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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은 이내 경호원이 말했던 호텔에 다다랐다.

그 호텔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차에서 내린 이서는 불안감이 극에 달했지만, 지환과 나란히 걸으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불안을 느낀 것일까. 지환이 이서의 손을 꽉 잡았다.

경호원의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은 드디어 H시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손씨 가문의 가주, 손문덕을 만날 수 있었다.

손문덕은 올해로 80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늠름한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심지어 80세가 아닌 60대처럼 보였으며, 막 노년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지환과 이서를 본 그가 허허 웃으며 인사했다.

“허허, 하 선생과 웬 아가씨가 왔군요.”

그는 지환의 진짜 신분은 알 수 없었지만, 그날 밤 이미 그의 냉혹함을 목격한 바 있었다.

그날 밤, 그는 10여 명과 함께 함정으로 가득한 손씨 가문의 저택에 침입했으며, 손문덕의 목에 칼을 대고 윤씨 그룹의 화물이 손씨 가문의 항구를 지나게 하라고 협박했다.

심지어 자신의 말 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의 골동품을 모두 태워버리겠다고도 했다.

하은철의 말이 맞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약점이 있는 법이다.

물론, 손문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그 골동품과 그림들을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골동품과 그림을 모두 태워버리겠다는 지환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게다가 10여 명을 대동하고도 조용히 저택에 침입한 사람이라면, 목숨을 노릴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지환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 선택은 아주 굴욕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큰손자 손민우의 말을 들었을 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손민우는 곧 알게 될 거라며 뜸을 들였고, 단언컨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맹세했다. 그래서 손문덕은 지환과 이서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만개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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