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5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은철은 이서에 대한 불만을 한껏 늘어놓았다.

“호의를 개떡으로 받아들인다니……. 이서 남편이 민씨 집안을 건드려 엄청난 큰 사고를 쳤길래 내가 조심하라고 알려주려고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절친까지 합세해서 저한테 난리 치더라고요. 이서 남편이 준 반지를 들고 자랑질하면서…….”

반지 얘기를 꺼내자, 다시 흥분한 하은철은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잘난 반지 하나 가지고 난리야. 그런 반지, 난 한 트럭도 산다.”

‘이서 남편이 뭐라고, 그딴 반지 뭐가 좋다고 자랑질하고 난리야?’

지환은 미간을 치켜세우고 아무 내색하지 않았다.

하은철도 지환이 맞장구를 쳐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계속 혼자서 주절주절 얘기를 늘어놓았다.

“뭐,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자랑질하고 싶어서 그런 거겠죠? 근데 정말 웃긴 건 내가 병실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남편이란 놈,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사랑한다면 병실을 지켜야지 아픈 마누라 두고 어디 싸돌아 다니는 건지……?”

하은철은 왠지 모르게 속이 쓰라렸고, 살짝 짜증도 났다.

“기다려 봐요. 조만간 저희 할아버지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빌고 애원할 텐데…… 그때도 내 앞에서 콧대 빳빳이 들고 있는지 봐야겠어요…….”

지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생각해 보세요.”

하은철은 눈썹이 휘날리며 장황하게 얘기를 해갔다.

“민예지는 민호일이 가장 아끼는 딸이잖아요. 그래서 딸에 대한 기대가 엄청 크거든요. 그런데 그런 딸이 지금 거의 폐인이 되었으니…… 이 일을 정년 이서남편이 한 게 아니라고 해도, 민 회장이 진짜 범인을 찾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희생양을 찾을 텐데…… 그럼 그 1위 후보는 이서 남편이 될 테니까요.”

지환은 입꼬리를 더욱 치켜올렸다.

“넌 이서가 네 할아버지한테 가서 애원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은철은 웃으며 말했다.

“삼촌,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서가 고개 숙이는 모습 보고 싶어요.”

그는 이서가 그의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지환은 옅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