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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하경철이 하은철에게 눈길을 보냈다. 오늘은 웬 일인지 거부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경철은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주경모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경모는 시그널을 받고 하경철의 귓가에 몸을 숙여 몇 마디 했다. 곧 하경철은 웃으며 말했다.

“이서야, 온천 리조트 사장이 내 오래된 벗이다. 나랑 잠깐 보자고 하는 구나. 잠깐 다녀올 테니 은철이랑 여기서 나를 기다려라.”

이서는 한눈에 하경철이 또 그녀와 하은철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걸 눈치챘다.

예전에는 하경철의 이러한 ‘배려’에 감사했는데, 지금은 무의미한 시간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싫다는 거 억지로 강요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하물며 그녀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경철은 말을 마치고, 이서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주경모의 부축을 받으며 룸을 나갔다.

그가 떠나자, 룸 안에는 이서와 하은철 두 사람만 남았다.

이서는 하은철과 이야기를 할 의욕이 없어 일어나서 잠깐 있다가 문 열고 밖으로 나갔다.

룸 밖에 인공산이 하나 있는데 물이 졸졸 흐르고 대나무 숲이 무성한 게 꽤 아늑해 보였다.

이서가 기분 좋게 감상하고 있을 때, 뒤에서 하은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는 짜증이 확 밀려왔다.

“너 이번에, 꽤 멋있더라……. 잘 했어.”

이 말을 듣고 이서는 멍해져서 고개를 돌려 하은철을 보았다. 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왜 그렇게 쳐다봐, 난 있는 그대로 얘기한 거야, 잘하면 잘한 거고, 못하면 못한 거고.”

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동자에는 아쉬움 같은 게 넘쳤다.

‘이서가 예전에도 지금처럼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서는 입술꼬리를 올렸다:

“고마워.”

하은철은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갔다.

“네가 진작에 이렇게 사리에 밝았더라면 우리도 지금처럼 이렇게 서먹한 사이가 안되었을 텐데……. 사실, 애당초에 네가 수정에게 조금만 잘해줬어도 내가 널 받아들였을 거야.”

이서는 고개를 돌려 마치 무슨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하은철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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