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이서를 본 하나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간 후, 그녀는 이서가 걱정되어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무래도 이서가 좀 이상해. 확인 좀 해줘.”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안에 있던 이서는 바다에 주저앉고 말았다. 극심한 두통을 느낀 그녀는 머릿속을 전부 찢어버리고 싶었다. ‘아파!’‘너무 아파!’게다가 통증과 함께 밀려온 것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하 선생님의 신분을 알게 되면, 세상에 종말이 올 것만 같아!’ 이서가 머리를 힘껏 감싸 쥐었다. 같은 시각.하나의 전화를 받은 소희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 점점 올라가는 층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해당 층에 도착하자, 그녀가 찡그렸던 미간을 조금 폈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 소희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이서를 보고는 잠시 멍해졌다. “이서 언니...” ‘완전 괜찮아 보이는데?’“어?”이서는 소희를 보자마자 하나가 그녀를 여기서 기다리게 한 것을 알아차렸다.“중요한 서류를 깜빡해서 다시 왔어. 내려가려고?”“아니에요, 아니에요.”소희가 재빨리 이서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시종일관 반듯하고 침착한 것을 본 소희가 그제야 안심하고 말했다.“이서 언니, 무슨 중요한 자료길래 저를 시키지 않고 직접 온 거예요?” “중요한 서류는 내가 직접 챙겨야지.”이미 문 앞에 다다른 이서가 소희를 막으며 말했다.“자, 소희 씨는 이만 할 일 하러 가.” “네.”소희가 얼른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3, 4미터 정도 멀어진 것을 본 이서는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 눈을 거세게 감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통증이 물러가기를 기다리고서야 서랍으로 가서 진통제 한 알을 꺼냈다. ‘하 선생님의 신분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었구나.’‘앞으로는 하 선생님의 신분이 궁금해도 알려고 하면 안 되겠어.’‘그렇지 않으면... 하 선생님을 잃게 될지도 몰라.’ 근거 없는
“하지만 사람이라면 약점이 있기 마련이지.”이미 이서와 몇 번이고 맞붙었던 하은철은 더 이상 맹목적으로 자만하지 않았다. 심동이 말했다.“근데 그 어르신은 약점이 없는 것 같아.”“이전에 어르신의 손자가 납치된 적이 있었거든? 그 납치범은 몸값으로 20억을 요구했었는데, 결국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그 어르신은 최대 10억만 줄 수 있다고 쐐기를 박더라고.” “협상이 결렬된 납치범은 인질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지만, 어르신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지.”“결국 그 납치범은 돈을 한 푼도 못 받고 인질을 돌려보내야 했어.” “그런 사람한테 윤 대표의 설득이 통할 것 같아? 정말 윤씨 그룹의 화물을 수출해 주겠냐는 말이야.” 찌푸려진 하은철의 미간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뭐 하나만 묻자, 손씨 가문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있어?” “당연하지, 윤 대표가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겠어?”“그럼 됐어. 그 사람들이 이미 협상을 마쳐서 윤이서가 계약을 체결하러 가는 거든, 아니면, 협상이 안 돼서 설득하러 가는 거든, 우리는 그 협력을 반드시 막아야 해!”심동은 아마 협상하러 간 것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하은철의 엄숙한 표정 때문에 이서가 손씨 가문의 어르신인 손문덕과 이미 합의를 마쳤다는 착각이 들어서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잠시 침묵하던 심동이 말했다.“그럼 우리도 가야 할까?” “아니.”하은철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너는 이만 가봐.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심동은 이 말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손을 털고서 즐겁게 떠났다.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하은철은 그제야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의 목소리에서는 평소와 다른 열정이 묻어 나왔다. 놀란 상대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하 사장님, 무슨 일이든 지시만 하십시오.]하은철은 그제야 얼굴에 만연하던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좋습니다. 뭐 하나만 물을게요.
손민우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음탕한 웃음을 지었다.[알겠습니다, 하 사장님. 그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윤 대표님이 어떤 모습으로 오시든,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음탕한 웃음은 불쾌함을 느낀 하은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손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던 하은철은 불쾌감을 억눌러야만 했다. ...같은 시각.이미 비행기에 오른 이서는 긴장한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당연히 손씨 가문에 대한 자료였다. 그것들은 모두 인터넷상의 정보였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손씨 가문은 그 지역에서 주도권을 쥔 존재라 불렸다. 그 가문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가문들이 그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결국 쫓겨나거나, 처참히 분할되어 쓸모없는 찌꺼기만 남는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이서는 자료를 보면 볼수록 심장이 뛰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하 선생님이 어떻게 손씨 가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거지?’ 이서는 이 문제를 떠올릴 때마다 지환의 신분을 조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환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않도록 주의를 돌리는 데 애써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효과가 미약했고, 지환은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금방 알아차리고 말았다. “어디 불편해? 곧 내릴 수 있을 거야!”“아니에요, 그냥 손문덕 어르신을 만나서 일을 해결하는 게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환이 이서의 눈을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다 이야기해 뒀으니까 너는 사인만 하면 돼.”“그렇다면 다행이네요.”물을 한 모금 마신 이서는 창백한 안색을 누그러뜨리고서야 웃으며 말했다.“좀 쉬고 싶어요. 도착하면 알려주실래요?” “알겠어.”지환은 다정하게 얇은 이불을 덮어주었다. 눈을 감은 이서는 마음속으로 필사적인 자기 최면을 걸었다.‘하 선생님의 신분은 생각하지 말자... 절대 생각하지 말자.’ 최면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은 이내 경호원이 말했던 호텔에 다다랐다. 그 호텔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차에서 내린 이서는 불안감이 극에 달했지만, 지환과 나란히 걸으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불안을 느낀 것일까. 지환이 이서의 손을 꽉 잡았다. 경호원의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은 드디어 H시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손씨 가문의 가주, 손문덕을 만날 수 있었다. 손문덕은 올해로 80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늠름한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심지어 80세가 아닌 60대처럼 보였으며, 막 노년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지환과 이서를 본 그가 허허 웃으며 인사했다.“허허, 하 선생과 웬 아가씨가 왔군요.”그는 지환의 진짜 신분은 알 수 없었지만, 그날 밤 이미 그의 냉혹함을 목격한 바 있었다. 그날 밤, 그는 10여 명과 함께 함정으로 가득한 손씨 가문의 저택에 침입했으며, 손문덕의 목에 칼을 대고 윤씨 그룹의 화물이 손씨 가문의 항구를 지나게 하라고 협박했다.심지어 자신의 말 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의 골동품을 모두 태워버리겠다고도 했다. 하은철의 말이 맞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약점이 있는 법이다. 물론, 손문덕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그 골동품과 그림들을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골동품과 그림을 모두 태워버리겠다는 지환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게다가 10여 명을 대동하고도 조용히 저택에 침입한 사람이라면, 목숨을 노릴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이것이 지환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 선택은 아주 굴욕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큰손자 손민우의 말을 들었을 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손민우는 곧 알게 될 거라며 뜸을 들였고, 단언컨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맹세했다. 그래서 손문덕은 지환과 이서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만개한 웃음
이내 그 발걸음 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다. 이서가 고개를 돌리자, 족히 120kg은 넘어 보이는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남자는 너무 뚱뚱해서 저택의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릴 지경이었다. 이서가 지환을 바라보았는데, 그도 문 앞에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안색이 약간 변한 듯했다. 그 남자는 지환이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아, 저 사람이 하은철이 전화로 말했던 그 남자구나!’지환의 옆에 선 약한 여자를 보니, 담력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이 사람들이 우리 항구를 쓰겠다던 사람들이죠?” “그래.”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던 손문덕이 움직이지 않은 채 물었다.“준비는 다 된 게야?” “준비는 다 끝났어요.” 손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손문덕은 얼굴에 만연했던 선의를 거두었다.“그럼 준비도 됐겠다...” 지환을 바라보는 손문덕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지만, 눈동자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독기뿐이었다. “하 선생, 하 선생의 앞에 서 있는 그 아이는 내 손자인 민우요. 그 아이가 윤씨 그룹에게 항구를 내주는 걸 동의하지 않더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한순간에 마음을 바꾸는 것은 이서도 경험해 본 일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계약 직전에 마음을 바꾸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이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진심으로 항구를 빌려주려던 게 아니었던 거야?’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H시에서 그렇게 제멋대로 굴던 사람이 흔쾌히 항구를 빌려줄 리가 없었다. 그녀에게 항구를 빌려주는 것은 손씨 가문이 수출 물량의 일부를 줄여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수출 물량은 이익과 이어진다. ‘애초에 하 선생님이 뭘 어쨌길래 승낙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지금은 물어볼 시간이 없어. 왜냐하면...’ 손문덕의 손자인 손민우가 거들먹거리며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그와 같은 덩치의 사람이 여럿이나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잠시 후, 지환이 갑자기 번개처럼 손을 들어 손민우의 손가락을 덥석 잡았다. 손민우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이 비명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손민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멍하니 뭐 하고 있어!”경호원들은 이 말을 듣고서야 돌진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건장하고 힘이 셌다. 마치 드높은 산이 지환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았다. 지환은 사방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자마자 손민우의 손을 놓았고, 이서를 몸 아래로 감쌌다. 품속에 한 사람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비처럼 가벼운 지환은 장정들의 사이를 유령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두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첫째는 그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하고 있지만, 지환만을 목표로 한다는 것.둘째는 시종일관 지환의 얼굴을 공격하는 그들의 목표가 지환의 가면을 벗기는 것이라는 것. 이를 깨달은 이서는 지환의 품에 숨지 않고 주동적으로 돌진했다. 지환은 두 주먹만으로 네 손을 당해내기 어려웠다.갑작스러운 습격이 밀려올 때, 이서는 곧바로 지환의 뒤에 서서 그 사람들을 막았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정말로 꼼짝하지 못하고 공격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 지환은 동의하지 않았기에, 이서를 안고 피하느라 몇 번이고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하지만, 후에 이서가 확실히 그 사람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안심하고 그의 가면을 벗기려는 큰 덩치에 전심전력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지환은 힘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10여 명의 경호원을 바닥에 쓰러뜨려 고통스럽게 소리치게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손문덕과 손민우는 놀라 멍해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손민우가 얼른 소리쳤다.“사람이 죽었어, 거기 누구 없어? 사람이 죽었어! 어서 들어와 봐!” 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이 고함을 듣고 놀라 허겁지겁 들어왔다. 그들은 눈앞의 상황을 보자마자 무슨 일인지 바로 파악하고는 곧바로 지환을 포위하기 위해 떼거리로
지환이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가면의 단추가 ‘톡’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서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상상한 지환의 눈이 금세 붉어졌다.그는 갑자기 온몸에 강력한 힘이 주입되는 듯했고,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던 그 사람들을 확 떼어냈다. 벽에 거세게 내동댕이쳐진 사람들은 고통에 이를 악물었고, 바닥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불과 30초 이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지환이 그 찰거머리들을 떼어내는 순간, 그의 얼굴을 뒤덮고 있던 가면도 땅에 떨어졌다. 그는 단번에 다리를 들어 그 가면을 밟아 깨뜨렸다. 가면이 망가지는 소리는 누군가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같았다. 손문덕을 포함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매우 놀라 온몸을 벌벌 떨었다. 특히, 그들은 지환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손문덕은 H시의 패권자로서 이번 생에는 두려워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자부했다. 설령 상대가 하은철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연장자이기 때문에 H시에서 만큼은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절대 안 돼!’ 지환은 하은철처럼 젊었으나,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손문덕은 그의 두 눈이 자신의 살을 베고 있다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는 핏빛이 서린 두 눈을 피하기 위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지환이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것도 손문덕이 있는 방향으로... 놀란 손문덕은 얼른 일어서서 손에 들고 있던 술을 들며 말했다.“하 선생,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내... 내 손자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 그런 겁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협약서에 서명도...”지환이 손문덕의 손에 들려 있던 술을 그대로 쳐냈다. 술잔이 땅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손문덕은 놀라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지환이 자신을 지나쳐 손민우를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놀란 손민우는 두
이서는 지환의 품에서도 눈을 감고 있었다.“그럼 빨리 여기서 나갈까요?”“응.”지환이 다시 한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천, 지금 어디야?”[H시에 도착했습니다.]“사람들을 시켜서 어서 남은 문제를 수습해.” 손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러한 말썽을 부릴 것이라 예상한 지환은 H시로 올 때 이천이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탄 다음 비행기로 H시에 올 것을 지시했다. ‘허, 손씨 가문 사람들이 말썽을 부리는 걸로도 모자라, 하은철과 결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지환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손민우의 부하들이 그의 목숨이 아니라 그의 가면을 얻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하은철뿐이야.’ ‘하은철, 정말 미친 X이구나?’‘지난번에 내 구역에서 송철환 대표를 납치했을 때, 어느 정도 수그러들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더 심해진 셈이잖아? 나도 더는 못 참아!” 지환은 이서의 허리를 껴안은 채 룸에서 나왔다. 어떤 경호원들은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지환의 눈빛에 놀라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이서를 옆방으로 데려간 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손을 애틋하게 잡고 말했다.“여기서 기다려, 저 사람들, 제대로 처리하고 올게.” 이서가 지환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돼요.” 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망가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괜찮아, 저 사람들이 너를 다치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니까.”입술을 오므린 이서는 지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다른 한 손으로 천천히 그의 얼굴을 더듬기 시작했다.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것일까. 이서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지환의 입술 사이로 미끄러졌다. 지환은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가 이서의 손을 눌렀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이서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제가 걱정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