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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지환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손문덕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았고, 담배 한 대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연기가 자욱해지자, 지환의 얼굴 윤곽이 희미해졌다.

그는 그저 앉아서 담배를 피울 뿐이었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훈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심지어 손문덕조차도 그저 말로만 큰소리를 칠 뿐, 지환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여전히 지원 세력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지환이 사람을 부르는 것을 들은 손문덕은 지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몰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곧바로 오라고 지시했다.

‘내 부하들만 오면, 비참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손민우, 저 녀석의 부하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종이로 만들 놈들도 아닌데 말이야.’

‘겨우 두세 대만에 바닥에 나뒹굴다니!’

‘내 부하들은 저렇게 형편없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손문덕은 그 날밤 지환에게 기습당한 이유가 자신이 집에 있었고,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던 부하들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부하들이 오면, 하 선생 따위는 잘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손문덕이 자신의 부하들이 자신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계획을 세울 때, 지환은 담배 한 대를 끝까지 다 피웠다.

연기와 가면이 사라지자, 준수하지만 무서운 기운을 풍기는 지환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다시 두려워서 벌벌 떨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지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전화로 왜 아직인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손문덕은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 하 선생...”

‘내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지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낀 손문덕이 급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한 명씩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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