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슨 일이야?”이상언이 물었다.임하나도 지환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혹시 이서 일인가요?”지환은 눈을 들어 두사람을 담담하게 쳐다보고는 무덤덤하게 얘기했다.“별일 아니야. 오늘 저녁 인터넷에서 뭘 봤거나 혹은 누군가에서 무슨 소리를 들어도 절대 이서에게 입도 뻥긋하지 마.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그냥 푹 쉬게 하고 싶어.”임하나와 이상언은 눈을 마주보고는 둘 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서가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밥 먹자고 하자, 두 사람은 상차리는 걸 도와주었다.“자, 맛있게 드세요.”이서가 마지막에 자리에 앉았다지환이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생선살 한 점을 집어 가시를 발라내서 이서 그릇에 올려주었다.“자기야, 수고했어.”이서는 그를 째려보았다.“상언 씨와 하나도 있는데.”임하나와 이상언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신경 쓰지 마. 둘이 실컷 꽁냥꽁냥하셔.”둘의 호흡에 이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상언 씨 수습 기간이 곧 끝날 것 같은데요.”이상언은 득의양양했다.“봐봐, 지환, 형수님 얘기 들었지?”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쳤다.저녁을 먹고 임하나와 이상언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마치고 갔다.집을 나서기 전에 임하나는 이서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지환이 한 말이 생각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상언의 차에 올라탔다.별장에서 이서는 지환의 품에 누워 3층 베란다에서 별을 보았다.지환은 포도를 씻어 왔다.따스한 형광색의 베란다 조명은 밤하늘 아래에서 유난히 낭만적이게 느껴졌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이서는 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저 두 별이 바로 견우와 직녀성이죠?”지환은 손은 분주히 움직이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고는 답했다.“아닌 거 같은데?”고개를 돌린 이서는 지환이 포도의 껍질을 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지환의 길쭉길쭉한 손가락에서 풍기는 우아하고 고귀한 멋에 왠지 모르게 색기까지 느껴졌다.이
지환은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음이 아팠지만 손을 놓았다.이서를 곁에 두려면,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비슷한 결의 사랑만이 오래 갈 수 있다.지환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이 일이 끝나면 자기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다 들어 줄게.”이서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뭘 갖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생각나면 알려 줄게요.”“그래.”이서는 웃으며 집을 나섰다. 그러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꺼내 쓰고 어두운 얼굴을 하며 힘들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환은 창문에서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서는 차 옆에 도착해서야 임현태의 차 뒤에, 차량 두 대가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경계하며 차에 탄 그녀는 임현태에게 물었다.“임현태 씨, 뒤에 있는 저 차들은?”임현태의 거짓말이 많이 늘었다.“동영상 사건 이후 회사에서 아가씨 신변에 해를 끼칠까 봐 보호차원에서 차량 두 대를 더 보냈습니다.”이서가 좀 감동했다.‘서우의 직원 복지가 이렇게 빈틈없다니…….’그러나 이서는 여전히 수시로 주위를 살펴보면서 이상이 없는지 신중을 기했다.듣는 말에 의하면 실력 있는 파파라치들은 창문만 찍힌 사진 한 장으로, 그 장소와 인물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이서는 인스타에 사진 올리는 것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파파라치들이 별장까지 찾아올까 봐 걱정되었다.그녀는 지환의 안정된 생활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 듯 임현태가 말했다.“아가씨, 이렇게 신중할 필요 없어요. 아무도 여기를 찾아오지 못할 거예요.”“왜요?”민호일의 사람들이 반달동안 뒤를 밟아도 이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지환이 여러차례 말조심하라는 경고했던 게 생각이 나 잠시 멈칫 했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여긴 보안시스템이 아주 완벽하게 잘 되어 있어서 이쪽을 찾아낸다고 해도 들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이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았다.그래서 차에 누워서 눈을 감고 정신을
[윤이서 씨, 그날 당신을 습격한 사람은 이미 잡았습니다.]“어, 벌써요?” 이서는 다소 의외였다. 그녀는 적어도 3일은 걸려야 사건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네.]전화기 너머의 경찰이 웃었다. 위에서 이번 일이 중요한 사안이니 가능한 한 빨리 용의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뭐가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네, 감사합니다.”이서는 전화를 끊고 또 배시영에게 문자를 보내고서야 고개를 들어 윤수정을 보았다.“여기는 사무실이니 직원 외 무관한 사람은 가능한 한 빨리 나가주길 바랍니다.”장지완은 윤수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윤 총괄님, 참 무정도 하시지, 수정 씨는 어쨌든 당신 동생이고, 또 이렇게 아침부터 걱정되어서 달려온 사람을 꼭 이런 식으로 쫓아내야겠어?”이서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라앉았다.“이 일은 당신이 관여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 식으로 주제 넘는 행동하는 걸 보니 제대로 주의를 줘야겠네요.”“주의?” 장지완은 냉소했다. “무슨 주의?”“소희 씨, 회사 규정에 업무와 무관한 외부 사람을 데리고 회사에 장시간 머물 경우 벌금이 얼마였더라?”심소희는 장지완을 한번 보고 침을 삼켰다.“10만원이요.”“응, 재무팀에 연락해서 이번 달에 부총괄 월급에서 10만원 공제하라고 해.”장지완의 얼굴이 파래졌다.10만원, 그녀의 월급으로 치면 새 발의 피였다.그녀가 정말 난감 한 건 이서가 사무실 전체 사람들 앞에서 이 일을 선포했다는 것이다.이는 곧 모든 사람에게 디자인팀의 수장은 윤이서이지 장지완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윤이서!”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지완은 앞으로 나아가서 이서의 뺨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윤수정이 그녀를 붙잡았다.윤수정은 그녀를 한 번 보았다. 눈에 경고의 눈빛이 담겨 있었다.장지완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혀 화나지 않은 눈빛으로 이서를 쳐다보았.“까요, 까! 마음대로 까! 어차피 서우에 오래 붙어 있지도 못할 텐데…….”“왜 다들
[어쩐지 윤이서가 그들을 차단하더라니, 나 같으면 이미 여기를 떴다!][윤이서 정말 안쓰럽네. 지금에야 왜 윤이서가 일반인에게 시집갔는 줄 알 거 같아. 이런 미친 부모를 만났으니 결혼해서 그 불구덩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거지…….][그래, 평범한 사람이지만, 적어도 그녀를 해치지는 않을 거 아니야!]“…….”사무실 안의 사람들도 이서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들도 일이 이렇게 진전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사무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한 장지완은 급히 강수지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보았다. 마지막까지 영상을 다 확인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아니야!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윤수정도 골드 킹이 올린 영상을 확인하였다. 그녀의 안색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언니 정말 대단하다. 골드 킹 대행사에 의뢰하다니. 역시 골드 킹이야. 진실에 상관없이 이미지 쇄신 작업하는 데는 최고니까!”이서는 웃으며 말했다.“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마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 같은데.”윤수정은 안색이 사색이 되어 이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서가 마치 무엇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나는 언니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작은아빠와 엄마는 모두 언니 부모님이잖아. 설령 일을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이서는 몸을 숙여 윤수정의 귓가에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곧 아니거든!”윤수정의 몸은 다시 한번 흔들렸다.그녀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며, 자신이 마치 이서가 정성껏 준비한 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곧장 일어나 김청용에게 말했다.“사장님, 디자인 팀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김청용은 윤수정을 힐끗 보고는 이서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별일은 아니구요. 핑크리본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었어요?”이서는 고개를 저으며 김청용과 어깨 나란히 사무실로 들어갔다.장지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이번에는 이서가 어리둥절 해졌다.“임현태 씨가 회사에서 파견했다고 하던데요?”“임현태? 그게 누군데요?”“저한테 차량이랑 기사 보내주셨잖아요?”“…….”“사장님이 보낸 거 아니에요?” 이서는 눈썹을 찌푸렸다.김청용은 지금 얼떨떨했다. 그는 이서가 하지환의 조카며느리라는 것만 알고 다른 것은 전혀 몰랐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이 일은 분명 지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이서는 막후 배후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황인 듯했다.아마 하지환이 의도적으로 조카며느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사건 맥락은 명확한데 어떻게 상황을 넘겨야 할지 몰라서 뻔뻔하게 말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기사는 회사에서 파견한 거 맞아요. 임현태라고 해서, 갑자기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름이 임현태였구나.”김청용의 변명은 나름 그럴싸했다.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갑니다?” 김청용은 조심스럽게 이서를 쳐다보았다.이서가 미소를 지었다.“네, 가세요.”그녀가 의심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김청용은 그제야 떠났다.그러나 그가 떠나자, 이서는 생각에 잠긴 듯 의자에 앉았다.바로 이때 전화가 울렸다. 배시영이 걸어왔다.[이서 씨, 그 괴롭힘 당하는 동영상 내보내도 될까요?]“네.”[알겠습니다.]배시영은 핸드폰으로 부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갑자기 이서야말로 그녀의 상사라는 느낌이 들었다.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이서의 집이 페인트와 오물을 뿌리는 동영상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이서의 처지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했다. 부모에게 납치되고 된 통으로 당한 것도 모자라 영상을 찍어 비난까지 하다니…… 정말 불쌍했다.경찰이 이서의 집 앞에서 이서를 해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발표함에 따라 성지영과 윤재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다![한 명의 엄마로서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열불이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윤씨 부부가 동영상 유포할 때는 오늘 같은 일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겠지?][난 그들
이 동영상이 업로드 되자 이서의 예상처럼 그녀를 비난하던 무리들은 사라지고 모두 그녀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윤이서 너무 착한 거 아냐? 아직까지도 부모 편의를 봐주려고 하는 거 보면……. 여간해서는 집과 인연 끊고 살 사람이 아닐 거 같은데?”“얘기 들으니 갑자기 더 무서워졌어. 딸 납치하고, 또 동영상 파문으로 딸 얼굴에 먹칠하고, 사이버 폭력 당하게 하고……, 무슨 양파야? 까도 까도 계속 나와. 도무지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지른 게야?”“그러니까 이서가 부모 곁을 떠난 건 옳은 결정이야. 빨리 부모와 인연 끊어라. 윤씨 부부처럼 무서운 부모는 처음 보는 듯!”“맞아, 부모 자식 연을 끊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윤이서를 꼭 안아주고 싶다. 너무 불쌍하다!”“…….”인터넷에 올라온 댓글을 보며, 지환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이천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은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아침 댓바람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을 줄 알았는데 보스의 안색이 어두울 뿐 별 말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얘기 두 마디 했다가 방안 분위기가 또 험악해졌다.이제야 지환의 얼굴에 화색이 조금 도는 것 같았다.그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회장님, 사모님 일은 해결되었습니까?”지환은 ‘응’ 하고 대답하면서 다시 이천을 흘겨보았다.“이천, 왜 이렇게 땀투성이야? 옷도 젖었어?”‘글쎄요. 왜 그럴까요?’하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더워서요, 하, 너무 덥다.”지환은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윤씨 그룹 자료 가져왔어?”“이미 준비하라고 했으니 조금 있으면 보내올 것입니다.”이천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윤씨 그룹 자료가 필요합니까?”만약 이전의 윤씨 그룹이라면 그래도 희망이 보이지만, 현재의 윤씨 그룹은 하씨 그룹이 장악하고 있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이천은 이해가 안 됐다.지환은 느긋하게 그를 째려보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갖고 와.”“네.” 이천은 대답하기 바쁘게 재촉하러 갔다
하경수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심지어 갈라졌다.지환은 얼굴의 웃음을 거두었다.“이서는 당연히 윤씨 집안 사람이죠.”[하지만 한번도 나에게 이서가 채선의 손녀라고 말한 적이 없잖아!]“채선?” 지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로 물었다.“이서 할머니랑 아는 사이에요?”하경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이서는 네 작은아빠가 손자 며느리로 점 찍어 놓은 사람일 게야. 그런데 너랑 결혼…….]지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하경수의 말을 끊었다.“이서와 하씨 집안은 아무런 관계없어요. 난 누구의 약혼녀가 아닌 이서랑 결혼했어요.”[네 작은아빠가 절대로 너와 이서의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 거야!]“어떻게 아세요?”하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냐하면 이서는 그에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지.]“이서는 내 생명보다 더 중요해요.”지환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누구도 나에게서 이서를 빼앗아 갈 수 없어요. 나 목숨 걸고라도 지켜낼 겁니다.”아들이 정말 이서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린 하경수는 더 이상 아무 얘기하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그는 탄식하며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악연이야, 정말 악연이야!”다만 아들 세대에서는 그들처럼 형제가 반목하여 고향에도 못 돌아가는 상황이 안되길 바랄 뿐이었다.……윤씨 그룹 회의실에는 먹구름이 감돌았다.윤재하의 우측에는 윤씨 그룹의 주주들이 앉아 있었다.성지영의 동영상 파문으로 인해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일찍이 윤재하의 적자 경영에 불만을 품었던 주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윤 사장님, 이 일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사회의 공격적인 태도에 윤재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그럼 집에서 좀 쉬세요. 어차피 다음 달에 새 CEO를 선출할 테니, 새로 취임한 CEO더러 처리하라고 합시다!”윤재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지금 나를 해임시키는 겐가?”“윤 사장님, 지금까지 사장 자리
그들이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건 윤씨 그룹 때문이었다.윤씨 그룹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윤씨 부부가 회사돈을 횡령했기 때문이다.새 CEO가 선출되면 짭짤한 돈주머니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회계 감사라도 하게 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나…… 내가 이서에게 사과할게요!”성지영은 당황하여 일어섰다.같은 시각, 디자인 부서 사무실 내.일이 원만히 해결되었고, 이서가 동영상 파문이후 비참하고 참담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지영 부부와 자연스럽게 관계 정리가 되었다. 이서는 기분이 날아 날 듯 좋았다.그녀는 임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에 함께 쇼핑하자.”[와, 이서야, 우리 텔레파시가 통했다. 나도 방금 네가 보낸 동영상을 봤거든. 마침 너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네가 한 발 앞섰네.]전화선을 사이에 둔 게 아니라면 임하나는 이서를 꼭 안아 주고 싶었다.‘우리 이서 멋지게 한 방 먹였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네?” 이서가 웃었다.[좋아, 좋아, 퇴근하고 너한테 갈게.]“응, 있다 봐.”퇴근 후 30분이 지나자, 임하나는 이서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만나서 임현태의 차에 올랐다.“출퇴근 전용차량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오늘에야 드디어 시승해 보는구만. 서우의 직원 복지 너무 좋은데……?”이서는 내색하지 않고 임현태를 한번 보고서야 말했다.“신성로 쪽에 백화점이 새로 하나 오픈했다는데 우리 거기 가보자.”“좋아.” 임하나는 말을 마치고 빙그레 웃으며 이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녀의 쳐다보는 눈빛에 이서도 따라 웃었다.“왜 이렇게 나를 쳐다봐?”“이서야, 우리 이서 정말 너무 대단해. 장해. 영상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관계를 끊어내다니 정말 너무 장해.”“너 벌써 두 번이나 칭찬했다.”“100번도 부족해. 내가 어제 섣불리 나서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너의 이 완벽한 계획에 내가 초 칠 뻔 했잖아.”“에이 뭐 그 정도까지야.”“그나저나 어떻게 골드 킹을 섭외한 거야? 내가 듣기로는 배시영이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