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에는 오직 이서와 하나만이 자신들이 온 길을 바라보며 걱정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환과 하은철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인데, 하나는 이것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야, 형부는 아직도 답장이 없어?” 이서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없어.”“아니면, 내가 이 선생님한테 전화해 볼까?” 이서가 인상을 찌푸렸다.“응.”하나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어 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결음만 들릴 뿐,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는 걱정스럽게 핸드폰을 잡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제발, 전화 좀 받으세요, 꼭이요!’ 그녀가 몇 번이고 되뇌던 찰나,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선생님...”[그래요, 나예요.]상언의 말투에는 피곤함이 서려 있었다.[왜 전화했어요?] 하나가 이서를 힐끗 보고는 기침하며 말했다.“오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곧 파티가 끝날 텐데, 왜 두 사람은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예요?” 상언이 낮게 웃었다.[하나 씨, 지금 날 걱정하는 거예요?] 하나의 안색이 붉어졌다.“말도 안 돼요, 저는 그냥...” 그녀는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 이서를 한 번 바라보았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 말했다.“이서가 형부를 걱정하고 있다고요. 대체 언제 오실 거예요?” 상언이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곧 갈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그녀는 몇 초간의 침묵을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상언은 밝은 미소를 띠며 지환에게 말했다.“하나 씨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하나 씨가 뭐랬는데?” “당연히 날 걱정했지...” 지환이 흘겨보자, 상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물론 이서가 널 걱정해서 하나 씨한테 전화해 보라고 했겠지. 참, 이젠 우리도 심씨 가문에 가야 하지 않을까?”그는 아직도 하은철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하은철은 무방비 상태로 산에서 떨어졌어. 이 정도 높이라면... 분명 죽었을 거야. 치타도 혼수상태에 빠졌
지환과 상언이 환영 파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비록 M국의 천재 의사라는 상언의 신분이 다른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할 만하고, 지환의 외모 또한 현장에 있는 모든 소녀와 사모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등장하지 않은 하은철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사사로이 토론하던 사람들은 하은철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심씨 가문이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갑자기 중단하고, 윤씨 그룹을 향한 겨냥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하씨 가문의 미움을 산 거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가십은 자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빠르게 심근영의 귀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던 심근영의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기회를 노리던 강경숙은 파티가 끝나자마자 심씨 가문의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또 무슨 일입니까?”심근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 강경숙을 바라보았다. 시간도 이미 늦었을뿐더러, 오늘 밤에는 그를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빨리 쉬고 싶었다. 강경숙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버님, 아주버님도 오늘 밤에 일어난 일을 보셨잖아요. 하은철 사장이 오지도 않고 우리를 골탕 먹인 건, 분명히 이전의 일 때문에 우리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걸 겁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을 불러 모은 건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였어요. 아시다시피, 하씨 가문의 규모는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제수씨 뜻대로라면, 우리가 하은철 사장의 비위를 맞추러 가야 한다는 겁니까?” “그건 자연스러운 거예요.”강경숙이 노파심으로 말했다.“다 심씨 가문을 위한 겁니다. 하씨 가문의 미움을 산 이상, 심씨 가문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테니까요.” 심근영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제수씨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신 걸 보면, 이미 해결 방법을 생각해 놓으신 모양이군요. 말씀해 보십시오, 도대체 어떤 방법입니까?” 강경숙은 일부러 눈살을 찌푸리며
심씨 가문의 인구는 아주 많았다.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니, 심씨 가문 내에서 신분이 낮지 않은 것 같았다. 심근영은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을 하고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심상규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심 대표, 소희가 아주 어릴 때 납치된 탓에 20년 넘게 떨어져 지냈다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자녀를 향한 감정 때문에 우리 가문 전체를 무시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 같군.” “하 사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소희 한 사람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하나같이 급하게 소희를 내쫓으려 하시는 모습을 보니, 여러분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군요.” 심근영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소희는 이런 심근영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그녀는 심근영과 같은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딸과 가족의 이익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강력하게 소희를 보호해 준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을 것이었다. 심상규의 안색이 흉해졌다.“그 말인즉슨, 우리한테 나쁜 의도가 있다는 게야? 우리가 이런 결정을 하려는 건,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야.”“하씨 가문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심 대표가 제일 잘 알잖나.” “심 대표, 잘 생각해. 딸 하나를 위해서 집안 전체를 포기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해.”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관계는 소희 한 사람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행여라도 이 일을 다시 언급하신다면, 제가 어떤 무정한 행동을 해도 받아들이셔야 할 겁니다.” “아니!”심상규가 심근영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래, 심 대표가 고집을 부리는 이상, 우리는 이 일을 가문의 어르신들께 보고하고, 결정을 부탁드릴 수밖에 없어!!” 이 말을 마친 심상규는 씩씩거리며 가버렸다. 강경숙도 냉소를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어서 삼촌을 모셔
심소희의 그림자가 2층 끝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이지숙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저 아이의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플까요?” “소희가 윤씨 그룹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이지숙이 말했다.소희는 심근영이 심씨 가문의 가주로서 대소사를 결정하지만, 가문의 큰일에 있어서는 가문의 어르신들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즉, 심상규가 정말 모든 일은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알린다면,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가문의 이익일 것이었다. 그들은 소희의 혈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하물며 소희는 여자이지 않은가.심근영이 이지숙을 가볍게 껴안았다.“걱정하지 말게. 나는 소희가 다시 우리의 곁을 떠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이지숙은 흐느껴 울었다.2층에 다다른 소희는 여전히 자신의 처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차에 오른 이서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지환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지만, 두 사람은 줄곧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자, 이서는 지환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5분이라는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서가 입을 열었다. “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주면 안 돼요?” 이서의 손을 잡은 지환은 손에 불거진 핏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그럼 지금 당장 말할 필요는 없겠네요.”이서가 지환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기억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지환 씨가 무슨 일을 하든,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어요.” 지환은 이서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그럼 일이 완전히 정리되면, 그때 이야기 해줄게.”이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환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지환 씨, 우리의 관계가 이대로만 지속되면 좋겠어요.” 지환은 미소를 지은 채 앞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저 두 사람이 나아갈 길이 눈앞에 놓인 길처럼 어두울지라도, 가로등이 그들의
윤이서는 결혼했다.그러나 결혼 상대는 그녀가 8년 넘게 사랑을 했던 약혼자인 하은철이 아닌 만난 지 5분도 안 된, 기본적인 정보만 대충 아는 남자였다.“후회되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사무소 대기실에서 남자는 조금 귀찮다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흘겨보았다.윤이서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은 하은철의 차갑고 매정한 얼굴이 떠올랐다.3일전, 줄곧 윤이서를 피했던 하은철이 직접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순간 지난 8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정성껏 꾸미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은철뿐만이 아니라 그와 손을 깍지를 낀 채 휠체어에 앉아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수정도 함께 있었다.--그녀의 사촌 여동생!그녀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있을 때, 하은철은 갑자기 폭탄발언을 했다.“네 신장을 수정이에게 주면 너와 결혼할게.”윤이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몸이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단 듯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맞은편 남자의 눈빛은 시종 차갑고 증오로 가득 찼다. 마치 자신을 8년 동안 정성껏 뒷바라지 한 약혼녀가 아닌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갈 곳을 잃어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 같았다.하은철과 어릴 때 약혼한 사이였고, 16살 되던 해 귀국한 후, 하은철을 걷잡을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이 8년 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그녀는 빨래와 밥하는 것을 배웠고, 또 그에게 걸맞는 아내가 되기 위해 피아노, 그림 등을 배웠으며 심지어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오직 그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결혼해주기 꿈꾸며.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매몰찼다. 하은철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심지어 그의 애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무슨 문제 있나요?” 하지환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벌리고 있다가 또 하지환이 오해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아니요, 가요.”어차피 언젠가 마주해야 할 문제였다.도중에 윤이서는 하은철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스크린이 끊임없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윤이서는 마치 지난 8년 동안 비굴했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전에는 모두 그녀가 먼저 하은철에게 전화를 걸며 그의 관심을 끌려했다.그러나 하은철은 단 한 번도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지 않았다.설령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는 한 마디 관심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윤수정을 위해 그는 몇 번이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정말 컸다.“안 받아요?” 조수석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던 하지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윤이서는 남자의 완벽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그가 짜증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입을 열기도 전에 맞은편 하은철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이서! 너 당장 병원으로 오지 못해! 지금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너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 수정이는 얼마나 괴로운지 아냐고? 너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어? 나는 이미 너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는데, 넌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윤이서의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비록 하은철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하은철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이 그렇게 형편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잖아?” 윤이서의 눈빛은 차가워졌다.“난 너의 사랑을 원하는데, 너는 줄 수 있어?”“뻔뻔한 년!”하은철은 그녀를 비꼬았다.“나는 절대로 너 같은 여자 사랑하지 않을 거야! 윤이서, 너 지금 오면 아직 하씨 집안 아
윤이서의 가슴은 놀라움에 줄곧 두근거렸다.마치 바다에서 떠 있다 마침내 부목을 잡은 것 같았다.고개를 들자 그녀는 마침 하지환의 눈빛과 부딪쳤다.그의 눈빛은 더 이상 장난기가 없었고, 오히려 무척 다정했다. 그 순간, 윤이서마저 하마터면 그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다.그녀는 황급히 윤재하와 성지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놀라서 소파에 주저앉았다.한참 뒤, 윤재하는 먼저 반응하여 고개를 들어 윤이서에게 물었다.“이서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윤이서는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하지환은 그녀를 자신의 뒤로 감쌌다.이런 전 없었던,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는 느낌은 그녀의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고 이때 귓가에서 하지환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오늘 금방 혼인 신고를 했는데, 정말 너무 바빠서 두 분께 미처 알리지 못했네요.”윤재하는 화를 참으며 이성을 유지했다.“이서야!”윤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네, 저 사람 말이 모두 사실이에요. 난 결혼했고, 그 이유는 바로 하은철과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지영이 달려와 윤이서의 두 어깨를 쥐고 말했다.“이서야, 너 왜 그래? 너 줄곧 은철을 좋아했잖아, 지금 은철이 마침내 너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너 어떻게…….”그녀는 갑자기 경계하며 하지환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너 솔직히 말해봐, 누가 널 협박한 거 아니야?”성지영이 하지환을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윤이서는 얼른 설명했다.“엄마, 아무도 나를 협박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날 전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그녀는 지쳤다.그리고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성지영의 손톱은 윤이서의 살에 깊이 파고들었다.“이서야, 너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 네가 은철과 혼약을 맺었을 때부터 우리는 널 그의 미래의 아내로 키웠고, 네가 시집가는 것은 윤씨 가문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지, 그 따위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야!”윤이서는 통증에
하지환은 어두운 얼굴로 사람을 조수석에 앉힌 다음 운전석으로 올라왔고 문을 쾅 닫았다.윤이서는 놀라서 몸을 움츠렸고 하지환의 보기 흉한 안색을 슬쩍 바라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낼 사람은 분명히 그녀인데, 왜 하지환이 그녀보다 더 화가 난 것 같지?다음 순간, 하지환은 갑자기 차에 시동을 걸었고, 차는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윤이서는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꽉 잡았고, 목소리는 바람에 의해 다르게 변했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하지환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듯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고, 검은 눈동자는 마치 어두운 밤의 야수처럼 앞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순간, 평범한 아우디 A6는 철장에서 벗어난 맹수처럼 조용한 거리를 거침없이 질주했다.윤이서는 창백한 얼굴로 온 힘을 다해 안전벨트를 잡았고, 큰 소리로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거대한 바람소리는 마치 블랙홀처럼 그녀의 소리를 삼켰다.그렇게 윤이서는 차츰 발버둥 치는 것을 포기하고 광풍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불도록 내버려 두며 하지환이 미친 사람처럼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었다.3일 전, 그녀는 이미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자살은 너무 아파서 그녀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그리고 그때, 그녀는 부모님이 아무리 자신을 하씨 집안으로 시집가게 만들고 싶어도 하은철의 황당한 요구만 들으면 반드시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것 또한 그녀가 하지환을 데리고 부모님을 만나러 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그러나 부모님의 눈에는 윤씨 집안을 다시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그녀의 행복보다 훨씬 중요했다.20여 년의 모든 아름다운 기억은 지금 산산조각이 났다.바람은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향해 불었고, 그녀는 이미 눈물이 다 말랐다.마음은…… 죽었으니까.차 속도는 어느새 느려졌고 윤이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차는 해변에 도착했고, 노을에 물든 모래사장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그들은 마치 작은 검은 점처럼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