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엽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룸 안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며 소지엽과 이서를 보고 일어섰다.“윤이서 씨?”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었다.“구태우입니다. 사설 탐정업체 운영 중이고, 이 업계에서 몸 담은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 우리 회사가 동종업계에서 서열 2위라고 하면, 1위를 자처할 업체는 없는…… 그런 정도입니다.”이서는 구태우의 얘기에 웃었다.“반가워요. 편하게 이서라고 부르셔도 되요.”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소지엽은 구태우에게 장난치듯 말했다.“괜히 큰 소리 치지 말고, 나중에 가서 일 처리 제대로 못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야. 알지? 내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구태우는 하하 웃었다.“지엽 씨, 걱정 마. 내가 털어서 안 나오는 거면 그 사람은 깨끗한 사람이야.”이서는 그의 이 말을 듣고 크게 안심했다.“제 운전기사를 뒷조사하고 싶습니다.”“네? 누구를요?”“일이 어떻게 된 거냐면…….”이서는 일을 경유를 간단히 설명했다.“그래서 나는 왜 그 사람이 저한테 회사에서 파견한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나를 속였는지 알고 싶어요. 나에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인지도요…….”소지엽은 눈썹을 찌푸리며 얼굴의 웃음기도 사라졌다.“그럼 자르면 그만일 텐데 왜 계속 옆에 두는 거죠?”이서는 눈을 깜박였다.“왜라니요?”“우선, 거짓말로 이서 씨를 속였고, 둘째, 내력이 불분명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시한폭탄과 같이 있는 거나 다름없는 건데…….”이서는 웃었다.“그런데 임현태 씨, 일 잘 하거든. 암튼 제대로 조사한 뒤 결정하려고요…….”소지엽은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내가 출퇴근시켜 줄까?”“아니.”구태우는 줄곧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서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지엽에게 다가갔다.“너 이서 씨 좋아하지?”소지엽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밥이나 드셔.”구태우는 헤헤 웃었다.“좋아하면 쫓아다녀야지
서우 내부 게시판이 오늘 저녁처럼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 적은 없었다.첫 번째 핵폭탄급 뉴스는 오늘 오후 소지엽이 고급 외제차를 몰고 가는 사진이 찍힌 것이다.두 번째는 이서가 소지엽의 차에 올라탄 것이다.이미 어떤 사람은 인터넷에서 마세라티의 소유주가 소지엽이라는 것도 검색해냈다.구내 식당에 소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있다는 걸 알고 다들 난리 났다.[아아아아악! 대어 놓쳤네! 난 왜 그가 소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흑흑흑, 난 그냥 내 눈물에 코 박고 죽을 거야! 내 두 눈은 장식인가보다, 왜 그를 평범한 사람으로 봤지?!][미녀 여러분, 울지 마세요. 설령 당신들이 혜안을 가졌어도 소용없어요. 이미 윤 총괄과 결혼한 사이니……. 역시 잘생긴 남자는 누군가의 남편이든가,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 않았든가, 둘 중 하나네…….][어쩐지 지난번에 윤 총괄이 구내 식당 주방을 드나든다고 했더니……, 소 팀장이 윤 총괄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어, 흑흑흑, 두 사람은 벌써 법적으로 이어진 가족이었어.][하하하, 이서가 운전기사에게 시집갔다고 했던 사람들, 창피하겠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은 윤이서가 하은철과 결혼하지 않아도 절대로 일반인에게 시집가지 않을 거라……. 재벌들의 말은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리면 돼. 어떤 재벌이 그러더라. 200억이 만드는데 작은 목표라고…….]“…….”서우는 비록 화장품 회사이지만, 회사 안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고수도 적지 않다. 그들은 곧 인터넷에서 이서와 소지엽이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이고, 게다가 이서가 8살 되던 해에 유학의 길에 오르자, 얼마 되지 않아 소지엽도 같이 출국했다는 걸 검색해냈다.그것도 같은 나라, 같은 지역으로.두 학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고!비록 두 사람 관련 정보가 많지 많지만, 이서와 소지엽의 망붕 렌즈를 끼는 데는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소꿉놀이 친구로 자랐으니 망붕 렌즈 끼기 딱 좋고!”“게다가 연적인 다른 소꿉친구
촬영현장.야간 촬영은 여자 배우들이 가장 꺼리는 일 중에 하나이다.밤샘 촬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부가 민감한 배우에게는 특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그러나 이제 이서정은 더는 밤샘 촬영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오늘처럼 야간 촬영이 있는 날에는, 제작진이 가장 좋은 분장실과 함께 친절하게 간이 침대까지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하씨 집안 사람은 대우가 다르긴 다르구나!’“이서정의 잘난 척하는 낯짝 제발 좀 안 봤으면 좋겠다!”스태프들은 찬바람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불평 불만을 털어놓았다.“성괴 얼굴에 연기도 별로인데다, 평소에 우리를 괴롭히는 건 그렇다 쳐, 촬영할 때 맡은 바 역할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휴, 결혼했으면 연예계 은퇴하고 결혼생활에나 집중할 것이지 사모님이 무슨 연기를 한다고?!”“쉿!” 옆에 있던 사람이 긴장한 듯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잘리고 싶어? 잊었어? 지난번에 물이 차갑다는 얘기를 안 들어줬다고 여러 명 해고했잖아.어쩌겠어? 지금은 그쪽이 실세이니까 참아야지.”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입구에서 갑자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두 사람도 슬쩍 보고 깜짝 놀랐다.감독도 방문자를 확인하고는 손에 든 스피커를 내려놓고 황급히 달려갔다.“아이고, 사모님, 어떻게 여기까지…… 귀한 걸음하셨습니까?”눈앞의 사람은 민호일의 아내인 이하영이었다.재벌집 사모님은 이하영은 평소에는 카드놀이나 하고 피부 관리나 받고, 오늘처럼 외출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이하영은 감독은 안중에도 없는듯 본체만체하며 목을 빳빳이 세우고 물었다.“이서정 씨 어딨어요? 나 이서정 씨 만나러 왔는데……!”감독은 얼른 사람을 시켜 이서정을 불러오게 했다.분장실 입구에서 이서정의 매니저는 화가 나서 심부름 간 스태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목소리를 깔았다.“우리 배우님이 쉬고 있는데, 귀찮게 했다가, 너희들 뒷감당할 수 있겠어?”스태프는 난처한 듯 말했다.“민회장님 부인이 오셨습니다.”매니저는 순식간에 낯빛이 바뀌
“사모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까지 안 챙기셔도 되는데……. 암튼 감사합니다.”우리 모두 같은 이씨잖아요. 600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 한 가족이었을 걸요.”두 사람은 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잠시 뒤 이하영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오늘 촬영이 아직 덜 끝났다고 들었어요. 나 때문에 촬영이 많이 지체된 거 같으니까 나도 이젠 그만 가 볼 게요.”말을 마치고는 유유히 떠났다.이하영의 차가 멀리 떠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이서정을 에워쌌다.“이 배우님, 너무 부러워요. 일류 스타의 일상이 사치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했는데, 명문세가들의 삶은 격이 다르네요. 백 24개를 눈도 깜빡하지 않고 선물하다니…….”“이 배우님, 당신 남편도 그렇죠? 가방만 모셔 두는 별장이 따로 있는 거 아니에요?”“부러워 죽겠어요, 이 배우님, 당신의 행운을 저에게도 좀 나눠주세요.”“…….”이서정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거였다.비록 지환과의 결혼은 가짜지만, 민씨 집안 사람들과 자주 왕래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짝퉁 하부인이라는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테니.그녀는 입술을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아니야, 무슨……. 그냥 고급 차량을 여러 대 보유하고, 부동산이 좀 있고, 백과 옷, 보석 등도 좀 있고……. 뭐 그 정도야.”“조금이 얼마인데요?”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이 배우님, 기회가 되면 남편 좀 만나게 해 주세요. 듣자니 투자의 귀재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요. 얼굴 좀 보여주세요!”이서정의 표정은 순간 부자연스러웠지만 곧 완벽하게 감췄다.“그러지 뭐, 하지만 워낙 바쁜 사람이라, 비즈니스 때문에 매일 출장 중이야, 아마 시간이 안 될 걸?”“괜찮아요, 우리는 언제든지 시간 있어요.”“…….”이서는 다음 날 출근해서 사설 탐정사의 전화를 받았다.구태우가 아니라, 전에 신문지 광고 통해 전화했던 작은 회사에서.이서는 별 고민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바로 끊었다.그런데 상대방은 끈질기게 두 번째 통화를
이서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사설 탐정 쪽도 당황했다. 그는 무의식중에 뒤에 서 있는 이천을 보며 입모양으로 물었다.“나 의심하는 거 같은데?”이천은 겉보기에는 태연자약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사설 탐정보다 더 긴장했다.한참 뒤에야 이서가 입을 열었다.“확실한가요? 20만원?”[네, 네, 네.]드디어 회답을 들은 사설탐정은 이서가 번복할까 봐 바로 물었다.[20만원에 사시겠습니까?]“네, 거래하시죠.”이서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말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이메일 주소로 보내주세요.”이서는 자주 쓰지 않는 메일주소를 상대방에게 주었다.사설탐정은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이천에게 말했다.“나를 못 믿는 거 같은데?”이천은 그를 흘겨보았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자료들 보내.”“네, 네, 저 그럼 일전에 얘기했던 2천만원은……?”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핸드폰에서 입금 안내 문자가 떴다.사설탐정은 숫자 뒤의 0이 몇 개인지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좋은 일이 있으면 부디 저를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천만에. 고마워할 거면 우리 그 괴짜 회장님한테도 고마워해야지.”회사로 돌아온 이천은 회장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회장님, 서류는 이미 사모님께 잘 전달해 드렸습니다.”그는 나름 뿌듯했다.“사모님은 절대 회장님이 뒤에서 움직이는 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지환은 눈을 들어 느긋하게 이천을 바라보았다.지환의 쳐다보는 눈빛에 이천은 두피가 찌릿찌릿했다.“회장님, 왜 그러세요?”그는 돌아오면 꽃과 박수가 기다릴 줄 알았다.근데…… 김칫국을 제대로 마신 것 같았다.지환은 태블릿을 이천에게 건네주었다.태블릿은 확인한 이천은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연예부 기사였다.보도에 따르면, 소지엽과 윤이서가 비밀리에 결혼을 했고, 함께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하며 달콤한 신혼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친절하게 두 사람의 사진도 함께 첨부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안에 있는 파일 내용도 정상이었다.처음에 봤던 샘플 파일보다 내용이 훨씬 풍부하고 다양했다.눈썹을 한껏 찌푸린 이서는 여전히 이렇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단돈 20만원에 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심소희는 책상 뒤에 서서 이서가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고 감히 소리도 못 냈다.한참을 기다리다가 이서가 노트북 컴퓨터를 덮는 것을 보고, 그제야 참지 못하고 물었다.“언니, 저 아직 어제의 질문에 대답 못 들었어요……!”“무슨 질문?”“바로 언니와 소지엽 팀장님 이야기요!”심소희는 눈이 초롱초롱했다.이서는 어이가 없는 듯 이마를 짚었다.“아니야, 우리 아니야. 내 남편 아니라고…….”“네?!” 심소희는 1초 간 망연자실했다가 곧 웃는 얼굴을 했다.“아! 알겠다. 설마 언니도 요즘 신혼 부부들이 많이 한다는 ‘은혼족’이에요? 하은철이 귀찮게 할까 봐 그런 거죠? 게다가 소씨 집안과 하씨 집안이 비즈니스적으로 많이 연결되어 있으니…….언니 때문에 이 모든 비지니스가 끊기면 얼마나 손해에요?”이서는 심소희의 상상력에 탄복했다.“아니라고, 우리 정말 아니야, 우리 결혼 안 했어!”“기사에 다 적혀 있던데요. 어젯밤에 둘이 같이 저녁도 드셨던데……?”이서는 어처구니없었다. 함께 밥 한끼 먹었다고 결혼한 거라면, 굳이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뭐 하러 해?“기사는 어디서 봤어?”심소희는 휴대전화를 꺼냈다.“바로 SNS에서요.”그녀가 다시 클릭하여 재확인하려고 할 때, 이서와 소지엽 관련 모든 보도자료는 순식간에 증발된 듯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잠깐 사이에 싹쓸이 당한 것 같았다.“소희야, 설마 너 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에요, 다른 동료들도 다 봤어요. 언니, 믿지 못하겠으면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세요.”잠깐 침묵을 하던 이서는 소씨 집안에서 모든 기사와 실검을 삭제했을 것으로 추측했다.“알았어. 나가서 일봐.”“네, 알겠습니다.”심소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이서사무실을 나섰다.‘아까 기사 분명히
“상언 씨?”이상언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아 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환의 비참한 처지를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제가 지환 씨 부모님 만나러 M국에 가기 전에, 상언 씨가 윤수정을 조사해주겠다고 얘기했던 거 기억하세요?”이상언은 잠깐 생각을 하고서야 윤수정이라는 사람을 떠올렸다.“네, 기억나요.”“얼마 전에 감옥에 수감됐는데, 그런데 출소 후 갑자기 병이 깔끔히 나았더라고요. 거기서 무슨 명의를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난 지금 수정이가 지금껏 아픈 척 쇼를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되서요.”이상언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뭐라고요? 병이 다 나았다고요?”“네, 그리고 후유증도 전혀 없어 보이던데, 세상에 정말 이런 신의 손을 가진 명의가 있을 수 있을까요?”이상언은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예요. 윤수정의 병력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의 상황은 오직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이식 수술 후에도 장기간 휴양해야 했고요.”이서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윤수정이 꾀병을 부렸다는 자신의 추측에 더욱 무게에 실렸다.“지난번에 윤수정을 데리고 검사하면 바로 진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병이 다 나았다고 하니, 검사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겠죠?”이상언은 잠시 중얼거렸다.“만약 윤수정이 정말 꾀병을 부린 거라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을까요? 이 일은 내게 맡기세요, 내가 조사해 볼 게요.”방금까지만 해도 미간을 잔뜩 찌푸렸던 이서는 이상언의 얘기를 듣고, 그제야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어렸다.“정말 고맙습니다.”이상언은 웃으며 말했다.“별 말씀을요. 굳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면…… 하나 씨 앞에서 제 얘기 좀 많이 해주세요.”이서는 빙그레 웃었다.“그래요, 그나저나 지금 하나랑은 어떻게 되었어요?”“괜찮아요.”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난 왠지 우리 사이에 계속 보이지 않는 장벽 같은 게 있
소지엽은 그를 째려보았다.구태우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자기 입을 툭툭 쳤다.“내 요 주둥이가 싸다, 싸.”소지엽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좀 이상하지 않아? 대체 얼마나 큰 파워를 가지고 있길래 삽시간에 아 모든 기사와 실검 키워드까지 다 내릴 수 있을까?”구태우는 팔을 베며 말했다.“누구긴 누구겠어? 하씨 집안이겠지…….”소지엽은 그를 돌아보았다.“내가 듣기로는 하경철이 윤이서를 하씨 집안 손주 며느리로 점 찍어 두고, 하은철에게 윤이서와 잘 해보라고 등 떠민 걸로 알고 있거든.근데 이 노인네도 정말 이상하지 않아. 다른 명문 귀족들은 돌싱며느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하경철은 조금도 꺼리지 않는다는 거지. 오직 오매불망 윤이서…….”구태우는 말을 잠깐 멈추었다. 이 말에 남을 비방하는 듯한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 함구했다.하지만 소지엽은 별 생각 없이 말했다.“그런데 최근 하은철은 윤수정이랑 아주 뜨겁던데?”“응, 윤수정을 도와 윤씨 그룹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고 들었어.”구태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윤수정이 윤씨 그룹의 CEO가 되면 하경철이 그녀를 달리 보지 않을까 싶어서……. 어쩌면 두 사람의 혼사를 동의할 수도 있으니…….”소지엽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씨 집안 말고는 그만한 파워를 가진 세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아, 맞다, 이서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그렇게 빠를 리가 있나? 아직 하루도 안 지났거든.”소지엽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퇴근할 때쯤 이서는 지환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저녁 다른 일이 있어 웨딩 촬영 관련 사항은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전화에서 지환의 말투는 매우 평온했다. 이서도 별 생각없이 전화를 끊고 집에 갔다.이때, 룸에 앉아 있던 지환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짜증난 듯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그의 곁에 앉은 이상언은 그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뭐 그깟 일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