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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4대 가문은 겉으로나 속으로나 서로 맞지 않지만, 그래도 뭔 일이 있으면 서로 왕래하고 때론 힘을 합치기도 했다.

윤수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게 뭔 일이야? 어떻게 된 거래?”

‘이서가 들려와야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 나 먼저 가 볼게.”

하은철은 말을 던지고 급히 떠났다. 병실에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윤수정만 남겨졌다.

민예지 집에 도착해서야 하은철은 민예지의 상황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당한 것 같았다. 온몸이 성한 곳 하나 없이 멍으로 가득했다. 특히 나름 예쁘장했던 얼굴은 맞아서인지 돼지머리처럼 부었다.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그녀는 입에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무슨 말인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설치고 다니던 딸이 이 지경이 된 걸 보니, 민호일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어떤 놈 소행인지 알아보셨어요?”

하은철이 물었다.

민호일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못 찾았어.”

“예지는요? 예지도 본인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요?”

고개를 떨구고 있던 민호일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의사 말로는 예지가 실종된 날부터 꼬박 이틀 밤낮을 유린당한 거 같다고…… 지금 애 정신 상태가…… 누구인지 알아도 제대로 말할 수 없네……. 흑흑!”

하은철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서 있었다.

“민 회장님, 안심하세요. 저희도 범인을 찾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바로 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민예지는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렀다.

“이서! 이서 남편은…….”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또 기절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의사가 허둥지둥 침대로 다가가 예지의 인중혈을 꾹 눌렀다. 잠시 뒤 민예지가 눈을 떴다.

“민 회장님, 지금 아가씨 경과가 좋지 않습니다…….”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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