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 사람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지환을 바라봤을 뿐이었다. 단지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의심이 서려 있었다. “이 번역가님, 윤 대표님을 처음 뵙는 건 아니죠?”같은 테이블에 있던 한 사람이 계속해서 이서의 방향을 보는 이유찬을 조롱하기 시작했다.“윤 대표님이 확실히 타고난 미인이긴 하죠. 그런 게 아니라면, 윤 대표님께 거절당한 하 사장님이 그렇게 미친 듯이 행동하진 않았을 테니까요.”“저는 윤 대표님이 아니라, 윤 대표님의 곁에 있는 남자를 보는 겁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그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이상해졌다.고개를 돌려 그 사람들을 마주한 이유찬은 그들이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단지 저 남자분이 좀 낯익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럴 리가요.”한 사람이 꽤 독실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 윤 대표님의 남편분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어디서 만날 수 있었겠어요.” 이유찬이 말했다.“저 남자분이 윤 대표님의 남편이라는 거군요...” “맞아요, 돈이 없긴 하지만, 얼굴은 아주 잘생겼죠. 요즘 부잣집 아가씨들은 다 그런 걸 좋아하잖아요?”같은 테이블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시큰둥하게 말했다.“단순히 얼굴만 잘생긴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저 기질을 좀 보세요. 저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모습을 아무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허허, 남자 꽃뱀을 본 적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시는군요. 여자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남자 꽃뱀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두 사람이 곧 싸우려 할 때, 이유찬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생각났습니다, 저 사람을 어디서 만났는지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유찬에게 떨어졌다.“민 대표님을 따라 해외 출장을 갔던 그해, M국에서 열린 우수 청년 대회에서 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아직도 기억하신다는 겁니까? 사람들은 의심을 표하기 시작했는데, 이유찬이 그와
소희는 아직 심씨 가문의 가족이 아니었음에도 감격스러워하며 말했다.“형부, 정말 감사합니다.” 심씨 가문이 이서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지환은 YS그룹까지 매각하면서 모든 정력을 화영에 집중시켰다. 그런 그가 심씨 가문을 무너뜨리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심씨 가문은 살길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심씨 가문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번 일로 심씨 가문을 겨냥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서의 체면을 위한 것이었다. 소희는 이 모든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심씨 가문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심근영 부부는 결국 그녀의 친부모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같은 시각.화장실을 나서던 이서는 긴장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직접 하지는 않았다. 이서가 두 걸음 정도 내디디며 그 남자의 곁을 지나려던 찰나, 그가 갑자기 대담하게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누구세요?”이서는 보고 또 보았으나,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유찬의 땀방울은 하염없이 흘러 땅에 떨어질 것만 같았다.‘내가 거기서 그 사람을 만났었다니!’이유찬은 마음속 깊은 곳에 맴도는 충격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 남자가... YS그룹의 대표였다니!’‘이럴 수가!’ ‘외부에서는 윤 대표님의 남편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량배라는 소문이 도는데, 어떻게 YS그룹의 대표님일 수 있는 거지?’ 이 사실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이유찬은 어떻게든 이서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윤 대표님, 저는 번역팀의 직원입니다. 대표님께서 저를 모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는 이전에 민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하지만 MH그룹이 이서의 손에 넘어간 후, 배척을 당해 일개 직원이 되었고, 회사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저한테 무슨
“궁금한 게 있다면 저한테 직접 물어보시죠.”이유찬은 지환의 얼굴을 보면서 무서운 기운을 느꼈다. 그런데 어찌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별거 아닌 질문이라면, 우리 두 사람은 이만 가보겠습니다.”이 말을 마친 지환은 이서를 끌고 파티장으로 갔다. 이유찬은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벌벌 떨었다. 왠지 더는 윤씨 그룹에 머물 수 없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찬은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하지만 막 아래층에 다다른 찰나, 한 사람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이유찬 씨, 맞으십니까?” “무슨 일이시죠?”이유찬이 불안에 떨며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는 단지 하 대표님의 신분을 알아봤을 뿐이야. 설마 나를 죽여서 입을 다물게 할 작정이겠어?”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이천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단지 저희 대표님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을 뿐이니까요.”이천은 이유찬의 멱살을 잡고 차로 데리고 갔다. 그가 울부짖는 소리는 점점 잦아들었다. 위층.상언이 잔을 들고 지환의 곁으로 가서 물었다.“우울해 보이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방금 누군가가 나를 알아봤어.”지환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긴장한 상언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이서도 알아?” 그는 곧장 이서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자조하며 웃었다. “내가 너무 성급했네. 이서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 지환이 고개를 돌려 이서의 방향을 바라보았다.“이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그게 무슨 말이야?”“방금 그 사람은 내 과거를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서는 그 사람의 말을 들은 후에도 내 과거를 추궁하지 않았지. 오히려... 전혀 알고 싶지 않은 눈치였어. 그 이유가 뭐였을 것 같아?” 상언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자신이 기억을 잃은 진짜 원인을 알고 있다는 거야?” 고개를 살짝 끄덕인 지환이 고개를 들어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달이 이서
“하지만 하은철을 죽이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야. 일단, 하은철은 하씨 가문의 권력자잖아. 그런 사람의 죽음은 분명히 큰 센세이션을 일으킬 거야. 혹시라도 네가 한 짓인 게 알려지면...” “설령 네가 한 짓인 걸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은철은 얼마 전까지 이서와 미친 듯이 대립했잖아. 이런 상황에서 하은철이 죽으면, 모두가 이서를 의심할 거야.” 지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상언이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하도훈이 네 손에 소중한 아들이 죽어가는 꼴을 지켜만 볼까?” “그 사람은 하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을 동원해서라도 하은철은 보호하려 할 거야.” “그리고 네가 이미 모든 어둠의 세력 조직원을 H국으로 파견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즉, 단기간에 하은철을 죽이려는 건 헛된 꿈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지.”“그렇긴 하지.”지환도 이 점을 똑똑히 생각할 수 있었다.“하지만 첫 번째 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야. 진짜 큰 문제는 두 번째 문제인데, 하은철을 죽이려면 확실히 모든 정력을 쏟아야 할 거야. 하지만 나한테는 기회가 부족해.”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죽여버릴 텐데!” “네가 이미 마음을 굳힌 거라면, 나도 함부로 말할 수 없겠네. 그냥... 하루빨리 네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랄게.”“고맙다, 상언아.” 파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지환은 마침내 이서의 곁으로 돌아왔다. 부하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의 말을 하던 그녀는 그제야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이 사람들, 말을 정말 잘해요. 왜 이전에 회의할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요?” 이서가 지환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원래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돌아오자마자 회사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이미 소희 씨가 잡힌 것 같으니까, 우리는 이만 가보자.” 지환이 이서에게 기대며 낮게 속삭였다. “기분이 좋은 것 같네요?”이서가 지환을 보며 궁금해했다.‘왜 기분이 좋은 거지?’ 본래 잘생긴 얼
지환은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이서는 두 걸음 정도 걷다가 고개를 돌렸다.“왜요, 계속 여기에 있고 싶어요?”“이서야.”지환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자, 그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지환 씨의 의견에 따를 테니까요.” “나는 지환 씨의 신분이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그런 게 아니었다면, 방금 그 직원을 붙잡고 물어봤겠죠, 도대체 어디서 지환 씨를 만난 거냐고요.” 지환의 팽팽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졌다.“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지환 씨는 지금이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지환 씨의 신분을 모르기만 하면, 우리가 영원히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내가 지환 씨의 신분을 알게 된다면, 이런 행복은 깨질지도 모르죠.”“그래서 이 순간을 유지하고 싶은 거예요.”“비록, 속이 상하긴 하지만요.” 지환은 이서의 말을 듣고서야 완전히 안심했다. “이서야...”“자, 어서 가요.”이서가 여전히 회사 직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저 노련한 여우들은 소희 씨한테 흥미를 잃으면, 다시 나를 찾아올 거예요.” “빨리 이 틈을 타서 도망가야 해요.”지환이 이서의 손을 잡았다.“그래, 어서 가자.” 두 사람은 붐비는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갔고, 이내 파티장을 빠져나와 도롯가로 내려왔다. 마침내 접대에서 벗어난 이서가 기쁘게 웃었다. 바로 이때, 하나와 상언은 호텔 입구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소희는?”이서의 뒤에 소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소희 씨는 아직도 회사 사람들한테 잡혀 있어.”하나는 더욱 궁금해졌다.“왜 회사 사람들한테 잡혀 있는데?” “심씨 가문이 더 이상 윤씨 그룹을 겨냥하지 않는 데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소희 씨거든. 그 노련한 여우들은 소희 씨가 어떤 방법으로 심씨 가문 사람들을 설득했는지 궁금해했어.” “소희 씨는 그 사람들을 당해낼 수 없어서 자신이 심동의 여동생이고, 심
“아무것도 아니야.”지환이 빙그레 웃었다.‘내가 움직일 때가 왔구나.’ 이서가 잠시 지환을 바라보다가 상언과 하나에게 말했다.“그럼 우린 가볼게요, 내일 봐요.” “내일 만나요.”네 사람은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다음날.어제 마지막으로 귀가한 소희는 회사에 도착했을 때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서 언니, 어제는 너무 했어요, 저를 버리고 갔잖아요.” 이른 아침, 소희는 이서의 사무실에서 물을 마시면서 그들의 ‘잘못’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소희 씨가 심 대표님의 딸이라는 걸 안 이상, 어떻게 그냥 보내줄 수 있겠어?” 심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소희의 얼굴색이 약간 어두워졌다.“왜 그래? 심 대표님이 찾아오기라도 하신 거야?”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애초에 제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건,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겨냥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어제 심 대표님 내외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약속을 지키라고 말씀하러 오신 거였죠.” 사실,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상대하기를 포기한 이유는 지환 때문이었다.하지만 심근영 부부는 소희가 여전히 돌아오기를 바랐는데,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향한 압박을 멈추고, 대립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그 이유였다. 소희는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 설명할 수 없었으나, 심씨 가문이 자신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심 어린 태도에는 계산적인 면모도 숨겨져 있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명문가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서가 소희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었다.“소희 씨는 어떻게 생각해?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어? 혹시라도 소희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소희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이서 언니,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아요. 심씨 가문과의 협상을 마친 이상, 저는 약속한 대로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해요.”“앞으로는 언니와 함께 일할 수 없을지라도요.” 이서가 소희를 아련하게 바라보
“...”“할 일 그렇게 없어요?”갑자기 나타난 이서가 하릴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나무랐다.사람들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일하기 시작했다. 이서의 시선이 아주 잠시 소희의 사무실로 향했지만, 그녀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사무실로 돌아왔다.같은 시각. 사무실 안의 심근영은 유리잔을 쓰다듬고 있었다. 누구를 상대해도 청산유수인 그는 늘 소희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20여 년 동안 실종된 딸에게는 진 빚이 많지 않겠는가. “소희야, 어제... 내가 한 말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니?”소희가 침착하게 심근영을 바라보았다. 운명을 받아들인 후, 그녀는 마음을 많이 내려 놓았다.“네, 충분히 생각해 봤어요. 약속대로 심씨 가문에서 지낼 생각이에요.” ‘약속대로’라는 말을 들은 심근영의 얼굴에 웃음이 굳어졌다.‘하긴,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난 아이니까 정이 없는 것도 당연하지.’자신을 위로한 심근영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돌아오겠다니 파티를 열어야겠구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우리 심씨 가문의 딸이 돌아왔다는 걸 알려야 할 테니까.” 소희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파티는 하지 않았으면 해요.”“뭐?”심근영이 납득하지 못하고 물었다. “너무 떠벌리고 싶지는 않아요. 게다가 저는... 아직 호칭도 바꾸지 못했는걸요.” 그녀는 차마 심근영 부부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다. 심근영이 속눈썹을 늘어뜨렸다.“소희야, 쉽게 네 신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한다. 너한테는 심히 당황스러운 일이겠지. 하지만 심씨 가문에 돌아오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파티는 열어야 해.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너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어떡하니.” 심근영을 바라보던 소희는 어젯밤 파티에서 만난 고위층들을 생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거절할 뻔했다. “물 한 잔 드시겠어요? 준비해 드릴게요.” 심근영이 고개를 끄덕였고, 소희는 그제야 일어나 떠났다. 그가 떠나자, 심근영은 소희의
수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희는 멍해졌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전화를 잘못 든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그렇지 않다면, 왜 수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오겠는가![소희 씨, 듣고 있어요?]다시금 지환의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희는 그제야 전화를 잘못 든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형부가 현태 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신 거구나!’ “하... 아니, 형부, 웬일로 저한테 전화를 다 하셨어요?” [심 대표님이 소희 씨를 찾아갔다던데, 정말 심씨 가문으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지환이 이 사실을 안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네, 형부가 저한테 전화를 다 주시다니, 제가 해야 할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소희가 단번에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자, 지환은 흐뭇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심씨 가문이 소희 씨를 위한 파티를 열겠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거까지 예측하다니!’소희는 지환의 예리함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네, 저를 위한 파티를 열어주시겠대요. 하지만 저는 파티를 열고 싶지 않아요.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윤씨 그룹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의 미움을 사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파티까지 연다면, 심씨 가문 내에서도 저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 거예요.” “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까 파티를 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소희가 말했다. [아니요, 파티는 꼭 열어야 해요.]지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왜요?”소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파티를 열든 안 열든, 형부랑 무슨 상관이지?’ ‘형부와 심씨 가문의 원한은 심씨 가문이 이서 언니를 향한 압박을 풀면서 끝났던 거 아닌가?’ [분명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거까지 알 필요는 없어요. 소희 씨, 하나만 물을게요. 이서를 믿어요?]소희가 무의식중에 이서를 한번 보았다. “그럼요, 당연히 이서 언니를 믿죠.” [그 말인 즉슨, 이서의 결정이라면 뭐든 따르겠다는 거네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