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후에 심씨 가문이 심소희 씨를 위한 초호화 파티를 연다던데, 정말이에요?] [더 논의할 필요도 없는 일이에요. 4대 가문은 이미 초청장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은 피가 터져라 싸웠잖아요. 윤이서 대표도 그 파티에 참석할까요?][그렇지 않을까요? 심소희 씨는 원래 윤씨 그룹에서 근무했었잖아요. 게다가 심씨 가문은 이미 윤씨 그룹을 겨냥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거 아니었어요?] [글쎄요, 파티에 가면 알게 되겠죠.] [...]같은 시각, 심씨 가문.소희는 초청장을 살펴보고 있었다.“하은철 사장님께는 이미 보냈나요?” 하루 전, 지환은 직접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하은철이 파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소희는 이 순간까지도 지환이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몰랐으나, 하은철을 겨냥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며칠 전에 보냈는데요...”파티를 담당하는 고용인이 말했다.“아가씨, 벌써 잊으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어요. 며칠 전에 보냈는데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건가요?” “오든 안 오든, 확실한 응답을 보내줘야 우리도 준비할 수 있는 거잖아요.”소희가 말했다. “준비라니, 무슨 준비?”의문을 품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혹시 하 사장님을 꾈 준비?” 소희가 몸을 돌리자, 팔짱을 낀 채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심씨 가문의 아가씨, 심유인이 보였다. 그녀는 심근영의 딸이 아닌, 심근영 큰아버지의 손녀였다.즉, 소희에게는 사촌 언니인 셈이었는데, 특별하지는 않은 사람이었다하지만 너무도 오래 심씨 가문의 아가씨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탓일까. 소희가 돌아온 후, 유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희를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던 참이었다. 이미 이런 대우에 익숙해진 소희는 반박하지 않았고, 그저 하인을 향해 지시할 뿐이었다.“가서 여쭤봐 주실래요? 하씨 가문 쪽에서 언제쯤 소식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해요.
하씨 가문 고택.“안에 계시죠? 심씨 가문에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심씨 가문의 따님인 심소희 아가씨의 환영 파티에 참석하시겠습니까?”주경모가 서재의 문을 두드리며 공손하게 물었다. “하, 또 전화해서 물어본 모양이네요. 하지만 심씨 가문도 잘 알 텐데요, 협력 도중에 도망가는 게 얼마나 비도덕적인 일인지요.”하은철이 이를 갈며 말하자, 옆에 있던 하도훈이 거들었다.“하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원래 협력 관계였어. 그런데 갑자기 심씨 가문이 발을 뺐지. 이건 우리 하씨 가문을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야. 우리가 이번 환영 파티에 참석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심씨 가문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테지.” “한마디로, 이번 환영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하은철이 말했다.“네? 심씨 가문은 분명히 이서도 초대했을 거예요. 모처럼 이서를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왜 안 된다는 거예요?” 하도훈이 눈살을 찌푸렸다.“은철아, 내가 이서를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니? 계속 그 아이를 신경 쓰는 건 너에게도 도움이 안 돼.”“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는 건 너무 억울해요. 이서도 본인이 사랑하는 남자가 겁쟁이라는 건 알아야죠.” “하지환은 본인의 신분조차 알리지 않았어요.”“그런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서의 사랑을 받냐고요!” 하은철이 일어서서 하도훈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정말 이렇게 참으실 거예요? 이대로 하지환한테 당하실 거냐고요! 하지환은 이제 하씨 그룹의 대주주예요. 이번에 발생한 회사 위기도 그 점을 이용해서 자기 멋대로 회사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은 거라고요.” “계속 하지환과 한 편을 먹는 건, 호랑이와 함께하는 꼴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그 사람을 망치는 게 최선인 셈이죠, 안 그런가요?” 하도훈이 찌푸렸던 인상을 서서히 풀었다.“아버지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이서를 만나기 전의 작은 아빠가 얼마나 무서웠는지요? 작은 아빠의 약점을 아는데도, 이대로 포기하실 거예요?” 몸을 일으킨 하도훈이 서재에서 불안하다는
“예.”주경모는 이내 물러났다.심씨 가문이 답장받자마자 지환에게도 소식이 알려졌다.“하은철이 결심을 굳힌 모양이야. 아무래도 어떤 빈틈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 같아.” 지환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상언이 말했다.“환영 파티에서 이서한테 네 정체를 폭로하려는 건 아니겠지?” 지환이 차분한 얼굴로 눈앞에 놓인 지도를 바라보았다. 지도에는 붉은 점이 하나 있었는데,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친 것이었다. 지도를 힐끗 바라본 상언은 그곳을 ‘공주묘’라고 불렀다. 그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말했다.“계획은... 다 짰어?” 지환이 마침내 고개를 들어 상언을 보았다.“응, 이미 다 준비했어. 3일 뒤면 나와 하은철의 생사 싸움이 시작될 거야.” 상언은 그가 걱정되는 마음을 꾹 참았고, 위로의 말이 아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최근에 좋은 술을 많이 구했어. 우리가 같이 술을 마신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오늘은 죽도로 마셔보자.” 지환이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진심이야?”“진심이냐니?”상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지환이 곧장 핸드폰을 꺼내 이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상의할 게 있어.] “에이, 그냥 술 한 잔 마시는 건데?”상언은 이렇게 말했지만,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하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긍정적인 답장을 받은 그는 득의양양하게 지환에게 자랑했다. “봐, 하나 씨가 술 마셔도 된대!” 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상언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이서도 된대. 그런데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라네?” “...”몇 초 후, 상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얼른 확인해 보았다.하나가 보낸 메시지였다.[건강이 걱정돼요. 너무 많이 마시진 마세요.] 상언은 자랑스럽게 핸드폰을 내밀었는데, 지환의 한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내가 더 빨랐어. 하나 씨가 너를 걱정하는 것보다 이서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뜻이지.”상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유치한 싸움을 벌일 때, 이서와 하나는 카페 입구에서 커
“왜 인사도 못하게 해?” 하나는 소희가 몇 명의 여자들과 함께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이서가 말했다.“됐어, 그럴 필요 없어. 소희 씨 옆에 있던 여자들 못 봤어? 다 심씨 가문 여자들이었잖아.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우리가 가서 인사하면, 그 여자들이 뭐라고 하겠어.” “소희 씨가 지금은 화려해 보이지만, 힘든 상황일지도 몰라.” “폐를 끼칠 만한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잖아.” “게다가 3일 후면 소희 씨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서두르려고 해?” “하긴... 소희가 심씨 가문 사람들한테 밉보이지만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어. 전보다 더 말라보이던데, 심씨 가문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이서가 말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럼 우리는? 백화점에 안 갈 거야?” “쇼핑을 왜 안 해? 아직 소희 씨한테 줄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잖아.”“나도, 어서 들어가자.”두 사람은 백화점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서와 하나는 소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소희한테 무슨 선물을 해야 할까?”하나는 한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 이서 역시 빈손이었다. 두 사람은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선물을 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성대한 파티에는 특별한 선물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3층으로 가보자!”3층에는 대형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었다. 하나가 이서를 붙잡으며 말했다.“소희랑 그 여자들... 왠지 3층에 있을 것 같아.” “며칠 뒤면 파티니까 예복을 사러 오지 않았을까?”이서가 3층의 방향을 힐끗 보았다.“그 사람들은 인원이 많고 목표가 크니까 우리가 피하면 될 거야.” “그래, 올라가 보자.”하나가 이서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그들은 곧 3층에 다다랐다.과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심씨 가문 사람
너무 유치하거나, 성숙해 보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 옷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소희는 모든 사람의 호의를 거절하고 에메랄드 빛깔의 긴 드레스 앞에 다다랐다.그 드레스는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지나치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그녀가 주인공으로서 돋보이면서도 심씨 가문 사람들의 빛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었다. 마치 그녀를 위해 완벽하게 맞춤 제작된 것만 같았다. “이거 한번 입어볼게요.”소희가 점원에게 말했다.점원은 매니저를 한 번 바라보았는데, 그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듯했다. 그 매니저는 심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을 보고 일을 처리하려 했다.심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이 매장의 단골손님이기 때문이었다.매니저는 그 누구보다 그들의 신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소희에게 추천한 드레스 몇 벌을 보고, 소희를 곤란하게 하려는 계획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그들 중 신분이 가장 높은 강경숙을 지켜보았다.강경숙은 심유인의 엄마였는데, 고용인이 왜 소희의 옷을 망가뜨렸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터였다.매니저의 눈빛을 마주한 강경숙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소희야, 잘 생각해. 그 옷, 입어 볼 거니?”“그냥 입어보는 건데도 생각이 필요한가요?” 소희가 물었다.“아, 깜빡 잊을 뻔했구나, 예전엔 네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걸. 하긴, 윤 대표의 곁에서 1년 넘게 있었지만, 윤 대표도 하씨 가문 덕분에 상류 사회의 삶을 살았던 거잖니?” “그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 이후로는 1년 넘게 명품 매장을 돌아다니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구나.” “이런 명품 브랜드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단다. 입어본 옷은 모두 사야 하지.” 강경숙이 말했다. “그래요?”강경숙이 암암리에 이서를 깎아내리자, 소희의 얼굴색이 변했다.“이서 언니의 곁을 지키면서 명품 매장은 수도 없이 다녀봤지만, 그런 규칙은 처음 들어보네요.” “저를
이서가 옅게 웃었다.“소희 씨는 저의 전 동료예요. 소희 씨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인 줄 알았더라면, 고용하지 않았을 겁니다.”“즉, 저를 탓하실 일은 아니라는 뜻이죠.”“그래도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면, 소희 씨를 잃어버렸던 그 아주머니를 탓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안색이 변한 강경숙은 아직 반박할 말을 생각하지 못한 채, 이서의 다음 말을 들어야 했다. “그나저나, 환영 파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제야 소희 씨 옷을 사주시는 거예요? 아랫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못 하는 탓인가요, 아니면 이렇게 중요한 일을 깜빡한 탓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옷이 망가진 건가요?” “어떤 이유든 심씨 가문의 고용인들이 자질이 부족한 것 같은데, 사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이서가 물었다. 강경숙의 안색은 갈수록 흉해졌다. 그녀는 구구절절 심씨 가문의 고용인을 탓하는 듯했지만, 실은 심씨 가문 가족들의 잘못을 탓하는 것이었다. 강경숙은 동서들 앞에서 소희와 이서가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라는 누명을 씌워, 소희를 경계하고 고립시키려 했다. 하지만 본인보다 한참이나 어린 이서에게 꾸중을 듣게 된 것이었다. 화가 난 강경숙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이서가 먼저 말했다.“아, 방금 저더러 소희 씨 옷을 계산하라고 하셨죠? 못 할 일은 아닙니다만, 심씨 가문에 대한 소문이 안 좋게 날까 봐서 걱정이네요.” “심씨 가문이 드레스 한 벌 살 돈도 없다고 생각하거나, 드레스 한 벌조차 사주기 싫어서 소희 씨를 학대한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죠?” 강경숙의 안색이 푸르러졌다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허, 다들 윤 대표의 말재주가 뛰어나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네요.” 이서가 일부러 겸손한 척 말했다.“과찬이십니다. 할 말을 했을 뿐인걸요.” 강경숙이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방금 내가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세요. 농담이었으니까요.” “소희는 우리 심씨 가문의 딸이에요.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도대체 누굴 믿고 저렇게 설치는 거지?’‘그 가난뱅이 남편인가?’ 도대체 누가 그녀에게 저력을 주었습니까?웃음기를 머금은 소희의 목소리가 강경숙의 귓가에 전해졌다.“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극단적인 불문율이에요. 소비자 보호 센터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변한 매니저가 황급히 강경숙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이서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소비자 보호 센터는 무슨, 그냥 한번 입어보는 것일 뿐이잖니? 매니저님, 한 번쯤은 눈 감아주실 수 있죠?” 매니저가 식은땀을 훔치며 바삐 말했다.“그럼요, 당연합니다. 여러분은 저희 매장의 귀한 손님이시니까요. 그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가씨, 옷을 입어보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입어보십시오.” 소희가 웃음기 없이 말했다.“저 때문에 괜히 매장의 규칙을 깨는 거 아닌가요?”“그럴 리가요!”매니저는 곧장 점원에게 옷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소희는 이내 옷을 들고 피팅룸으로 향했는데, 아첨하는 매니저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가까스로 입어 본 옷은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이걸로 할게요.”소희가 옷을 건네자, 매니저가 직원을 향해 말했다.“얼른 포장하세요.” 하지만 그는 강경숙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아가씨, 이 드레스는 원래 6천만원인데, 특별히 5천만원에 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좋아요.”소희가 손을 뻗어 카드를 찾기 시작했다. 어차피 심씨 가문의 돈이니 별로 아까울 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확실히 죄책감이 들었으나, 심유인이 매일 흥청망청 사는 것을 보고는 그런 마음을 거두어들였다. ‘현태 오빠 말이 맞아. 내가 아니더라도 심씨 가문 사람들이 쓸 돈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혼자 다 써버려야겠어.’ 잠시 더듬거려 보았으나, 집을 나서기 전에 이지숙이 준 카드를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방 안을 뒤지고 나서야 카드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바로 이때, 알면서도 일부러 묻는 강경숙
“왜 그러니?”강경숙의 비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돈을 안 가져왔다고 해서 울 필요는 없잖니? 몇천만원 정도는 우리가 대신 내 줄 수 있어.” 강경숙의 이번 목적은 다른 심씨 가문 가족들이 소희를 향한 심근영의 마음이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여야 했다. 게다가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심근영의 체면을 세울 수도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아니에요.”고개를 들어 올린 소희의 눈동자에는 잦아들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강경숙을 마주하니, 혐오감만이 짙어질 뿐이었다. “제가 다 지불할 수 있어요.”강경숙의 안색이 살짝 바뀌었다.“너는 돈이 없잖니?” 소희가 강경숙을 바라보았다.“저는 한 번도 돈이 없다고 말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단정을 지으세요?” 강경숙은 안색이 변했지만 곧 핑계를 댔다.“그거야... 네가 카드를 꺼내지 않으니까 지불할 돈이 없는 줄 알았지.” “외출하기 전에 아주머니께서 제 카드로 돈을 입금해 주셨어요.” 소희는 여전히 이지숙을 ‘엄마’라고 부를 수 없어서 아예 ‘아주머니’라고 불렀다.하지만 이지숙은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으며, 오히려 그녀를 아주 배려했다. “그랬구나.”흉악해진 낯빛의 강경숙은 소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돈이 없는 게 아니라면, 얼른 지불부터 하려무나.” 그녀의 눈빛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소희는 강경숙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지 않고 월급 카드를 매니저에게 건네주었다. 매니저가 카드로 결제하는 순간, 그녀는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왜냐하면, 그 카드안에 있는 돈은 이서가 입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씨 가문 사람들이 허튼수작을 부린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서는 재무팀에게 1억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강경숙은 소희의 카드에 정말 5천만원이 있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오므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이 계집애에게 망신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