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이서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연예계는 정말 천하에서 가장 현실적인 곳이다.그날 식사 이후 그녀는 지환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변죽을 울리며 탐문해 왔지만,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도 없자, 일부 사람들은 그녀와 하은철 삼촌의 결혼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따라서 그녀에게도 더욱 냉담해졌다.매니저는 이서정 옆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그 하 대표님, 계속 연락 안 되죠?”이서정은 본래 기분이 안 좋은 데다, 이 말을 듣고는 물컵을 쥐고 크게 화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이, 이서정 씨, 민씨 그룹의 민호일 회장님이 당신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이서정은 멍해지더니 며칠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한 민호일이 생각났다.그녀는 기뻐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디 있어요?”“바로, 바로 문 앞에요!” 직원이 숨을 헐떡였다.다른 사람들도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민씨 가문은 북성시 4대 가문 중 하나로서 수장인 민호일은 연예계 사람들조차도 큰손으로 꼽는 존재였다.큰손이 직접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하나같이 부러운 눈빛으로 이서정을 바라보았다.이서정은 고개를 쳐들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촬영장 입구에 고급세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이미 손을 썼는지 주위에는 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이서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경호원은 즉시 앞으로 나가 차문을 열었다.차 안에 타고 있던 민호일은 친절하게 이서정에게 손을 흔들었다.“사모님, 타세요.”사모님이란 한마디에 이서정의 신분을 정하는 것 같았다.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서정은 이미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그녀는 바로 차에 오르지 않았다. 차문을 잡고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만끽하고 싶었다.“민 회장님.”“얼마 전에 제가 사모님께 식사 대접을 한 번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오늘
별장 내.이서가 프러포즈 장소르를 다녀온 걸 지환은 이미 임현태를 통해 알았다.“밥은?”그는 앞으로 다가가 이서를 덥석 껴안았다.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나 배 안 고파 내가 오늘 뭐 봤는지 맞춰 봐요.”지환은 생각하는 척하며 이서의 기분을 맞춰줬다.“음…… 잘 모르겠는데.”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말했다.“나 오늘 당신이 날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장소를 보았어요. 너무 예쁘더라고요!”지환은 눈동자도 보기 좋게 반달모양으로 되면서 이서의 눈꺼풀에 키스했다.“어땠어? 맘에 들었어?”“응, 예뻤어요. 근데…….” 이서는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만약 그 장미들이 시들어서 좀 아쉬웠어요. 여전히 피었다면 훨씬 더 예뻤을 텐데.”“자기가 좋아한다면 난……”지환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사장님에게 얘기해서 생화로 바꿀 게.”“아니에요.” 이서는 지환이 자기를 안고 소파에 앉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주동적으로 지환의 목을 껴안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침에 외출하기 전에 당신이 제게 선물 주겠다고 한 거 기억하죠?”지환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물론이지, 자기한테 한 약속은 평생 지킬 거야.”이서는 지환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럼…… 웨딩 사진 찍으러 가요!”말을 마치자 이서 얼굴의 홍조는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확산이었다.시선은 꼼짝 않고 지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지환이 갑자기 CPU가 정지된 컴퓨터가 된 것 같았다.이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지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당신이 싫다면…….”“자기야, 싫기는…….” 지환의 입가에 웃음기가 퍼졌다. 그는 자기 코로 이서의 콧날을 비비며 한 손은 옷 속으로 들어가 이서의 등을 쓰다듬었다.“내가 바라던 바입니다.”그는 말하면서 코를 이서의 볼에서 붉게 물든 귓불로 옮겨 가며 가볍게 물었다.“자기야, 어떡하지, 난 자기 갖고 싶은데?”이서는 손가락으로 지환의 가슴을 받쳤다. 얼굴이 이글이글 달아올랐다.“장난 그만 해요. 지금 진지한 얘기하고
윤재하는 콧방귀를 뀌었다.“우리를 도와줘?! 우리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작은아빠, 엄마, 지금 두 분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윤씨 그룹에서 돈을 적잖게 횡령했잖아요. 새로 부임한 CEO가 이 일을 까발릴까 봐 걱정되는 거죠? 일단 이사회의 다른 주주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두 분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성지영과 윤재하는 안색이 변했다.“너…….”윤수정은 가볍게 웃었다.“작은아빠, 엄마, 안심하세요. 나도 아무 말하지 않을 거예요. 난 두분 편이에요.”“네가 우리 편이면 뭐해?” 윤재하가 냉소했다.“당연히 방법 있죠. 왜냐하면 곧 선출된 새 CEO가 제가 될 테니까요!”성지영과 윤재하는 눈을 마주쳤다.“작은아빠, 작은엄마, 다른 사람이 선출되면 분명히 당신들이 저지른 일을 폭로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다르죠. 왜냐하면, 저도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우리 도움?”“네, 맞아요! 나와 은철오빠의 상황은 두 분도 익히 알고 있을 테고. 지금 오빠가 나랑 결혼하고 싶어도,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힘들 거예요. 그래서 우리 비밀리에 진행 중에 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주주들에게 하면 분명 안 믿을 거예요. 하지만 두 분이 나서서 얘기하면 저랑은 신분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주주들도 틀림없이 믿을 겁니다. 그때 가서 제가 회사 CEO 자리에 앉기만 하면 두 분은 걱정할 게 뭐가 있겠어요?”성지영과 윤재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윤수정을 바라보았다.윤수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러니까 두 분은 저를 반드시 도와주셔야 합니다! 우리 윈윈하는 거죠.”두 사람은 1초 간 생각한 뒤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에게는 있어서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윤수정의 입가에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이때.1층에 도착하자마자, 이서는 구수한 밥 냄새를 맡았다.“다 됐어요?”“응.” 지환은 음식을 차려 놓았다.“얼른 먹어.”이서는
이서는 지환 주변의 기압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지환이, 하씨 집안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게 싫어서 그런 줄 알고, 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할아버지께서 지금까지 나를 많이 예뻐하시고 잘해주셨어요. 어쨌던 할아버지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미안해요.”지환은 웃으며 손끝으로 이서의 머리카락을 넘겼다.“나 화난 거 아닌데? 다만 자기가 이미 나랑 결혼했음에도 어르신이 여전히 너를 이렇게 아끼는 거, 좀 이상하다는 생각 들지 않아?”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나도 궁금하긴 해요. 나에 대한 할아버지 사랑은 무조건적인 총애였어요. 뭐라고 해야 하지? 혈연을 초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할아버지가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건, 혹시 내가 그의 어느 일찍 돌아가신 후배와 닮아서일까요?”‘그래서 할아버지가 그 사랑을 자기한테 전가한 건가?’지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성세대의 지난 일에 대해 탐구할 의욕도 없었다.‘하지만, 너무 심하면…….’“글쎄……. 내일 저녁에 한 번 잘 물어봐.”“응.” 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임현태의 일이 생각났지만 굳이 지환에게 말하지 않았다.지환은 평소에 매우 바쁜 사람이다. 게다가 임현태의 일은 그가 도와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스스로 방법을 강구하여 알아보려고 마음먹었다.이튿날 퇴근 후, 이서는 하경철이 말한 그 온천 리조트에 도착했다.주경모는 이서를 전통 일본식 룸으로 데려갔다.“할아버지, 먼저 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죠?”이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을 밀고 들어갔다.룸 안에 하경철 외에 하은철도 함께 있었다.하은철을 본 이서의 얼굴이 부자연스러웠다.하은철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하경철은 상황을 살피고는 두 사람의 표정을 무시한 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서, 왔어? 자, 잠깐 쉬면서 차 한 잔 마시고, 있다가 온천에 들어가자.”“네.” 이서는 하은철
하경철이 하은철에게 눈길을 보냈다. 오늘은 웬 일인지 거부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경철은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주경모에게 시선을 돌렸다.주경모는 시그널을 받고 하경철의 귓가에 몸을 숙여 몇 마디 했다. 곧 하경철은 웃으며 말했다.“이서야, 온천 리조트 사장이 내 오래된 벗이다. 나랑 잠깐 보자고 하는 구나. 잠깐 다녀올 테니 은철이랑 여기서 나를 기다려라.”이서는 한눈에 하경철이 또 그녀와 하은철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걸 눈치챘다.예전에는 하경철의 이러한 ‘배려’에 감사했는데, 지금은 무의미한 시간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싫다는 거 억지로 강요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하물며 그녀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하경철은 말을 마치고, 이서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주경모의 부축을 받으며 룸을 나갔다.그가 떠나자, 룸 안에는 이서와 하은철 두 사람만 남았다.이서는 하은철과 이야기를 할 의욕이 없어 일어나서 잠깐 있다가 문 열고 밖으로 나갔다.룸 밖에 인공산이 하나 있는데 물이 졸졸 흐르고 대나무 숲이 무성한 게 꽤 아늑해 보였다.이서가 기분 좋게 감상하고 있을 때, 뒤에서 하은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는 짜증이 확 밀려왔다.“너 이번에, 꽤 멋있더라……. 잘 했어.”이 말을 듣고 이서는 멍해져서 고개를 돌려 하은철을 보았다. 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왜 그렇게 쳐다봐, 난 있는 그대로 얘기한 거야, 잘하면 잘한 거고, 못하면 못한 거고.” 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동자에는 아쉬움 같은 게 넘쳤다.‘이서가 예전에도 지금처럼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이서는 입술꼬리를 올렸다:“고마워.”하은철은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갔다.“네가 진작에 이렇게 사리에 밝았더라면 우리도 지금처럼 이렇게 서먹한 사이가 안되었을 텐데……. 사실, 애당초에 네가 수정에게 조금만 잘해줬어도 내가 널 받아들였을 거야.”이서는 고개를 돌려 마치 무슨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하은철을 쳐다보았다.
이서는 고개를 돌려 하은철이 따라오는 것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북서 제1가문의 하은철을 보고도, 소지엽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은철아.”“언제 들어왔어?”'하은철은 손을 내밀어 이서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이서는 그의 손을 무자비하게 뿌리쳤다.그리고 소지엽 뒤에 섰다.분명히 하은철과 함께 서고 싶지 않다는 시그널이었다.이 자그마한 행동으로 하은철은 화가 났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경고의 눈빛으로 이서를 째려보았다.소지엽은 무언가 눈치챈 듯 무의식중에 몸을 약간 움직여 이서를 가렸다.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모습에서 그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어. 시간 날 때 한 번 모이자.”“그래.” 하은철은 주먹을 꽉 쥐고, 소지엽 뒤에 있는 이서에게 말했다.“이리 와.”이서는 소지엽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소지엽 뒤에서 나왔다.“하은철, 너 또 깜빡한 거 같은데…… 우리 이미 파혼했거든.”그녀는 소지엽의 옆에 서서 꿈쩍하지 않았다.하은철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소지엽을 보면서 말했다.“미안……. 둘이 좀 싸웠거든. 나중에 시간 날 때 또 연락하자.”얘기 즉슨 소지엽은 자리를 떠도 된다는 뜻이었다.그러나 소지엽은 갈 생각 없이 이서를 그의 몸 뒤로 숨겼다. 한 눈에 봐도 일부러 그런 것임을 알 수 있었다.하은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소지엽,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둘이 좀 다퉜다며?”소지엽은 밝고 해맑게 웃었다.“듣자니 이서 결혼했다 던데? 물론 남편은 네가 아니고…….”하은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건 우리 두 사람 일이야.”“하지만 딱 봐도 이서가 너랑 함께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하은철의 이마에 핏줄이 펄쩍 뛰었다.“소지엽, 하씨와 소시 가문의 우애가 좋다고 내가 널 한 대 못 칠거란 생각 하지 마!”소지엽은 여전히 침했다. 웃음기가 눈가에서 미간까지 조금씩 퍼졌다.“은철아, 그
이서는 감기약과 해열제를 사서 집으로 달려갔다.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즉시 위층으로 올라가 지환을 살펴보았다.“체온 재 봤어요?”침대에 누워있는 지환을 보니 안색이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그제야 이서의 얼굴에도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손을 내밀어 지환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이서는 눈썹을 찌푸렸다.“으잉? 열 안 나는데?”“그래?” 지환은 그 틈을 이용해 이서를 품에 껴안았다.“방금 체온을 측정했을 때는 분명 38도였는데. 약 먹고 열이 내렸나 봐.”이서는 그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그럼 체온계를 갖고 올 테니 다시 한번 측정해봐요.”“아니야…….”지환은 이서 목덜미에 머리를 틀어박았다.“자기가 나의 약이야. 자기 돌아오니까 아픈 데가 다 나은 거 같아.”“정말 열이 났나 봐요.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거 보니…….”이서는 화난 척하며 그를 밀었다.“급하게 돌아오느라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것도 깜빡 했단 말이예요. 먼저 할아버지께 메시지를 보내야겠어요.”지환은 그녀를 품에 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럼 여기서 보내. 나 자기 많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약한 척하자, 이서의 마음은 단번에 사르르 녹았다.그녀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는 하경철에게 문자를 보냈다.지환은 턱의 무게로 이서의 어깨에 눌렀다. 그녀의 둥글고 예쁜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을 보자 또 한 번 심쿵했다. 그는 얇은 입술로 이서의 귓불을 가볍게 물며 어물쩍 얘기했다.“어르신이 왜 자기를 불렀대? 무슨 일이야?”“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만 했어요.”이서는 지환의 이상한 점을 눈치 채지 못하고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문자를 적었다.“할아버지에게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도중에 온천 리조트 사장이랑 얘기 나누러 가셨어요.”지환의 손가락은 이서의 짤록한 허리를 매만지며 못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서의 휴대전화 스크린을 슬쩍 쳐다보면서 한 손
이서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직원들이 평소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모든 것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모두 변했다.이서는 손에 든 펜을 가지고 놀면서 머릿속에서 임현태의 일을 생각했다.‘임현태는 정직하고 성실해 보이는 것이 전혀 나쁜 사람 같지 않은데…….’‘그는 분명히 회사에서 파견한 사람이 아닌데 왜 거짓말을 했을까?’아침 출근 길에 이서는 몇 번이나 입을 열어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임현태가 이렇게 오래 속인 이상, 그녀에게 쉽게 털어 놓지 않을 테니까.괜히 얘기 꺼냈다가 상대방이 경계심을 갖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나중에 소지엽 쪽에서 소개한 사설 탐정업체를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이서가 물을 마시는 있는 사이, 소지엽이 문자를 보내왔다.[사설탐정은 찾았어. 내일 저녁에 잠깐 볼 수 있을까?][응. 시간 돼.][내일 봐.]이서는 답장을 계속하지 않고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시작했다.그리고 핸드폰 너머 이쪽. 소지엽은 핸드폰을 여러 번 꺼내 확인했다.측근이 웃으며 물었다.“쉐프님, 여자친구 문자 기다리고 있죠?”소지엽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고, 해맑고 잘생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넌 아는 게 많아서 참 좋겠다.”“정말 여자 친구네? 누구에요? 나 아는 사람이에요? 어때요, 예뻐요……?”소지엽은 문을 ‘쾅’ 닫고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꺼내 불을 붙였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또 한번 휴대전화를 꺼냈다.여전히 답장이 없었다.……이서가 한창 업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은 김청용이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 “윤 총괄님, 축하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하여튼 사람 놀래 키는 재간이 있다니까!”이서는 아리송한 눈빛으로 김청용을 바라보았다.“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이쯤 됐는데 나한테 모르는 척할 거야? 심소희, 들어와.”트로피를 들고 들어오는 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