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은 이 말을 듣고 얼른 소희의 팔을 잡아당겼다.“소희야, 그러지 마. 그래도 널 20년 넘게 키워주신 분이잖니...”“키워줘요? 허, 그렇죠. 20년 넘게 키웠지만, 지난달에는 좋은 가격에 저를 팔아넘기려 했어요. 윤 대표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제 명성은 엉망이 되었을 거라고요!”“좋아요, 지난번 2억은 다 쓴 모양인데, 이번에는 또 얼마를 뜯어내시려고요?” 소희는 더 이상 그들과 어떠한 정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정과 같은 것은 아끼는 사람에게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정인화처럼 돈에 눈이 먼 사람에게 정과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정인화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2억을 가져갔다고 그래? 소희야, 지난번 일 때문에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나도 너무 혼란스럽구나. 후에 내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니?” “왜 직접 해명했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겠죠.”“어쨌든, 절대로 못 들어가요!” 정인화는 말문이 막혔다.바로 이때, 줄곧 입을 열지 않던 심태윤이 말했다. “누나.”그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정인화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기적이라는 점은 대를 이은 듯했다.“엄마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엄마도 이제 50세가 넘어서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단 말이야. 하지만 모든 건 다 누나의 행복을 위한 거였어.” “누나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걸 알게 된 후에도 누나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만 하신 분이야. 그래서 아빠와 나의 만류에도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고.” “아빠도 그러시더라.” “몸이 아파서 직접 갈 수 없으니, 나더러 학교가 아닌 여기로 가야 한다고!” “우리 가족이 이러는 게 누나를 위한 게 아니면 뭔데?” 소희가 콧방귀를 뀌었다.‘조금이라도 늦으면 돈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된 거겠지.’ “날 그 정도로 생각해 줬다니 고맙네.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두 사람은 절대 심씨 가문 고택으로 들어올 수 없어! 심씨 가문이 나를 내치지 않는다면 말이야!
이 광경을 보던 하나가 참지 못하고 이서에게 말했다.“한 우물만 잘 파면 성공한다는 말이 딱 맞구나. 끈질기게 매달리는 걸로도 모자라, 도덕적 압박까지 서슴지 않잖아!”이서가 말했다.“구경하는 재미는 있네.”“그럼 어쩌자는 거야? 저렇게 굴도록 내버려두자는 거야?” 이서는 손님들을 붙잡은 채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떠들어대는 정인화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한참이나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서가 낮게 웃었다.정인화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이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서의 얼굴을 본 정인화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당신은...?”이서가 미소를 지었다.“저를 기억하시나 보네요. 새까맣게 잊으신 줄 알았는데요.” “물론 기억하죠. 우리 소희의 대표되는 사람이잖아요. 소희가 오늘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다 당신 덕분이죠.”이서가 말했다.“별말씀을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화제를 돌렸다.“방금 여사님께서 소희 씨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말씀하시는 걸 듣고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번에 뵈었을 때도 분명히 느꼈죠, 여사님께서 소희 씨를 진심으로 아끼고, 늘 배려해 주신다는 걸요.” 이 말을 정인화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그녀는 흥분하며 이서의 손을 잡았다.“아이고, 정말 쑥스럽네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의 어떤 엄마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러게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여사님만 같았으면 좋겠네요. 자식 자식이 아닌 사람을 친딸처럼 대하시고,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마을에서 대학까지 보내려 하셨으니까요.” “아이고, 아이고,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에요.” 정인화의 손을 꽉 잡은 이서는 그녀가 도망갈까 봐 두려운 듯했다.“그렇게 훌륭하신 분이니, 소희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을 때도 진심으로 기쁘셨겠어요.” “그럼요, 물론이죠! 소희가 친부모를 찾다니, 아마 소희보다 우리가 더 기뻐했을걸요?” “그런데... 소희 씨의 친부모님이 심씨 가
“오, 이제야 알겠네요. 다 소희 때문인 거죠?”“내가 그랬잖니, 네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우리 가족이 가난해진 거라고!” “저기...”정인화가 이지숙에게 다가갔다.“제 말이 맞죠? 재수 없는 소희 때문에 심씨 가문이 망하게 된 거죠? 당장이라도 소희를 쫓아내고 제 아들을 수양아들로 인정하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심씨 가문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예요. 이 정인화가 장담한다니까요?!” 정인화가 본 모습을 드러내자, 이지숙이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말끝마다 소희를 아끼신다는 분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제 보니까 소희가 아닌 심씨 가문의 돈을 사랑하셨던 거네요.” 그제야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정인화가 이서를 쳐다보았다.“방금 그렇게 말한 이유가...”“엄마!”심태윤은 자기 엄마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정인화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만 가요, 더 이상 여기서 창피하게 굴지 마시라고요!” “후...”소희는 두 사람이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 대표님, 정말 감사해요.”소희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서 언니가 저 두 사람의 압박을 풀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저 뻔뻔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을 거야.’ 이서가 소희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뭘.” 이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한번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저 사람들, 이대로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소희가 대답했다.“네.” 볼거리가 사라지자, 강경숙이 실망스럽다는 듯 소희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나저나 정말 이상하네요. 하은철 사장님은 왜 아직이죠? 설마...” 그녀가 갑자기 심근영을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예전에는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잘 협력했었죠. 하지만, 심씨 가문이 갑자기 협력을 깨뜨리는 바람에 하은철 사장님의 원한을 산 거 아닐까요?” 사실, 그녀의 말은 소희
사람 중에는 오직 이서와 하나만이 자신들이 온 길을 바라보며 걱정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환과 하은철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인데, 하나는 이것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야, 형부는 아직도 답장이 없어?” 이서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없어.”“아니면, 내가 이 선생님한테 전화해 볼까?” 이서가 인상을 찌푸렸다.“응.”하나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어 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결음만 들릴 뿐,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는 걱정스럽게 핸드폰을 잡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제발, 전화 좀 받으세요, 꼭이요!’ 그녀가 몇 번이고 되뇌던 찰나,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선생님...”[그래요, 나예요.]상언의 말투에는 피곤함이 서려 있었다.[왜 전화했어요?] 하나가 이서를 힐끗 보고는 기침하며 말했다.“오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곧 파티가 끝날 텐데, 왜 두 사람은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예요?” 상언이 낮게 웃었다.[하나 씨, 지금 날 걱정하는 거예요?] 하나의 안색이 붉어졌다.“말도 안 돼요, 저는 그냥...” 그녀는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 이서를 한 번 바라보았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 말했다.“이서가 형부를 걱정하고 있다고요. 대체 언제 오실 거예요?” 상언이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곧 갈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그녀는 몇 초간의 침묵을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상언은 밝은 미소를 띠며 지환에게 말했다.“하나 씨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하나 씨가 뭐랬는데?” “당연히 날 걱정했지...” 지환이 흘겨보자, 상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물론 이서가 널 걱정해서 하나 씨한테 전화해 보라고 했겠지. 참, 이젠 우리도 심씨 가문에 가야 하지 않을까?”그는 아직도 하은철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하은철은 무방비 상태로 산에서 떨어졌어. 이 정도 높이라면... 분명 죽었을 거야. 치타도 혼수상태에 빠졌
지환과 상언이 환영 파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비록 M국의 천재 의사라는 상언의 신분이 다른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할 만하고, 지환의 외모 또한 현장에 있는 모든 소녀와 사모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등장하지 않은 하은철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사사로이 토론하던 사람들은 하은철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심씨 가문이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갑자기 중단하고, 윤씨 그룹을 향한 겨냥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하씨 가문의 미움을 산 거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가십은 자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빠르게 심근영의 귀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던 심근영의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기회를 노리던 강경숙은 파티가 끝나자마자 심씨 가문의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또 무슨 일입니까?”심근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 강경숙을 바라보았다. 시간도 이미 늦었을뿐더러, 오늘 밤에는 그를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빨리 쉬고 싶었다. 강경숙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버님, 아주버님도 오늘 밤에 일어난 일을 보셨잖아요. 하은철 사장이 오지도 않고 우리를 골탕 먹인 건, 분명히 이전의 일 때문에 우리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걸 겁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을 불러 모은 건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였어요. 아시다시피, 하씨 가문의 규모는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제수씨 뜻대로라면, 우리가 하은철 사장의 비위를 맞추러 가야 한다는 겁니까?” “그건 자연스러운 거예요.”강경숙이 노파심으로 말했다.“다 심씨 가문을 위한 겁니다. 하씨 가문의 미움을 산 이상, 심씨 가문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테니까요.” 심근영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제수씨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신 걸 보면, 이미 해결 방법을 생각해 놓으신 모양이군요. 말씀해 보십시오, 도대체 어떤 방법입니까?” 강경숙은 일부러 눈살을 찌푸리며
심씨 가문의 인구는 아주 많았다.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니, 심씨 가문 내에서 신분이 낮지 않은 것 같았다. 심근영은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을 하고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심상규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심 대표, 소희가 아주 어릴 때 납치된 탓에 20년 넘게 떨어져 지냈다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자녀를 향한 감정 때문에 우리 가문 전체를 무시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 같군.” “하 사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소희 한 사람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하나같이 급하게 소희를 내쫓으려 하시는 모습을 보니, 여러분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군요.” 심근영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소희는 이런 심근영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그녀는 심근영과 같은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딸과 가족의 이익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강력하게 소희를 보호해 준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을 것이었다. 심상규의 안색이 흉해졌다.“그 말인즉슨, 우리한테 나쁜 의도가 있다는 게야? 우리가 이런 결정을 하려는 건,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야.”“하씨 가문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심 대표가 제일 잘 알잖나.” “심 대표, 잘 생각해. 딸 하나를 위해서 집안 전체를 포기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해.”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관계는 소희 한 사람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행여라도 이 일을 다시 언급하신다면, 제가 어떤 무정한 행동을 해도 받아들이셔야 할 겁니다.” “아니!”심상규가 심근영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래, 심 대표가 고집을 부리는 이상, 우리는 이 일을 가문의 어르신들께 보고하고, 결정을 부탁드릴 수밖에 없어!!” 이 말을 마친 심상규는 씩씩거리며 가버렸다. 강경숙도 냉소를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어서 삼촌을 모셔
심소희의 그림자가 2층 끝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이지숙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저 아이의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플까요?” “소희가 윤씨 그룹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이지숙이 말했다.소희는 심근영이 심씨 가문의 가주로서 대소사를 결정하지만, 가문의 큰일에 있어서는 가문의 어르신들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즉, 심상규가 정말 모든 일은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알린다면,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가문의 이익일 것이었다. 그들은 소희의 혈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하물며 소희는 여자이지 않은가.심근영이 이지숙을 가볍게 껴안았다.“걱정하지 말게. 나는 소희가 다시 우리의 곁을 떠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이지숙은 흐느껴 울었다.2층에 다다른 소희는 여전히 자신의 처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차에 오른 이서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지환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지만, 두 사람은 줄곧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자, 이서는 지환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5분이라는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서가 입을 열었다. “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주면 안 돼요?” 이서의 손을 잡은 지환은 손에 불거진 핏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그럼 지금 당장 말할 필요는 없겠네요.”이서가 지환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기억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지환 씨가 무슨 일을 하든,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어요.” 지환은 이서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그럼 일이 완전히 정리되면, 그때 이야기 해줄게.”이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환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지환 씨, 우리의 관계가 이대로만 지속되면 좋겠어요.” 지환은 미소를 지은 채 앞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저 두 사람이 나아갈 길이 눈앞에 놓인 길처럼 어두울지라도, 가로등이 그들의
윤이서는 결혼했다.그러나 결혼 상대는 그녀가 8년 넘게 사랑을 했던 약혼자인 하은철이 아닌 만난 지 5분도 안 된, 기본적인 정보만 대충 아는 남자였다.“후회되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사무소 대기실에서 남자는 조금 귀찮다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흘겨보았다.윤이서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은 하은철의 차갑고 매정한 얼굴이 떠올랐다.3일전, 줄곧 윤이서를 피했던 하은철이 직접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순간 지난 8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정성껏 꾸미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은철뿐만이 아니라 그와 손을 깍지를 낀 채 휠체어에 앉아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수정도 함께 있었다.--그녀의 사촌 여동생!그녀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있을 때, 하은철은 갑자기 폭탄발언을 했다.“네 신장을 수정이에게 주면 너와 결혼할게.”윤이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몸이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단 듯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맞은편 남자의 눈빛은 시종 차갑고 증오로 가득 찼다. 마치 자신을 8년 동안 정성껏 뒷바라지 한 약혼녀가 아닌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갈 곳을 잃어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 같았다.하은철과 어릴 때 약혼한 사이였고, 16살 되던 해 귀국한 후, 하은철을 걷잡을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이 8년 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그녀는 빨래와 밥하는 것을 배웠고, 또 그에게 걸맞는 아내가 되기 위해 피아노, 그림 등을 배웠으며 심지어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오직 그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결혼해주기 꿈꾸며.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매몰찼다. 하은철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심지어 그의 애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