자리에 갔어야 하는 건데…… 정말 아쉽네! 이서야, 넌 나의 워너비야!]임하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서는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남의 백 마디 아첨보다 가까운 사람의 한 마디 칭찬이 훨씬 더 감동적인 법이다.“아이구,
‘임하나 앞에서도 농담을 하는 거 보니, 오늘 우리 친구 기분이 엄청 좋은가 보네.’이상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나야 그러고 싶지, 근데 모 여사께서 협조를 안 해주네. 당신들 앞에서 자꾸 조크나 주고…….”이서도 빙그레 웃었다.“하나야, 들었지? 누군 지금 신문고 울릴 판이다. 얼른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겹경사 파티 하자고.”“그만 해, 오늘은 너의 좋은 날이잖아, 주객전도가 되서는 안 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큰 맘 먹고 이서와 지환 앞에서 자발적으로 이상언의 손을 잡았다.이상언은 고개를 숙이고 겹친 손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임하나의 경고가 들려왔다.“적당히 하시죠.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를 수도…….”이상언은 곧 입을 다물고, 순순히 임하나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다.이서와 지환은 눈을 마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뭐 먹을까? 빨리 주문하자, 배고파 죽겠어.” 임하나는 이서가 놀리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그들은 얼른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이상언은, 하은철이 윤수정에 속은 모습을 얘기하면서 배 끌어안고 웃었다.“하하하, 하은철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어!”임하나가 콧방귀를 뀌었다.“샘통이다. 전에 이서 보고 가식덩어리라고 하더니, 진짜 꽃뱀은 윤수정이잖아. 멀쩡하게 생겨서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봐. 어떻게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이제 잘 됐네. 드디어 윤수정의 정체를 똑똑히 봤을 테니. 후회해도 소용없어!”지환은 고개를 돌려 이서를 보며,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지환의 시선을 느낀 이서도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눈빛으로 지환에게 ‘왜’냐고 물었다.지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이상언의 생생한 주총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임하나도 흥미진진하게 경청했다.“나중에는?”“윤수정이 하은철의 차에 오르는 것까지는 봤는데……
이서는 지환에게 숨기거나 감추거나 하지 않고 구태우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네, 그럼 지금 보내주세요.]잠시 뒤, 구태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컴퓨터 바이러스로 관련 자료 복구는 불가합니다. 다행이 조사 자료를 프린트해 놓은 게 있어서……. 혹시 오후에 시간 있으세요?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생각해 보니 오후에 별 일도 없었다. 그래서 가볍게 답장했다.[네. 시간 있어요, 수고 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구태우는 괜찮다는 간단한 답장을 하고는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점심식사는 이서의 성화에 못 이겨 그녀가 계산했다.임하나와 이상언은 먼저 갔다.지환은 가만히 서 있었다.“오후에 출근 안 해도 돼요?”“해야지.” 지환은 손가락으로 이서의 여린 붉은 입술을 어루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 이서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를 자기 몸에 찰싹 밀착시켜 꼼짝달싹 못하게 했다.“그런데 출근하기 싫어.”이서는 웃었다.“그럼 뭐 하고 싶은데요?”“너.” 지환이는 한 글자만 내뱉었다.이서는 지환이 얘기하는 바를 바로 알아차리고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아우, 참…….”지환은 이서의 귓불을 깨물었다.“자기야, 자기 또 나 꼬시는 거지?”이서는 수줍어하며 지환의 가슴을 팔로 받치며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얼른 출근해요.”지환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대신 오늘 저녁에 일찍 집에 오겠다고 약속해.”“어서 가요.”“약속한 거다? 알았지?”“…….”정확히 물러날 때를 잘 아는 지환은 이서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그럼 난 집에서 자기 기다릴게.”그는 말을 마치고 차에 올라 떠났다.“…….”얼굴의 홍조가 좀 사라지자 이서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서우로 걸어갔다.지환은 백미러로서 점점 멀어져가는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의 시선은 뒷좌석을 훔쳐보던 임현태의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지환의 시선을 받은 임현태는 놀라서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오 마이 갓!’그는 연애 중
임현태는 지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왜 이별을 고하는 말 같지?’‘설마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라는 건가?’이렇게 생각하니, 임현태의 온몸의 피가 또 들끓기 시작했다.……김청용 사무실.충격을 받은 김청용은 제자리에 서서 무려 수십 초 동안 멍해 있었다.이서는 미소를 지었다.“네, 내일 정식으로 취임합니다. 그래서 오늘 사장님께 정식으로 사직하러 왔습니다.”김청용은 박수를 쳤다.“정말 쾌거네요. 내가 듣기론 이번 경선을 위해 윤수정이 하은철 대표를 앞세워 여기저기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설쳤다는데…… 그러고 보면, 이서 씨가 제친 건 윤수정이 아니라 하은철인 거네요!”김청용은 정말 너무 궁금했다. 이서는 도대체 어떻게 주주들을 설득했을까?“사장님 과찬이십니다. 그냥 윤씨 그룹 내부 문제입니다. 음……. 오늘 사직서 정식 제출하고, 사장님께 인사도 드릴 겸…… 겸사겸사 들렸습니다.”“이렇게 급하게? 오늘 가려고요?”“네, 아시다시피 윤씨 그룹은 현재 난장판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부임해서 뒷수습해야죠.”김청용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서의 사직서에 서명한 후 이서에게 말했다.“앞으로 우리 다시 사업 파트너로 협력할 일이 있을 겁니다.”“물론입니다.”이서도 웃으며 말했다.“윤씨 그룹은 의류 패션사업을 위수로 하는 기업으로, 앞으로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서 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따라서 곧 머지않아 서우와 함께 협력하는 비즈니스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김청용은 사인한 사직서를 이서에게 건네주었다.“이서 씨, 미안한데,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따가 가기 전에 다시 인사해요.”“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아니, 해야죠.” 김청용은 이서와 악수를 하고 이서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그는 이서가 처음 입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빠르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서를 보며, 그는 이서가 조만간 재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할
“언니랑 수정 씨, 완전 찐친인가 봐요? 벌써 만나러 가는 거예요……?”이서는 두 손으로 팔짱을 끼고, 무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득의양양한 장지완을 어이없게 바라보며 가볍게 비웃었다.콧방귀 소리를 들은 무리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 이서를 노려보았다.마치 충견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으르렁 대는 것 같았다.“웃긴 왜 웃어요? 어, 알았다. 지완 언니가 윤씨 그룹을 방문한다니까 부러워서 그러는 거죠? 당신은 이제 평생 윤씨 그룹에 발 디딜 일은 없으니……?”이서는 하마터면 빵 터질 뻔했다.그녀는 이 루저들과 말을 섞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했다.“현태 씨, 여기 어쩐 일이에요?”임현태는 드디어 말할 기회가 생겼다.“난…….”“윤이서…….” 하이힐을 신고 이서 앞에 다가간 장지완은 임현태의 말을 끊은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굳이 윤씨 그룹에 가고 싶다면, 내가 데려갈게.”이서는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윤씨 그룹에 가려면 혼자 가면 되지, 왜 당신이 나서?”“윤 대표가 당신을 못 들어가게 할 테니까?”“내가 왜 날 들어가게 해?” 이서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장지완을 흘겨보았다.장지완의 얼굴에 웃음기가 굳어졌다.“뭐라고?”“내가 윤씨 그룹 신임 CEO, 신임 대표이사인데, 왜 내가 날 못 들어가게 하냐고?” 이서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다시 한 번 말했다.장지완의 안색이 변했다.그러다가 곧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윤이서, 제대로 미쳤구나. 네가 어떻게 대표이사가 되?”“왜 안 된다고 생각하지? 나도 윤씨 집안 사람인데, 내가 CEO 자리에 못 앉을 이유라도 있나?” 이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윤수정과 찐친 아니었나? 아직 당신에게 오늘 경선 결과를 안 알려줬나 보네?”“그럴 리 없어!” 장지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네가 어떻게 윤씨 그룹 CEO가 될 수 있어? 윤수정의 배후에는 하은철 대표가 있는데, 네가 뭐라고 하은철 대표가 미는 윤수정을 이겨?!”이서는 어처구니없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