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56화

Author: 시해나
“왜 그러니?”

강경숙의 비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돈을 안 가져왔다고 해서 울 필요는 없잖니? 몇천만원 정도는 우리가 대신 내 줄 수 있어.”

강경숙의 이번 목적은 다른 심씨 가문 가족들이 소희를 향한 심근영의 마음이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여야 했다. 게다가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심근영의 체면을 세울 수도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아니에요.”

고개를 들어 올린 소희의 눈동자에는 잦아들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강경숙을 마주하니, 혐오감만이 짙어질 뿐이었다.

“제가 다 지불할 수 있어요.”

강경숙의 안색이 살짝 바뀌었다.

“너는 돈이 없잖니?”

소희가 강경숙을 바라보았다.

“저는 한 번도 돈이 없다고 말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단정을 지으세요?”

강경숙은 안색이 변했지만 곧 핑계를 댔다.

“그거야... 네가 카드를 꺼내지 않으니까 지불할 돈이 없는 줄 알았지.”

“외출하기 전에 아주머니께서 제 카드로 돈을 입금해 주셨어요.”

소희는 여전히 이지숙을 ‘엄마’라고 부를 수 없어서 아예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지숙은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으며, 오히려 그녀를 아주 배려했다.

“그랬구나.”

흉악해진 낯빛의 강경숙은 소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면, 얼른 지불부터 하려무나.”

그녀의 눈빛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소희는 강경숙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지 않고 월급 카드를 매니저에게 건네주었다.

매니저가 카드로 결제하는 순간, 그녀는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왜냐하면, 그 카드안에 있는 돈은 이서가 입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씨 가문 사람들이 허튼수작을 부린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서는 재무팀에게 1억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

강경숙은 소희의 카드에 정말 5천만원이 있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오므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이 계집애에게 망신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57화

    “하나야, 왜 그래? 왜 그렇게 쳐다봐?” 넋을 잃은 하나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어, 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이서의 말투를 들어보면 본인이 윤재하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물론 그 일은 이서가 기억을 잃기 전에 일어난 일이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맞다, 하나야.” ““왜?하나가 긴장하며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어디로 갔는지 알아?” “그 사람들?”“윤재하랑 성지영 말이야. 나랑 하은철의 결혼식에는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그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어. 두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 “나는 전혀 모르겠어.”하나가 고개를 저었다.“형부가 너를 구한 후로 하은철이 보복할까 봐 두려워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 같아. 소식이 전혀 없더라고.” “그렇구나.”“이서야, 두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지?” “아니야, 내가 왜 그 사람들을 그리워하겠어. 단지... 소희 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걸 보고 나한테도 부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네 부모님이라는 사람들 말이야...”하나가 이서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냥 그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어. 확실하진 않지만... 그 사람들은 네 친부모님이 아닌 것 같거든.” 하나는 마지막 한 마디를 아주 작게 말해서 이서는 들을 수 없었다. “그래, 차라리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나아. 그 사람들이 또 나타난다면, 예전처럼 끊임없이 나를 귀찮게 할 테니까.”두 사람은 이내 차에 올랐고, 하나가 모는 차는 호텔로 향했다. 지환의 방에 도착하니, 만취한 술꾼 두 명이 보였다. “진짜 마음껏 마셨구나?”하나는 바닥에 흩어진 값비싼 와인병들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이 사람들, 어서 침대로 옮기자.” “이렇게 자게 놔두면 감기 걸릴 거야.” “이 선생님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건, 이 비서님한테 부탁하는 게 좋겠어.” 하나는 상언을 발로 툭툭 건드렸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 두 사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58화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하더니, 이서가 지환의 품으로 쓰러졌다.그녀는 막 일어나려 할 때 뒤통수가 잡혔는데, 조금 전 가벼운 입맞춤은 강렬하고 지배적인 키스로 변해버렸다. 이서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한참 동안 온 힘을 다 쓰고 나서야 지환을 밀쳐낼 수 있었다. “이거 보세요, 하지환 씨! 진짜 취한 거예요, 아니면 취한 척하는 거예요?” 이서가 곤히 잠든 지환을 노려봤다. 그는 어떻게 보더라도 정말 잘생긴 사람이었다. 술에 취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턱선과 콧날, 그리고 입술 선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잠시 후, 그가 또 한 번 매섭게 이서의 허리를 감았다.“...” ‘하나도 안 취한 거 아니야?’‘취한 척하는 것 같은데?’ “이서야...”눈을 감은 지환의 표정이 점점 더 괴로워졌다.이 모습을 본 이서는 심장이 무언가에 찔린 듯하여 덩달아 인상을 찌푸렸다. “이서야...”살짝 벌어진 지환의 입에서는 이서의 이름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지환이 정말 취한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음에도, 그가 자신의 손길을 느끼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이서는 그를 꼭 붙잡고 싶었다. “나 여기 있어요. 여기에요.”“이서야...”지환은 얇은 입술을 다시 한번 움직였지만, 표정은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나는 너를 놓아줄 수 없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심장이 저린 것을 느낀 이서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나도요, 나도 절대 지환 씨의 손을 놓지 않을 거예요.” 이서의 말을 들은 것일까. 술에 취한 지환은 찌푸렸던 미간을 서서히 풀고는 조용히 잠에 들었다. 이서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 소희의 환영 파티 날이 다가왔다. 퇴근 시간이 되자, 이서는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퇴근 후에 함께 스타일링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이서는 하나를 마중 나갔다. “형부는 너랑 안 간대?”뒷좌석에 사람이 없는 것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59화

    “형부가 어떤 사람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속눈썹을 늘어뜨린 이서가 거리의 가로등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지환 씨의 능력은 내가 잘 알지만... 그렇지만... 지환 씨가 무사했으면 좋겠어.” 두 사람은 곧 심씨 가문에 다다랐다. 마중 나온 심씨 가문의 고용인들은 이서를 한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 테이블은 4대 가문 권력자들의 자리였다. 하나는 이서의 친구였기에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2개의 가문 사람은 오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는 이서와 하나만이 있어서 다소 쓸쓸해 보였다. 하나는 맞은편에 하은철의 이름이 쓰인 명패를 볼 수 있었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꼭 하은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잖아. 그 자식 얼굴만 생각하면 속이 메스꺼운 것 같아.” 이서가 가볍게 웃었다.“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 “나도 생각하기 싫어. 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여기로 걸어 들어올 거고, 우리 맞은편에 앉겠지. 내가 아는 하은철은... 무슨 말을 떠들어 댈지 몰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이서가 하나의 어깨를 두드렸다.“나는 화장실에 좀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알겠어.”이서는 이내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서려던 그녀는 허둥지둥하는 발소리를 들었다.곧이어 또 하나의 발소리가 들렸지만, 앞의 발소리보다는 훨씬 차분했다.“어때요, 일은 잘 처리됐어요?”목소리의 주인공은 젊은 여자였다. 이서는 그들이 떠난 후에 테이블로 돌아가기로 했다.이때, 밖에서 또 한 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다른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는데, 심히 난감한 듯했다. “이미 처리했습니다. 아가씨는 드레스를 입을 수 없을 겁니다.”“좋아요, 어쨌든 오늘은 가장 평범한 옷을 입고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는 거네요!” “네.”“흥, 한 번 지켜보자고요, 어떻게 행동하는지!”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고,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60화

    1분 1초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파티 시간이 임박한 것을 본 하나가 하은철 자리를 주시하며 말했다.“하은철은 왜 아직이지?” 파티 시작은 5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이서가 고개를 저었다.바로 이때, 만연한 미소를 띤 채 2층에서 내려오는 심근영 부부가 보였다. “소희 씨도 곧 내려오겠네.”하나도 심근영 부부를 바라보았다.“그러게, 하은철이 곧 도착할 모양이야.” 하지만 이서의 마음은 하은철이 아니라, 천천히 내려오는 심근영 부부를 향하고 있었다. 한편, 도시의 다른 한쪽에서는 황량한 교외로 내몰린 하은철이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도련님!”운전기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차창을 통해 자신들을 에워싼 차들을 바라보았다. 맞은편에는 총 여섯 대의 차가 있었고, 그들과 막상막하인 듯했지만, 왜인지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차 세우라니까요!”하은철이 차갑게 말했으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운전기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차를 세우자, 뒤따르던 차들과 그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차들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하은철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이 광경을 본 차 안의 경호원들은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잇달아 차에서 내렸고, 손에 든 무기를 꼼짝도 하지 않는 차 6대를 향해 겨누었다. 하지만 그 차들은 여전히 기척을 보이지 않았다. 하은철은 줄곧 그 차량을, 특히 가장 중간에 있는 포르쉐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를 여기까지 몰아넣은 이상, 직접 내려서 맞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운데에 있던 포르쉐에서 누군가가 내렸다.하지만 그는 지환이 아닌 경호원이었는데, 공손히 포르쉐 문을 열어젖힐 뿐이었다.하은철은 단번에 안에 앉은 지환을 볼 수 있었다. 비록 큰 키와 거대한 몸짓, 턱선뿐이었지만 말이다. “역시 당신이었어.”하은철이 포르쉐를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 고택에서 나오자마자 누군가 자신을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행일 것이라 생각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61화

    ‘하지환, 정말로 날 죽이고 싶은 모양이지?!’ ‘하지만 상관없어.’‘나라고 네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줄 알아?’ “작은 아빠, 나를 여기까지 몰아세운 이유는, 내가 이서도 참석하는 환영 파티에서 작은 아빠의 신분을 까발릴까 봐 걱정돼서겠죠?” “잘 아네, 그런데도 거기에 가겠다고?”지환이 무심코 그를 힐끗 보았다.하은철이 웃으며 말했다.“작은 아빠, 내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포기할 것 같아요?” “그동안 진짜 신분을 숨기려고 수많은 어둠의 세력 조직원을 동원해서 내 동향을 감시했었죠? 과연 이서한테 접근할 기회를 못 찾겠더군요. 그런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라고요? 절대 안 되죠.” 지환이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갑자기 한 손을 번쩍 내밀어 하은철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뚜두둑’하는 소리가 나더니, 하은철의 손이 축 늘어졌다.이 장면을 마주한 하은철의 부하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고, 몇 초 후에야 손에 든 무기를 지환에게 겨눠야겠다고 생각했다.지환의 부하들도 손에 총은 든 채 서둘러 차 밖으로 나왔다. 양쪽의 분위기에 긴장감이 맴돌았다.모든 사람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만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 것은, 하은철이 주동적으로 손을 들어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물러나라고 표시한 것이었다.“작은 아빠, 내 부하들이 작은 아빠를 이길 수 없다는 거, 잘 알아요.”하은철이 부러진 팔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오늘 도망갈 수 없다는 것도요. 그래서 말인데, 죽기 전에 한 번만 도와주세요.” 지환이 그를 쳐다보았다.“어려운 부탁은 아니에요. 단지 번거로울 뿐이죠.”하은철은 이 말을 끝으로 지환의 차에 올랐는데, 지환도 그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이 장면을 보던 현장의 모든 사람은 두 사람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계속 신경을 곤두세운 채, 맞은편의 적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하은철은 가죽 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62화

    심씨 가문의 고택.하은철은 물론이며 소희도 나타나지 않았다.홀 안의 많은 사람은 이미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5분이 훨씬 지났는데, 소희는 왜 아직이야?” 하나가 초조하게 말했다.“설마 사고가 난 건 아니겠지?” 이서의 눈빛이 심씨 가문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소희가 질질 끌면서 나타나지 않자, 어떤 사람은 초조한 표정을, 또 어떤 사람은 고소한 표정을, 나머지는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때, 심씨 가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심유인과 강경숙이 메인 테이블로 걸어갔다. 심근영의 곁으로 다가간 심유인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삼촌, 소희는 왜 아직이에요?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에요?” 이서의 시선이 단번에 심유인에게 떨어졌다.그녀가 화장실에서 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심유인이었다!이지숙이 2층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올라가 볼까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경숙이 이지숙을 진정시켰다.“형님, 형님은 소희의 엄마잖아요. 그런데 왜 직접 찾으러 간다는 거예요?” “소희 말이에요... 우리가 실수로 자기를 잃어버린 걸 원망해서, 일부러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우리 심씨 가문을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닐까요?” “우리 소희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이지숙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딸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강경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거죠? 그리고, 아직도 형님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계속 ‘아주머니’라고 부르던걸요...” 하나는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풉, 사모님은 상대가 누구든 쉽게 부모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신가 봐요.” 강경숙의 시선이 이서와 하나에게 향했다.오늘 같은 날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서의 사람에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누군가 했는데, 소희의 친구였군요?!”강경숙은 일부러 ‘친구’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는데, 다른 사람이 소희와 이서의 관계를 모를까 봐 걱정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63화

    강경숙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들었으면 어떠니? 증거가 없는걸. 흥, 그리고 윤이서가 심소희의 드레스가 되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2층을 힐끗 바라본 심유인은 소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엄마 말씀이 맞아요. 윤이서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드레스를 마련할 수 없었을 거예요. 윤이서가 처음부터 모든 걸 계산하지 않았다면요.” 두 사람이 득의양양할 즈음, 2층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2층으로 향했다.곧이어 천천히 걸어 나오는 소희의 모습이 보이자, 심유인의 얼굴에도 득의양양한 기색이 만연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표정이 굳어졌다.그 이유는...소희가 입은 드레스가 이전에 가게에서 고른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어떻게...”심유인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강경숙은 그녀가 겪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곧 침착함을 되찾고 심유인의 손을 잡았다.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니, 좀 진정하는 게 좋겠구나. 심소희가 아니라, 네가 망신당하는 수가 있어.” 심유인은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그녀는 서둘러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감추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소희를 보자 하니, 눈동자에 어쩔 수 없는 질투가 번지기 시작했다. 소희는 이서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덕에 자신의 기질에 아주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랐다. 그녀는 아주 우아하고 대범한 모습, 그 자체였다. 비록 심씨 가문에서 자라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부유한 집안의 품위와 기품이 느껴졌다. 또한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편안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이었다.오래 보면 볼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현장에는 소희에게 남자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였기에, 모두가 그녀만을 바라보았다. 심씨 가문의 아가씨가 이런 외모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뭇 남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다른 부유한 사모님들도 소희의 세련된 몸짓과 행동에 상당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64화

    모두가 존중하는 심근영이 나섰으니,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광경을 본 심유인과 강경숙은 화를 내는 걸로도 모자라 피를 토할 뻔했다.연회가 중반을 지나고, 소희가 나가는 모습을 본 심유인과 강경숙은 눈빛을 교환한 뒤,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소희는 정원에 선 채 달을 감상하고 있었다. 심유인은 주먹을 꽉 쥔 채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소희야, 너 정말 감상적이구나? 여기서 달을 감상하고 있다니.” 소희는 잔을 든 채 천천히 몸을 돌렸고, 미소를 지은 채 심유인을 바라보았다.“누가 달을 감상했다고 그래요? 저는 여기서 언니를 기다린 거예요.” 심유인의 안색이 변했다.“나를 기다렸다고?”“그래요, 제 드레스가 왜 망가지지 않은 건지 궁금해 죽을 것 같지 않아요?” “소희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소희는 잔에 든 주스를 심유인의 얼굴에 흩뿌렸다. 심유인이-은 곧바로 펄쩍 뛰며 말했다.“심소희,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짓이야?!” “정신 나간 짓이요?”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심유인을 바라보았다.“모든 사람이 다 나올 때까지 소리쳐 보세요. 그때가 되면 언니가 저를 곤란하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낱낱이 이야기할 테니까요!” 심유인이 얼굴에 묻은 주스를 한 번 닦고 매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너, 증거 없잖아. 증가가 있었으면 진작에 삼촌한테 고자질했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너랑 나 중에서 누구의 말을 믿어줄까? 한때 윤이서의 유능한 조수였던 너일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심씨 가문에서 자란 나일까?”소희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해요? 증거가 없었으면 미리 똑같은 드레스 두 벌을 준비할 수 있었겠어요?” 드레스에 관해 말하자, 심유인의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네 드레스, 대체 어떻게 된 거야?”소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인정하시네요!” 심유인은 당황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무슨 헛소리야?

Latest chapter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40화

    윤재하와 성지영, 고이서 세 사람은 여전히 이서가 치매에 걸려 윤씨 그룹을 손에 넣을 꿈에 들떠 있었지만, 정작 이서는 지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분명 병원에서 함께 지내던 때도 있어서 이번에도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니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서는 귀를 바짝 세우고 문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도, 문밖에서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그 소리가 금세 사라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어이없는 감정에 시달리던 첫날 밤, 놀랍게도 이서는 오랜만에 불면증 없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이서는 눈을 뜨자마자 하나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너, 형부랑 다시 합친 거야?] [같이 살기 시작했다던데,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거냐고!]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이 선생님이 말 안 해줬으면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나, 너한테 가장 친한 친구 아니었어?]이서는 할 말을 잃었다. 곧바로 소희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어제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거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화해한 거였어요? 이렇게 큰일을 저한테도 숨긴 거예요?] 결국 이서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환 씨랑 다시 화해한 거 아니야. 괜히 오해하지 마.] 그 순간, 나나도 단톡방에 뛰어들었다. [뭐라고요? 이서 언니가 형부랑 다시 화해했다고요? 대박! 들러리 자리 하나 예약할게요!]이서는 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왜 내가 한 말은 안 보고 다들 자기 멋대로 상상하는 거야?’ 이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단체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말했잖아, 화해한 거 아니라고.” 이서는‘화해한 적 없다’는 말을 특히 강조했다.그제야 세 사람은 조용해졌는데, 잠시 후에야 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이 선생님 말로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하던데? 다시 화해한 게 아니면 왜 같이 사는 거야?]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9화

    2층에서 소란을 듣고 있던 윤재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이서 혼자만이 만족스럽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이서는 바로 뒤에 있던 짐가방을 든 직원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직원들이 들고 있는 쇼핑백들이 모두 명품 브랜드임을 본 성지영과 윤재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서야, 그 많은 걸 대체 무슨 돈으로 산 거야?” 성지영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직원들이 짐을 다 내려놓고 나가자, 고이서는 여유롭게 말했다. “엄마, 아빠, 두 분을 위해 산 선물인데, 한번 보세요. 마음에 드실진 모르겠네요.” 성지영은 가까이 있던 쇼핑백 하나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LV 로고가 새겨진 명품 의류가 들어 있었다. 성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서야, 어디서 이렇게 큰돈을 구한 거야?” 고이서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윤씨 그룹의 돈으로 샀어요.” “뭐?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고?” 윤재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걸 샀으니 금방 들키고 말 거야. 윤이서가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바로 알아챌 거라고! 당장 환불하렴. 윤이서한테 들키면 정말 큰 일이니까!” 고이서는 소파에 편하게 앉으며 미소 지었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윤이서는 절대 모를 거예요. 이 돈, 다 합법적인 절차로 나온 거거든요.” 윤재하와 성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고이서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이서가 저한테 회사를 맡겼어요.” “뭐? 그게 정말이야?” 윤재하와 성지영은 깜짝 놀라며 고이서를 바라보았다. “물론 임시로 맡긴 거긴 하지만... 윤이서가 왜 저한테 회사를 맡겼는지 아세요?” 두 사람이 고개를 젓자, 고이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오늘 윤이서가...”고이서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성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8화

    이서는 지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까 분명히 얘기했잖아요, 화해한 척 연기하는 거라고요! 지엽이도 없는 데서 굳이 연기할 필요는 없어요.”지환은 살짝 눈을 들어 이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서야, 아무리 토사구팽이라지만, 이렇게 빨리 쳐내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더 이상 이 주제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이서는 곧바로 소희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자료는 다 읽어봤어? 정말 심태윤이 벌인 짓이야?”“네, 자료에는 심태윤이 어떻게 가짜 증거를 만들었는지도 다 나와 있었어요. 이 증거들만 경찰에 넘기면, 심태윤은 바로 잡혀가고 말 거예요.” 이서는 소희의 말투에서 뭔가 망설임이 느껴져 물었다. “왜 그래? 혹시 심태윤이 잡혀가면 소희 씨의 양부모를 돌볼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언니, 저를 너무 착하게 보신 거 아니에요?”“그 사람들이 돈을 이유로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아시잖아요. 그 이후로 저는 그 사람들한테 기대한 것도 없고, 미련도 없었어요. 단지 이 일이 심태윤 혼자 한 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요. 분명히 배후가 있을 거라고요.” “그 배후만 찾아내도 앞으로 골치 아플 일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서 언니의 남편이 하 대표님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더 이상 직접적으로 날 괴롭히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서 언니와 하 대표님이 헤어진다면, 나를 몰아내려는 사람들은 다시 들고일어날 거야.’ “혹시 이미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는 거야?” 이서는 소희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냈는데, 역시 자매다운 호흡이었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 하면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언니한테는 말해도 될 것 같아요.”“제 생각엔... 강경숙이 관련된 것 같아요.” “강경숙?”“제가 심씨 가문에 돌아온 이후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강경숙과 심유인이잖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7화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그렇게 할게.” “지엽아...” “그런 표정 짓지 마.” 지엽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그러면 내가 또 희망을 품을 것 같잖아.” 이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보다 내가 먼저 가도 될까?” 이서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줘. 내 마지막 소원이야.”지엽의 진지한 눈빛에 이서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지엽은 잠시 이서를 바라보더니, 이서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기억에 새기듯 눈에 담은 후, 미소를 짓고 조용히 돌아섰다. ...한편, 고택 입구에서는 소희와 지환이 두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사람은 지엽 혼자였다. 지엽이 혼자 돌아오는 모습을 본 순간, 지환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환은 한걸음에 다가가 지엽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거칠게 물었다. “이서는 어디 있어?” 지엽은 차분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정말 부럽다니까요?” 하지만 지환은 지엽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이서는 어디 있냐고 묻잖아!” 마침 그때 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환이 지엽을 몰아붙이고 있는 모습을 본 이서는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하지환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서가 무사히 나오는 걸 본 지환은 그제야 손을 놓았다. “너... 괜찮아?” 이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안 괜찮을 건 없지.” 지엽은 헝클어진 옷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서야, 봤지? 저 사람이 바로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널 아주 사랑하면서도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 남자가 저 사람이라고.” 이서는 입술을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지엽은 쓸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저 남자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게,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6화

    차가 심씨 가문의 고택에 다다르자, 이서는 가장 먼저 지엽을 발견했다.지엽 역시 차에서 내리는 지환을 보고 얼굴이 굳어 버렸는데, 특히 이서가 자연스레 지환의 팔짱을 낀 순간, 지엽의 눈썹이 몇 번이나 심하게 떨렸다. “두 사람...” 지엽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고택의 대문이 열리며 소희가 나왔다. “오셨네요!” 몇 초 후, 두 사람이 팔짱을 낀 모습을 본 소희는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두 분... 화해하신 거예요?” 이서는 지엽의 반응을 슬쩍 살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됐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지엽이 떠난 뒤에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희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하나 언니는 아직 모르죠? 지금 바로 알려줘야겠어요!” 이서는 다급하게 소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 “잠깐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소희 씨 얘기부터 하자. 지엽아, 얼른 조사한 결과부터 소희 씨한테 보여줘.”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이 함께 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고, 이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희에게 조사 결과를 건넸다. “소희 씨에게 누명을 씌운 건 심태윤이었어요. 소희 씨가 여태 친동생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이요.”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 쪽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그 안에 다 적혀 있으니까 잘 읽어보면 돼요...” 지엽이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서야, 잠깐 나랑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서는 지환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서가 지환의 팔에서 손을 빼내려 하자, 지환은 더욱 강하게 이서의 손을 잡았다. 이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지환을 올려다보며 눈빛으로 놓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 대표님, 제가 이서랑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5화

    이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같이 먹고, 같이 잔다고요?”지환은 그 말에 이서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채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지만,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응, 어쩔 수 없잖아. 어둠의 호리병을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겠어요.” 지환의 미소는 더 깊어졌는데, 그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하도훈은 언제 처리할 수 있어요? 설마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죠?” 지환은 깊은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이 다크 웹의 1위와 2위의 위치만 알아낸다면, 하도훈과 정면 승부를 가릴 수 있을 텐데 말이지...”“어둠의 호리병은 그 둘의 위치를 모르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둠의 호리병도 순위에 올라 있는 킬러일 뿐, 그 사람들과 친구는 아니거든.” “단서도 전혀 없어요?” 지환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없어.” 이서는 실망이라기보다는 하도훈이라는 골칫거리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럼, 우린 이제 어디로 가요?” “회사로.” 고개를 끄덕인 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두 사람이 탄 차는 윤씨 그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서는 지엽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 씨에 대한 일은 어느 정도 해결된 거야?”이서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얼른 가서 소희 씨한테 알려줘. 분명히 엄청나게 기뻐할 거야.” 수화기 너머의 지엽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이서야, 난 소희 씨랑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라 조금 어색한데, 네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이서는 곁눈으로 지환을 한 번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았어.” 그 순간, 이서를 태우고 있던 지환은 잠시 핸들을 놓칠 뻔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4화

    “고이서를 바로 내쫓으면 분명 편하긴 하겠죠. 하지만 내 손에 있는 윤씨 그룹의 자산 중 일부는 원래 윤씨 가문의 것이었어요.”“그 인간들의 만행이 제대로 폭로되지 않으면, 과거 윤씨 그룹에 몸담았던 몇몇 내부 인사들은 고이서와 손을 잡고 말 거예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지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고이서를 회사의 대표 자리에 앉힌 거야? 그 여자가 빨리 본색을 드러내도록 하려고?” “네.”짧게 대답한 이서는 무심코 거울 속 자신을 보았고, 활짝 웃고 있는 자기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하지환 씨 앞에 서면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서에게 더 난감한 것은 지환이 자신의 정체를 속였던 일조차 잊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 내려오라고 한 거예요?”아래층으로 내려온 이서는 지환의 차에 올랐다. “하도훈이 이렇게 오랫동안 잠적한 이유가 뭔지 알아?”“자식을 만드느라 바쁜 거겠죠.” “맞아.”“그동안 꽤 많은 여자를 만났고, 그중 한 여자가 진짜로 임신했다더라.” 이서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그럼 이제 하도훈이 다시 우리한테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는 거네요?” 지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지환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그 표정은 또 뭐예요? 설마... 예전에 내가 하도훈한테 여자를 붙여보라고 했던 그 작전을...”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 임신했다는 여자, 하지환 씨가 보낸 사람이에요?” “아니었으면 한 번에 임신했을 리가 없잖아.” 이서는 입을 살짝 벌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럼 그 아이는 하도훈의 아이가 아닌 거예요?” 지환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도훈은 그 사실을 알면 미쳐버릴 거예요.” “미치면 더 좋지 않아?” 지환은 담담하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3화

    모두 반대의 목소리뿐이었지만, 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불만 있으면 사직서 쓰세요.” 이 한마디에, 회사 고위층들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서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오늘부터 고 팀장님이 아닌 고 대표님이 된 거예요.”‘고 대표’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이서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새어 나오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너무나 큰 기쁨에,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니 말이다.“저는 이만 가 볼게요.” 이서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사무실을 떠났고, 고이서는 문이 닫힌 후에도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5분이 지나도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서의 책상으로 다가가 나뭇결을 쓰다듬었다. ‘이제 이 모든 건 다 내 거야...!’ 고이서는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대형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는 순간, 마치 가죽 의자가 아니라 구름 위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자리만 차지하면... 다시 예전처럼 호화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거야. 원하는 대로 화려한 드레스를 사고, 반짝이는 보석도 망설임 없이 살 수 있고... 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되겠지! 아,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내 마음대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고이서의 마음이 격렬히 요동치던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이서는 마치 제 발 저린 도둑처럼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고, 몇 초가 지나서야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김하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 팀장님, 회의 시간이 다 됐습니다.” ‘고 팀장’이라는 호칭에 고이서는 속으로 불쾌감을 느꼈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김하늘’이라는 이름을 새겨 두었다.‘며칠만 지나면 내가 정식으로 대표가 될 텐데, 그때 가장 먼저 잘라버릴 사람은 바로 네가 될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김하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2화

    고이서는 이서가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성지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윤이서는 사실 아주 멍청한 사람이야.”“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하은철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을 두고, 굳이 가난한 남자를 택했겠니?” 고이서는 예전에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윤이서가 정말 그렇게 멍청하다면, 누구도 살리지 못했던 회사를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일으켜 세우고, H 국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만들진 못했을 거야.’‘그것도 혼자만의 힘으로.’‘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윤이서는 정말 멍청한 것 같아.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니까?’‘이 회사의 대표가 된 것도 전부 운 덕분이었던 것 같아.’ “고 팀장님?”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이서는 정신을 차렸다. “네, 대표님.” 이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큰 일이에요. 오늘은 제가 한 말을 잊어버린 정도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계약서 서명 같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고 팀장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잠시 쉬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제가 쉬는 동안 회사 일은 누구한테 맡겨야 할까요?”이서는 갑자기 고이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래요, 고 팀장님! 고 팀장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고이서는 당황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 팀장님이 꼭 저를 도와줘야 해요. 고 팀장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회사에는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고이서는 일부러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감히...”“별거 아니에요. 제가 쉬는 동안 회사 운영만 도맡아주면 돼요. 저는 회복하는 대로 다시 돌아올게요.” 고이서는 겉으로는 고개를 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렇게 큰 회사를 저한테 맡기셨다가 큰 문제라고 생기면 어떡하시려고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고이서는 속으로 이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드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