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그 발걸음 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다. 이서가 고개를 돌리자, 족히 120kg은 넘어 보이는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남자는 너무 뚱뚱해서 저택의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릴 지경이었다. 이서가 지환을 바라보았는데, 그도 문 앞에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안색이 약간 변한 듯했다. 그 남자는 지환이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아, 저 사람이 하은철이 전화로 말했던 그 남자구나!’지환의 옆에 선 약한 여자를 보니, 담력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이 사람들이 우리 항구를 쓰겠다던 사람들이죠?” “그래.”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던 손문덕이 움직이지 않은 채 물었다.“준비는 다 된 게야?” “준비는 다 끝났어요.” 손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손문덕은 얼굴에 만연했던 선의를 거두었다.“그럼 준비도 됐겠다...” 지환을 바라보는 손문덕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지만, 눈동자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독기뿐이었다. “하 선생, 하 선생의 앞에 서 있는 그 아이는 내 손자인 민우요. 그 아이가 윤씨 그룹에게 항구를 내주는 걸 동의하지 않더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한순간에 마음을 바꾸는 것은 이서도 경험해 본 일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계약 직전에 마음을 바꾸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이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진심으로 항구를 빌려주려던 게 아니었던 거야?’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H시에서 그렇게 제멋대로 굴던 사람이 흔쾌히 항구를 빌려줄 리가 없었다. 그녀에게 항구를 빌려주는 것은 손씨 가문이 수출 물량의 일부를 줄여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수출 물량은 이익과 이어진다. ‘애초에 하 선생님이 뭘 어쨌길래 승낙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지금은 물어볼 시간이 없어. 왜냐하면...’ 손문덕의 손자인 손민우가 거들먹거리며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그와 같은 덩치의 사람이 여럿이나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잠시 후, 지환이 갑자기 번개처럼 손을 들어 손민우의 손가락을 덥석 잡았다. 손민우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이 비명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손민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멍하니 뭐 하고 있어!”경호원들은 이 말을 듣고서야 돌진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건장하고 힘이 셌다. 마치 드높은 산이 지환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았다. 지환은 사방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자마자 손민우의 손을 놓았고, 이서를 몸 아래로 감쌌다. 품속에 한 사람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비처럼 가벼운 지환은 장정들의 사이를 유령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두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첫째는 그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하고 있지만, 지환만을 목표로 한다는 것.둘째는 시종일관 지환의 얼굴을 공격하는 그들의 목표가 지환의 가면을 벗기는 것이라는 것. 이를 깨달은 이서는 지환의 품에 숨지 않고 주동적으로 돌진했다. 지환은 두 주먹만으로 네 손을 당해내기 어려웠다.갑작스러운 습격이 밀려올 때, 이서는 곧바로 지환의 뒤에 서서 그 사람들을 막았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정말로 꼼짝하지 못하고 공격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 지환은 동의하지 않았기에, 이서를 안고 피하느라 몇 번이고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하지만, 후에 이서가 확실히 그 사람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안심하고 그의 가면을 벗기려는 큰 덩치에 전심전력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지환은 힘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10여 명의 경호원을 바닥에 쓰러뜨려 고통스럽게 소리치게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손문덕과 손민우는 놀라 멍해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손민우가 얼른 소리쳤다.“사람이 죽었어, 거기 누구 없어? 사람이 죽었어! 어서 들어와 봐!” 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이 고함을 듣고 놀라 허겁지겁 들어왔다. 그들은 눈앞의 상황을 보자마자 무슨 일인지 바로 파악하고는 곧바로 지환을 포위하기 위해 떼거리로
지환이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가면의 단추가 ‘톡’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서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상상한 지환의 눈이 금세 붉어졌다.그는 갑자기 온몸에 강력한 힘이 주입되는 듯했고,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던 그 사람들을 확 떼어냈다. 벽에 거세게 내동댕이쳐진 사람들은 고통에 이를 악물었고, 바닥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불과 30초 이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지환이 그 찰거머리들을 떼어내는 순간, 그의 얼굴을 뒤덮고 있던 가면도 땅에 떨어졌다. 그는 단번에 다리를 들어 그 가면을 밟아 깨뜨렸다. 가면이 망가지는 소리는 누군가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같았다. 손문덕을 포함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매우 놀라 온몸을 벌벌 떨었다. 특히, 그들은 지환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손문덕은 H시의 패권자로서 이번 생에는 두려워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자부했다. 설령 상대가 하은철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연장자이기 때문에 H시에서 만큼은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절대 안 돼!’ 지환은 하은철처럼 젊었으나,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손문덕은 그의 두 눈이 자신의 살을 베고 있다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는 핏빛이 서린 두 눈을 피하기 위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지환이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것도 손문덕이 있는 방향으로... 놀란 손문덕은 얼른 일어서서 손에 들고 있던 술을 들며 말했다.“하 선생,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내... 내 손자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 그런 겁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협약서에 서명도...”지환이 손문덕의 손에 들려 있던 술을 그대로 쳐냈다. 술잔이 땅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손문덕은 놀라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지환이 자신을 지나쳐 손민우를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놀란 손민우는 두
이서는 지환의 품에서도 눈을 감고 있었다.“그럼 빨리 여기서 나갈까요?”“응.”지환이 다시 한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천, 지금 어디야?”[H시에 도착했습니다.]“사람들을 시켜서 어서 남은 문제를 수습해.” 손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러한 말썽을 부릴 것이라 예상한 지환은 H시로 올 때 이천이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탄 다음 비행기로 H시에 올 것을 지시했다. ‘허, 손씨 가문 사람들이 말썽을 부리는 걸로도 모자라, 하은철과 결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지환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손민우의 부하들이 그의 목숨이 아니라 그의 가면을 얻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하은철뿐이야.’ ‘하은철, 정말 미친 X이구나?’‘지난번에 내 구역에서 송철환 대표를 납치했을 때, 어느 정도 수그러들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더 심해진 셈이잖아? 나도 더는 못 참아!” 지환은 이서의 허리를 껴안은 채 룸에서 나왔다. 어떤 경호원들은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지환의 눈빛에 놀라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이서를 옆방으로 데려간 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손을 애틋하게 잡고 말했다.“여기서 기다려, 저 사람들, 제대로 처리하고 올게.” 이서가 지환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돼요.” 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망가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괜찮아, 저 사람들이 너를 다치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니까.”입술을 오므린 이서는 지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다른 한 손으로 천천히 그의 얼굴을 더듬기 시작했다.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것일까. 이서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지환의 입술 사이로 미끄러졌다. 지환은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가 이서의 손을 눌렀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이서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제가 걱정되는 건
지환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손문덕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았고, 담배 한 대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연기가 자욱해지자, 지환의 얼굴 윤곽이 희미해졌다. 그는 그저 앉아서 담배를 피울 뿐이었다.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훈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심지어 손문덕조차도 그저 말로만 큰소리를 칠 뿐, 지환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여전히 지원 세력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지환이 사람을 부르는 것을 들은 손문덕은 지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몰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곧바로 오라고 지시했다. ‘내 부하들만 오면, 비참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손민우, 저 녀석의 부하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종이로 만들 놈들도 아닌데 말이야.’ ‘겨우 두세 대만에 바닥에 나뒹굴다니!’ ‘내 부하들은 저렇게 형편없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손문덕은 그 날밤 지환에게 기습당한 이유가 자신이 집에 있었고,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던 부하들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부하들이 오면, 하 선생 따위는 잘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손문덕이 자신의 부하들이 자신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계획을 세울 때, 지환은 담배 한 대를 끝까지 다 피웠다. 연기와 가면이 사라지자, 준수하지만 무서운 기운을 풍기는 지환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다시 두려워서 벌벌 떨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지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전화로 왜 아직인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손문덕은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하, 하 선생...”‘내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지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낀 손문덕이 급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한 명씩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하 선생, 우리 가문의 항구를 이용하려는 거 아닙니까? 쓰고 싶은 대로 쓰십시오. 나는 절대로 간섭하지 않을 테니...” 손문덕의 말을 들은 지환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바보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민우가 조급해했다.“할아버지, 절대 안 돼요...” “네가 뭘 알아?!”손문덕은 손민우를 걷어차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선생, 민우의 생각일 뿐입니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지환은 이런 사람들을 경멸할 기력조차 없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정리하겠다는 겁니까?” 손문덕이 마늘을 다지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하 선생이 나를 놓아주기만 한다면, 무슨 일을 벌이든 눈감아 주리다!” 지환이 다리를 꼬며 나른하게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거, 항구 이용권을 넘겨주시죠.”얼굴이 하얗게 질린 손문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려 했다. 하지만 지환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고개와 몸이 굳어버리는 듯했다.“싫으십니까? 좋습니다, 그럼 손씨 가문을 대신해서 항구를 내어줄 가문을 찾아봐야겠네요. 손씨 가문 말고도 항구를 내어주려는 가문은 많을 테니까요.” 손문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만약 이때도 지환에게 그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바보나 하는 짓이지 않은가. “싫다니요, 알겠습니다. 내 항구를... 내어주리다.”‘H시 내에서 손씨 가문의 위상을 지킬 수만 있다면, 항구 하나쯤을 내어주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지환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은 어떻게 됐어?” 수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한 것일까. 지환이 또 고개를 돌려 손문덕을 바라보았다. 손문덕은 상황이 바뀐 것이라 생각하여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지환이 수화기 너머의 이천에게 말했다.“다 처리된 셈이네. 지금 바로 계약서를 가지고 와.” 손문덕은 그제야 지환이 ‘처리’라고 말한 것이 호텔에서 일어난 파국이 아니라, 그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통화를 들어보니, 그 부하들도 지환과 같은 도시에서 온 것 같았
방으로 들어온 이천을 마주한 이서는 그의 뒤에 지환이 없는 것을 보고는 심장이 조이는 듯했다. ‘아까 그 사람들이 하 선생님의 가면을 벗긴 것 같았는데?’ 그녀는 비록 눈을 감아서 보지 않았지만, 이전에 몇 번이나 지환의 가면을 벗기려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봤다고 생각한 지환이 그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이서는 심장이 뽑히는 듯했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이천의 제지를 받았다. 이천은 이서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윤 대표님, 조급해하지 마세요. 하 선생님은 밖에 계십니다. 다만, 아직 처리하지 않은 일이 있어서 저랑 먼저 가주셨으면 합니다.”이서가 말했다.“또 무슨 일이 있다는 거예요? 가면이 벗겨져서 저를 보기 싫은 건 아니고요?” “얼굴은 전혀 못 봤으니까 저를 피하지 말라고 전해주시면 안 돼요?” 이천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구를 한 번 보았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윤 대표님은 저를 따라오지 않으실 거라고요.’ “윤 대표님.”이천이 목소리를 낮추었다.“하 선생님께서 지금 당장 윤 대표님을 만나러 오지 않으시는 건 가면이 없기 때문이에요. 대표님께서 본인의 진짜 얼굴을 볼까 봐 걱정돼서 저랑 먼저 가라고 하시는 거고요.” 이서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다.“그렇군요.”눈동자를 굴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저한테 방법이 하나 있어요.” 이서는 이천의 귓가에 나지막이 몇 마디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천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방법은 윤 대표님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이야! 게다가 윤 대표님만이 하 대표님께 쓸 수 있는 방법이지!’이천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이천은 이 말을 끝으로 룸을 떠났다.문밖의 지환은 이서가 동의하지 않는 소리를 진작 들었다. 다만, 후에 두 사람이 귓속말로 나눈
이서는 지환을 보자마자 스스럼없이 피식 웃었다.이천은 지환이 스카프를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얼굴과 애정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쩝.’‘나는 웃지도 않았는데 월급을 깎겠다고 하시더니, 윤 대표님은 몸을 앞뒤로 젖히면서 웃으시는 데도 아무 말씀도 안 하시네.’‘이중잣대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항구에 관한 일을 처리한 이서는 즉시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우선 H시로 모든 화물을 보내고, 일주일 이상 쌓여 있던 화물들은 곧바로 수출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줘.” 모든 계획을 세운 이서는 그제야 안심하고 지환과 함께 돌아가는 길에 오를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이서는 시종일관 지환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이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이어졌다.심지어 그가 짐을 챙기러 갈 때도 함께 했으며, 주위의 괴이한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이 호텔로 돌아와 입구에서 헤어질 때도 이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그가 이서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아니야.”이서는 그 틈을 타서 지환의 팔을 안았고, 스카프를 사이에 두고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비록 스카프 위에 입을 맞춘 것이었지만, 그녀가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약속한 거예요.” 지환은 이서의 옅은 미소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장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응.”이서는 그제야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환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방문을 닫은 그는 곧 이천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하씨 그룹을 인수해!” 그의 단호한 어투는 선회할 여지가 없는 듯했다. ‘손민우는 부하들한테 내 가면을 벗기라고 지시했어. 이건 분명히 하은철의 지시가 있었던 거야. 그 자식만이 내 진짜 얼굴을 마주한 이서한테 일어날 일을 알고 있으니까!’ ‘하은철을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하는 지경이 이르렀구나.’[예.]이천도 이제는 무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