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은 조급해졌다.[아니에요, 내가 갈게요. 이 밤에 여자 혼자 나가는 건 위험해요.]“저도 집에 있어도…….”이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얼른 베란다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지환의 차였다. 이서는 드디어 걱정하던 마음을 쓸어내렸다.“지환 씨 돌아왔어요. 이만 끊을 게요. 고마워요. 상언 씨.”수화기 너머의 이상언도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간 이서는 들어오는 지환을 보자마자 그의 품에 뛰어들어 와락 안겼다.“어디 갔었어요?”이서의 품에 안겨 1초 동안 멍해 있던 지환은 이서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회사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왔어. 왜? 악몽 꿨어?”이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코를 들이마셨다.“왜 나가면서 메모도 메시지도 안 남겼어요?”이서의 우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지환은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놀랐어?”“전화해도 안 받고, 메시지도 없고, 걱정 안 할 수 있겠어요?”이서의 목소리가 떨렸다.지환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미안해.”이서는 고개를 들어 달빛 아래 비친 지환을 바라보다가 지환의 셔츠에 코로 문질렀다.지환은 쓴웃음을 지었다.“자기야, 이러면 나…….”이서는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뭐요……?”“자기 갖고 싶잖아.” 지환은 몸을 숙여 이서의 붉은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최대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잔잔한 부드러움이 그녀의 살결에 스며들면서 이서도 점차 두려움을 잊었다.그녀는 손을 내밀어 주동적으로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 달빛이 두사람의 그림자를 영원히 간직해 주길 바라며.한참 뒤에야 지환은 이서를 놓아주었다.“아기야, 너무 늦었어. 가서 자자.”이서는 지환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지환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웃었다.“알았어. 앞으로 안 그럴 게.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안 나갈 거야.”“그럼 잘리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이서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지환은
망설이며 사무실로 들어온 심소희는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언니, 나 방금 휴게실에서 강수지가, 이번 핑크리본 공모전에 언니가 제출한 작품과 부총괄님의 작품이 똑같다는 얘기 들었어요!”이서는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정말 그렇게 얘기했어?”“네.” 심소희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아니죠?”“강수지 말이 맞아. 사실이야.” 이서는 두 손을 맞잡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다른 말은 없었어?”심소희는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잊었다.“언니, 언니가 어떻게…….”이서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려고 할 때, 강수지가 씩씩거리며 화난 모습으로 사무실로 쳐들어와 삿대질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윤이서,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지완언니 작품으로 핑크 리본 공모전에 참가하다니, 이는 지완언니 인생을 훔치는 것과 뭐가 달라?”그녀의 뒤에는 바로 능구렁이 장지완이 서있었다.“수지야, 그만해. 서로 아이디어가 비슷했나 보지. 윤 총괄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예전 공모전에 참가했을 때도, 작품을 도둑 맞아 마음 고생했잖아. 그 심정이 어떤 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절대 그럴 리 없을 거야.”“언니, 언니는 왜 이렇게 착해 빠졌어요? 디자인 도둑맞았는데 왜 아직도 윤이서 편들어 주냐고?!”강수지의 큰 목소리 덕분에 주위 사람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잇달아 좋은 구경하러 몰려 들었다.어제에 비해 상황이 180도 역전되었다.“무슨 일이야? 내 기억으로는 ‘뷰티 페이스’ 공모전 때 윤 총괄 작품이 여동생한테 도둑 맞았었거든. 그때 본인도 속앓이 꽤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 그녀가 똑 같은 짓을 한다고?!”“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아직 회사에서 입지가 확고하지 않으니, 핑크 리본 공모전을 통해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그건 그래.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근데 출발점이 어떻든 다른 사람의 시안을 훔쳐 공모전에 참석하는 건 잘못된 거지. 입상 소식에 지완언니가 축하까지 해줬는데 이게 뭐야? 완전 재수
구경꾼들도 강수지와 장지완의 안색이 변하는 걸 보았다.“이럴 수가. 설마 부총괄이 윤 총괄에게 표절 혐의를 덮어 씌우려고 일부러 자기 작품을 윤 총괄 이메일로 보낸 건 아니겠지?”“쯧쯧쯧, 무섭다, 온몸에 소름 돋았잖아.”“그러니까, 그동안 윤 총괄이 경험이 없는 신인이라고 엄청 무시하더니……. 그러면서 왜 더러운 짓거리 했대?”“…….”장지완은 부하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안절부절 못했다.그녀는 손톱이 살에 푹 패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난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그냥 단순하게 서류 갖다 주러 간거라니까요. 믿지 못하겠으면 CCTV 확인해봐. 난 CCTV에서 다 나와 있다고 보는데…….”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강수지에게 시선을 돌렸다.“부총괄이 아니라면 그럼…….”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강수지에게 쏠리자, 그녀는 얼른 뒤돌아서 장지원에게 도움을 눈빛을 보냈다.장지완은 본체만체하며 말했다.“거야 모르죠.”“언니, 이 일…….”장지완은 냉소하며 경고하듯 강수지를 째려보았다.“강수지, 네가 말해봐? 네가 한 짓 아니야?”장지완의 곁에서 여러 해 동안 따라다닌 강수진은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진상을 밝혔다가는 그녀가 절대 자기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그래…… 내가 했다.”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정했다.이서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강수지는 그녀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니 굳이 이 일을 할 필요가 없다.배후에서 사주한 것은 틀림없이 장지완일 것이다.“그래요, 그럼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될까요?”강수지는 한순간 말문이 막혀 한참이 지나서야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나……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지완언니를 위해서야. 나는 누군가가 언니를 괴롭히는 꼴을 볼 수 없거든.”이서는 빙그레 웃었다.“그래서 날 모함했다고?”강수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줄게요. 잘 생각해서 질문에 대답해요. 이 일 정말 강수지 씨가 한 거 맞아요?”강수지는 이를 악물고
해고된 것 자체가 업계에서 이미 오점으로 남는데,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면, 앞으로 사회생활은 여기서 끝일 것이다.몸을 웅크린 장지완은 강수지를 끌어올렸다. 얼굴에는 동정의 표정을 띠었지만 눈빛은 음독했다. 그녀는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안에서 잘 버티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은 아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해.”여기까지 말하고서야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수지야, 너 오래 동안 날 따라다녔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은 짓 했어? 괜찮아, 들어가서 정신 차리고 나와. 출소하면 내가 꼭 새 직장을 찾아줄 테니까 그때 다시 시작하도록 하자.”당근과 채찍을 같이 준 셈이다.강수지는 뒤이어 출동한 경찰에게 끌려갔다.떠들썩하던 사무실이 다시 조용해졌다.구경꾼들은 더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이서는 가려는 장지완을 불렀다.“부총괄님, 잠깐만요.”장지완은 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나서야 느릿느릿 몸을 돌려 미소를 지었다.“윤 총괄님, 또 무슨 일이죠?”“강수지는 당신의 수하에요. 당신의 명령 없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거예요.”“무슨 뜻이야?”“우리 서로 잘 알고 있잖아요? 강수지는 누명 쓴 거라는 걸.”“어? 왜 나까지 자르려고?”이서는 빙그레 웃었다.“그러고는 싶은데……, 난 증거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절대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목적을 달성하지 않을 거니까.”장지완의 눈동자에서 불이 뿜을 것 같았다. 그녀는 여러 번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에야 음흉하게 웃었다.“나를 자를 테면 잘라 봐.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서우가 아니면 갈 데 없을까 봐?”그녀는 정말 두렵지 않다.이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겠죠? 서우가 아니여도 많은 회사들이 당신한테 스카우트 제의하겠죠?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충고 하나 할 게요.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요!”“너…….”한참 어린 후배에게 혼 나다니……, 장지완은 열이 받아 머리가 충혈된 것 같았다.
김청용은 어리둥절했다.“네? 가업을 물려 받는다고요?”‘윤씨 그룹…… 망한 거 아니었나?’‘지금 그 윤씨 그룹은 자산의 가치도 없을 텐데…….’“네.”“아니, 윤 총괄님, 절대 충동적인 결정 내리지 마세요. 장지완의 일 처리 방식에 대해, 저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인즉,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 때문에 자기의 직업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물론 장지완 씨와 전혀 관계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합니다.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직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윤씨 그룹이 다음 달에 새로운 CEO를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저…… 윤씨 그룹을 살리고 싶거든요.”할아버지 세대처럼 찬란한 업적을 내진 못하겠지만, 파산 직전의 윤씨 그룹을 살리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매우 만족할 것이다.김청용은 멈칫했다.“그나저나 최근 몇 년 윤씨 그룹은 줄곧 적자 상태에 처해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겠어요?”“네, 저 이미 마음 굳혔습니다.”이서는 사직서를 김청용의 앞에 건네주었다.“사장님께서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김청용은 눈앞의 편지봉투를 보면서 난처했다.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이렇게 하죠. 사직서는 먼저 받아 두겠습니다. 만약 이서 씨가 윤씨 그룹의 새 CEO로 선출된다면 그 때 정식으로 사직 처리하는 걸로 합시다. 어떻게 생각해요?”“이해해주시고 편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신임 부장이 오시면 인수인계도 해야 하니, 그 때까지는 계속 출근할 겁니다.”“윤 총괄의 얘기를 들어보니, 차기 CEO에 선출에 자신만만 한 거 같은데요??”이서가 웃었다.“그럼 먼저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김청용은 이서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지체없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비서님, 큰일났습니다. 윤 총괄이 사직서를…….”윤이서는 배후 보스의 조카며느리다.이렇게 큰 일을 김청용 혼자서 결정
지환은 일어서서 낙지창 앞으로 다가갔다. 거리에 차량과 인파로 붐볐다. 윤씨 그룹에 투자하는 건 지환에게 있어 식은 죽 먹기다.이서가 윤씨 그룹을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지환은 그녀를 도와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이천은 이제야 왜 지환이 얼마 전부터 윤씨 그룹 자료를 보기 시작했는지 드디어 알 것 같았다.“회장님께서 힘을 실어주신다면, 윤씨 그룹도 분명히 기사 회생할 수 있습니다.”이천을 등진 지환은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가볍게 흔들었다.“아니, 우리 와이프 혼자서도 충분히 윤씨 그룹을 살릴 수 있어.”지환의 비지니스적 판단은 늘 정확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지환의 판단에 동조할 수 없었다. 이서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윤씨 그룹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었다.윤씨 그룹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이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했을 것이다.윤씨 그룹을 떠맡는 순간부터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니, 차라리 새 회사를 창업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게 이천의 판단이었다.“못 믿겠어?” 지환은 이천을 쳐다보며 물었다.이천은 깜짝 놀라며, 차마 그의 얘기에 동조 못한다는 할 수 없었다.‘회장님은 지금 사랑에 눈이 멀었어. 내가 못 믿는다고 하면 틀림없이 화내겠지?’지환은 이천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별다른 말없이 화제를 돌렸다.“수집한 자료를 이서한테 줄 방법 생각해봐. 이서가 눈치채지 않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해.”“네.”……퇴근할 때쯤 이서는 소지엽의 전화를 받았다.[나 이미 아래층에 와있어.]이서는 시간을 한 번 보았다.“벌써?”소지엽은 웃으며 말했다.“여자를 기다리게 만드는 건 신사의 품격이 아니지.”“곧 내려 갈테니…….” 이서는 물건을 정리하고 말했다.“몇 분만 기다려.”[응, 그래. 있다 봐.]전화를 끊은 소지엽은 인내심을 가지고 아래층에서 이서를 기다렸다.오늘 고급 세단 차량을 타고 온 그는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야, 저 사람 식당 메인 쉐프 아니야?”“그래, 맞아, 대박! 부잣집 자제였어?
충격!또 충격!소지엽이 기다리는 사람이 윤이서일 줄은 다들 꿈에도 생각 못했다.두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난지 한참이나 되어서야 누군가가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설마…… 저 사람이 윤이서의 진짜 남편은 아니겠지?”그런 게 아니라면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왜 서우에서 쉐프를 하고 있는지 대체 설명이 안 되었다.“그럴 리가? 윤이서 남편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하던데?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평범할 수 있어?”잘 생기고, 멋있고, 돈도 많고…….게다가 쉐프이니 요리 솜씨도 일품일 테지.이런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짜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아마도, 하은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평범하다는 얘기겠지?”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차 안에서 이서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미안해, 지난 번 구내식당에서 널 못 알아봤어.”“내 얼굴이 평범하다는 걸 둘러서 얘기하는 거지?”소지엽이 장난쳤다.“장난이고……, 기억 못할 수도 있지.”이서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근데 어떻게 서우에서 일하게 된 거야?”‘소씨 가문도 큰 사업을 하고 있으니 소씨 그룹에서 그럴싸한 일자리를 하나 만드는 건 누워 떡 먹기일 텐데…….’소지엽은 농담 반 진지 반으로 말했다.“나 스파이인데?”“?”“너도 알잖아, 서우는 하은철 삼촌이 차린 회사라는 거…….”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 삼촌이란 사람은 정말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야. 웃픈 얘기 하나 해줄까? 하은철 삼촌이 얼마전에 몇몇 대형 브랜드를 인수합병 했잖아. 소씨 그룹에서는 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어. 합병된 뒤에야 그 사람이 이미 H국에 와 있다는 걸 알았어. 신비로운 인물이지?”이서도 이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 때 하경철이 그녀에게도, 하은철 삼촌이 귀국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었다.“그런데 주방에서 무슨 비밀을 알아낸다는 거야?”“모르는 소리.”소지엽은 신이 나서 이서에게 설명했다. “진짜
소지엽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룸 안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며 소지엽과 이서를 보고 일어섰다.“윤이서 씨?”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었다.“구태우입니다. 사설 탐정업체 운영 중이고, 이 업계에서 몸 담은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 우리 회사가 동종업계에서 서열 2위라고 하면, 1위를 자처할 업체는 없는…… 그런 정도입니다.”이서는 구태우의 얘기에 웃었다.“반가워요. 편하게 이서라고 부르셔도 되요.”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소지엽은 구태우에게 장난치듯 말했다.“괜히 큰 소리 치지 말고, 나중에 가서 일 처리 제대로 못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야. 알지? 내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구태우는 하하 웃었다.“지엽 씨, 걱정 마. 내가 털어서 안 나오는 거면 그 사람은 깨끗한 사람이야.”이서는 그의 이 말을 듣고 크게 안심했다.“제 운전기사를 뒷조사하고 싶습니다.”“네? 누구를요?”“일이 어떻게 된 거냐면…….”이서는 일을 경유를 간단히 설명했다.“그래서 나는 왜 그 사람이 저한테 회사에서 파견한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나를 속였는지 알고 싶어요. 나에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인지도요…….”소지엽은 눈썹을 찌푸리며 얼굴의 웃음기도 사라졌다.“그럼 자르면 그만일 텐데 왜 계속 옆에 두는 거죠?”이서는 눈을 깜박였다.“왜라니요?”“우선, 거짓말로 이서 씨를 속였고, 둘째, 내력이 불분명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시한폭탄과 같이 있는 거나 다름없는 건데…….”이서는 웃었다.“그런데 임현태 씨, 일 잘 하거든. 암튼 제대로 조사한 뒤 결정하려고요…….”소지엽은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내가 출퇴근시켜 줄까?”“아니.”구태우는 줄곧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서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지엽에게 다가갔다.“너 이서 씨 좋아하지?”소지엽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밥이나 드셔.”구태우는 헤헤 웃었다.“좋아하면 쫓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