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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아니에요.”

이서는 웃으며 그 사람이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지환을 봤다.

지환은 아직도 통화 중이었다.

심심했던 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많이 기다렸지?”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우리 이제 집에 갈까요?”

“음.”

“아버님은요?”

지환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아직 예솔 집에 있어.”

“모셔 올까요?”

지환은 이서의 가는 허리를 매만졌다.

“영감쟁이의 최대 소원이 빨리 손주 보는 건데, 우리 집에 오려고 하겠어?”

말하면서 그는 이서를 훌쩍 안았다.

“애 만들러 가자.”

지환은 이서의 마음이 온전히 자기한테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거라고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그는 그들만의 아이를 원했다. 이렇게 해야만, 이서가 자기를 떠날 수 없는 낙인 같은 게 찍힐 것 같았다.

지환을 쳐다보는 이서의 눈에 사랑이 철철 넘쳤다. 그녀도 그러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직 할 게 많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이제 곧 일을 시작할 것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일찍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지환은 눈동자 깊은 곳의 빛이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당신…… 기분 안 좋아요?”

“아니야.”

지환은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화가 난 게 아니라 질투가 난 것이었다.

‘그녀에게, 하은철은 남다른 의미인가 보다.’

집에 오는 길에 둘 다 말이 없었다.

비록 화 난 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서는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밤마다 한참을 괴롭히다가 잠이 들었는데,

오늘 밤의 지환은 비정상적으로 너무 얌전하게 자기를 안고만 있었다.

모든 열정이 다 사라진 것처럼.

왠지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무지 허전하고 당황했다.

“저…… 물 좀 마시러 갈게요.”

일어나서 거실로 나온 이서는 슬그머니 임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이 시각, 대한민국은 대낮이다.

벨 소리가 두 번 울리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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