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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그는 차에 앉아 수시로 고개를 들어 병원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병원장이 오는지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이서는 하이힐을 밟으며 차 옆으로 걸어갔다.

박도양은 한눈에 이서를 알아보았다.

“큰아가씨.”

이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저 지금 누구 좀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알고 있어요.”

이서는 자료를 꺼내 박도양에게 던졌다.

“매년 이 고액의 치료비는 어디서 왔는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박도양은 서류들을 한 번 쓱 훑어보고 당황했다. 그래도 감방에 한 번 다녀온 사람이라 곧 침착함을 되찾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세게 나왔다.

“내 친척이 빌려준 건데, 뭔 문제라도 있나요?”

“윤재하가 당신 친척이던가요? 난 왜 몰랐을까?”

이서는 말하면서 그에게 두 번째 서류인 계좌 이체 기록을 던졌다.

매번 이체할 때마다 다른 계좌 번호를 사용하지만, 이 계좌들은 결국 모두 다 윤재하를 가리켰다.

박도양의 안색이 보기 흉해졌다. 그는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큰아가씨, 당신은 제 상사가 아닙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어요!”

이서는 입꼬리를 올렸다.

“제게 진상을 알려주면 제가 진 받을 수 있게 해 드릴 게요.”

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빅토리아 병원을 쳐다보았다.

이서의 말을 들은 박도양은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뭘 믿고? 큰 아가씨, 설마 아직도 자기가 그 옛날 아가씨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여기 이 빅토리아 병원,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 출입가능한 자격이 주어진다고요. 빅토리아 앞에서 아가씨나 나나 출입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요.”

이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난 내 입으로 뱉은 건 지키는 사람입니다.”

박도양은 허허 냉소를 지었다.

“만약 하은철과 결혼했더라면, 이 말을 믿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당신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니, 남편이 흙수저라며? 돈 없고 백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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