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윤이서가 그들을 차단하더라니, 나 같으면 이미 여기를 떴다!][윤이서 정말 안쓰럽네. 지금에야 왜 윤이서가 일반인에게 시집갔는 줄 알 거 같아. 이런 미친 부모를 만났으니 결혼해서 그 불구덩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거지…….][그래, 평범한 사람이지만, 적어도 그녀를 해치지는 않을 거 아니야!]“…….”사무실 안의 사람들도 이서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들도 일이 이렇게 진전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사무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한 장지완은 급히 강수지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보았다. 마지막까지 영상을 다 확인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아니야!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윤수정도 골드 킹이 올린 영상을 확인하였다. 그녀의 안색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언니 정말 대단하다. 골드 킹 대행사에 의뢰하다니. 역시 골드 킹이야. 진실에 상관없이 이미지 쇄신 작업하는 데는 최고니까!”이서는 웃으며 말했다.“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마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 같은데.”윤수정은 안색이 사색이 되어 이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서가 마치 무엇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나는 언니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작은아빠와 엄마는 모두 언니 부모님이잖아. 설령 일을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이서는 몸을 숙여 윤수정의 귓가에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곧 아니거든!”윤수정의 몸은 다시 한번 흔들렸다.그녀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며, 자신이 마치 이서가 정성껏 준비한 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곧장 일어나 김청용에게 말했다.“사장님, 디자인 팀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김청용은 윤수정을 힐끗 보고는 이서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별일은 아니구요. 핑크리본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었어요?”이서는 고개를 저으며 김청용과 어깨 나란히 사무실로 들어갔다.장지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이번에는 이서가 어리둥절 해졌다.“임현태 씨가 회사에서 파견했다고 하던데요?”“임현태? 그게 누군데요?”“저한테 차량이랑 기사 보내주셨잖아요?”“…….”“사장님이 보낸 거 아니에요?” 이서는 눈썹을 찌푸렸다.김청용은 지금 얼떨떨했다. 그는 이서가 하지환의 조카며느리라는 것만 알고 다른 것은 전혀 몰랐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이 일은 분명 지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이서는 막후 배후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황인 듯했다.아마 하지환이 의도적으로 조카며느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사건 맥락은 명확한데 어떻게 상황을 넘겨야 할지 몰라서 뻔뻔하게 말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기사는 회사에서 파견한 거 맞아요. 임현태라고 해서, 갑자기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름이 임현태였구나.”김청용의 변명은 나름 그럴싸했다.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갑니다?” 김청용은 조심스럽게 이서를 쳐다보았다.이서가 미소를 지었다.“네, 가세요.”그녀가 의심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김청용은 그제야 떠났다.그러나 그가 떠나자, 이서는 생각에 잠긴 듯 의자에 앉았다.바로 이때 전화가 울렸다. 배시영이 걸어왔다.[이서 씨, 그 괴롭힘 당하는 동영상 내보내도 될까요?]“네.”[알겠습니다.]배시영은 핸드폰으로 부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갑자기 이서야말로 그녀의 상사라는 느낌이 들었다.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이서의 집이 페인트와 오물을 뿌리는 동영상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이서의 처지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했다. 부모에게 납치되고 된 통으로 당한 것도 모자라 영상을 찍어 비난까지 하다니…… 정말 불쌍했다.경찰이 이서의 집 앞에서 이서를 해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발표함에 따라 성지영과 윤재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다![한 명의 엄마로서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열불이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윤씨 부부가 동영상 유포할 때는 오늘 같은 일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겠지?][난 그들
이 동영상이 업로드 되자 이서의 예상처럼 그녀를 비난하던 무리들은 사라지고 모두 그녀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윤이서 너무 착한 거 아냐? 아직까지도 부모 편의를 봐주려고 하는 거 보면……. 여간해서는 집과 인연 끊고 살 사람이 아닐 거 같은데?”“얘기 들으니 갑자기 더 무서워졌어. 딸 납치하고, 또 동영상 파문으로 딸 얼굴에 먹칠하고, 사이버 폭력 당하게 하고……, 무슨 양파야? 까도 까도 계속 나와. 도무지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지른 게야?”“그러니까 이서가 부모 곁을 떠난 건 옳은 결정이야. 빨리 부모와 인연 끊어라. 윤씨 부부처럼 무서운 부모는 처음 보는 듯!”“맞아, 부모 자식 연을 끊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윤이서를 꼭 안아주고 싶다. 너무 불쌍하다!”“…….”인터넷에 올라온 댓글을 보며, 지환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이천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은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아침 댓바람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을 줄 알았는데 보스의 안색이 어두울 뿐 별 말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얘기 두 마디 했다가 방안 분위기가 또 험악해졌다.이제야 지환의 얼굴에 화색이 조금 도는 것 같았다.그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회장님, 사모님 일은 해결되었습니까?”지환은 ‘응’ 하고 대답하면서 다시 이천을 흘겨보았다.“이천, 왜 이렇게 땀투성이야? 옷도 젖었어?”‘글쎄요. 왜 그럴까요?’하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더워서요, 하, 너무 덥다.”지환은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윤씨 그룹 자료 가져왔어?”“이미 준비하라고 했으니 조금 있으면 보내올 것입니다.”이천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윤씨 그룹 자료가 필요합니까?”만약 이전의 윤씨 그룹이라면 그래도 희망이 보이지만, 현재의 윤씨 그룹은 하씨 그룹이 장악하고 있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이천은 이해가 안 됐다.지환은 느긋하게 그를 째려보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갖고 와.”“네.” 이천은 대답하기 바쁘게 재촉하러 갔다
하경수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심지어 갈라졌다.지환은 얼굴의 웃음을 거두었다.“이서는 당연히 윤씨 집안 사람이죠.”[하지만 한번도 나에게 이서가 채선의 손녀라고 말한 적이 없잖아!]“채선?” 지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로 물었다.“이서 할머니랑 아는 사이에요?”하경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이서는 네 작은아빠가 손자 며느리로 점 찍어 놓은 사람일 게야. 그런데 너랑 결혼…….]지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하경수의 말을 끊었다.“이서와 하씨 집안은 아무런 관계없어요. 난 누구의 약혼녀가 아닌 이서랑 결혼했어요.”[네 작은아빠가 절대로 너와 이서의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 거야!]“어떻게 아세요?”하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냐하면 이서는 그에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지.]“이서는 내 생명보다 더 중요해요.”지환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누구도 나에게서 이서를 빼앗아 갈 수 없어요. 나 목숨 걸고라도 지켜낼 겁니다.”아들이 정말 이서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린 하경수는 더 이상 아무 얘기하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그는 탄식하며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악연이야, 정말 악연이야!”다만 아들 세대에서는 그들처럼 형제가 반목하여 고향에도 못 돌아가는 상황이 안되길 바랄 뿐이었다.……윤씨 그룹 회의실에는 먹구름이 감돌았다.윤재하의 우측에는 윤씨 그룹의 주주들이 앉아 있었다.성지영의 동영상 파문으로 인해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일찍이 윤재하의 적자 경영에 불만을 품었던 주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윤 사장님, 이 일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사회의 공격적인 태도에 윤재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그럼 집에서 좀 쉬세요. 어차피 다음 달에 새 CEO를 선출할 테니, 새로 취임한 CEO더러 처리하라고 합시다!”윤재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지금 나를 해임시키는 겐가?”“윤 사장님, 지금까지 사장 자리
그들이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건 윤씨 그룹 때문이었다.윤씨 그룹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윤씨 부부가 회사돈을 횡령했기 때문이다.새 CEO가 선출되면 짭짤한 돈주머니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회계 감사라도 하게 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나…… 내가 이서에게 사과할게요!”성지영은 당황하여 일어섰다.같은 시각, 디자인 부서 사무실 내.일이 원만히 해결되었고, 이서가 동영상 파문이후 비참하고 참담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지영 부부와 자연스럽게 관계 정리가 되었다. 이서는 기분이 날아 날 듯 좋았다.그녀는 임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에 함께 쇼핑하자.”[와, 이서야, 우리 텔레파시가 통했다. 나도 방금 네가 보낸 동영상을 봤거든. 마침 너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네가 한 발 앞섰네.]전화선을 사이에 둔 게 아니라면 임하나는 이서를 꼭 안아 주고 싶었다.‘우리 이서 멋지게 한 방 먹였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네?” 이서가 웃었다.[좋아, 좋아, 퇴근하고 너한테 갈게.]“응, 있다 봐.”퇴근 후 30분이 지나자, 임하나는 이서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만나서 임현태의 차에 올랐다.“출퇴근 전용차량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오늘에야 드디어 시승해 보는구만. 서우의 직원 복지 너무 좋은데……?”이서는 내색하지 않고 임현태를 한번 보고서야 말했다.“신성로 쪽에 백화점이 새로 하나 오픈했다는데 우리 거기 가보자.”“좋아.” 임하나는 말을 마치고 빙그레 웃으며 이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녀의 쳐다보는 눈빛에 이서도 따라 웃었다.“왜 이렇게 나를 쳐다봐?”“이서야, 우리 이서 정말 너무 대단해. 장해. 영상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관계를 끊어내다니 정말 너무 장해.”“너 벌써 두 번이나 칭찬했다.”“100번도 부족해. 내가 어제 섣불리 나서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너의 이 완벽한 계획에 내가 초 칠 뻔 했잖아.”“에이 뭐 그 정도까지야.”“그나저나 어떻게 골드 킹을 섭외한 거야? 내가 듣기로는 배시영이 이번
차가 다시 출발했다. 짧은 침묵 뒤, 임하나는 방금 하던 얘기가 생각나 물어보려고 하던 참에 갑자기 흥분하여 차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이서야, 저기 저 프랑스 레스토랑 봐봐. 우리 지난번에 여기서 너 프러포즈 준비 했었거든.”이서는 앞줄의 임현태가, 임하나 입에서 지환 얘기 나올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프러포즈란 얘기에 정신이 팔린 이서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어디? 어디?”“바로 저기.”임하나는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내려가 볼까? 우리 그날 꾸밈장식은 이미 철거되었겠지만…….”“괜찮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아냐, 같이 가보자.”“그래, 그럼.”이서는 임현태에게 차를 프랑스 레스토랑 옆에 세우라고 했다. 차에서 내린 뒤에야 레스토랑이 잠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정말 아쉽다.”이서는 웃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유리문이여서 내부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가까이 가서 내부 장식을 본 이서는 깜짝 놀랐다.산뜻한 풍선이 천장에 떠있었고 장미는 시들었지만 또 다른 정적미가 물씬 풍겼다.작은 카트 위에 있는 케이크 모형의 한가운데에 가장 중요한 반지가 빠졌지만 언 발런스해 보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그 반지는 이미 주인의 손가락에 끼어있기 때문이다.쇼윈도 안의 모습은 한 장의 아름답고 로맨틱한 스틸컷 같았다. “너무 아름답다.”임하나는 멍해졌다.“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다니…… 먼지도 하나 없어. 가게 오픈 안하나? 영업은 안 하는 거야?”“전화해서 물어봐.” 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간판에 적힌 번호대로 전화를 걸었다.임현태는 이 장면을 보고 재빨리 지환에게 문자를 보냈다.전화는 세 번째 시도 만에 연결되었다.전화기 저편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여사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레스토랑 내부에 프러포즈 이벤트가 아직 철거하지 않았나요?”[아, 네, 그거야. 어떤 남자 손님이 아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서프라이즈였어요. 우리 사장님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이서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연예계는 정말 천하에서 가장 현실적인 곳이다.그날 식사 이후 그녀는 지환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변죽을 울리며 탐문해 왔지만,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도 없자, 일부 사람들은 그녀와 하은철 삼촌의 결혼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따라서 그녀에게도 더욱 냉담해졌다.매니저는 이서정 옆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그 하 대표님, 계속 연락 안 되죠?”이서정은 본래 기분이 안 좋은 데다, 이 말을 듣고는 물컵을 쥐고 크게 화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이, 이서정 씨, 민씨 그룹의 민호일 회장님이 당신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이서정은 멍해지더니 며칠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한 민호일이 생각났다.그녀는 기뻐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디 있어요?”“바로, 바로 문 앞에요!” 직원이 숨을 헐떡였다.다른 사람들도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민씨 가문은 북성시 4대 가문 중 하나로서 수장인 민호일은 연예계 사람들조차도 큰손으로 꼽는 존재였다.큰손이 직접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하나같이 부러운 눈빛으로 이서정을 바라보았다.이서정은 고개를 쳐들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촬영장 입구에 고급세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이미 손을 썼는지 주위에는 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이서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경호원은 즉시 앞으로 나가 차문을 열었다.차 안에 타고 있던 민호일은 친절하게 이서정에게 손을 흔들었다.“사모님, 타세요.”사모님이란 한마디에 이서정의 신분을 정하는 것 같았다.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서정은 이미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그녀는 바로 차에 오르지 않았다. 차문을 잡고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만끽하고 싶었다.“민 회장님.”“얼마 전에 제가 사모님께 식사 대접을 한 번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오늘
별장 내.이서가 프러포즈 장소르를 다녀온 걸 지환은 이미 임현태를 통해 알았다.“밥은?”그는 앞으로 다가가 이서를 덥석 껴안았다.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나 배 안 고파 내가 오늘 뭐 봤는지 맞춰 봐요.”지환은 생각하는 척하며 이서의 기분을 맞춰줬다.“음…… 잘 모르겠는데.”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말했다.“나 오늘 당신이 날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장소를 보았어요. 너무 예쁘더라고요!”지환은 눈동자도 보기 좋게 반달모양으로 되면서 이서의 눈꺼풀에 키스했다.“어땠어? 맘에 들었어?”“응, 예뻤어요. 근데…….” 이서는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만약 그 장미들이 시들어서 좀 아쉬웠어요. 여전히 피었다면 훨씬 더 예뻤을 텐데.”“자기가 좋아한다면 난……”지환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사장님에게 얘기해서 생화로 바꿀 게.”“아니에요.” 이서는 지환이 자기를 안고 소파에 앉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주동적으로 지환의 목을 껴안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침에 외출하기 전에 당신이 제게 선물 주겠다고 한 거 기억하죠?”지환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물론이지, 자기한테 한 약속은 평생 지킬 거야.”이서는 지환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럼…… 웨딩 사진 찍으러 가요!”말을 마치자 이서 얼굴의 홍조는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확산이었다.시선은 꼼짝 않고 지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지환이 갑자기 CPU가 정지된 컴퓨터가 된 것 같았다.이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지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당신이 싫다면…….”“자기야, 싫기는…….” 지환의 입가에 웃음기가 퍼졌다. 그는 자기 코로 이서의 콧날을 비비며 한 손은 옷 속으로 들어가 이서의 등을 쓰다듬었다.“내가 바라던 바입니다.”그는 말하면서 코를 이서의 볼에서 붉게 물든 귓불로 옮겨 가며 가볍게 물었다.“자기야, 어떡하지, 난 자기 갖고 싶은데?”이서는 손가락으로 지환의 가슴을 받쳤다. 얼굴이 이글이글 달아올랐다.“장난 그만 해요. 지금 진지한 얘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