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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지환이 그 미소를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괜찮아, 나는 너만 즐거우면 돼.”

“이왕 이렇게 된 거, 뭐 먹고 싶은지 말씀해 주세요. 말씀해 주시면 저는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지환이 가볍게 웃으며 이서의 곁에 앉았다.

“내가 했던 말로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거야?”

이서가 입술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하 선생님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

“선생님은 항상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지환이 또 한 번 마른침을 삼켰다.

이서의 새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지환이 해서는 안 될 생각을 억누른 후에야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샤부샤부 먹으러 갈까?”

“좋아요.”

이서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11층에 다다른 두 사람은 곧 샤부샤부 식당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기 위하여 배경 음악을 꺼달라고 했다.

음식이 모두 나오자 종업원들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지환이 식탁 위에 놓인 일련의 맥주캔을 힐끗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술은 왜 이렇게 많이 시켰어?”

이서가 미소를 지었다.

“마시고 싶어서요.”

‘사실은 마음이 답답해서 술을 좀 마시고 싶었어요.’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맥주 한 캔을 땄다.

“치이익.”

이서가 밝은 표정으로 맥주캔을 받아 들었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몇 번 번뜩였는데,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했다.

지환은 여전히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선생님, 맥주 좋아하세요?”

“아니.”

그는 와인을 제외한 다른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서가 실망하며 대답했다.

“아, 네...”

“왜, 나도 같이 마셨으면 좋겠어?”

지환은 이서의 사사로운 감정을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이서가 쑥스럽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사실 조금은 마셔.”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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