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철은 이미 마음속에 답이 있었지, 그 답을 믿고 싶지 않았다.“이서 때문이에요?”“쓸데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서를 위해서라면, 결과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하은철은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쥐었다.“허! 하지환, 이서가 처음부터 좋아한 사람이 나였다면, 지금쯤 미친X은 네가 됐을 거야!” “글쎄,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해, 네가 평생 이서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거!” 하은철은 깊은숨을 들이마셨지만,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답답함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그는 매섭게 두 눈을 감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뜨고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이건 내가 제안한 내기야. 즉, 이 내기에서 죽게 되더라도 원망이나 후회는 없을 거란 뜻이지. 하씨 가문도 널 탓하지 않을 거야.” 지환이 말했다.“그럼 생사 계약을 맺자.”“네 부하를 시켜.”하은철이 대답했다.몇 분 후, 생사 계약서가 도착했다.계약서를 한 번 훑어본 하은철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서명했다.본인이 주동적으로 제안한 내기에 서명하지 않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패배한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 내기에 목숨을 걸었어. 모든 걸... 하늘에 뜻에 맡겨야겠군.’서명을 마친 지환이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골라.” 이번 내기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바로 레이싱.먼저 산꼭대기에 도달한 사람이 이서의 천생연분임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하은철은 두 대의 차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지환과 약속한 바 있었다.즉,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가 결승선 방향으로 돌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그와 지환의 생사가 걸린 내기인 것이었다. “하지환.”하은철이 이미 부서진 팔을 휘저었다.“난 너랑 비등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지금은 오른손마저 움직일 수 없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자극적으로 놀아보는 건 어때?”지환은 하은철을 쳐다보았으나, 그
앞줄의 두 운전자는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본인의 보스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모두 소박한 바람을 품고, 자신의 차가 먼저 정상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아주 평온해 보였고, 지환은 특히 그러했다. 끊임없이 뒤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던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그것은 바로 어서 돌아가 이서를 만나는 것. 바로 이때, 앞으로 나아 차가 무언가에 세게 부딪혔다.지환이 창밖을 바라보자, 하은철의 차가 보였다.그의 차를 들이받은 하은철의 차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잽싸게 나아갔다. 앞줄에서 이민재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괘씸합니다, 하 사장님! 어서 쫓아가겠습니다!” “그래요.”지환이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사람은 극도로 긴장한 상황에서는 한눈을 팔 수 없는 법이었다. 이민재는 뒷좌석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속페달을 더욱 거세게 밟으며 미친 듯이 앞차를 쫓았다. 이민재의 운전 솜씨는 꽤 훌륭했으나, 아쉽게도 그의 상대는 치타였다.치타는 어둠의 세력 조직원 중 운전 기술이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안목이 뛰어난 하은철이 단번에 최강을 고른 것이었다. 순간, 지환의 시선이 눈앞의 가림막으로 향했는데, 그 가림막을 통해 앞좌석의 운전자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가 선택한 이민재의 실력도 상당했다. 이미 치타에게 한 번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뒤를 쫓을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뒤처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민재에게 내기를 완전히 맡기면 패배할 것이었다.“핸들을 넘겨요!”지환은 가림막을 내리고 날렵하게 앞줄로 들어갔다.이민재는 놀라 손이 미끄러졌고, 차량이 한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곧 가드레일에 부딪힐 듯하자, 지환이 핸들을 덥석 잡았다.“죽기 싫으면 뒤로 꺼져!” 겁에 질린 이민재는 벌벌 떨다가 1분이 지나서야 허둥지둥 뒷좌석으로 기어갔다.그는 뒷좌석에 앉아서도 혼비백산할 뿐이었다.하지만 이민재를 가장 놀라게 한 것
지환은 정신을 집중하여 뒤차가 자신을 따라잡을 수 없도록 죽어라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하지만...”이민재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부하도 대단한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죽일지 궁금하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차가 지환의 차를 들이받았다.죽을힘을 다한 매서운 일격. 지환의 차가 몇 미터나 튕겨 나갔다. 만약 지환이 핸들을 힘껏 움켜쥐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가드레일 밖으로 날아갔을 것이었다.뒷좌석에 앉은 이민재가 이 광경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하하, 정말 빠르구나!” 지환은 그를 흘겨보았지만, 어떠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이민재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당신, 왜 나를 해치지 않지?”“하은철이 어떻게 죽는지 너한테 똑똑히 보여주고 싶어서.” 이민재는 다시 조수석을 끌어안았다.“당신은 앞에 있고, 하 사장님은 뒤에 있어. 행동할 공간으로 따지면, 하 사장님이 당신보다 많지 않나?” 지환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잠시 후, 그는 가속페달을 밟아 단번에 두 차의 거리를 떨어뜨렸고 멋진 곡선을 그리며 뒤로 후진하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린 이민재는 점점 가까워지는 뒤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놀란 그는 잽싸게 눈을 감았으나, 귓가에 ‘펑’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차 안에는 짧은 흔들림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이민재가 황급히 뒤차를 살폈다. 그 차는 충격을 받았는지 몇 미터 떨어져 나가서 멈춘 상황이었다.이민재는 얼른 주위의 상황을 살폈는데, 그제야 지환의 차도 멈췄다는 것을 깨달았다.엔진 소리가 너무 커서 차가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이 든 것이었다. 조용히 대치하는 두 대의 차는 두 마리의 야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직 절반이나 남은 산길을 본 이민재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잠시 후, 뒤차가 이곳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이민재는 또 한 번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아니야, 지금 이 순간이
심씨 가문 고택.“조급해 죽겠어. 파티가 곧 끝날 텐데, 형부랑 이 선생님은 왜 아직인 거지?”하나가 입구 방향을 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윤 대표님!”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서와 하나가 뒤돌아보니 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흥분한 하나가 앞으로 나아가 인사하려 했지만, 이서가 저지하고 나섰다. “심소희 씨가 심씨 가문으로 되돌아가신 걸 축하드립니다.” 술잔을 든 이서가 소희와 멀리 떨어져 경축했다. 하나도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것을 의식했는데, 무수한 눈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과 소희의 관계는 이제 예전과 같지 않았다. “오늘 저녁 일에 대해 윤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윤 대표님께서 똑같은 드레스를 가지고 오지 않으셨다면, 심유인 언니가 아닌 제가 크나큰 추태를 부릴 뻔했으니까요.” 그녀에게 주스를 맞은 심유인은 소희가 똑같은 드레스를 한 벌 더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고용인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홀연히 자리를 떠났고, 더 이상 그녀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윤 대표님,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셨나 보군요.” “이런 일을 예상했다기보다는... 지난번에 백화점에서 만났을 때, 그분들이 고의로 소희 씨를 난처하게 하는 걸 보고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소희 씨랑 같은 드레스를 구매한 거고요.” 그들은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어서 겉으로는 예의상 사교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좋은 친구였음은 추호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소희는 두 눈에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눌렀다.“심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윤 대표님을 걱정시키다니요.” “이제 막 심씨 가문으로 돌아갔으니 대응하기 벅찬 건 당연해요. 하지만 앞으로는 오늘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심유인 씨와 강 여사님은 반드시 조심해야 해요.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요.” 이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
소희는 이내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 나갔다.하나가 이서에게 물었다.“우리도 가볼까?” “당연하지, 왜 안 가?”이서가 대답했다.그녀는 강경숙이 늘 나쁜 속셈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이 일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거야.’“그럼 가자!”하나는 이서를 끌고 사람들을 따라 나섰다.입구에 도착한 하나는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고는 안색이 변했다. “저 사람이라고?” 입구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하나도 아는 사람이었다.그녀는 바로... 소희에게 죽어라 돈을 구걸하던 정인화였다!“아, 이제는 소희를 키워준 엄마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정인화의 곁에는 스무 살 정도의 젊은이가 서 있었는데, 그녀의 추측이 맞다면 소희의 동생인 심태윤일 것이었다. “누구세요?”강경숙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동자에 서렸던 흥분을 거두었다. ‘일부러 늦은 하은철일 줄 알았는데, 평범해 보이는 두 사람이라니.’ 태윤이 소희를 향해 다가갔다.“누나.” 이 목소리는 이전에 소희가 윤씨 그룹에 있을 때 겪은 일을 떠올리게 했다. 정인화 모자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오, 이분들이 네 양어머니와 동생이구나.”심근영이 가장 빠르게 반응했고, 웃으며 말했다.“오신 김에 들어와서 함께 식사하시죠.” “잠시만요, 우리는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고요.”심근영의 앞으로 다가간 정인화가 알랑거리는 미소를 지었다.“그쪽이 소희의 친아버지?” “예.”심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대단한 가문이라고 들었는데, 어쩜 이렇게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거죠? 딸을 인정하는 큰 행사에 우리를 부르지 않다니요. 물론 내가 소희를 낳은 건 아니지만, 내가 키우지 않았다면 당신 가족이 오늘 다 함께 모일 수 있었을까요?” 소희가 말했다.“또 돈을 원하시는 거예요?”민낯이 낱낱이 밝혀진 정인화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내가 딸을 파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구나.”“소희야, 이렇게 큰 경사를 알리지 않다니... 내가
이지숙은 이 말을 듣고 얼른 소희의 팔을 잡아당겼다.“소희야, 그러지 마. 그래도 널 20년 넘게 키워주신 분이잖니...”“키워줘요? 허, 그렇죠. 20년 넘게 키웠지만, 지난달에는 좋은 가격에 저를 팔아넘기려 했어요. 윤 대표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제 명성은 엉망이 되었을 거라고요!”“좋아요, 지난번 2억은 다 쓴 모양인데, 이번에는 또 얼마를 뜯어내시려고요?” 소희는 더 이상 그들과 어떠한 정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정과 같은 것은 아끼는 사람에게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정인화처럼 돈에 눈이 먼 사람에게 정과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정인화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2억을 가져갔다고 그래? 소희야, 지난번 일 때문에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나도 너무 혼란스럽구나. 후에 내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니?” “왜 직접 해명했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겠죠.”“어쨌든, 절대로 못 들어가요!” 정인화는 말문이 막혔다.바로 이때, 줄곧 입을 열지 않던 심태윤이 말했다. “누나.”그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정인화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기적이라는 점은 대를 이은 듯했다.“엄마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엄마도 이제 50세가 넘어서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단 말이야. 하지만 모든 건 다 누나의 행복을 위한 거였어.” “누나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걸 알게 된 후에도 누나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만 하신 분이야. 그래서 아빠와 나의 만류에도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고.” “아빠도 그러시더라.” “몸이 아파서 직접 갈 수 없으니, 나더러 학교가 아닌 여기로 가야 한다고!” “우리 가족이 이러는 게 누나를 위한 게 아니면 뭔데?” 소희가 콧방귀를 뀌었다.‘조금이라도 늦으면 돈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된 거겠지.’ “날 그 정도로 생각해 줬다니 고맙네.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두 사람은 절대 심씨 가문 고택으로 들어올 수 없어! 심씨 가문이 나를 내치지 않는다면 말이야!
이 광경을 보던 하나가 참지 못하고 이서에게 말했다.“한 우물만 잘 파면 성공한다는 말이 딱 맞구나. 끈질기게 매달리는 걸로도 모자라, 도덕적 압박까지 서슴지 않잖아!”이서가 말했다.“구경하는 재미는 있네.”“그럼 어쩌자는 거야? 저렇게 굴도록 내버려두자는 거야?” 이서는 손님들을 붙잡은 채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떠들어대는 정인화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한참이나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서가 낮게 웃었다.정인화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이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서의 얼굴을 본 정인화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당신은...?”이서가 미소를 지었다.“저를 기억하시나 보네요. 새까맣게 잊으신 줄 알았는데요.” “물론 기억하죠. 우리 소희의 대표되는 사람이잖아요. 소희가 오늘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다 당신 덕분이죠.”이서가 말했다.“별말씀을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화제를 돌렸다.“방금 여사님께서 소희 씨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말씀하시는 걸 듣고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번에 뵈었을 때도 분명히 느꼈죠, 여사님께서 소희 씨를 진심으로 아끼고, 늘 배려해 주신다는 걸요.” 이 말을 정인화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그녀는 흥분하며 이서의 손을 잡았다.“아이고, 정말 쑥스럽네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의 어떤 엄마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러게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여사님만 같았으면 좋겠네요. 자식 자식이 아닌 사람을 친딸처럼 대하시고,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마을에서 대학까지 보내려 하셨으니까요.” “아이고, 아이고,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에요.” 정인화의 손을 꽉 잡은 이서는 그녀가 도망갈까 봐 두려운 듯했다.“그렇게 훌륭하신 분이니, 소희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을 때도 진심으로 기쁘셨겠어요.” “그럼요, 물론이죠! 소희가 친부모를 찾다니, 아마 소희보다 우리가 더 기뻐했을걸요?” “그런데... 소희 씨의 친부모님이 심씨 가
“오, 이제야 알겠네요. 다 소희 때문인 거죠?”“내가 그랬잖니, 네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우리 가족이 가난해진 거라고!” “저기...”정인화가 이지숙에게 다가갔다.“제 말이 맞죠? 재수 없는 소희 때문에 심씨 가문이 망하게 된 거죠? 당장이라도 소희를 쫓아내고 제 아들을 수양아들로 인정하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심씨 가문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예요. 이 정인화가 장담한다니까요?!” 정인화가 본 모습을 드러내자, 이지숙이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말끝마다 소희를 아끼신다는 분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제 보니까 소희가 아닌 심씨 가문의 돈을 사랑하셨던 거네요.” 그제야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정인화가 이서를 쳐다보았다.“방금 그렇게 말한 이유가...”“엄마!”심태윤은 자기 엄마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정인화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만 가요, 더 이상 여기서 창피하게 굴지 마시라고요!” “후...”소희는 두 사람이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 대표님, 정말 감사해요.”소희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서 언니가 저 두 사람의 압박을 풀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저 뻔뻔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을 거야.’ 이서가 소희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뭘.” 이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한번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저 사람들, 이대로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소희가 대답했다.“네.” 볼거리가 사라지자, 강경숙이 실망스럽다는 듯 소희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나저나 정말 이상하네요. 하은철 사장님은 왜 아직이죠? 설마...” 그녀가 갑자기 심근영을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예전에는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잘 협력했었죠. 하지만, 심씨 가문이 갑자기 협력을 깨뜨리는 바람에 하은철 사장님의 원한을 산 거 아닐까요?” 사실, 그녀의 말은 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