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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소희 씨는 우리 사이의 싸움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잖아.”

이서는 가능한 한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고, 하은철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그를 한 대 때릴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보도를 철회해, 내 주변 사람들은 건드리지 말고.”

“그래.”

하은철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서는 그가 쉽게 넘어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조건이 뭐야?”

“우리의 결혼이지, 너도 알고 있었잖아?”

하은철이 허리를 굽혔다.

“결혼하면 기사를 철회할게.”

이서는 하은철의 제안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싫다면... 난 그 기사를 철회하지 않고 계속 게재해 둘 수밖에 없어. 어차피 웹사이트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쯤은 티끌보다 작은 돈이 들 뿐이니까.”

1~2천만 원은 하은철에게 큰 의미가 아니었다.

“하지만 네 비서는...”

하은철이 이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서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하은철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 조건이 아니라면 뭐든 승낙할게.”

“그 조건 말고는 원하는 거 없어.”

이서가 이를 악물었다.

하은철이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를 감상하며 말했다.

“항구에 관련된 일 때문에 온 줄 알았는데, 비서를 위해서 온 거였어?”

“이서야, 네 비서한테는 그렇게 잘해주면서, 나한테는 왜 그렇게 잔인하게 군 거야?”

이서가 차가운 눈동자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내가 기억을 잃은 건 맞지만, 네가 나랑 결혼하려고 했던 그 일을 잊은 건 아니야.”

“하은철, 넌 미쳤어...”

하은철이 이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난 미쳤어. 하지만 날 미치게 한 사람은 너잖아? 이서야, 솔직히 말해볼까? 지난번 호텔에서 장희령이 하지환의 가면을 벗기려고 했던 거, 내가 시킨 거야.”

“너, 하지환이랑 그 정도로 사이가 좋진 않았잖아?”

“기억을 잃었어도 예전보다 더 잘 지내는 것 같던데...”

“허,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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