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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함께 마주한다면

성연과 외할머니가 같이 살았던 조그만 집은 농촌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그만 단층집이었다.

외할머니가 계실 때는 마당에 꽃도 많이 심으며 정성 들여 가꾸었다.

그러나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당에 잡초만 무성했다.

좀 황량해 보일 정도다.

다시 이곳에 발을 들이자 비로소 외할머니가 정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여기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 테지.

자상한 미소의 노인은 그저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성연은 왠지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어깨에 손을 얹은 무진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성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앞으로 네 곁엔 내가 있어. 괜찮아. 외할머니는 하늘에서 잘 지내실 거야.”

귓가에서 들리는 무진의 음성에 저도 모르게 치밀어 오른 감정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당시 진미선이 집을 팔았다고 하면서 성연에게 돈을 주었지만, 성연이 나중에 이 집을 다시 사들였다.

이 집은 외할머니와 자신의 추억이 깃든 유일한 장소였기에,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병이 나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더 이상 여기에 없고, 이제 이런 생명 없는 물건들만 남아 있었다.

성연은 화단 밑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집 안에 먼지가 가득 쌓였기는 하지만, 평소에 무척이나 깔끔하게 관리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소파의 먼지를 닦고 깨끗한 매트를 새로 깐 성연이 그 위에 무진을 앉혔다.

“방금 왕씨 아주머니한테 왜 내 친구 오빠라고 했어요?”

“너 아직 나이도 어린데, 고향을 떠나자마자 약혼자가 있다고 하면 동네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물론 무진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성연의 관계를 밝히고 싶었지만, 결국 성연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다. 어차피 이곳에는 자주 오지 않을 것이니, 이렇게 말해서 이곳의 어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무진의 설명을 들은 성연은 무진이 자신의 입장을 염려했다는 걸 알았다.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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